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호

20대 리포트

‘이름표인지 꼬리표인지’ 대학 이름 적힌 교생 명찰 논란

불쾌한 교생실습 기억

  • 신소민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somin7797@naver.com

    입력2019-09-06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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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에서 온 교생”으로 불려

    • 은연중 학벌 차별 느껴

    출신학교가 적혀 있는 교생 명찰들.

    출신학교가 적혀 있는 교생 명찰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김모(24) 씨는 요즘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교육실습을 했다. 매일 왼쪽 가슴에 잘 보이게 착용하는 교육실습생(이하 교생) 명찰에는 대학 이름, 대학 로고, 교생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는 주변 교생들이 명찰에 명시된 출신 대학으로 인해 본인 이름보다 학교명으로 기억되는 경우를 종종 봤다. 해당 중학교의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도 교생을 이름 대신 “○○대 선생님”이나 “○○대에서 온 교생”으로 부르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한다.

    “영어작문과 영어독해 배정할 때”

    명찰로 인해 재학 중인 학교가 노출되면서, 일부 교생은 능력이 아닌 학벌로 차별을 느끼기도 했다. 

    “영어 과목에 온 교생들이 각각 다른 대학 출신이었다. 중학생들이 명찰로 인해 교생들이 어느 대학 소속인지 알게 됐고 특정 대학 출신 교생에게 배우고 싶어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좋은 대학’에서 온 교생에게는 영어작문이 배정됐고 그렇지 않은 교생들에겐 영어독해가 배정됐다.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에서 영어작문이 영어독해보다 어렵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과목 배정에 실력을 측정하는 수단은 없었다.” (김씨) 

    교생 명찰에 출신 대학을 기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 결과, 명찰은 대부분 대학 측이 교생실습을 나가기 전 일괄적으로 제작해 배부했다. 성균관대 사범대 교생실습 관계자는 “교생 명찰에 학교를 명시하는 것은 관행”이라며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교육대 교생실습 관계자도 “관행적 조치”라고 했다. 



    명찰로 인해 일부 교생들이 불편함이나 불쾌함을 느끼더라도 명찰 패용이 대학 측의 자율적 매뉴얼이라 시정이 어렵다. 교육부의 교원자격검정령에 따르면, 교생실습 기간 명찰을 패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따로 없다. 적지 않은 교생들은 대학 이름을 명시한 명찰 패용에 거부감을 보였다. 이모(23·성균관대 교생) 씨는 “서열화와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 중고교생들은 대학 서열화를 잘 인지하고 있고 관심도 많기 때문에 명찰에 명시된 대학명을 보고 교생을 판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라고 했다.

    “내 명찰에만 학교 이름 빠져도 불편”

    문제는 이런 우려가 몇몇 교생이 대학 이름을 기재하지 않은 명찰을 사용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최모(23· 진주교육대 교생) 씨는 “교육대 특성상 명찰에 대학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다. 어떤 학교에 교생으로 나갔을 때 내 명찰엔 대학 이름이 없고 다른 대학에서 온 교생들의 명찰엔 대학 이름이 있으면 불편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생조차 서열화하는 현상이 씁쓸하다”라고 덧붙였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최근 초·중·고교 교생들이 출신 대학·학과 이름이 적힌 명찰을 패용하는 실태를 시정하도록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권고하라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시민모임의 박고형준 상임활동가는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교생 명찰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라고 했다. 전국 거의 모든 대학이 교생 명찰 대학 표기를 일시에 중단하지 않는 한,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이 관행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 이 기사는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언론실무교육’ 수업 수강생이 신성호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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