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기존 3루수 조시 해리슨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4번타자와 3루수로 선발 출전하는데, 팀의 승패가 걸린 결정적 상황에서 득점과 타점을 올리며 만점 활약을 펼쳐 피츠버그 지역 언론과 팬들로부터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피츠버그는 12일 현재 시즌 전적 52승 35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에 올라 있다. 승률은 5할9푼8리로 메이저리그 30개팀 중 3위.
기자는 6월 중순 취재차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를 방문했다. 1주일가량 파이어리츠 경기를 취재하면서 만난 이들과 강정호 인터뷰를 정리했다.
피츠버그 출장 마지막 날이었다. 구단 홍보팀 관계자가 기자를 찾아왔다. 파이어리츠를 취재하면서 불편한 점이 없는지를 묻고는 강정호 기사가 언제 실리는지 궁금해했다. 기사가 나오면 자신에게 e메일로 링크를 걸어 보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홍보팀의 ‘보스’급이었다. 그런 사람이 한국에서 온 기자를 찾아와 안부를 묻고 한국에서 보도되는 기사에 궁금증을 드러낸 건 놀라운 일이다. 한국 선수가 속해 있는 LA 다저스, 텍사스 레인저스를 방문했을 때는 그런 반응을 접한 적이 없다.
유별난 ‘강정호 챙기기’
올 시즌 포스팅 제도를 통해 4년간 1600만 달러(약 173억5200만 원)에 강정호를 영입한 파이어리츠는 강정호에게 여러 면에서 배려하고 관심을 기울였다. 스프링캠프 때도 파이어리츠가 강정호에게 얼마나 많은 기대를 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지만, 이번 출장 중에 접한 구단의 ‘강정호 챙기기’는 매우 특별했다. 무엇보다 파이어리츠를 이끄는 클린트 허들 감독이 강정호를 진심으로 아꼈다. 허들 감독의 늦둥이 막내아들인 크리스천 허들(10) 군이 등번호 27번이 붙은 강정호의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클럽하우스를 돌아다닐 정도로 허들 부자는 강정호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뉴욕 양키스에서 트레이드돼 온 주전 포수 프란시스코 서벨리는 강정호에 대해 칭찬을 쏟아냈다.
“강정호가 모든 부분에서 기대치를 충족한다고 생각한다. 스프링캠프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의 문을 열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만의 모습으로 좋은 플레이를 펼쳤고, 재미있게 생활했다. 그는 그것이 팀의 일원으로 스스로 동화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고, 행동에 옮겼다. 나도, 그도 파이어리츠가 처음인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친해졌는지 모른다. 나는 그가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안타를 날리고 좋은 수비를 하는 그를 사랑한다.”
서벨리의 칭찬은 멈출 줄을 몰랐다. 기자가 다른 질문을 하려고 해도 좀처럼 말을 끊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안다. 처음에는 새로운 것들도 있었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벽히 적응했다. 경기 분석 자료도 열심히 읽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 그는 분명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오랫동안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벨리의 칭찬은 한국에서 온 기자를 향한 ‘립 서비스’가 아니었다. 그의 진심 어린 표정에서 강정호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전해졌다.
파이어리츠의 베테랑 투수 A J 버넷의 특징은 문신이다. 팔과 다리 등 눈에 띄는 부위에 온통 문신을 그려 넣었다. 외모까지 카리스마가 제대로인 그가 클럽하우스 안에서, 그것도 강정호 앞에서는 무장해제한다. 종종 강정호에게 다가가 장난을 치는 것이다.
기자가 강정호와 ‘당연히’ 한국어로 인터뷰를 하자, 버넷은 강정호의 통역 김휘경 씨에게 “정호는 영어를 잘한다. 인터뷰도 영어로 해야지, 왜 한국어로 하느냐”며 큰소리로 불만을 터뜨리는 바람에 웃음 폭탄을 선사했다. 다음 날에도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강정호에게 “앞으로 클럽하우스에서 한국어로 말하면 정호에게 벌금을 물릴 거야”라며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마운드에서 보이는 강렬한 인상의 버넷과는 완전히 다른, 친근한 표정의 ‘버넷 아저씨’였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海賊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는 수많은 세리머니가 오간다. 선수들끼리 합장을 하거나 그들만의 약속된 신호로 세리머니를 하는데, 강정호는 류현진처럼 선수들 뒤통수 때리기에 재미를 붙였다. 기자가 보는 상황에서 우익수 폴란코가 강정호의 뒤통수에 살짝 손을 대자, 강정호는 곧바로 더 강력한 파워의 응징을 가했다. 파이어리츠 더그아웃 안에서 본 강정호는 이방인이 아니었다. 그들의 팀메이트로 인정받았고, 선수들의 따뜻한 관심과 관계 맺기 속에서 편안하고 여유 있는 ‘해적떼(pirates)’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파이어리츠 팬들도 강정호에게 환호했다. 파이어리츠 홈구장 PNC파크에서 만난 마이크(48) 씨는 부모의 파이어리츠 사랑이 자신에게까지 대물림됐다고 설명하면서 파이어리츠 팀에 관해선 모르는 게 없다고 자신만만해했다. 그는 강정호에 대해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를 더 자주 보고 싶다”
“강정호라는 한국 야구선수가 파이어리츠의 내야수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가 컸다. 우리에겐 외국 야구 시장의 재능 있는 선수들이 필요했다. 그런데 파이어리츠가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부자 구단들을 제치고 좋은 선수를 영입했다고 해서 무척 기뻤다(보스턴과 양키스가 강정호의 포스팅 입찰에 참여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그러나 허들 감독의 선수 기용을 보고 약간 실망한 감도 없지 않다. 나 같으면 강정호를 그렇게 쓰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만약 당신이 허들 감독이라면 강정호를 어떻게 기용하겠나”라고 묻자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지속적으로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라 말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가 처음인 선수다. 그런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경기 출전이다. 닐 워커, 조시 해리슨, 조디 머서 등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많지만 강정호는 그렇지 않다. 주전으로 기용하다 대타로 넣었다 하면서 경기력 테스트를 하면 결코 좋은 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강정호만을 위해 팀을 운영하라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어느 정도의 꾸준한 출전이다. 그래야 강정호도 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인지 느낄 수 있지 않겠나. 다행인 것은 허들 감독의 변덕스러운 라인업 변경에도 강정호는 어느 자리에서든 안타를 치고 득점을 올리고 환상적인 수비로 실력을 뽐낸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파이어리츠의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토니(62) 씨도 그와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처음에는 강정호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그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정보를 찾아보니 그가 KBO리그에서 엄청나게 많은 홈런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파이어리츠에서 그가 보여줄 파워를 상상하면서 엄청 흥분됐다. 지금은 홈런보다는 안타가 주(主)지만, 이 정도에도 충분히 만족한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앞으로 그를 야구장에서 더 자주 보는 것이다. 설령 부상당한 선수가 돌아온다고 해도.”
신인으로 돌아가다!
기자가 강정호를 피츠버그에서 만날 때만 해도 그는 주전보다 대타 요원으로 주로 기용됐다. 그는 “아침에 클럽하우스에 출근해 감독이 내놓은 라인업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인데, 이름이 없을 때는 살짝 실망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에는 내 이름이 라인업에 없을 때 실망감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다. 그러나 경기를 치르면서 그렇게 실망만 하고 있기엔 메이저리그의 한 해 경기 수가 너무 많다는 걸 절감했다. 경기에 못 나가는 날엔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면서 잘 쉬자고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한번은 5게임 연속 주전으로 나가지 못했다. 감독님이 첫 시즌이라 쉬는 시간을 많이 주려고 배려하는 거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다가도 기분이 안 좋아질 때가 있다. 안타를 못 치거나 삼진 먹은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경기에서 빠졌다. 전날 성적을 나를 제외한 명분으로 삼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강정호는 한국 팬들에게 자상한 이미지로 다가온 허들 감독에 대해 불만은 없지만, 선수 기용이 오락가락할 때는 약간 서운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어딜 가도 염경엽 감독님 같은 분은 안 계시는 것 같다. 선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염 감독님이 최고다.”
대타로 나가 그때마다 안타나 득점을 올리고 타점까지 챙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정호도 출장이 오락가락하면서 짧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사실 한국에서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보니 시즌 초에는 좀 헤맨 게 사실이다. 대타 자리가 익숙지 않아서. 야구는 결과론인데, 대타로 나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모든 게 변명처럼 들리는 것 같아 입도 열기 싫었다. 대타로 나갔을 때 투수가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으면 타자 처지에선 어려운 타석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긴 볼넷이 거의 없고, 볼 카운트가 타자에게 몰리면 안타 칠 확률이 낮다. 투수가 머리를 굴리기 전에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처음’이 안긴 ‘숙제’
강정호는 피츠버그에서 야구를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지만, 시즌 초반에는 ‘어리바리’ 그 자체였다는 것. 프로에서 처음으로 경기하는 선수처럼 말이다.
강정호는 아직도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파악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토로한다. 상대 선수도 자신을 연구하고 나올 것이 분명하기에 그들보다 두세 배 이상 노력하면서 연구하는 데 열정을 쏟지만, ‘처음’이란 게 메이저리그 1년차에게 다양한 ‘숙제’를 안겨준다.
“한국에선 상대 투수들이 모두 파악이 된 터라 상대하기 수월했다. 대부분 예상한 대로 공이 들어왔고, 방망이를 휘두르면 안타나 홈런이 됐다. 그런데 여기선 직구를 던질 타이밍에 변화구를 던지고, 변화구 던질 타이밍에 직구를 던진다. 보통 헷갈리는 게 아니다. 한국에선 한두 타석 돌면서 나름의 계산이 서게 마련이다. 지금은 3연전 정도 해야 감이 잡힌다. 그런데 3연전을 마치고 또 다른 팀을 상대해야 한다. 팀을 만날 때마다 모두가 새로운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강정호는 상대팀 에이스를 만날 때 더 집중이 잘된다고 말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글쎄요. 저도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라며 웃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접한 첫째가는 ‘문화충격’으로 선수들의 솔직한 감정 표현을 꼽았다.
“여기 선수들은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방망이를 부러뜨리고 헬멧을 집어던지고 글러브를 패대기치는 등 속상한 마음을 숨김없이 표현한다. 나도 화가 나서 미칠 때가 있다. 다른 선수들처럼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가도 한국에서 참았던 것처럼 인내심을 발휘하며 속으로 삭이는 편이다. 어떤 선수는 그런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넌 왜 이렇게 얌전하냐’고 묻더라. 내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배운 게 그건데 어쩌겠나.”
이렇게 말한 강정호가 최근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더그아웃에서 ‘액션 영화’를 찍었다. 세인트루이스와의 2차전이 열린 7월 11일 7회 말 4번째 타석에서 3루수 땅볼로 물러난 후 더그아웃에서 헬멧을 던지고 풍선껌이 든 바구니를 바닥에 패대기치는 장면이 ‘뉴스엔’ 조미예 특파원의 사진에 포착된 것.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통틀어 그런 행동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의 타격에 불만이 컸다는 걸 의미하는 장면이다.
피츠버그는 ‘맞춤복’
“나도 사람이라 경기 결과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해지더라. 그런데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제명에 못 살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고 생각을 바꿨다. 물론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슬럼프가 길어지면 감정 조절이 힘들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여기서 버틸 수 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초긍정적인 자세’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이 얘기는 기자에게 한다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듯 내뱉은 발언이다.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희비 쌍곡선을 내달리는 강정호의 현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래도 난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감사하다. 계속 한국에 있었더라면 야구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아닌 자율과 여유로움이 좋다. 감독, 코치, 선배 눈치 보며 야구하기보다 누구한테 간섭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좋다. 그런 점에서 피츠버그는 최고의 팀이다. 무엇보다 내 스타일과 딱 맞다. 그래서 힘들다고 할법한 일들도 그리 힘들지 않게 느껴진다. 야구가 안 되는 것은 내가 극복하면 되는 문제라 여기서 거론하고 싶진 않다.”
클럽하우스에서 강정호는 그곳 생활을 제대로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과 격의 없이 어울렸고, 라커룸 짝꿍인 션 로드리게스에게 스페인어를 배우는 등 영어 외의 언어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영어는 개인 과외를 받는 중인데, 홈경기 때 매주 1, 2회씩 클럽하우스에서 한국인 여교사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강정호의 사생활은 집과 경기장을 오가는 것 외엔 별다른 게 없었다. 모처럼 찾아오는 휴식일마다 함께 사는 통역 김휘경 씨와 피츠버그의 명소를 돌아다니려 했지만, 지금까지 동물원에 다녀온 것 외엔 특별한 장소로 외출한 일은 없었다고 한다. 성인 남자가 아이처럼 동물원을 찾았다는 게 재미있게 들렸다.
“동물을 좋아한다. 길거리를 지나다 개가 보이면 그냥 못 지나칠 정도다. 그래서 이곳 동물원이 궁금했다. 동물원에 갔다가 노루를 봤는데, 그 장면을 찍어서 SNS에 올렸더니 팬들이 나더러 ‘강노루’라고 부르더라. 나름대로 괜찮은 별명 같다, 이상한 별명도 있는데….”
강정호가 말한 ‘이상한 별명’은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강○○’이다. 그러나 강정호가 그 별명을 매우 싫어하기에 여기선 언급하지 않겠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츠버그에 와서 체중이 3㎏ 빠졌다고 한다. 마음고생이 심해서 그런 거냐고 묻자, 원정경기를 다니다보면 아무리 먹어도 체중이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행기를 타고 짧게는 두세 시간, 길게는 대여섯 시간 걸려 이동하는 원정 경기가 여전히 익숙지 않은 듯했다.
“수비도 주루도 에이스급”
파이어리츠 1루 베이스 코치 닉 레이바는 1루 코치 외에 팀의 내야 수비 코치도 담당한다. 강정호가 안타를 치고 1루에 안착하면 웃으며 등을 두드려주는 후덕한 인상의 아저씨가 그다. 26년 째 야구 코치의 삶을 사는 그가 파이어리츠와 인연을 맺은 건 2011년부터, 레이바 코치는 기자에게 강정호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한국어 교재를 구입했다고 자랑 삼아 말했다. 공부를 하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때면 강정호의 통역을 찾아가 “오 마이 갓! HK, (통역 김휘경 씨) 이리 와봐, 나 좀 도와줘!”라고 외친다.
레이바 코치가 들려준 강정호의 장점은 이러하다.
“정호는 최고 수준의 미국 야구에서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배우고 있다. 이곳은 메이저리그이고, 이보다 더 높은 레벨은 없다. 이것이 바로 내가 정호에게 놀라는 이유다. 그는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만나는 투수가 많은데도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다. 정말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젊은이다.”
파이어리츠 전담 칼럼니스트인 톰 싱어 기자는 강정호의 전반기 활약상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존재감이 더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은 강정호가 공격에서 어느 정도 활약해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솔직히 수비에 대해서는 기대가 작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수비는 물론 주루 플레이도 에이스급이다. 특히 그의 빠른 움직임과 강한 어깨가 수비하는 데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한다. 시즌 전반기를 보면 강정호는 앞으로 유격수보다는 3루수, 시간이 흐를수록 주전 3루수에 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어리츠의 주전 3루수는 부상으로 잠시 빠져 있는 조시 해리슨이다. 싱어 기자는 “해리슨은 2루수, 3루수, 유격수, 외야수 등 많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허들 감독이 강정호에게 3루수 자리를 넘겨주고 해리슨한테는 외야를 맡길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강정호는 유격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3루수에 적응해야 한다. 유격수 조디 머서를 배제하고 강정호에게 자리를 주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좋아요”
끝으로 주말마다 강정호 유니폼을 입고 클럽하우스에 나타나는 허들 감독의 아들 크리스천과의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 네 소개 좀 해줄래?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크리스천 허들이고 열 살이에요. 아버지가 원래 콜로라도 로키스 감독이었다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코치를 하셨고, 2011년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감독을 맡으셨습니다. 제가 파이어리츠 팬이 된 지는 한 5년 정도 됐네요.”
▼ 아빠가 파이어리츠 감독인 게 자랑스럽니?
“그럼요. 아빠는 지난 스프링캠프 때 제게 아주 좋은 선수를 소개해 주셨어요. 바로 강정호 선수예요. 그는 정말 좋은 선수예요. TV에 강정호가 나오면, 다른 선수로 화면이 바뀔 때까지 집중해서 보곤 해요.”
▼ 강정호를 왜 그렇게 좋아하지? 파이어리츠에는 강정호보다 더 유명한 앤드루 매커친 선수도 있는데.
“강은 정말 친절한 사람이에요. 그를 볼 때마다 자꾸 얘기를 나누고 싶어져요. 그래서 아빠랑 같이 클럽하우스에 나오면 제일 먼저 찾아가는 곳이 강의 라커룸 앞이에요.”
▼ 강정호 선수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해?
“포기하지 않는 모습. 수비할 때도 최선을 다해요. 그런 점 때문에 팬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강을 좋아하는 아이가 많아요. 제가 강과 대화를 나누고 사인을 받는다는 걸 알면 아마 아이들이 기절할 거예요.”
강정호는 “1957년생 감독에게 저렇게 어린 아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면서 “만나볼수록 착하고 재미있는 아이다. 교육을 잘 받아선지 선수들에게 말을 걸어오면서도 과하게 행동하지 않더라”고 했다.
피츠버그 생활 6개월여 만에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생존법을 체득한 듯했다. 야구를 통해 느끼는 희로애락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앞으론 그에 대해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설령 그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대타로만 출전한다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