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실전 재테크

바이오株 옥석 찾기

세계가 주목한 바이오기업 9

  • 입력2018-08-01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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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상반기 주식시장을 이끈 것은 바이오산업 업종이었다. 바이오산업은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시장 검증이 안 된 상태라 일반 투자자들은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 바이오산업 투자 전문가로부터 대표적 유망 바이오산업 기업들을 추천받았다.
    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지 어언 18년째. 약학대학 졸업 후 제약사 연구소에서 직접 신약 개발에 참여하며 해외 기술이전에 나섰던 필자는 투자업계에 발을 들인 후 바이오산업의 변화상을 온몸으로 겪었다. 2000년을 전후한 코스닥 버블, 2000년대 중반의 줄기세포 가짜 논란과 우회상장 소동, 수년 전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성공과 일부 중단, 올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개발비의 자산화 이슈 등 바이오산업은 희망과 실패,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개인 투자자들을 혼란케 한 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산업 자체가 갖는 3가지 특징에 기인한다. 첫 번째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소발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고부가가치 가능성이다(소발디라는 제품 출시 이후 길리어드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53%에 육박했다). 두 번째는 독점권(특허 및 자료독점권)에 기반한 부가가치의 지속가능성. 심지어 특허 종료 이후에도 독점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산업과 차별화된다(병원에서 처방되고 약국에서 조제되어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 대부분이 수십 년 전에 개발된 것이다). 세 번째가 어려운 대목인데, ‘완성되지 않은, 개발 중인 제품을 바탕으로 개별 바이오기업의 기업가치가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으로 인해 주목받지 못하던 회사의 기업가치가 폭등하는가 하면(어떤 소문, 또는 갑작스러운 성과로 인해), 어떤 회사는 주가가 폭락하며 투자자들을 절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주목할만한 제품을 개발 중인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개별 회사의 프로젝트와 파이프라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단, 여러 제품과 프로젝트로 분명한 성격을 가지기 어려운 제약회사나 대기업보다는 바이오기업 위주로 소개하며, 소개 순서는 임의로 정했다.

    에이치엘비㈜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리보세라닙(riboceranib, 과거 apatinib)이란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현재 위암을 적응증으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었다. 해당 약물에 대한 중국판권을 가진 헝루이(Hengrui, 기업가치 2580억 위안/2018년 7월 기준)가 2016년에만 이미 1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는 것은 이 약의 최종 성공 가능성을 미리 짐작하게 한다.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다른 암종에 대해서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다른 작용기전을 가진 다국적 제약기업의 출시 약물과의 병용투여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관계 기업이 세포치료제나 다른 작용기전의 항암제를 개발하는 점도 이 회사의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아이진㈜

    2015년 말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눈 질환에 특화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다. 당뇨성망막병증 치료제인 ‘EG-Mirotin’을 대상으로 2015년부터 유럽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세부적으로 타깃질환인 비증식성당뇨성망막병증의 경우 환자는 존재하지만 의미 있는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시장에서만 관련 환자가 6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국내에서 임상1·2상을 진행하고 있는 욕창치료제(EG-Decorin, 창상 적응증에 대해서는 임상2상 진입 예정)는 시장 규모가 2013년 기준 9조 원에 달한다. 2018년 4월에 국내 임상1상을 완료하고 임상2상에 진입하는 심근허혈/재관류 손상치료제(EG-Myocin)는 국내 시장 규모도 매우 큰 편이다. 2013년 기준 심근경색/협심증 국내 환자는 약 63만 명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또 다른 플랫폼 기술로 다양한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미 임상1상 단계를 마친 자궁경부암 백신의 경우 짧은 기간 내에 해외 기술수출이 기대된다. 그 외에 대상포진백신, 녹농균백신, 결핵백신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2013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회사 소개 자료에 ‘오직 신약만이 살길이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대표이사인 김용주 박사의 신약 개발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바이오기업 중 가장 많은 수준의 공동연구, 기술이전 건수를 보유한 이 회사의 플랫폼 기술은 ADC(Antibody-Drug-Conjugate)라고 불리는데,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약효를 극대화한다. 항체뿐 아니라 단백질에도 적용 가능하며, 이 회사의 링커(Linker) 기술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ADC와 관련해 무려 11곳의 다국적 제약사 및 바이오벤처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중국의 거대 제약그룹인 포선파마와 진행하는 파이프라인의 진도가 가장 빠르다. 그 외 글로벌 제약기업인 다케다, 한국의 이중항체 전문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와의 공동연구도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회사 프로그램 중에서 ‘Geom Therapeutics’와 개발 중인 그람음성균 항생제(미국에서 임상개발)와 한국의 녹십자 및 중국의 ‘Lee′s Pharm’과 개발 중인 항응혈제(중국에서 임상개발)의 진척 또한 회사의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로메드㈜

    국내 기술성 평가 1세대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명실상부한 심혈관질환 및 신경병증 유전자치료 분야의 글로벌 ‘first Mover’이다. 당뇨병성신경병증(물질코드: VM202-DPN)과 허혈성지체질환(물질코드: VM202-PAD)을 대상으로 현재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이 물질의 가장 큰 장점은 질환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뚜렷한 약물이 없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또한 그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보고에 따르면 통증성당뇨병성신경병증 약물의 매출액만도 3조~14조 원에 이를 것이라 한다.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에서 유전자치료제 분야의 허가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중요하다. 과거 유전자치료제는 검증되지 않은 부작용으로 품목판매승인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 외에 임상 개발 중인 CAR-T나 혈소판감소증치료제(VM501, 중국 임상3상 진행 중)의 개발 성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이비엘바이오㈜

    설립연도(2016년 초)로만 보면 최근 언론에 소개된 5억5000만 달러의 기술이전 성과(2018년 7월 3일자 기사에 따르면 전임상 개발 중인 항체 관련 의약품을 미국 TRIG에 6171억 원에 기술 수출했다고 함)가 믿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화케미칼㈜의 신약자산으로 출발한 점과 대표이사인 이상훈 박사의 미국 기업 경력(Chiron, AstraZeneca, Genentech, Exelixis 등)을 놓고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가장 앞서가는 이중항체 관련 플랫폼을 기반으로 단기적으로도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에 코스닥 상장이 예상된다. 이른바 ‘한국판 바이오 유니콘’의 탄생이라 해도 무방하다. 2018년 6월에 완료된 시리즈 C단계의 기업가치는 5000억 원. 보고에 따르면 회사의 주요 타깃인 이중항체와 관련된 2030년 시장 규모는 약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큐리언트

    글로벌 공중보건 이슈를 담당하는 비영리 국제연구기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분사한 회사다. 2016년 초 코스닥에 상장했고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 노바티스 바이오펀드, 러시아 국영펀드 등과 협력하고 있다. 아토피성피부염치료제(미국 임상2b상), 다제내성결핵치료제(미국/남아공 임상2a상), 면역항암제(임상단계 준비 중) 등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 파이프라인 6개 중 4개가 ‘first-in-class 약물(혁신신약)’인 만큼 기술이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특히 다제내성결핵치료제와 관련해 임상2상 완료 후 1800억 원 가치의 미국 FDA 우선심사권(PRV)을 확보한 것이 눈에 띈다. 다국적 제약사 출신 남기연 대표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성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씨티씨바이오㈜

    2002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크게 동물약품, 건강기능성식품, 인체의약품의 3개 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과거 캐시카우 노릇을 하던 동물약품 분야는 안정적 성장이, 인체의약품 부문에선 괄목할만한 성장이 기대된다. 흔히 국내 제약기업의 개량신약은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는데, 이 회사가 개발한 구강용해 필름의 주요 관련 계약 대상자가 애보트, 페링, 메나리니 등 다국적 제약사인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판권 계약의 대상 약품이 발기부전치료제, B형간염치료제, 위궤양치료제, 야뇨증치료제, 알츠하이머치료제 등 광범위하며 지속적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개량신약 플랫폼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현재 임상3상을 앞두고 있는 발기부전·조루 복합제 출시 이후에는 대규모 국내 매출 성장 및 해외 로열티 수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큐어㈜

    2018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한 패치 전문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독자적인 경피약품전달시스템(TDDS)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코스메슈티컬 분야를 통한 매출 성장(최근 4년간 매출액 연평균 증가율 45.9%)과 더불어 치매, 천식, 당뇨, 파킨슨병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패치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기술성평가를 통해 상장심사를 통과한 기술 중심 바이오기업으로는 드물게 순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회사 대표인 최영권 박사는 서울대 약학대학에서 학·석사, 유타대 약대에서 해당 분야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약제학 분야의 선구자로 지속적으로 약물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화장품 분야에서 브랜드를 형성할 정도의 인기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점도 대표이사의 과학적 배경을 고려하면 이해가 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회사의 파이프라인은 현재 국내외 다기관 임상3상을 진행 중인 치매패치다(세계 최초 도네페질 임상3상). 투여 경로를 변경한 신약개발 방식을 통해 실패의 가능성은 거의 없음에도 2035년까지 독점 판매기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경우 임상1상 진행 후 바로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티앤알바이오팹

    2018년 상반기에 기술성평가(2개 기관 각각 A/A)를 통과하고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앞둔 3D프린팅 전문기업이다. 회사 이름인 T&R(Tissue & Regeneration)에서 알 수 있듯이 3D 바이오프린팅 분야의 바이오융합기술 개발 및 생체 조직 재생을 목표로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TV에서 소개된 맞춤형 3D프린팅 의료소재가 대개 이 회사 제품이다. 2013년 포항공대 기술 및 특허를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한 후, 2014년에 4등급 GMP 인증을 받았고, 그해부터 5개 항목에 대해 4등급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2018년에는 ISO13485 인증도 획득했다. 이른바 ‘바이오잉크’에 대해 글로벌 연구기자재 공급 기업과 계약도 체결하고, 글로벌 화장품기업과의 공동연구협약도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3D프린팅 분야의 응용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이거나 허가를 득한 분야는 연골 치료제, 인공혈관, 심근경색 치료제, 인공피부, 인공간조직, 치조골 재생 멤브레인 등이며, 자체 개발한 3D프린팅 머신도 판매 중이다. 3년 전 해외 전문가가 이 회사를 방문하고 ‘수년 내에 수조 원 기업가치의 기업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경쟁 제품과 비교 필수

    바이오신약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면 자신이 투자할 기업에 대한 치열한 공부와 정보 수집에 집중해야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바이오신약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면 자신이 투자할 기업에 대한 치열한 공부와 정보 수집에 집중해야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기업들의 제품 개발이 모두 성공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만약 바이오신약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면 자신이 투자할 기업에 대한 치열한 공부와 정보 수집에 집중해야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찾을 세 가지 팁을 제공한다면, 첫 번째 완성되지 않은 제품으로 회사와 기술을 평가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회사의 장기적인 팀워크를 확인해야 한다. 홈페이지나 사업보고서를 보고 판단하기 어려우면 회사에 질의를 해서라도 꼭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해당 기업이 개발하는 파이프라인의 경쟁자를 고려해야 한다. 경쟁 약물에 대비해 어느 정도의 효과와 안전성을 보이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경쟁 약물에 대한 소개를 하지 않는 회사는 의심해야 한다). 세 번째는 어떤 회사에 어떤 전문가가 초기 투자자였고, 비상장 시절의 투자자는 누구였고, 상장 이후에는 누가 투자하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대표적인 투자 전문가가 기업의 초기부터 상장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지원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점을 시사한다. 

    ‘4차 산업혁명의 꽃’인 바이오산업이 10년 후에는 국가의 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해, 일자리 및 국부 창출에 가장 크게 기여할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


    황만순
    ● 1970년 충남 공주 출생
    ● 서울대 제약학과 졸업, 서울대 약학 석사
    ● 유한양행 선임연구원, 켐온 부사장, 한국바이오기술투자 투자심사팀장
    ● 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현 사단법인 신산업투자기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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