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을 나섰던 맨 처음의 나
1분 후의 내가 1분 전의 나를 지우고
1분 후의 내가 1분 전의 나를 거푸 밀고 지나가는 문간의 착시
내 손에 들린 우산 하나가
1분 전의 나와 후의 나를 갈라놓는 장면
빗방울이 60, 120, 180초속의 비가 되지는 않더라도
우산을 초당 360도 펴게 되지는 않더라도
손에 달린 우산 자루만큼 양감이 더해진 나
여닫은 쿵쾅거림 60초와
오르내린 3층 계단의 신발 자국 60초와
함께한 손발의 노고 60초를
겹겹이 껴입은 나
60초의 문간과
60만 초의 우산과
억겁의 계단을 껴입고
수억겁의 손발을 휘휘거리며
지금도 멀리 가고 있는 중인
이선영
● 1964년 서울 출생
● 이화여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1990년 월간 ‘현대시학’ 등단
● 시집 ‘오, 가엾은 비눗갑들’ ‘글자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평범에 바치다’
‘일찍 늙으매 꽃꿈’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 ‘하우부리 쇠똥구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