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호

500대 건설사 中 76.4% “이자 비용 임계점 넘었다”

[부동산 인사이드] 정부 “괜찮다”해도 부동산 ‘4월 위기설’ 꺼지지 않는 이유

  • 나원식 비즈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4-03-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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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현·이창용 “PF 관리 가능, 부동산 위기설 근거 無”

    • 4월 위기설… “정부가 총선 때문에 부동산 위기 숨기고 있다”

    • 건설사 부도·폐업 증가세 지속 전망

    • 정부 “괜찮다” → ‘태영건설 사태’ ‘저축은행 사태’ 기시감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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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지나면 9월, 9월 지나면 10월 위기설 식으로 계속 나온다. 무엇을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

    2월 1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 관련 은행장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국내 주택경기가 침체한 뒤 터져 나오곤 하는 위기설에 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한 주택·건설업계 위기설은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매번 관계 당국이 일축하기도 하거니와 실제 위기설이 현실이 되지도 않았지만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주택경기와 부동산 PF 등 금융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어떻게 이런 흐름을 연착륙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다만 위기라는 사실을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쨌든 부동산 문제도 그렇고 가계부채 문제도 그렇고 연착륙을 시켜가겠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월 22일 열린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4월 위기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강하게 부인했다.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터진다는 것은 큰 오해”라며 “부동산 PF 문제가 상당수 정리되고 있는데, 총선 전후로 크게 바뀔 것이라는 근거가 뭔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2월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터진다는 것은 큰 오해”라고 말했다. [뉴스1]

    2월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터진다는 것은 큰 오해”라고 말했다. [뉴스1]

    주택·건설업계 위기설은 통화정책을 주관하는 한국은행 처지에선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목소리로 느껴질 수 있다. 통상 금리가 낮아져야 주택경기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PF를 보고 금리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잘 관리한 덕분에 PF가 질서 있게 정리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PF가) 모두 살아날 수 없지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한다”며 “미시 정책을 통해서 금융 안정을 도모해야지, 금리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톱 50’ 건설사 中 부채비율 200% 이상 14곳

    이 총재의 언급처럼 시중에서 돌고 있는 4월 위기설은 4월 총선과 맞물려 있다.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선거 전에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는 등 위기가 오면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금융사 등을 동원해 일부 건설사들의 부도를 인위적으로 막고 있다는 게 4월 위기설의 근거로 거론됐다. 아무리 금융사를 압박한다고 해도 부도에 몰린 건설사를 마냥 지원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선거가 끝나면 지원이 끝날 테고, 결국 숨어 있는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나리라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기업들이 4월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4월 15일은 법인체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일이다. 이때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부실이 감사보고서를 통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는 것. 감사보고서는 회계법인이 실사 등을 통해 기업의 재무 상태를 평가한 문서다. 이 과정에서 우발채무(장래에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채무가 되는 것) 등이 발견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우려가 문서화돼 돌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2월 설 연휴를 앞두고 속칭 ‘지라시’가 만들어져 확산했던 것. 이 지라시에는 총 17개 건설사가 4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물론 금융 당국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김주현 위원장과 이창용 총재가 공식 석상에서 4월 위기설을 언급한 것도 이런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월 1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 관련 은행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2월 1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 관련 은행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금융·통화당국 수장들의 언급처럼 위기설에 뚜렷한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다고 치부하기도 쉽지 않다. 위기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각의 음모론처럼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질지는 알 수 없지만 국내 주택·건설업계의 불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 시공 능력 순위 1~50위 건설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건설사가 14곳으로 나타났다. 400% 이상인 곳도 2곳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통상적으로 200% 미만이면 양호, 400% 이상이면 위험한 상태로 여겨진다.

    또 유동부채 비율이 70% 이상인 건설사는 28곳으로 집계됐다. 유동부채는 기준일 기준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말한다. 유동부채 비율은 자기자본에 대한 유동부채 비율로 100% 이상이 되면 부채 상환을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양 의원은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이 257.9%, 유동부채 비율이 68.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합건설 시공 능력 최상위 그룹인 건설사들도 부도 위기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 만큼 재무 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주장했다.

    건설사 자체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500대 건설기업 자금 사정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76.4%는 현재 기준금리 수준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었다고 답했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답한 기업은 1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폐업 건설사 1948곳, 17년 만 최대

    건설업계 위기는 지방에서부터 확산하는 모양새다. 2월 15일 기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5곳의 부도 건설업체가 생겨났다. 이 건설사들은 광주와 울산, 경북, 경남, 제주 지역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전문건설사들이다.

    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 처리된 건설사는 1948곳에 이른다.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다. 채무상환이 어려운 한계기업도 2020년 15.8%에서 2022년 18.7%까지 늘었다. 건설업 임금체불액은 2020년 2779억 원에서 지난해 4363억 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이런 침체 흐름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앞으로도 건설사 부도와 폐업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11월 대비 7.9% 늘어난 6만2489가구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도 1만857가구에 이른다. 정부의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감소 추세를 보인 전체 미분양 주택 수도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건설업계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이다. 금융사가 건설사나 사업장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스스로 어려움에 부닥칠 경우 건설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 당국이 발표한 금융업권별 PF 대출 연체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의 연체율이 13.85%로 가장 높다. 이어 저축은행 5.56%, 여신전문 4.44%, 상호금융 4.18% 순이다. 금융업체의 전체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42%로 나타났다. 2020년 0.55%에서 4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올해 2월 박승호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 분석관은 ‘부동산 PF 대출의 현황 및 위험 요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경기도 악화하고 있어 부동산 PF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건설 기업 파산 가능성, 금융기관 부실 우려가 부각될 경우 실물경제의 충격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자 금융 당국도 단속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부동산 PF 부실 정리를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회사가 충분한 충당금 등을 쌓도록 지도하고 사업성 없는 사업장은 경·공매 등을 통해 정리 및 재구조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PF에 대해선 구조조정과 재구조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유도하고 금융회사의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유도해 부실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에 대해선 “지금까진 느슨하게 평가했다면 이젠 칼날 느낌이 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위기설 끊이지 않고 나올 것”

    재무 악화로 태영건설은 1월 12일부터 워크아웃 절차를 밟게 됐다. 사진은 1월 24일 태영건설의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 [뉴스1]

    재무 악화로 태영건설은 1월 12일부터 워크아웃 절차를 밟게 됐다. 사진은 1월 24일 태영건설의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 [뉴스1]

    이러한 정황을 살펴보면 시중에서 때마다 위기설이 나오는 것을 근거 없는 일로 보기가 쉽지 않다. 4월 위기설 내용처럼 정부와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인위적으로 건설사들의 부도를 막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주택·건설업계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지속적으로 위기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태영건설 사례를 떠올리며 의구심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사실 지난해 말 증권가와 건설업계 등에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태 이전부터 돌았다. 이에 대해 태영건설 측은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2주 뒤인 연말 들어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말을 바꿨다.

    곧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이른바 ‘F(Finance)4’ 회의를 열고 태영건설 문제와 부동산 PF 현안 및 대책 등을 논의한 것이 전해지면서 워크아웃설은 현실이 됐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이후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올해 1월 12일 관련 절차가 개시됐다.

    당장 위기설이 현실화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침체 흐름이 이어지면 결국 언젠간 건설사들의 줄도산 및 금융시스템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정부와 금융 당국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줄곧 시장의 위기설을 부인한 바 있다. 일례로 2008년에도 이른바 ‘9월 위기설’이 시중에서 흘러나왔을 때 당시 금감원장은 “현재 상황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얼마 뒤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고,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이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당장 금융위기 정도의 충격은 없을 거라며 시장의 불안감을 가라앉히려고 하겠지만 결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하는 한 위기설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고 나올 것”이라며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교훈 삼아 금융사·건설사들이 향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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