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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중단, 지방흡입…극한 다이어트·성형 “교수들이 ‘표준체중 미만 美人’ 요구”

연극영화과 입시의 ‘속물적 외모지상주의’

  • 김수민 |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생리중단, 지방흡입…극한 다이어트·성형 “교수들이 ‘표준체중 미만 美人’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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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예고 교사들이 몸무게 검사”
  • ● “남녀 불문 3년 동안 저녁 굶어”
  • ● “예고 졸업생 60% 성형”
생리중단, 지방흡입…극한 다이어트·성형  “교수들이 ‘표준체중 미만 美人’ 요구”

연극영화과 입시에 필요한 시술·성형.

A대학 연극영화과에 재학하는 김모(20·여)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산부인과병원을 찾았다. 과도한 다이어트로인한 하혈 때문이었다. 김씨의 키는 171.5㎝. 당시 3개월 안에 몸무게를 46㎏까지 줄이는 게 목표였다. 매일 오전 7시 20분 줄넘기 3000번을 하고 점심 때 다시 줄넘기 1000번을 하고, 저녁에 줄넘기 3000번으로 마무리했다.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였다. 김씨가 이렇게 다이어트 강행군을 한 것은 오매불망 원하는 대학 연극영화과 입학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김씨는 해낸 셈이다.

B(20·여) 씨도 고3 시절 6개월간 생리가 끊겼다. 역시 다이어트가 원인이었다. 키 164㎝인 안씨는 몸무게 43㎏을 목표로 한 달간 하루에 300㎉만을 섭취했다. 수업 중 정신을 잃어 쓰러지기까지 했다. 당시 예술고 학생이던 안씨는 오직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기 위해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다이어트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대학 연극영화과 등 연기자 양성 관련 학과에 도전하는 수험생은 평균 3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학과의 한 해 입학 정원은 1200명 선에 그친다. 경쟁률은 180대 1~200대 1이 보통이고 가끔 300대 1까지 치솟는다.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연영과에 들어가기 위해 수험생들은 연기 연습은 물론이거니와 치열한 외모 가꾸기 전쟁에 뛰어든다. 그들에게 극한의 다이어트와 얼굴 시술은 입시를 위한 기본 사항이다. 얼굴 성형에 대한 압박도 강하게 받는다. 심지어 학생들은 고교 교사나 학원 강사로부터도 성형을 권유받는다.



“0.01㎏ 초과도 벌금”

필자가 만난 연영과 지망생들은 무엇보다 몸매 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C예고에 재학 중인 D(19) 양은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집에서 싸온 방울토마토 10개와 삶은 달걀 2개로 점심을 때웠다. 중간에 참을 수 없을 만큼 배가 고프면 콩으로 허기를 달랬다. 이러한 식단 조절로 최근 14㎏을 감량했다. 방 양은 “입시 기간 다이어트에 대한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학교 곳곳에 몸매 관리를 위한 체중계가 비치돼 있었다. 교사로부터 “내가 말한 체중까지 안 빼면 사람들 다 보게 네 몸무게 숫자를 교실 문 앞에 붙여놓을 거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A대학 연극영화전공자인 김씨는 예고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매달 몸무게 검사 날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정해주신 목표 몸무게에서 0.01㎏이라도 초과하면 벌금을 냈어요.”

김씨가 벌금으로 낸 돈은 20여만 원이었다고 한다. 하루 이온음료만 500mL 마시기, 하루 사과 하나만 먹기 등 입시를 위한 학생들의 다이어트 방식은 다양했다. 한 학생은 “허벅지 지방흡입술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몸매 관리는 남학생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연영과 지망생 안모(19) 군은 “중학생 때 예술고 입학을 위해 10㎏을 감량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 3년 동안 저녁을 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살이 금방 찌는 체질이라 항상 몸무게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연영과 진학을 희망하는 박모(19) 군은 ‘근육을 키우라’는 교사의 말에 하루도 안 빠지고 팔굽혀펴기 100번, 복부운동 50번을 했다. 근육이 잘 만들어지도록 아침저녁으로 단백질 보충제도 먹었다.



“얼마나?” “뼈다귀?”

연극영화과에서 ‘날씬한 몸매’는 정말 이렇게까지 필수적인 것일까. 필자는 연영과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으로 가장해 시중 연기학원을 취재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E 연기학원에 들어서자 중년의 학원 부원장이 필자를 자리에 앉힌 뒤 상담을 시작했다.

부원장
: 키는?

필자
: 백육십오 정도 됩니다.

부원장: 나쁘지 않네. 몸무게. (노골적 질문에 잠시 필자의 말문이 막히자) 어차피 다 재볼 텐데, 뭐.

필자: 오십~삼이요. (부원장이 상담 학생의 프로필을 기록하는 일지에는 키와 몸무게를 적는 칸이 따로 있었다.)

부원장: 사십육까지 빼면 돼. 빼는 데 큰 무리는 없어.

필자는 순간 ‘7㎏을 빼는 데 무리가 없다고?’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연영과 진학을 위해 요구되는 턱없이 낮은 목표 몸무게를 실제로 확인하고 놀랐다. 표준체중 계산법에 따르면 키 165㎝에 해당하는 적정 몸무게는 57㎏으로, 필자는 살을 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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