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소신발언

“교사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인사에 교원평가 반영한다”

  • 구가인│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9-04-08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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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교육개혁 늦춰진 것 아니다”
    • 기초학력 미달자 밀집학교 5000만~1억원 지원
    • 자사고까지 입학사정관제 권장
    • 교육 뉴딜로 ‘배려의 교육’ 확대할 것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소신발언

    安秉萬 <BR>● 1941년 충북 괴산 출생 <BR>● 경기고, 서울대 법대 및 동 대학원, 美 플로리다대 정치학 박사<BR>● 한국외국어대 총장 <BR>● 한국행정학회 회장<BR>●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 <BR>●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BR>● 現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교육은 늘 ‘골칫거리’였다. 문교부와 교육부, 교육인적자원부로 부처 이름이 바뀌면서 교육정책도 숱하게 바뀌었지만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 새로운 ‘개혁안’을 들고 나왔다. 개혁 목표가 ‘센 것’일수록 잡음도 크다. 3불 정책(기여입학제, 본고사, 고교등급제 금지)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아륀지’ 영어몰입교육, 학원 24시간 영업 허용, 0교시 부활과 우열반, 역사교과서 수정, 국제중, 교원평가제, 일제고사(학업성취도 평가) 논란 등 새로운 교육 관련 이슈가 더해져 세상을 들썩였다.

    현 교과부에 대한 평가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의욕과 열정은 넘치지만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모든 것을 독선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등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신동아’는 최근 발표된 교과부의 교육정책과 현안, 개혁추진 정도 등을 짚어보기 위해 안병만(68) 장관 인터뷰를 요청했다.

    한동안 역사교과서 문제, 학업성취도 평가 논란 등 주요 현안에 함구로 일관해왔던안 장관은 최근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외부 강연도 비교적 활발하다. 언론에서는 지난 연말 교과부의 대규모 실국장 인사 이후 교육개혁에 더욱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안병만 장관과의 인터뷰는 3월10일과 13일, 두 번의 만남과 서면을 통해 이뤄졌다. 안 장관은 목소리가 작진 않았지만 말투는 조심스러웠다. 직설적인 표현 대신 에두른 표현을 선호했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도 그에 앞서 반대되는 입장을 한마디씩 언급했다. 예컨대 “~와 같은 비판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혹은 “그분들도 잘하셨습니다만” 식으로 언급한 뒤 자신의 논리를 펴는 식이다. 종종 답변의 처음과 끝에 ‘허허’ 호탕한 웃음을 섞었고, 그 때문에 자칫 날이 설 수 있을 분위기가 누그러지곤 했다. ‘온화한 성품’ ‘원만한 인간관계’ ‘소통 중시하는 덕장(德將) 스타일’이라는 언론의 평가가 왜 나왔는지 짐작됐다.

    2008년 8월 김도연 장관 후임으로 들어온 안 장관은 한국외국어대에서 두 차례 총장을 지내며 임시이사 체제였던 학교에 공영재단을 도입해 정상화시켰고 용인외국어고와 사이버외대를 설립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1941년 뱀띠 동갑으로 같은 테니스 동호회 소속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이던 2006년 안 장관은 서울시 산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을 지냈다. 안 장관은 새 정부 출범 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실국장 인사 이후 자신감 얻어

    ▼ 기사를 검색해보니 지난 연말부터 인터뷰가 잦아졌던데요. 인사개혁 이후 자신감이 생긴 듯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한동안 침묵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취임하자마자 국정감사가 있었고 내부에서도 여러 대화를 통해서 정책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기자들을 접촉해 인터뷰할 기회도 없고 장관으로서 지식도 부족했기 때문에 그동안 공부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럼 이젠 자신감이 생긴 겁니까.

    “자신감은 원래 있었지요(웃음). 대학교수, 총장을 지냈기 때문에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과학기술 분야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할 분야라 가정교사(권동일 과학기술정책보좌관)를 두고 공부를 했습니다. 입각 뒤 과학기술과 교육 분야에 투입한 시간을 비교한다면 9대 1 정도가 될 겁니다. 물론 초중고교의 현안까지 마스터했다면 거짓말이죠. 특히 그 분야는 굉장히 복잡해요.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서 별도로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관이 침묵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 겁니다.”

    ▼ 관료사회와 학교는 사뭇 다르죠?

    “네, 관료사회의 핵심은 효율성이거든요. 효율성의 기초는 합리성인데 교과부 직원들이 일을 참 잘합니다만 더 좋은 정책을 만들려면 합리성을 뛰어넘는 직관이라든지 정책적 배려 같은 게 필요합니다. 그런 부분은 정책 결정자가 맡아서 사유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거기서 관료들의 지식, 합리성과 부딪칠 때가 있어요. 그것을 설득하고 넘어서는 게 제가 할 일입니다. 처음 교과부 직원들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 뒤 저도 많은 걸 배웠고, 공무원들과 토론하는 가운데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분들이 제 마음을 알게 되고 저도 그분들이 원하는 걸 알면서 접합점이 생겼습니다. 그 시기가 한 2~3개월 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적인 성장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은 제가 가만있다가 튀어나왔다고 여길 수 있겠죠.”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소신발언

    안 장관은 2006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을 맡으면서 이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MB 교육개혁 늦춰진 것 아니다’

    안 장관은 취임 이후 가장 어려웠던 일로 ‘역사교과서 수정 문제’를 꼽았다. 취임 초기 열린 국정감사에서 역사교과서 수정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역사교과서 판별기준으로 좌우의 스펙트럼을 떠나 국가 정통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교과서를 절대 비교사적으로 쓰지 못하도록 했으며 국사편찬위원회와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여 수정했지만 좌우 양쪽에서 얻어맞았습니다.”

    비단 역사교과서 수정 문제뿐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교육현안과 관련해 교과부는 ‘좌우의 스펙트럼을 떠나’ 양쪽에서 비판받는다. 수월성을 앞세운 정부 교육정책의 방향성에 반대하는 진영뿐 아니라 지지하는 쪽에서도 “말만 앞섰지 뚜렷한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지난 1년간 학교와 대학의 자율화, 고교 다양화, 교육정보공시제 등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뒀으며 현 정부가 세운 교육개혁의 윤곽은 잘 잡혀가고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 교육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처음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내놓은 것은 그 자체가 정책이 아니라 정책제안입니다. ‘폴리시 이니시에이션(policy initiation·정책 개시)을 한 거죠. 그 가운데 어떤 제안은 바로 정책이 될 수 있고, 어떤 제안은 수정되고, 어떤 제안은 잘 맞지 않아서 폐기됐습니다. 예컨대 인수위에서 나온 영어교육 얘기가 화제가 됐지요. 중요한 건 그 정책을 갖고 학생, 교사, 교장 등을 다시 만난 후의 일입니다. 영어교육은 어떤 식으로, 영어시험은 어떤 식으로 하는 게 바람직한지를 다시 점검하다 보니 인수위 안과 조금 달라진 겁니다. 하지만 영어교육정책이 후퇴했다는 건 오해입니다. 영어 교육과정 개선, 영어 교원 확보,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개발 등 영어공교육의 핵심정책은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영어교육과 관련, 교과부는 교사 영어 심화연수를 확대하고 올해 9월부터 영어회화 전문강사 5000여 명을 각급 학교에 배치할 계획이다. 2012년 시행을 목표로 개발 중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경우 향후 공신력 인정 정도와 의견수렴을 거친 후 수능시험 외국어능력시험 대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사교육비, 공교육 경쟁력이 해법

    ▼ 사교육비 문제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내놓은 공약이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인데요. 불황에도 사교육비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사교육비가 연 평균 12% 이상 증가했는데 사실 지난해는 4.3% 증가했습니다. 증가율이 주춤한 것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했다기보단 다른 여러 원인이 있겠죠. 경제가 나빠지니까 학원에 덜 보냈거나…. 하지만 한편으론 경제가 나빠지니까 해외 영어연수가 줄어든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4% 남짓한 건 희망적이지 않은가요?”

    ▼ 증가세가 줄어들었으니 오히려 희망이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총체적으론 늘어났지만 그 속도가 줄어든 것을 보면 기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런 때 좋은 정책을 쓰면 정말 사교육비를 반감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습니다. 사교육비 없애는 해법은 간단합니다. 공교육을 살려야 합니다. 사교육 대신 공교육에 의지한다면 사교육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교육을 살리는 구체적 해법이 있는지요.

    “공교육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평준화에 따른 획일성이라는 잣대가 문제였습니다. 예컨대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 중간 학생이 같은 반에서 공부하는데 보통 중간 학생이 기준이 됩니다. 그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 모두가 피해를 봅니다. 그런데 이것을 보상하는 체제가 미흡했어요. 잘하는 학생은 계속 잘하게 하고 못하는 학생은 끌어올리는 메커니즘이 필요한데 이게 없이 방치된 게 문제입니다.

    둘째 대학입시의 문제입니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어려서부터 그것에 맞춰 투자합니다. 재능은 크게 보지 않아요. 그러면서 엄청나게 사교육비가 올라갑니다. 그 원인은 바로 대학입시입니다. 점수 0.001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체제가 있는 한 시험 위주로 가르칠 수밖에 없습니다. 수능이나 내신 등 시험 점수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그럼으로써 공정성을 기하는 체제…. 이건 학생이 소수일 땐 괜찮지만 학생 수가 많아지면 문제가 됩니다. 모두 고교 졸업하고 대학에 가려 합니다. 그러니 경쟁이 엄청나죠. 선진국은 그걸 다 뛰어넘었는데 우린 아직도 그런 체제입니다. 그래서 입시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셋째 학교당국, 공급자의 책무성이 문제입니다. 교장, 교감, 교사들이 잘했다면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려갔을까요? 훌륭한 우리나라 교원들이 그 자질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느냐 이겁니다. 이분들은 학원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나요? 극단적으로 예를 든다면, 학생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와서 학교에서 자도 ‘아이고 너 수고했다’ 이렇게 머리 쓰다듬어주는 풍토는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사교육 기관 못지않게 학생을 잘 돌봐줬는지 교사들이 반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교사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노력해야 합니다.”

    교원평가 인사자료로 활용해야

    고교 다양화, 대입 자율화, 입학사정관제, 교원 평가제 등 이명박 정부에서 내놓은 대표적인 교육정책은 모두 그가 지적한 세 가지 문제(획일화, 대학입시, 공급자 책무성)의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들이다.

    ▼ 학교가 학원과 경쟁해야 한다는 말씀인데, 학교와 학원이 할 일은 다르지 않은가요.

    “물론입니다, 학교가 학원 식으로 가면 절대 안 됩니다. 학원의 목표가 지식의 효과적인 전달이라면, 학교는 인성교육 등 그보다 더 다양한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생이 만족할 만큼 지식을 전달하는 겁니다. 만일 그 기능이 학원 때문에 약화된다면 공교육의 핵심이 빠져나가는 거나 같습니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소신발언

    지난 2월27일 열린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동 선언 선포식’에서 교육기관장들과 손 맞잡은 안 장관.

    ▼ 장관께서 특히 교원평가제에 대한 의지가 강했는데 반대가 많았습니다.

    “교원평가제는 곧 법제화될 겁니다. 4월에 국회가 다시 개원하면 법제화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습니다. 다만 내용을 어떻게 할지는 공청회를 통해 결정될 겁니다. 반대가 있었지만 야당에서도 교원 평가의 중요성을 받아들였습니다. 여론조사를 해도 응답자의 80% 이상이 교원평가제를 찬성합니다. 아마 반대하는 분들도 그 내용이 무엇이냐가 문제지 실체에 대한 반대는 아닐 거라고 봅니다.”

    그의 말대로 교원평가제의 취지에 대해서는 야당에서도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단 평가 결과를 인사에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여야가 다른 입장이다. 안 장관은 이에 대해 “(인사 반영 여부는) 국회의 결정에 달렸지만 평가의 실효를 위해서는 인사자료로 활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원평가제와 함께 최근까지 논란이 된 것 중 하나가 ‘일제고사’라 불리는 학업성취도 평가다. 임실교육청의 성적조작 사건이 밝혀진 후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한편에서는 조급하게 전수 평가결과를 공개한 데는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지난 2월 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 장관은 평가 결과 공개와 이주호 차관의 복귀설의 관계를 묻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추궁에 “(이번 평가는) 이 차관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하느님께 맹세하고 하느님 앞에서 말씀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고초를 겪었지만 교과부는 앞으로도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수평가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안 장관은 “평가는 교육의 근본 원리”라는 말을 강조했다.

    ▼ 교육정책 전반적으로 시험이 늘어나는 등 지나치게 경쟁이 강조된 면이 있습니다.

    “국가 간에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게 경쟁입니다. 미국과 우리가 우방이라고 경쟁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도 경쟁 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합니다. 경쟁을 안 하면 경쟁력이 생기지 않아요. 달리기도 혼자 뛰면 기록이 제대로 나오겠습니까. 서로 경쟁하고 시합을 해야 초인간적인 능력도 나오는 겁니다. 초인간적인 걸 시킨다는 게 아니라 기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세계인으로 뛰어야 합니다. 좀 더 큰 무대에서, 전세계에서 경쟁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거기에 임하는 젊은이는 기성세대보다 더 경쟁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경쟁에서 뒤처지는 아이들이 있을 텐데요.

    “그래서 그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번 성취도 평가에서도 정책적 초점을 맞춘 것은 뒤처진 학생입니다.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밀집한 학교 1200개를 찾아서 그곳을 특히 배려할 겁니다. 만일 그게 없다면 아주 잔인한, 못된 교육이 되겠죠.”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기초학력 미달학생 밀집학교에는 학생들에 대한 책임지도가 가능하도록 학습보조 인턴교사 채용, 대학생 멘토링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 아래 올해부터 학교당 5000만원에서 1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가는 교육의 근본 원리’

    ▼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으로 꼽힙니다. 자율화되고 다양한 학교를 더 만든다는 취지는 의미 있지만 일각에서는 말만 다양화일 뿐 특목고를 몇 배 늘리는 효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하던데요. 중학교까지 입시 경쟁을 부추기지 않을까요.

    “기숙형 공립고나 마이스터고는 특목고랑 다르고, 아마 100개 정도의 자율형 사립고를 특목고의 연장선에서 보시는 것 같습니다. 자율형 사립고는 특목고와 마찬가지로 자율적으로 과목을 편성하고, 학교의 목적도 유사합니다. 게다가 등록금도 많이 받는 귀족학교라는 점 때문에 비판도 많이 받았는데 학생 20%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으로 선발해 장학금을 줄 겁니다. 선발방식은 공청회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겁니다. 아마도 내신과 면접을 본 뒤 추첨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입시는 안 할 거 같아요. 학원이 창궐하니까, 그건 피하면서 학생들의 자질을 판단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거기에서도 대학처럼 입학사정관제가 만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이상적일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교육에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 평준화 정책 유지를 강조해왔다. 안 장관은 “이전의 형식적인 평준화는 획일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 배정으로 학생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웠다”며 “잘하는 학생은 더욱 잘하도록 배려하고 잘 못하는 학생은 뒤처지지 않게 끌어올리는 상향평준화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3불 정책 폐지 또는 완화에 대해서도 “3불 정책이 철칙은 아니지만 (폐지나 완화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교과부가 견지해온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초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이 내놓은 2011년 대입전형 개정안에 실린 논술필답고사와 고교종합평가는 3불의 본고사, 고교등급제와 유사해 ‘실질적으로 3불이 폐지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안 장관은 대교협과 관련해 줄곧 “대교협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 입학사정관제, 고교 및 대학 자율화 등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그 구성 조건 성숙이 전제돼야 할 것 같은데요. 충분히 성숙했다고 보시나요?

    “노력을 통해 다양성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방치하면 피라미드 형태의 학교체제가 심화됩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해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체제로 가게 한다면 달라질 겁니다. 제가 입학사정관제를 얘기할 때 처음엔 대학들이 신통치 않게 생각했지만 요즘엔 서로 하겠다고 합니다. 정부는 사회 전체를 보면서 입시가 선진화될 수 있도록 부추겨야 합니다. 강제로 끌고가는 건 안 되지만 좋은 제도를 보여주면서 설득하고 따라오게 한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고 그게 반복되면 유형화돼서 제도로 변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제도가 만들어지고 행동이 변하고 마음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예컨대 미국에서도 흑백 차별이 있었잖아요. 1965년 인권법이 나오고 나서 그것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행동을 반복했고, 그 결과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의무감이 큽니다.”

    경제와 교육 한꺼번에 잡는 교육 뉴딜

    안병만 장관은 올 한 해 특히 중점을 둘 교육관련 정책으로 교육 뉴딜 프로젝트로 불리는 ‘학교 선진화를 위한 환경개선 투자사업’ 계획을 밝혔다. 그는 “경제위기 극복을 뒷받침하면서 교육개혁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면서 농산어촌의 전원학교 설립, 적정규모 육성 선도군 지원사업, 교과교실제 확대, 녹색학교 만들기 사업, 노후학교 시설 개축, 인턴교사제 등 관련 사업을 소개했다.

    “교육 뉴딜은 뒤처지는 곳을 먼저 배려하는 정책입니다. 농어촌 전원학교나 적정규모학교 육성 선도군 지원 사업 등은 소외되거나 낙후된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교과교실제는 학생들이 교과목에 맞게 특성화된 교실로 이동하며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여기에도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교실 리모델링비를 포함해 예산이 꽤 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기초학력미달 학생을 지도할 1만5000명 정도의 학습 보조 인턴교사를 채용할 계획입니다.”

    ▼ 좋은 교육이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교육의 주인공은 학생입니다. 주인이 아니라 주인공입니다. 주인은 재단 이사장이나 선생님, 학교직원 누구든 될 수 있지만, 주인공은 하나입니다. 영화에서 감독과 스태프 조연 등 많은 사람이 공을 들여야 주인공이 빛나듯, 교육의 목적은 학생을 주인공으로 잘 만들어내는 겁니다. 학생 하나하나를 주인공처럼 배려하는 게 좋은 교육이라고 봅니다. 이걸 확대해 말하면 주인공이 더 훌륭하게 되도록 뒤처진 학생은 끌어올리고, 뛰어난 학생은 더 뛰어나게 해야 합니다. 보통 수준에 맞추는 건 잘못된 교육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회주의 국가 아닙니까. 학생 하나하나를 주인공으로 잘 길러서, 하나하나가 영웅이 되도록 만드는 게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교육

    ▼ 그 주인공을 만드는 작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는지요.

    “사지론(四肢論)이란 게 있습니다. 우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을 머리의 이성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가슴으로 전이되면 시너지가 나옵니다. 그 다음엔 뱃심, 배짱이 중요합니다. 흔들리지 말아야죠. 나를 믿고 따라오는 사람이 있는데 포기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팔다리입니다. 열심히 뛰어다녀야 합니다. 현장으로 뛰어가서 이해시키고 받아들이고 이런 과정을 펼쳐간다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까지는 달성할 수 있습니다.”

    ▼ 현장 좋아하시는 거는 이 대통령과도 비슷하시네요?(웃음)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학생 만나는 겁니다. 얼마 전엔 지방에서 한 교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어요. 좋은 얘기, 재미있는 얘기 나눴어요. 제가 현장에서 많이 배웁니다.”

    ▼ 일부에선 교과부를 독선적이라고도 평가하던데요.

    “그럼 또 배우죠, 내가 가슴이 부족했구나 하고.(웃음)”

    안병만 장관은 전형적인 외유내강 타입의 수장이었다. 인터뷰 끝무렵에 “요즘도 이명박 대통령과 테니스를 치느냐”고 물었다. 안 장관은 특유의 웃음을 터뜨리며 “요새는 못 쳐요, (대통령이) 바쁘시고…”라고 답했다. 비서실장은 그가 테니스 대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맨손 체조를 한다고 전했다. 예순여덟의 안 장관이 매일 아침 ‘푸시업’을 100번 한단다. 헬스 트레이너들에 따르면 푸시업은 가슴과 배 근육을 키워준다. 안 장관이 감동을 주는 교육정책을 뱃심 있게 펼쳐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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