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호

美 법원, 384억 금융사기 피의자 김경준씨 한국송환 판결

이명박 시장측, “대선 때 김대업식 허위폭로 재연 우려”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6-03-13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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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법원이 한 사기사건 피의자에게 ‘한국 송환’을 판결한 사실은 국내 언론엔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요즘 정치권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슈로 부상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피해액이 384억원대에 이르는데다 파렴치한 불법혐의를 받고 있는 이 피의자가 “이명박 서울시장도 관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美 법원, 384억 금융사기 피의자 김경준씨 한국송환 판결
    지난해 10월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은 한국 검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김경준씨에 대해 ‘한국 강제송환’ 판결을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옵셔널벤처스’의 회사자금 384억원을 횡령해 2001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유관 회사인 ‘BBK’를 통한 불법 혐의도 포착됐다.

    옵셔널벤처스는 당시 코스닥 상장사로, 이 회사의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자 검찰에 김씨를 고소해 수사가 이뤄졌다. 김씨는 여권 7매 위조, 법인설립허가서 19매 위조, 펀드운영 허위보고, 주식 가장매매, 허수매수, 허위사실 유포 등 공문서 위조 및 증권거래법 위반을 ‘밥 먹듯’ 하며 관계 당국과 투자자들을 속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당국의 김씨 재산압류 현황에 따르면 이런 사기 행각 이후 그는 300억원(3000만달러)대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김씨 혐의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평이 나온다.

    2004년 5월27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한국 검찰의 신병 인도 요청을 받아들여 김씨를 체포해 구금했다. 체포된 후 김씨는 “한국 송환은 부당하다”며 LA연방법원에 재판을 청구했으나 이번에 패소한 것이다.

    김경준, “BBK는 이명박 시장 회사”



    김씨가 연방대법원에 항소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이번 판결이 그의 한국행을 최종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검찰이 미국 당국에 제출한 ‘범죄인 인도요청서’의 물증이 명백해 송환 절차가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 이전에 그가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은 이 판결에 의해 상당히 높아진 셈이다.

    그런데 김씨의 변호인측은 미국 법정에서 “한국 검찰이 대권(大權) 후보인 이명박 서울시장을 겨냥한 표적수사를 해 김씨가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씨측은 “(사건의 핵심 회사인) BBK는 이명박 시장의 회사”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측은 이 사건에 이명박 시장을 걸고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김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면 즉시 검찰 조사가 이뤄진다. 그의 ‘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선 정국의 한 쟁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권, ‘이명박-김경준 엮을 자료’ 요구

    여권은 김경준 사건과 이 시장의 관련 여부에 대해 이미 조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과 이 시장 관련설은 2002년 4월 한 언론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이 시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새천년민주당 김민석 후보와 격돌하기 직전이었다. 현 여권의 전신 격인 새천년민주당측으로선 호재였다. 여권은 서울시장선거에서 활용할 목적으로 이때부터 이 시장 관련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는 김경준씨가 해외로 종적을 감춘 시점이어서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지금은 당사자인 김씨의 신병이 확보되어 한국 송환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김씨 스스로 “이명박 시장도 관련됐다”고 떠벌리는 상황이 됐으므로 여권 내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美 법원, 384억 금융사기 피의자 김경준씨 한국송환 판결

    김경준씨.(미국 교포신문 '선데이저널' 제공)

    여권은 관계 당국을 상대로 김경준 사건에 이 시장이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증거자료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김경준 사건에 이명박 시장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는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청이 여러 차례 있었고, 이 시장 관련 여부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묻는 질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시장측도 김경준 송환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시장측은 김경준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의 한 핵심 측근은 “이 시장은 김씨에게 돈을 떼인 피해자일 뿐인데도 여권은 김경준 사기사건과 이 시장의 관련 여부를 낱낱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대선에서도 ‘허위 폭로’가 재연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우리가 김경준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 시장측이 ‘대선 허위폭로’ 우려를 표명한 것도 처음이다.

    2002년 대선 때 ‘최규선, 2억5000만원 이회창 후보측에 제공’ 폭로(설훈 당시 새천년민주당 의원), ‘기양건설, 한인옥 여사에게 20억원 제공’ 폭로(새천년민주당), ‘이회창 후보 두 아들, 금품 로비로 병역면제’ 폭로(김대업씨) 등 3대 거짓말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낙선에 큰 영향을 끼친 사실을 떠올리는 것이다.

    “사기 피의자인 김경준씨가 이명박 시장을 거론하는 현재의 상황은, ‘김대업 병풍(兵風) 사건’과 유사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게 이 시장측 견해다. 사기 전과자 김대업씨의 입을 빌린 허위 사실 폭로와 조작된 증거물들은 이를 근거로 한 검찰수사와 절묘하게 결합되어 야당 대선 주자에게 결과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입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결국 김경준 사건에 이명박 시장이 연관되어 있음을 입증하는 객관적 증거의 존재 여부가 향후 사태의 추이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준씨는 현재 옵셔널벤처스 및 BBK사를 통해서만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므로 이 시장이 이 두 회사에 관여했는지가 사안의 핵심이 된다.

    BBK · 옵셔널벤처스가 핵심

    이 시장과 김씨의 인연을 설명하려면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5년 10월1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재미교포 에리카 김이 쓴 ‘나는 언제나 한국인’이라는 자서전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당시 20대 여성이던 에리카 김은 그때만 해도 한국사회에선 생소했던 미국변호사로 활동 중인 재원이어서 상당수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했고 여러 언론에도 소개됐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이명박 시장도 이 행사에 참석해 케이크를 함께 잘랐다. 이에 대해 이 시장 측근은 “이 시장은 미국 방문 길에 교포들로부터 에리카 김을 ‘성공한 변호사’로 소개받아 행사장에서 한두 번 만난 적이 있고, 그런 인연으로 동료 의원들과 함께 에리카 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1999년 4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가 설립됐다. 그 한국지사인 ‘BBK Capital partners Ltd.’의 사무실이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삼성생명 빌딩 17층에 있었다. 대표이사는 에리카 김의 동생인 김경준씨였고 담당자 연락처는 에리카 김 변호사 사무실로 돼 있었다. 이 회사는 그해 11월 한국 금융감독원에 투자자문업 등록을 했다.

    1년 뒤인 2000년 2월, 이명박 시장과 김경준씨가 동업으로 ‘LK이뱅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시장과 김씨는 LK이뱅크의 공동대표였으며 두 사람은 각각 30억원씩 이 회사에 투자했다. 당시 이 시장은 국회의원직을 그만둔 상태였다. 굳이 에리카 김의 동생과 동업하게 된 경위에 대해 이 시장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에리카 김을 몇 차례 만나다 보니, 그의 동생인 김경준씨가 미국 명문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이수한 뒤 미국 유수 금융기관에서 일한 경력이 있음을 전해 듣게 됐다. 금융업에 처음 뛰어든 이 시장으로선, 김경준씨가 아는 사람의 동생이어서 신분이 확실한데다 관련 분야 경력이 출중하고 능력도 있어 보여 함께 사업을 하게 됐다.”

    이후 두 가지 일이 벌어졌다. 먼저 이 시장의 형과 처남이 최대주주로 있는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다스’가 2000년 3월부터 12월까지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생명과 심텍도 BBK에 각각 100억원, 5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이 시장은 2001년 2월 증권중개회사인 ‘EBK증권중개’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00억5000만원이었으며 이 시장과 김백준씨가 공동대표였고, 김경준씨는 이사로 돼 있었다.

    그런데 그 직후인 2001년 3월 뜻밖의 사건이 터졌다. 금융감독원이 3월2일부터 3월13일까지 조사한 결과 김경준씨가 LK이뱅크에 투자한 30억원은 BBK 회사자금으로,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씨는 역외펀드 운영보고서와 정산지시서를 위·변조했다. BBK는 100억원을 투자한 삼성생명에 위변조된 펀드운영보고서를 전달했으며, 삼성생명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삼성생명의 서명을 날인해 정산지시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위반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2001년 4월28일자로 BBK의 투자자문업 등록취소라는 중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BBK 비리가 포착된 직후인 2001년 4월8일 이명박 시장은 EBK증권중개 예비허가를 자진철회했다.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LK이뱅크 대표이사직도 사임했다. 김경준씨도 LK이뱅크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측은 “김씨를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판단해 김씨와의 동업관계를 모두 청산한 것이다. 김씨가 서류까지 위조해가며 투자자를 속인 것은 이 시장에게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김경준씨는 BBK 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이 시장측은 LK이뱅크에 들어간 자신의 자금 30억원 및 김경준씨가 LK이뱅크 계좌를 자금세탁에 이용하면서 발생한 피해액 65억원 등 1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미국에서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으로 BBK는 금감원 조사 착수 직후인 2001년 3월5일 광주의 뉴비전벤처캐피탈(구 광은창투)을 인수했다. 김씨는 4월27일 뉴비전벤처캐피탈을 옵셔널벤처스로 변경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에리카 김은 옵셔널벤처스의 사외이사로 등재됐다. “뉴비전벤처캐피탈이 외국인 기업(BBK)에 인수합병되어 옵셔널벤처스라는 새로운 회사로 출범하게 됐다”는 사실은 화제를 불러일으켜 옵셔널벤처스의 주가가 급등했다.

    금감원, “BBK와 이 시장은 무관”

    김씨는 주식매각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한편, 8개 외국 기업에 190억원을 투자한 것처럼 자금을 빼돌린 뒤 위조여권을 이용해 2001년 12월20일 해외로 도피했다. 옵셔널벤처스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당하자 검찰에 김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김경준씨가 해외로 빼돌린 자금이 38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김씨 검거에 나섰다.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다스는 140여 억원의 피해를 당했다며 미국에서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생명, 심텍 등 다른 BBK 투자자는 투자금을 돌려받았다.

    이상은 김경준씨 사기사건 및 김씨와 이명박 시장간 동업 과정을 ‘사실’을 기초로 해 시간대 순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와 관련, 김경준씨측은 “김경준 사건에 이 시장도 개입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경준 사기사건은 옵셔널벤처스를 통해 이뤄졌는데, 옵셔널벤처스를 설립한 곳이 BBK이다. 따라서 이 의혹은 ‘BBK와 이 시장 간 연루의혹’, ‘옵셔널벤처스와 이 시장 간 연루의혹’ 두 가지로 나눠진다.

    즉, 이 시장이 BBK를 설립한 당사자이거나 BBK에 투자한 식으로 BBK와 연루돼 있다면 BBK가 설립한 옵셔널벤처스의 사기 사건에도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 혹은 이 시장이 BBK와는 무관하지만 옵셔널벤처스의 사기사건에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다.

    김경준씨측의 의혹 제기에 정치권 일각도 동조하고 있다. 지난 4년여에 걸쳐 일부 언론은 김씨측과 국내 일각의 이런 주장을 단편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이들이 의혹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다음 9가지다.

    1. 당사자인 김경준씨가 “BBK는 이명박 시장의 회사”라고 밝히고 있다.

    2. 이 시장 형이 대표이사인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3. 이 시장이 설립한 회사 EBK증권중개와 BBK가 한때 같은 건물, 같은 층을 사용했다.

    4. 이 시장이 한 잡지(2001년 3월) 인터뷰에서 “지난해 초에 벌써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해 펀드를 묻고 있는 상태입니다”라고 했다.

    5. 이명박 시장이 한 신문(2000년 10월16일자) 인터뷰에서 “올초 이미 LK이뱅크와 자산관리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했다.

    6. 금감원이 BBK 비리와 관련, 김씨와 이 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모 TV 보도).

    7. BBK에 투자한 심텍이 “BBK에 이 시장이 관여했다”며 이 시장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BBK 및 옵셔널벤처스와 이 시장 간 연루의혹이 확산됐다(모 TV 보도).

    8. 검찰은 심텍의 고소, 금감원 고발에 따라 BBK 및 옵셔널벤처스와 이명박 시장의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모 TV 등 보도).

    9. 이명박 시장이 대표이사이던 EBK증권중개가 있던 층에 옵셔널벤처스가 입주했다. EBK증권중개 이사인 김경준씨가 옵셔널벤처스 대표이사가 됐다.

    위와 같은 9가지 의혹에 대해 당국 및 당사자들을 상대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시장이 BBK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취지의 1~5의 의혹과 관련, 금융감독원은 이를 부인했다.

    금감원은 “BBK는 김경준씨가 관련된 회사다. 이명박 시장이 BBK에 투자했거나 지분을 갖고 있는 등 BBK와 관련되어 있다고 볼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서류 위조 등 BBK를 활용한 김경준씨의 불법행위도 이 시장과는 무관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여권에 수차례 전달했고 공식기록으로 남겨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혹 6과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BBK 비리를 검찰에 고발해 김경준씨와 이명박 시장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금감원은 BBK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의혹 7과 관련해 심텍측은 “BBK와 이명박 시장이 관련되어 있는지는 우리로선 알 수 없다. 이 시장에 대한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우리를 취재하러 온 TV 제작진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줬으나 이 부분은 빼고 보도하더라”라고 해명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시장은 무혐의”

    의혹 8~9의 경우, 8의 의혹을 전한 언론사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는 “이명박 시장은 BBK와 무관하다. 검찰도 BBK 관련 의혹에 대해 이명박씨를 무혐의 처분했다”는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결정했다.

    언론중재위가 2002년 5월 확정한 정정보도문은 “검찰이 심텍사의 고소 사건(BBK에 이명박씨가 연루됐다는 혐의)을 수사한 결과, 고소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없어 피의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02년 1월29일자로 이명박 시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고소사건(BBK에 이 시장이 연루됐다는 혐의)과 이명박 시장은 무관함이 밝혀졌습니다”로 돼 있다. 해당 언론사는 이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였던 옵셔널벤처스의 지분보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옵셔널벤처스에 이 시장이 투자했거나 지분을 보유했다는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옵셔널벤처스와 이명박 시장이 관련됐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 금감원은 하루가 지나 “옵셔널벤처스 임원·주주 명단에 이 시장은 없다. 이 시장 관련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9가지 의혹이 제시된 이후에 진행된 상황을 추적 취재한 결과 몇몇 의혹은 사실과 달랐으며, 이 시장이 BBK나 옵셔널벤처스에 관여했다든가 이 시장이 김경준 사건에 연관돼 있다고 볼 객관적 증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 시장 회사와 문제의 회사인 BBK가 같은 빌딩 같은 층을 사용했고, 이 시장 형이 BBK에 19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 시장이 2002년 당시 본인이 BBK를 설립했다고 인터뷰한 ‘정황상’ 이 시장과 김경준 사건 사이엔 뭔가가 있는 것 같다”며 의심을 떨치지 않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씨 등이 BBK나 옵셔널벤처스에 대한 ‘중요한 증언’이나 ‘새로운 팩트’를 내놓는다면 이 시장 관련 의혹이 커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 측근은 “자료를 통해 이 시장은 김경준 사건과 무관함이 이미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 파렴치한 사기사건에 이 시장을 끌어들이려 한다면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 측근은 ‘9가지의 정황적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1. 김경준씨가 “BBK는 이명박 시장의 회사”라고 허위주장을 펴는 것은 검찰의 사법처리 및 수백억원대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면해보려는 목적이다. 거물급을 끌어들여 ‘단순사기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어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김씨는 관계 당국과 투자자에게 서류조작과 거짓말을 일삼은 사람이다. BBK가 김경준씨 회사임은 자료와 정황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2.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것은 이 시장 동업자인 김경준씨가 먼저 제의해 응한 것이었다. 당시엔 이 시장이 김씨를 매우 신뢰하던 때였다. BBK는 이 시장 형의 회사인 다스에 거짓말을 하여 14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이는 BBK가 이 시장 회사가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3~9. 회사의 위치, 직원의 문제를 갖고 의혹을 제기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당시 LK이뱅크에서 이 시장과 김경준씨는 동업관계였다.

    이 시장이 신문 및 잡지 인터뷰에서 “BBK를 창업했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이 시장 발언의 의미가 혼용됐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2000년 10월16일) ‘동아일보’ 인터뷰 기사에서 이 시장은 “김경준 사장이 지난해 BBK를 설립한 이후…”라고 말해 당시에도 BBK 설립자가 김경준씨임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옵셔널벤처스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실제로 김씨가 옵셔널벤처스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시점은 이 시장이 김씨와 모든 관계를 절연한(2001년 4월)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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