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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 ⑥

위를 위한 발효유, 블루오션을 열다

한국야쿠르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위를 위한 발효유, 블루오션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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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위한 발효유, 블루오션을 열다

1982년 세계 최초로 헬리코박터균 항체를 발견한 배리 마셜 박사.

하지만 발음도 어려운 ‘헬리코박터균’을 제품명에 넣고 나니 소비자가 쉽게 인지하지 못할까봐 우려가 많았다. 실제 브랜드 이름만 듣고 이 제품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들어 있다고 오해하는 고객이 많았다. 언론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위험성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제품을 끊겠다며 화내는 고객들도 있었다. 이에 한국야쿠르트는 본사 직원들을 전국 판매점에 파견해 야쿠르트 아줌마들에게 헬리코박터균이란 무엇인지부터 교육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려운 이름과 생소한 개념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해답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이 팀장의 이야기다.

“교육을 나갔는데, 당시 한 나이 지긋하신 ‘야쿠르트 여사님’께서 ‘그렇게 설명하면 너무 어려워. 그냥 헬리콥터균이라고 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프로펠러를 쉴 새 없이 돌리는 헬리콥터처럼 나선형 세균이 몸속을 파고 들어가면 위암에 걸린다는 게 실제 이 균의 개념이거든요. 그 이후로 ‘윌을 먹으면 헬리콥터균이 위에 안 좋은 세균을 침투시키는 걸 막아요’라고 윌의 기능을 쉬운 말로 설명했고, 이게 퍼져나가면서 이제는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이 헬리코박터균의 개념을 알게 됐습니다.”

광고 모델 마셜 박사 노벨상 수상 등 호재 겹쳐

새로운 개념의 유산균 음료가 퍼져나가면서 에피소드도 많다. 일례로 경인지역에서 “윌을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소문이 난 적도 있다. 이 팀장은 “딸만 셋을 둔 한 고객이 임신 중이었는데 야쿠르트 아줌마가 윌을 권하면서 ‘이걸 먹으면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분이 아들을 낳았고 이 사례에 ‘윌을 먹으면 몸이 알칼리화돼서 아들 낳는다’는 제법 그럴듯한 이론까지 덧붙어 소문이 퍼졌다. 결국 회사 차원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통해 윌의 인기가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윌의 성공 배경에는 이런저런 운 좋은 사건이 많았다”라며 웃었다.

‘윌’의 성공에는 한국야쿠르트 특유의 탄탄한 방문판매 조직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 거미줄처럼 형성된 1만3500여 명의 야쿠르트아줌마 군단이 직접 고객을 만나면서 제품의 효능을 알리는 것은 그 어떤 판촉활동보다 위력이 컸다. 한국야쿠르트 특유의 ‘여사님 유통망’은 특히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한국야쿠르트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윌의 판매가 저조해질까 우려했다. 실제 경제위기가 오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신문, 우유, 학습지 등의 소비를 줄인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는 견본 제품을 늘려 단골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한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단골 고객들에게 “경제가 힘들어도 몸이 건강해야지”하며 자비를 털어 한 달간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자 덕분에 이후 윌의 매출은 오히려 전년보다 늘어났다.



윌의 성공에는 35년 가까이 축적된 한국야쿠르트의 마케팅 능력도 한몫했다. 윌은 식품으로는 드물게 출시 이전부터 제품 개발에 대한 광고와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기존 제품들에 비해 2배 이상의 광고비를 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성공을 거두면서 윌을 출시 할 때 윌 홍보를 이끌었던 김혁수 당시 홍보실 광고팀장과 현경택 당시 홍보담당 이사는 이후 각각 한국야쿠르트 부사장과 파스퇴르유업 사장으로 승진했다. 창립 40주년 동안 단 4명의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할 정도로 보수적인 조직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승진 인사를 단행한 데는 윌의 성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헬리코박터균 배양에 성공한 호주의 배리 마셜 박사를 앞세운 광고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 광고는 대표적인 마케팅 법칙 중 하나인 ‘보증 효과의 법칙’을 적용한 것이다. 쉽게 말해 전문가의 권위를 파는 것인데, 그 분야의 권위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를 내세워 이미 소비자에게 검증된 사실을 제품으로 전이시켜 신뢰도를 높이는 것.

한국야쿠르트는 마셜 박사를 광고 모델로 섭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쏟았다. 홍보, 마케팅 담당 임원이 여러 차례 호주를 드나들며 모델이 돼달라고 설득한 것은 기본. 그에게 “온 가족 다 데리고 한국 여행을 오라”고 제안해 풀코스 관광을 시켜줬고 그만을 위한 연구 포럼을 여는 등 백방으로 지원했다.

위를 위한 발효유, 블루오션을 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항체를 개발해 윌의 탄생을 이끈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2003년 광고 계약 체결 당시 마셜 박사는 광고모델로서 SA(스페셜에이)급, 즉 여자 연예인 중 톱 클래스 모델 수준으로 계약금을 받았다. 이를 통해 제품의 공신력을 높였을뿐더러 2005년 마셜 박사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윌의 판매도 더욱 늘어났다.

이와 동시에 한국야쿠르트는 기능성 음료로서 지속적으로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나영 서울대병원 교수팀이 진행한 임상실험에서 위염환자에게 항생제와 함께 윌을 투여하자 단순히 항생제를 투여한 경우에 비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억제가 8.8% 정도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밖에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 등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원재료는 바꾸면서 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을 백방으로 형성했다.

영원한 브랜드는 없다. 특히 식료품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는 익숙한 것을 주로 찾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10년 가까이 승승장구하던 윌에도 위기는 있었다. 2008년 윌의 소비 성장세가 주춤했다. 윌 판매량이 전년 대비 하루 평균 5만 개 감소한 것.

윌은 제2의 도약을 모색해야 했다. 소비자 전수 조사를 통해 당시 윌 소비자 80%가 남성이고, 여성은 윌의 칼로리가 높고 맛이 텁텁하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국야쿠르트는 여성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배와 매실 대신 기능성 과일인 석류와 복분자를 함유한 색다른 맛의 ‘윌 석류·분자’를 출시했다. 이를 통해 2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발효유를 대표하는 메가 브랜드가 되기 위해, 윌은 기존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변화의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신동아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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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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