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호

5억 이하 매수 가능!

살기 좋은 서울 아파트 15

  •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8-10-16 14: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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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수요자 아파트 선택 기준은 달라야 한다

    • 투기꾼이 피해간 ‘숨은 보석’들

    • 교통 편하고 전세가율 높은 아파트 모인 정릉

    • 중랑구, 노원구, 관악구도 주목해야

    항공촬영한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 아파트 전경. [청와대 사진기자단]

    항공촬영한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 아파트 전경. [청와대 사진기자단]

    세금 부담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강화한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이 됐다.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거래 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투자자들이 바짝 엎드렸다. 그래도 투자 수익보다 거주 여건을 중시하는 실수요자에게 서울 아파트는 ‘그림의 떡’이다. 

    지난 1년간 서울 집값은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 10월 초 발표된 KB국민은행 9월 주택가격 동향 통계(KB통계)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2975만 원이다. 중위가격은 매매가격 순(順)으로 아파트를 줄 세웠을 때 중간 값을 가리키는 말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8억 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달 강남 11개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사상 최초로 10억 원을 넘어 10억5296만 원을 기록했다. 강북 14개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평균 5억6767만 원으로 강남 11개 구의 절반 수준이지만, 전월(5억3376만 원) 대비 상승폭은 6.33%로 강남 11개 구 상승폭(6.53%) 못지않았다.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사는 직장인 전승원(가명) 씨는 “6년간 같은 아파트에서 전세 계약을 갱신하며 살아왔는데 최근 1년여 사이에 집값이 30% 가까이 올랐다. 상대적 박탈감에 ‘이제라도 집을 사야겠다’ 결심했다가 ‘상투를 잡는 게 아닐까’ 두려워 망설이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실수요자 키워드는 전세가율

    실제로 2000년대 초반 급등해 2006~2007년 최고점을 기록한 서울 강남 부동산 값은 2008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폭락했다. 2008년 7월 국민일보는 ‘올 초 11억∼12억 원이던 은마아파트 102㎡ 가격이 최근 9억∼10억원까지 빠졌다’고 보도했다. 그해 10월에는 한 경제지가 ‘은마아파트 102㎡는 이미 8억 원이 붕괴된 급매물이 등장했고, 112㎡ 역시 9억 원선을 유지하는 게 힘겹다’고 전했다. 은마아파트 가격이 과거 최고점을 넘어선 건 2016년 이후의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매수하되 ‘가격 폭락’ 걱정으로 마음고생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전세가율 높은 집을 고르는 게 한 방법일 수 있다고 권한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보증금의 비율을 뜻하는 말로, 4억 원짜리 아파트 전세가가 2억 원이면 전세가율은 50%가 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세는 본질적으로 임차인이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빌려주는 대부 성격을 띤다. 따라서 전세가율이 높은 건 임차인이 거주 주택의 담보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달리 말하면 실거주자가 만족하는 아파트일수록 전세가율이 높다는 얘기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도 “일반적으로 도심이나 역세권 등 주거환경이 잘 갖춰진 곳 아파트가 전세가율이 높다. 높은 전세가율은 주거환경에 대한 프리미엄”이라고 밝혔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이 “거주 목적인 실수요자라면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를 찾아볼 만하다”고 조언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단 주의할 부분도 있다. 김재수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zip4 대표는 저서 ‘10년 동안 적금밖에 모르던 39세 김 과장은 어떻게 1년 만에 부동산 천재가 됐을까?’에서 “지방에는 전세가율이 줄곧 80%를 넘는 아파트도 있다. 평균치가 그렇다면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아파트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전세로 거주하고 떠나가는 아파트”를 살 경우 높은 투자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아파트별로 과거 평균 전세가율과 현재 전세가율을 비교해 현재 전세가율이 과거 평균보다 현저히 높아졌을 때를 매수 시기로 삼아야 한다”고 소개했다.

    매매-전세 격차 큰 고가 아파트는 제외해야

    현재 시장에서 또 하나 주의할 것은 최근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의 경우 전세가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KB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11개구 평균 전세가율은 58.2%로 60%에 채 못 미친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61.7%)보다 낮은 수준이다. 서울 집값 급등을 견인한 지역으로 평가받는 강남구 전세가율은 48.9%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이 서울시 각 구 전세가율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이 비교적 안정돼 있는 상황에서 매매가만 치솟으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강남구 아파트에 대한 임차인의 주거 만족도가 낮다기보다는, 일부 고가 주택의 매매가가 실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이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은 대중교통망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고 자치구별 교육, 의료, 치안 인프라 격차도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가보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서 매매가가 형성되는 아파트는 상당 부분 투기 수요의 영향을 받는 곳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볼 경우 이처럼 매매가가 높은 아파트도 고려 대상에 넣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크게 떨어질 걱정 없는 ‘실거주용 아파트’를 찾는 데 관심 있는 수요자라면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가 3억 원 이상 되는 아파트는 피하는 게 좋다. 이를 제외하고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를 물색한 뒤 준공연도, 교통편 등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에 맞는 집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KB통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아파트 ㎡당 평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치구는 금천구(512.7만 원), 도봉구(527.6만 원), 중랑구(535.4만 원), 강북구(553.1만 원) 등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금천구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평균가는 4억3000만 원대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8억2975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 행정구역도를 놓고 보면 합리적인 가격대 아파트는 서울 북동쪽과 남서쪽에 다수 모여 있다. 

    이 가운데 투기세력의 관심을 피해 상대적으로 매매가가 저렴하지만 거주여건은 뛰어난 아파트를 골라봤다. △매매가 5억 원 이하, △전용면적 84㎡ 안팎,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전철역 존재 등 3가지를 기본 조건으로 삼았다. 아파트 실거래가와 전세가율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 사이트 ‘호갱노노’에서 확인했다.

    우이신설경전철로 교통 편리해진 정릉

    서울 중랑천을 따라 늘어선,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

    서울 중랑천을 따라 늘어선,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

    조사 결과, 조건에 부합하는 아파트가 특히 많은 지역은 서울 성북구였다. 2005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성북구 정릉동 정릉중앙하이츠빌 2단지는 745세대 아파트다. 전용면적 84㎡의 9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는 4억5000만 원, 10월 현재 전세가율은 80%다.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정릉중앙하이츠빌 2단지의 경우 우이신설경전철 정릉역이 후문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내부순환도로가 가까워 차량 이용도 편리하다. 북악산과 북한산, 정릉천 등이 근처에 있어 환경적으로도 장점이 많다”고 밝혔다.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학군이 다소 좋지 않다는 평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보면 주거 여건이 매우 우수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9월 성북구 평균 전세가율은 71.9%로, 80%는 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역시 우이신설경전철 정릉역과 가까운 성북구 정릉동 정릉우성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전세가율이 79% 수준이다. 1995년 1월 입주한 823세대 아파트로, 최근 3개월 매매 실거래가 평균이 4억4250만 원이다. 매매가와 전세가 간 격차는 9250만 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랑구에선 면목동 늘푸른동아아파트 84㎡ 전세가율이 82%로 가장 높다. 이 아파트의 최근 2개월 매매 실거래가 평균은 4억7500만 원,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는 8500만 원이다. 2002년 11월 입주한 573세대 아파트로 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이 10분 거리다. 중랑구 신내동 새한아파트 84㎡도 전세가율이 78%에 달한다. 9월 12층이 실거래가 3억8500만 원에 매매됐다. 1998년 입주한 532세대 아파트로 경춘선 신내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신내동 두산화성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전세가율이 77%다.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는 1억1400만 원으로 나타났다. 1995년 입주한 763세대 아파트로 6호선 봉화산역이 가깝다. 두산화성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서울의료원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신내어울공원, 능산공원 등 휴식 공간이 가까워 산책하기도 좋다.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이라 소음이 적고 번잡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청암3단지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전세가율이 80%다. 4호선 상계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불암산과 인접해 조용하고 쾌적하다는 평을 듣는 아파트다. 2003년 입주했으며 180세대로 최근 2개월 매매 실거래가 평균은 4억1250만 원이다. 

    역시 중계동에 있는 염광아름빌도 전세가율 80% 아파트다. 4호선 상계역과 가까운 791세대 단지로 동부간선도로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차량 이용이 편리하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편의시설과 대형 병원도 인근에 있어 주거여건이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1996년 입주가 시작됐으며 84㎡형 최근 2개월 매매 실거래가 평균은 4억6400만 원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오래된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염광아름빌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와 가까워 교육 여건도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역세권 포기하면 선택지 더 넓어져

    북한산, 수락산, 도봉산 등 숲세권에 자리한 상계동 인근 아파트 단지.

    북한산, 수락산, 도봉산 등 숲세권에 자리한 상계동 인근 아파트 단지.

    서울 구로구 오류동 동부골든아파트 84㎡의 최근 2개월 매매 실거래가 평균은 3억6450만 원이며, 전세가율은 80%다.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는 7450만 원이다. 1998년 입주를 시작한 1236세대 아파트로 1호선 오류동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봉산 자락에 있는 ‘숲세권’ 아파트로, 구로구가 조성한 ‘구로올레길’이 단지와 바로 이어지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서울 구로구 항동 서울수목원현대홈타운스위트 84㎡ 전세가율은 75%다. 2004년 준공된 245세대 아파트로 역곡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2층이 10월 초 4억 원에 거래됐다. 아파트 바로 앞에 서울 시립 푸른수목원과 항동저수지가 있어 주거 여건이 쾌적하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 살기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다. 

    구 평균 전세가율이 69.6%인 강북구에서는 수유동 수유벽산아파트 2차가 눈에 띈다. 1994년 입주한 146세대 아파트로 84㎡형 전세가율이 81%다. 최근 매매 실거래가 평균은 3억7000만 원으로,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7000만 원 비싸다. 우이신설경전철 가오리역이 도보 5분 거리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우이시장, 수유중앙시장 등이 가깝고, 4호선 수유역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라고 밝혔다. 

    앞 조건에서 ‘역세권’을 포기하면 선택 폭이 좀 더 넓어진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국제산장아파트는 84㎡형 2개월 매매 실거래가 평균이 3억4463만 원이다. 전세가율은 77%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7796만 원 차이 난다. 1993년 입주한 630세대 아파트로 베란다에서 관악산을 조망할 수 있다. 단지 앞으로 관악산 둘레길이 연결되며, 버스편을 이용하면 2호선 신림역, 서울대입구역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관악벽산타운 3단지 84㎡는 전세가율이 81%다. 최근 한 달 매매 실거래가 평균이 3억1000만 원으로, 전세가와의 격차는 6000만 원이다. 1998년 입주한 270세대 아파트로, 단지 앞에 금천구청역 등으로 가는 마을버스가 선다. 역시 시흥동에 있는 관악우방아파트 84㎡는 최근 2개월 매매 실거래가 평균이 4억2750만 원이다. 전세가율은 77%로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9750만 원 비싸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관악산 근처라 공기가 좋고, 단지 앞 버스 정류장이 차고지라 어디든 앉아갈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가까운 전철역은 1호선 석수역, 금천구청역 등이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현대1차아파트는 1990년 입주한 783세대 아파트다. 84㎡형 최근 두 달 실거래가 평균은 3억2500만 원, 전세가율은 85%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5000만 원 싸다. 북한산이 가까워 공기가 맑고 조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도봉구 방학동 방학청구아파트 84㎡는 최근 1개월 매매 실거래가 평균이 3억8067만 원이고, 전세가율은 80%다. 1991년 입주한 978세대 아파트다. 1호선 방학역·창동역, 4호선 쌍문역 등과 가깝다. 도보로 이용하긴 어렵지만 단지 앞에 바로 버스가 있다. 

    아파트 검색엔진 파인드아파트는 최근 서울시내 세대수 500가구 이상,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세가율 70% 이상 단지가 149곳이라고 밝혔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서울에서 ‘보석 같은’ 내 집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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