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20대 리포트

젊은 독자 파고드는 서울 동네 ‘독립서점’

“독특한 취향으로 ‘지적(知的) 인디문화’ 이끌어”

  • | 이유림 고려대 행정학과 4학년 lyl4198@naver.com

    입력2018-11-07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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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 있는 이름과 인테리어

    • “서점 전문화”

    • “시내 100곳 이상 영업”

    서울 통인동 더 북 소사이어티.

    서울 통인동 더 북 소사이어티.

    “독특함, 실험정신, 공간적 아우라. 독립서점의 힘이죠.” 서울 통의동 ‘더 북 소사이어티’ 관계자의 말이다. 이 서점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따라가도 한 번에 찾기 어렵다. 간판도 없는 낡은 건물 2층 계단을 오르니 녹색 문이 나왔다. 문을 열자 시멘트 바닥이 그대로 노출된 서점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벽면엔 건축, 예술 관련 서적이 가득했다. 서점 관계자는 “20대를 중심으로 젊은 여성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서점 내 고객 중 상당수는 미대 학생으로 보였다.

    ‘미스터 션사인’ 인기 끌자

    서울 서교동 땡스북스.

    서울 서교동 땡스북스.

    요즘 서울 동네 ‘독립서점’이 젊은 독자 사이를 파고들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이태원, 연남동, 서촌 등 서울 각 지역에서 대형 서점 브랜드와는 달리 독립된 중소형 서점이 100여 곳 이상 영업하고 있고 그 숫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이들 독립서점은 개성 있는 이름과 인테리어, 예술 여행 디자인 역사 사회과학 등 전문 분야 서적을 중점 취급하는 독특한 취향으로 젊은 독자에게 다가간다.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인스타그램에는 독립서점 관련 게시물이 5만2400여 개나 올라와 있다. 

    SNS에서 보고 ‘더 북 소사이어티’를 찾아왔다는 고객 박혜수(여·25·서울 마곡동) 씨는 “독립서점이 ‘지적(知的) 인디문화’를 이끄는 것 같다”고 말한다. 기존 대형 서점의 상업주의 관습을 거부하고 창의적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독특한 결과물이 많아 ‘힙스터’의 한 사례처럼 보인다. 개성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인 20대의 특성이 독립서점에 녹아 있다”고도 했다. 힙스터는 자신만의 고유한 문화를 추구하는 부류를 뜻하는 미국의 속어다.

    서울 통의동 독립서점 ‘역사책방’에도 20대 손님이 주를 이뤘다. 연인으로 보이는 커플 여럿이 서점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역사 서적을 주로 다루는 이 서점은 최근 종영된 TV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인기에 힘입어 19세기말 조선-미국-일본 역사를 알아보는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또 고객이 구한말 의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 서점의 백영란 대표는 “20대 고객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교동 독립서점 ‘땡스북스’는 여행, 페미니즘, 문학 서적을 다량으로 비치하고 있다. 작은 공간에 젊은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한 시간 남짓 둘러본 뒤 양수빈(여·32·서울 중화동) 씨는 여러 권을 구매했다.



    “책의 촉감 그리고 서점의 분위기”

    양씨는 “독립서점은 서점 주인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어 매력적이다. 독립 서점이 추구하는 아날로그 문화가 오히려 잘 소비되는 것 같다”고 했다. 

    -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지 않고 여기에 와서 구매하는 이유는? 

    “인터넷으로 사면 편하지만, 책의 느낌을 알 수 없다.” 

    - 책의 느낌이란? 

    “책의 촉감, 무게, 냄새 같은 것. 책이 꽂혀 있는 책장과 서점의 분위기. 이런 걸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독립서점은 좋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구매한 책을 끝까지 읽게 된다.” 

    독립서점은 주제별로 세분화하는 경향이다. 이에 따라 서점의 전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모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우경 씨는 “새로운 감각과 트렌드를 읽기 위해 독립서점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서점엔 책이 많다. 그러나 전문 분야의 책은 의외로 구하기 어렵다. 반면, 디자인으로 특화된 독립서점에는 해외 서적이나 디자인 관련 전문 서적이 꾸준히 들어온다. 업계 트렌드를 가장 빨리 반영한다”고 했다. 

    서울시내 한 독립서점 관계자는 20대가 독립서점을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서점의 이름이 독특하고 매장 인터리어가 감각적이다. 또 서점 안에서 커피 등을 팔기도 해 카페문화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형 서점은 베스트셀러나 추천 도서를 고객에게 강하게 권유하지만 독립서점에선 선택의 폭이 훨씬 넓다. 이런 자유스러운 분위기도 20대의 호감을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서점 안에서 커피 마시고”

    그러나 독립서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출판업계 몇몇 인사는 “20대 독자의 구매력이 떨어진다. 독립서점의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독립서점 관계자는 “젊은 고객 중 다수가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인지 서점에서 사진만 찍거나 책을 읽고 나간다”고 밝혔다. 백영란 대표는 “출판업계가 전체적으로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도서 구입 비용이 큰 서점을 운영해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독립서점을 직접 운영해보겠다는 청년들이 있는데, 무작정 뛰어들기 전에 초기 운영을 감당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특색 있는 서울시내 독립서점

    퇴근길책한잔 (마포구 염리동)
    유어마인드 (마포구 연희동)
    일단멈춤 (마포구 염리동)
    책방 만일 (마포구 망원동)
    1984 (마포구 동교동)
    땡스북스 (마포구 서교동)
    달달한작당 (마포구 동교동)
    위트앤시니컬 (서대문구 대현동)
    사적인서점 (마포구 창전동)
    밤의서점 (서대문구 연희동)
    더 북 소사이어티 (종로구 통의동)
    역사 책방 (종로구 통의동)
    책방 이음 (종로구 혜화동)
    베란다북스 (종로구 계동)
    고양이책방 슈뢰딩거 (종로구 숭인동)
    포스트 포에틱스 (용산구 한남동)
    얄라북스 (종로구 명륜3가)
    치읓 (용산구 용산동2가)
    고요서사 (용산구 용산동2가)
    프루스트의 서재 (성동구 금호동2가)
    이너프 북스 (노원구 상계동)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은평구 녹번동)
    책방 사춘기 (광진구 군자동)
    책인감 (노원구 통일로 182길)


    ※ 이 기사는 필자가 ‘고려대언론인교우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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