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배수강 기자의 知中用中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2/4
지하자원 앞에서 쪼개진 북극위원회

하지만 중국이 참가하려는 북극위원회 내부 사정은 매우 복잡하다. 회원국 간 전시에 준하는 대치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북극권 환경 보호와 갈등 조절을 위해 만들어진 북극위원회는 2000년대 들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북극의 막대한 지하자원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2008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극에는 세계 석유매장량의 13%, 천연가스 추정 매장량의 30%가 매장돼 있다. 수백만t의 희토류와 우라늄, 철광석, 석탄, 구리, 다이아몬드 등 수천조 달러 이상의 지하자원도 있다.

최근 북극권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새로운 지하자원에 대해서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해저자원 개발도 훨씬 쉬워진다. 경제성이 그만큼 커진다. 10년마다 평균 11% 얼음이 녹는 것을 감안하면, 2040년에는 빙하가 완전히 녹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따라서 자원 선점을 위한 각국의 반응은 날카롭다. 빙하가 빠르게 녹을수록, 회원국 사이에는 한랭전선이 빠르게 형성되는 상황이다.

회원국 중 가장 적극적이고 도발적인 나라는 러시아. 러시아는 2001년 12월 20일 유엔해양협약(UNCLOS) 제76조 8항에 의거해 북극점을 통과하는 로모노소프 해령(海嶺·바다 산맥)이 시베리아 연안 대륙붕까지 연장해 있다고 주장하며 유엔대륙붕한계위원회(CLCS·Commission on the Limits of the Continental Shelf)에 이를 공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질세라 덴마크는 로모노소프 해령은 시베리아 대륙이 아닌 자국령(領) 그린란드에 연결돼 있다고 반박했다. 1982년 제정된 유엔해양법은 북극해에 대한 개별 국가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북극해 연안국인 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 5개국의 200해리(370㎞) 경제수역은 인정한다.

CLCS는 그러나 러시아의 대륙붕 연장 주장에 대해 “지구 물리학적 자료가 부족하다”며 공인 요청을 반려했다. CLCS의 결정에는 캐나다, 노르웨이, 미국 등 북극위원회 회원국들의 반대 의견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법재판소 국경위원회도 북극이 자국 영토와 해저로 연결돼 있다는 러시아와 덴마크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2007년 8월 2일 국가두마(하원) 부의장이자 해양 탐험가인 아더 칠링가로프와 동료 하원의원인 블라드미르 구르즈데브가 이끄는 러시아 해양탐사대는 잠수정 2대를 이용해 로모노소프 해령 인근 수심 4261m 지점에 티타늄으로 제작된 러시아 국기를 꽂았다. 로모노소프 해령에 대한 영유권 주장의 근거가 될 자료를 수집하는 동시에 이곳이 자국 영토임을 상징적으로 선언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이 장면은 러시아 전역에 생중계됐고, 북극위원회 회원국들을 자극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에 따르면 아더 칠링가로프의 탐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사주한 것이었다.

러시아의 도발적인 퍼포먼스에 항의하는 캐나다 탐험가들은 북극점에 캐나다 깃발을 꽂았다. 캐나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북극지역에 두 개의 군사시설을 건설할 것”이라며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영유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덴마크도 북극 해저탐사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역시 “알래스카 인근 해역에 영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고조되는 북극의 긴장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2007년 8월 러시아 잠수정 미르 1호가 로봇 팔을 이용해 북극 해저에 러시아 국기를 꽂는 모습. 이 일은 북극위원회 회원국들을 자극했다.

북극권 영유권 분쟁은 ‘신냉전’이라고 표현할 만큼 관련국 간의 대치로 이어졌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는 2008년 5월 그린란드에서 각료급 회담을 열고 ‘북극권에서 국제법을 존중하고 환경보호를 배려하는 방식의 개발을 하기로 합의’ 했으나 진전은 없었다.

2009년 1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북극해 연안국들이 북극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발표할 정도로 긴장감이 팽배했다.

아니나 다를까, 2009년 2월 러시아 전투기가 북극권 캐나다 상공에 접근하자 캐나다 공군 전투기가 즉각 발진하는 등 두 나라 간에 긴장은 급격히 고조됐다. 러시아는 나아가 미래 특정 시점에 북극에서의 무력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전략을 마련 중이다. 북극권의 전략적 항구 무르만스크(Murmansk) 지역에서 디젤 엔진 대신 북극 기후에 적합한 가스 터빈 엔진을 장착한 T-80 탱크를 테스트했고, 북양함대와 공군의 재편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도 2011년 3월 북극해 훈련인 ‘아이스엑스(ICEX)’를 실시하면서 실전 같은 기동훈련을 했고, 노르웨이는 앞서 군사령부를 1000㎞ ‘북상’시켜 북극권 바로 안인 북위 67도15분 지점으로 옮겨놓았다.

미국은 원자력 쇄빙선 함대를 보유한 러시아가 북극 개발 주도권을 선점할 것을 우려해 2014년까지 ‘북극함대’를 창설하는 북극정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른바 ‘해군 북극로드맵(Navy Arctic Roadmap)’이었다.

북극권에 직접적인 영향력이 미약한 NATO도 뛰어들었다. NATO는 북극에서 러시아와의 무력충돌에 대비해 1만6000명의 병력을 동원한 워 게임(War game·전쟁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북극위원회 회원국 중 NATO 미가입국인 핀란드와 스웨덴, 캐나다, 러시아는 NATO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캐나다는 북극 내 NATO군 주둔에 대해 비(非)북극권 국가가 지나친 영향력을 갖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경제력이 약해 독자적인 북극권 개발이 어려운 덴마크는 중국을 끌어들여 공동으로 북극권 개발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갈등 조정’을 위해 모인 회원국들이 국가 안보전략을 수정하면서 군사력 중심의 북극 정책을 수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촉발된 영유권 분쟁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북극에 대해서는 남극조약(Antarctic Treaty)처럼 주권 동결을 규정한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았고, 분쟁을 해결할 만한 강력한 규제나 조정기구도 없다. 북극위원회 회원국들이 주인 없는 엄청난 자원을 눈앞에 두고 남극조약과 유사한 협약에 서명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따라서 현재의 영유권 분쟁은 가까운 미래에 무력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자원과 신항로 찾아 ‘북극 전투’ 나서는 중국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