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시마당

60초의 전생

  • | 시인 이선영

    입력2018-11-1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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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닫은 문을 도로 열고 우산을 가지러 들어가기 전
    문 밖을 나섰던 맨 처음의 나

    1분 후의 내가 1분 전의 나를 지우고
    1분 후의 내가 1분 전의 나를 거푸 밀고 지나가는 문간의 착시

    내 손에 들린 우산 하나가
    1분 전의 나와 후의 나를 갈라놓는 장면

    빗방울이 60, 120, 180초속의 비가 되지는 않더라도
    우산을 초당 360도 펴게 되지는 않더라도
    손에 달린 우산 자루만큼 양감이 더해진 나

    여닫은 쿵쾅거림 60초와
    오르내린 3층 계단의 신발 자국 60초와
    함께한 손발의 노고 60초를
    겹겹이 껴입은 나



    60초의 문간과
    60만 초의 우산과
    억겁의 계단을 껴입고
    수억겁의 손발을 휘휘거리며
    지금도 멀리 가고 있는 중인

    이선영
    ● 1964년 서울 출생
    ● 이화여대 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1990년 월간 ‘현대시학’ 등단
    ● 시집 ‘오, 가엾은 비눗갑들’ ‘글자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평범에 바치다’ 

    ‘일찍 늙으매 꽃꿈’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 ‘하우부리 쇠똥구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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