수소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2050년 수소 시장 2조5000억 달러, 일자리 3000만 개 창출
수소충전소 지원이 특혜? 혁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마중물
수소산업 발전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내가 장관 하면 에너지 문제 한방에 해결”
[조영철 기자]
더 빨리 더 멀리
- 왜 수소산업인가.“대한민국이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에 대한 답이 바로 수소다. 정확하게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수소산업이다. 수소는 탄소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한 최적의 에너지원이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가격이 훨씬 저렴하며, 무한대로 원료를 얻을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수소산업의 핵심 설비인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 등의 기술력에서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수소경제사회를 선점할 역량과 기지가 충분하다.”
- 기존 친환경에너지와의 차이점은.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는 기후 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좌우되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패널에 먼지가 쌓이면 성능이 떨어진다. 먼지를 제거하려면 특수 세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토양오염, 수질오염이 심각하다. 앞으로 폐기된 패널 처리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전망이다.”
- 수소가 기존 화석에너지를 완전하게 대체할 수 있는가.
“자동차, 기차, 선박, 비행기, 발전소 등 기존 석유에너지의 역할을 모두 대체할 수 있다. 그러면서 더 가볍고 성능도 더 뛰어나다. 자동차의 경우 1회 주유로 최장 이동거리가 500km 정도지만, 수소는 1회 충전으로 800km를 간다. 항공기나 선박의 경우 기름을 가득 채우는 데 몇 시간씩 걸리지만 수소는 충전시간도 훨씬 빠르고 더 멀리 간다. 수소선박이 보급되면 기름 유출로 인한 해양 오염도 줄이고, 선주들의 기름값 부담도 훨씬 덜 수 있다. 조선업이 위기인 지금, 수소선박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전력도 대체할 수 있다. 지금도 상암동에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있어 마포 일대에 전기를 훨씬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멈춰 선 수소산업
김규환 의원이 자신이 발명한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난방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들이 수소산업 육성 지원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수소차 80만 대 보급, 수소충전소 900곳 구축, 530만 가구에 가정용 전지연료 보급을 추진 중이다. 중국도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보급, 충전소 1000곳 이상 구축 등 세계 최대 수소차 시장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독일은 수소차 180만 대와 충전소 1000곳을, 영국은 충전소 1150곳 구축을, 네덜란드는 2030년까지 수소차 12만5000대와 충전소 210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우리나라는 어떤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수소산업에 투자해왔다. 우리가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게 된 이유다. 그런데 지금 멈춰 선 형국이다. 다른 나라들은 수소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제도 정비·기술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 차원의 계획과 제도가 전무한 실정이다. 환경부에서 2020년까지 수소차 1만 대 보급, 충전소 100곳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달성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다행히 민간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연구해왔기 때문에 희망은 있다. 특히 부품의 국산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수소차 보급이 확대된다면 산업 육성에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한 번 충전에 800km를 달리고, 친환경적인 데다 정부 지원 보조금을 받으면 수소차 값이 아주 비싼 편은 아니어서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일반인이 수소차를 사더라도 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소를 충전할 충전소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14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일반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전무하다.
“지금은 수소차가 많이 보급되지 않은 상태라 민간이 수소충전소를 운영해서는 돈이 안 된다. 게다가 설치비용이 일반 주유소나 전기차 충전소에 비해 훨씬 많이 드니 민간에서 수소충전소를 만들 이유가 없다. 초기엔 국가에서 충전소를 만들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했다. 충전할 곳이 없으니 차를 이용할 사람이 없고, 차가 없으니 충전소를 만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비용도 그렇다. 충전소를 한 개만 만들려면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한꺼번에 100개, 1000개를 만든다면 단가가 훨씬 내려갈 것이다. 정부의 의지 문제다. 우리가 이렇게 멈칫하고 있을 동안 일본이나 중국이 우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수소자동차가 나오고 심지어 수소기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
- 일각에선 국가가 수소충전소 만드는 것을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한다.“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 된다. 산업에 정치 논리가 개입하면 안 된다. 특정회사에 이익이 된다는 시각이 아니라 우리 경제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야 한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 대우중공업을 기간산업이라고 해서 많이 지원했다. 특혜라면 특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대우는 사라졌지만 그 기술과 산업은 남아 대한민국의 자산이 되었다. 시각을 바꿔야 한다. 일본에서도 수소차 지원 육성을 놓고 도요타 등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수소충전소가 늘어나면 수소차 생산 대기업뿐 아니라 이 분야 관련 많은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충전소 구축은 현대차뿐 아니라 수소차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
-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차를 직접 경험한 후, 수소산업을 혁신성장 3대 과제에 포함하는 등 수소산업 지원을 천명했다.
“제발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정부 정책은 기업이 각자 알아서 하라는 모양새다. 어떻게 가도록 돕겠다는 비전이 없다. 정부가 목표의식을 갖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서 수소산업이 발전하도록 체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수소를 석유나 가스에서 직접 뽑아내고 있다. 그건 에너지 교체이지 제대로 된 대체가 아니다.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은 전기 (분해)와 열화학 분해 등 무궁무진하다. 정부가 이런 쪽에 주안점을 두고 기술개발(R&D)을 지원해 수소를 더 쉽고 더 저렴하고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만든 이유다.”
- 대표발의한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안’은 어떤 내용인가.
“수소에너지와 연계되는 새로운 산업을 우리나라가 적기에 선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수소사회 이행 촉진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추진토록 하고 △수소산업 육성 기반 조성 및 국제 경쟁력 강화 촉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이행토록 하며 △수소혁신 전문기업 인증을 통해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수소제품 표준화 사업의 이행과 수소산업과 관련된 국제협력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후대에게 깨끗한 에너지를 물려주기 위한 노력, 우리나라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도전 정신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여야를 떠나 선배 동료 의원 28명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이 더 많이 참여했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
대통령 지정 대한민국 국가품질명장 1호
김규환 의원이 2017년 1월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때 사장이 ‘불쌍한 놈, 거둬줘’라고 한마디 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거둬줘’가 지방마다 의미가 다르다. 서울 출신인 사장은 ‘밥이나 먹여 보내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을 텐데, 경상도 출신인 경비원은 ‘집안에 들이라(식구로 받아들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를 인사과장에게 데려가 ‘사장이 거두라고 했다’고 전했고, 청소부로 일하게 되었다.”
그는 새벽 5시면 출근해 공장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화단도 만들었다. 부지런함을 인정받아 기능사원보조공으로 일하게 됐다.
“하루는 고참이 기계를 목욕시키라고 했다. 깨끗이 닦으라는 뜻이었는데 곧이곧대로 세제를 풀어 기계를 목욕시켰다. 당연히 기계 내부에 세제가 들어가 거품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혼날까 봐 기계를 분해해 깨끗하게 닦은 후 다시 조립하려는데 아무리 해도 아귀가 맞지 않았다. 이대로 회사에서 쫓겨나겠구나 싶어 고참들에게 ‘죄송하다’는 편지라도 쓰고 떠나려고 종이를 찾다 기계조립도를 발견하고, 그걸 보면서 밤새 기계를 조립했다.”
이 일을 계기로 기능사원들이 그에게 기계에 대해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이내 소리만 들어도 뭐가 잘못됐는지 알 정도로 전문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명뿐인 초정밀 기술 분야 국가품질명장까지 오른 그가 국회의원이라는 생소한 길을 걷는 이유는 ‘단 한 가지’라고 말한다.
“조선산업이 망하는 걸 보며 걱정이 됐다. 조선이 망하면 철강이 무너지고, 철강이 망하면 기계산업이 무너진다.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으면 생수, 우유, 식당, 학원, 의류산업이 줄줄이 무너지고, 결국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빨리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정치를 하려 국회의원이 된 게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발전을 위한 일을 하기 위해 이 길을 걷는 것이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난방시스템
2017년 2월 김규환 의원이 ‘발명교육 활성화 지원법’에 대해 동료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총 상금 1000억 원의 발명대전을 만들고 싶다. 1등 100억 원, 100등 1억 원을 준다면 세계 각지의 우수한 아이디어가 몰려들 것이다. 고등기술연구원을 만들어 발명대전 수상 아이디어를 연구해 상품화하면 1000억 원 이상의 수익이 남는 상품이 만들어질 것이다.”
세계 발명대전 개최 전 단계로 지난해 6월 국회에서 발명전시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발명한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난방시스템’을 전시회에서 공개했다.
“내가 발명한 기계는 태양열로 내부 온도가 400도까지 올라간다. 그 열로 물을 가열해 비닐하우스 난방이 가능하다. 길이 50m 비닐하우스 연간 난방비가 250만 원이다. 내가 발명한 기계 하나면 비닐하우스 4,5개의 난방을 해결할 수 있으니 연간 1000만 원의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이미 국내외 특허를 받았고, 올해 말에 모델 제품을 만들어 시연할 계획이다.”
그가 이 기계를 발명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고 한다.
“명인이 된 후 동아일보에서 특강을 했는데, 당시 오명 동아일보 회장(현 DB그룹 전자·IT·반도체 분야 회장)이 나를 꼭 안으며 ‘기술개발의 1인자가 돼 무동력 대체에너지를 개발해라. 넌 할 수 있을 것이다. 꼭 만들어서 내게 보여달라’고 당부하셨다. 올해 말 시연을 할 때 꼭 모시고 싶다.”
에너지부 신설 필요
- 문재인 정부에 조언한다면.“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 생태계의 붕괴와 청년실업률 상승, 그리고 구직자의 중소기업 기피에 따른 인력 미스매칭 등 우리 중소기업 생태계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경쟁력이 약화되는 실정이다. 지금 정부의 뜬구름 잡는 식 임시방편적 정책은 우리 산업 생태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중소기업으로 가도록 근본적인 여건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취업자 직접 지원 방식보다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생태계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어 그는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문제가 해결돼야 산업에 대한 정책을 구상할 수 있고, 경제성장을 끌어낼 수 있다. 에너지가 모든 정책의 근간이다. 따라서 에너지부를 신설해 에너지정책의 기틀을 잡아야 한다. 원자력발전소 문제만 해도, 없애겠다고 하면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이 불안해하고, 경제가 흔들리는 것이다. 에너지의 미래인 수소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내가 에너지부 장관을 한다면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에너지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의 호언이 과장은 아닐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