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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숲 전도사’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

“산림산업은 6차산업 미래 부가가치 터전”

  • 윤영호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 yyoungho@donga.com

‘숲 전도사’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

  • ● 첫 非조합장 출신 중앙회장의 혁신
  • ● 3년 연속 적자 중앙회의 흑자 전환 비결
  • ● “작지만 강한 산림조합은행으로”
  • ● “산에서 때 기다릴 줄 아는 지혜 배워”
‘숲 전도사’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


2011년 발생한 서울 서초동 우면산 산사태는 16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형 참사였다. 무분별한 공원 개발에 대한 경고였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지금은 우면산이 원상회복돼 참사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우면산을 복구한 기관이 산림조합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산림 복구 경험과 기술력을 축적해온 산림조합이 산림토목 전문기관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사례다.  
 
국토의 64%가 산이고, 주말마다 전국의 산에 등산객이 넘쳐나지만 산림조합은 아직 일반인에겐 낯설다. 산림조합은 산림 소유자 및 임업인의 출자로 설립된 개별 법인체로, 현재 전국에 142개가 있다. 이들 조합이 회원이 돼 설립한 게 중앙회다. 전체 조합원은 49만 명. 농협이나 수협에 비해 아직은 약세다.
 
그런 산림조합의 변화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2014년 11월 이석형(58) 중앙회장 취임 이후의 일이다. 이 회장은 1998년 전남 함평군수로 당선된 이래 3선을 거치며 나비축제를 성공시킨 ‘나비 전도사’. 그는 조합원 신분으로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 지인들이 언론보도를 접하고 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동명이인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농협과 수협에도 비(非)조합장 출신 중앙회장은 없었다.

중앙회 관계자는 “산림조합이 외부인이나 다름없던 그를 중앙회장으로 받아들인 건 내부의 위기의식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민간인도 산림법인을 설립해 산림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숲 가꾸기 사업 수주에 뛰어든 게 위기의 시작이다. 그동안 독점에 안주하던 산림조합은 이런 환경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구원투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그가 중앙회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것.
 


위기의 산림조합 ‘구원투수’ 

이 회장은 열정적이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취임 이후 전국의 산림조합을 찾아다니며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산림조합으로 탈바꿈하려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해왔다. 전임 회장은 수년간 2만km의 전용차량 주행거리를 기록했는데 그는 취임 10개월 만에 10만km 넘는 거리를 누볐다. 그러다보니 차가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을 정도였다. 중앙회 관계자들은 “처음엔 이 회장을 따라가기 힘들었는데 이젠 어느 정도 적응됐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은 또 1차산업에 머물던 산림산업에 문화와 관광, 정보기술(IT), 서비스 등을 접목해 6차산업으로 진화시켜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산림녹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산림조합이 이젠 산림의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식목일 다음 날인 4월 6일 서울 송파구 산림조합중앙회 사무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무엇보다 경제 수종(樹種)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아까시나무, 헛개나무, 깨죽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그동안 잡목으로 알려져온 아까시나무는 5년이 지나면 2~3kg의 꿀을 생산한다. 목재도 단단하고 무늬도 예뻐 고급 가구용으로 쓰인다. 꿀벌을 비롯한 벌은 주요 농작물의 꽃가루받이를 돕는 ‘숨은 농사꾼’이다. 그래서 벌이 사라지면 과일·과채류 농사를 할 수 없어 인류가 3~4년 내에 멸종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아까시나무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



“산에서 살겠다”

‘숲 전도사’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은 산림조합이 “산림의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남 기자]

이 회장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취임 1년여 만에 산림조합을 탈바꿈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3년 연속 적자를 내던 중앙회는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취임 이후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됨)’라는 글귀를 액자에 넣어 전 산하기관에 걸도록 했다. 그러면서 민둥산을 녹화한 애국심을 바탕 삼아 제2의 산림녹화 정신으로 숲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자고 가는 곳마다 강조하고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일일이 당부했다. 답은 역시 현장에 있었다.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임직원들이 이런 주인정신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 지난해 흑자로 반전한 비결은.

“지난해 상반기에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 16개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삼성생명에서 27년간 자산운용 관련 주요 부서를 거친 이승철 상무를 영입해 자금운용과 신용사업, IT부문을 총괄하는 신용상무로 앉힌 결과다. 그에게 인사권을 포함해 권한과 책임을 일임했더니 바로 성과를 냈다. 주말에도 사무실로 출근해 일을 하더라. 과거 자금 부족 시대엔 돈만 있으면 쉽게 수익률을 올렸지만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엔 세계경제의 흐름도 알아야 하는 등 공부할 게 많다고 한다. 그를 보면 그야말로 뭔가에 미쳐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또 지역별·품목별 산하 사업소가 거의 모두 정상궤도에 올라왔다. 산림조합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사업소는.

“임산물 가공·유통부문이다. 그래서 사내 공모를 통해 임산물센터장을 뽑았고, 현재는 여기서 일할 직원을 공모 중이다. 그들에겐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줄 계획이다. 그렇게 하면 올해 안에 궤도에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임산물 가공·유통부문엔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 농산물이나 수산물은 수요가 충분하기에 물류창고 등 유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반면 임산물은 명절 때나 먹는 나물류가 대부분이다. 또 섭취하려면 삶거나 말려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로워 젊은 주부들이 기피한다. 결국 임산물도 일상 식생활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 산림조합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함평군수를 하면서 산림 관련 사업을 함께하는 등 산림조합을 적극 지원·육성했다. 산림조합은 다른 협동조합과 달리 군(郡)과 함께 가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산불이나 산사태가 나면 관련 기술을 가진 산림조합이 현장에 가서 수습한다. 이렇게 위기상황 때만 일을 시킬 게 아니라 평소에도 산림 관련 사업에선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림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이다. 공직에서 은퇴하면 산에서 살겠다는 생각으로 임업후계자가 됐다. 이런 부분이 중앙회장 선거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취임 이후 새로운 사업 발굴 차원에서 역점을 두는 분야는.

“수목장(樹木葬) 사업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화장률이 80%를 넘었고, 화장을 한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보면 수목장을 하겠다는 답이 70%나 된다. 그런데 일부 사설 수목장은 장삿속으로만 운영한다는 비판이 많다. 사업이 어려워지면 유해마저 버려두고 도주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마디로 국민이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산림조합은 경기 양평군에 산림청이 조성한 국내 최초의 국립수목장림 ‘하늘 숲 추모원’을 위탁 운영한다. 전남 진도에는 산림조합 자체로 운영하는 수목장이 있다. 올해 안에 산림조합 네 곳에서 수목장을 새로 개설할 예정이다.
 
또한 ‘요람에서 무덤까지’ 숲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상조회를 구상하고 있다. 태교에서 시작해 교육과 연계한 숲 유치원, 약초와 의학을 접목하는 한방치료, 레저활동 등을 하고, 죽어서는 숲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야말로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그다음으로 주목하는 게 숲 카페다. 일반 카페와 달리 도심에서도 숲에 들어온 느낌이 들게 꾸미고 산림조합이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들여온 커피뿐 아니라 우리 임산물도 판매할 것이다. 산림을 통한 미래 먹을거리와 좋은 일자리를 반드시 창출할 계획이다.”  
 
▼ 일반 은행업을 영위하는 농협이나 수협과 달리 산림조합은 상호금융(조합원들로부터 받은 예금을 다른 조합원들에게 싼 이자로 빌려주는 것) 사업만 하는데.  
 
“제한된 영업 구역에서만 예금 및 대출 업무를 취급하기에 애로사항이 많다. 산림조합이 은행업을 추진하려면 현재 수신고 2조5000억 원을 최소한 8조 원 이상으로 키워야 한다. 장기적으론 규모를 키우되 당분간은 작지만 강한 금융업을 지향하려고 한다. 덩치는 크지만 속이 곪아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일례로 2009년 1월 문을 닫은 전남 완도군 수협은 설립 당시 전국 최대 규모 수협이었으나 부실 경영으로 36년 만에 문을 닫고 인근 금일수협으로 통합됐다. 금일수협이야말로 작지만 강한 조합이었던 것이다. 산림조합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등 내실 있게 경영해나갈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 해외 조림사업도 추진한다고 들었다.

“우리의 산림을 보호하고 국내 목재 관련 산업에 필요한 산림자원 확보 차원에서 적극 나서고 있다. 베트남 조림지역의 경우 관리면적 2512ha에 속성수 아까시를 조림했고, 인도네시아에선 티크와 고무나무, 아까시 등을 약 2만3000ha에 심었는데 10만ha 조성을 목표로 확대하는 중이다. 최근엔 국내 소비가 급격히 느는 커피 시장에 진출하려고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커피나무 조림과 합작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조림지의 경우 사업성이 검증돼 기대 수익을 확보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조림 사업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벌채를 하면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 정부와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은.

“국토의 64%가 산인데, 산림 분야에 국가 예산의 1%도 쓰지 않는다. 금액으로는 2조 원이 안 된다. 그동안 논과 밭, 바다엔 많은 투자를 했다. 이제는 산림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 또한 국산 목재 자급률이 17%에 불과한데, 최소한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선 국산 목재를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어제 식목일 행사장에서 만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도 간곡히 말씀드렸다. 앞으로 정치권이나 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꾸준히 해나갈 예정이다. 정치권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4·13 총선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농업·임업·수산업 쪽 대표자는 여야를 통틀어 고작 한 명이다. 새누리당이 전 서천수협장을 당선 가능권 밖 순번에 발탁했더라. 집권당도 야당도 1차산업을 너무 무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산림 예산 1% 미만…투자 늘려야

이 회장은 정치인 출신이어서인지 정치권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특히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현 정치권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출산율이 떨어져 ‘멸종 위기 1호는 한국인’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가 한참 됐는데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근본적인 과제 해결보다는 자기 임기 동안에 예산을 퍼주는 데만 골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어떤 지도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끈질긴 의지를 보인 적이 있나.
 
적어도 셋째 자녀 이상부터는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다. 그런 생각에서 산림조합 임직원에겐 국내에서 가장 많은 다자녀 출산 장려금을 주고 있다. 무상급식 같은 것보다 이런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본다. 식량 문제도 마찬가지다. 주곡을 자급하지 못하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는데도 정치권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많았을 텐데.

“주변에서 ‘이석형은 이제 완전히 산으로 간 것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산을 잘 가꾸고, 산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또 다른 의미의 정치라고 생각한다. 여의도에서만 정치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국회의원과 전남지사 경선에 나가 두 번씩 떨어지고 난 후 산에 들어와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순리에 따르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얻었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신뢰를 얻는 것이기에 최소한 임기는 마칠 생각이다.”


신동아 2016년 5월 호

윤영호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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