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9단이 3일 한국 여자 바둑 기사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세계기전에서 4강에 진출했다. [동아DB]
최정(26) 9단이 4일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4강 대국에 들어가기에 앞서 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밝힌 소감이다. 최 9단은 3일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열린 8강 대국에서 2019년 LG배 우승자 양딩신 9단을 201수 만에 불계승으로 꺾었다. 한국 여자기사가 메이저 세계기전 4강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9단은 1992년 루이나이웨이 9단이 응씨배 준결승에 진출한 이후 30년 만에 메이저 세계대회 4강에 오른 여자기사라는 기록도 세웠다. 준결승 상대는 이형진 6단을 꺾은 변상일 9단. 변 9단과 대결에서 5패를 기록 중인 최 9단은 “이번에는 경기를 잘 치러 결승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9단은 2013년 12월 한국 여자바둑 랭킹 1위에 오른 뒤 108개월째 정상을 지키고 있는 명실 공히 ‘바둑 퀸’이다. 충암중에 다니던 2010년 14세에 프로바둑 기사 생활을 시작했다. 입단 2년이 채 되기도 전인 2012년 1월, 제13기 STX배 여류명인전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2018년엔 2단 승단 6년 만에 9단으로 승단하며 여자기사 가운데 최연소로 입신(入神·9단의 별칭) 대열에 합류했다.
최 9단은 여자기사가 남자기사에게 실력에서 밀린다는 통념을 깬 인물이기도 하다. 비공식 인터넷 대국에서 중국의 커제 9단을 상대로 승리한 바 있으며 3월 초 열린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박정환 9단을 꺾어 화제를 모았다.
이전까지 메이저 세계기전에서는 16강 진출이 최고기록이었다. 2016년 21회 LG배와 2019년 24회 LG배에서 각각 판윈뤄 8단, 스웨 9단을 제압하고 16강에 오른 바 있다. 이번 대회 16강전에서는 일본 최고 타이틀인 기성 보유자 이치리키 료 9단을 제치고 처음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최 9단은 “4강전을 치른 후 곧바로 다음 경기가 이어진다”며 “마지막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대회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5일 열리는 또 다른 4강전에서는 신진서 9단과 김명훈 9단이 만난다. 이번 대회 4강에 모두 한국 선수가 올라 한국의 삼성화재배 2연패가 확정됐다. 우승 상금은 3억 원, 준우승은 1억 원이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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