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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학대 지속 진짜 이유는?

“동료 고발하면 같이 망해 내부 고발자 보호책 시급”

  •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어린이집 아동학대 지속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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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 재취업 어려워서…

경기도 지역 민간어린이집 5년차 보육교사 황상아(가명) 씨는 “보육교사들은 특히 학부모들에게 거친 언사를 들었을 때 심한 좌절감을 느낀다”며 “심리상담 전문가가 보육교사의 정서를 살펴보는 지원 체계가 마련된다면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보육 서비스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폐쇄적인 공간이다. 내부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앞서의 보육교사 신미영 씨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냐’며 ‘시끄럽게 만들지 말자’란 무언의 합의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내부 고발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7년 11월 경기 남양주시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4세 아이의 머리를 밀고 발로 차 놓고 선 알림장엔 ‘아이가 날 때렸다’고 써놨다. 며칠 후에는 아이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 이번엔 원감과 상의하고 ‘아이가 친구와 장난하다가 얼굴에 상처가 났다’고 알림장에 적었다. 그러나 이를 목격한 동료 보육교사의 제보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가해 보육교사는 어린이집을 떠났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보육교사들은 “내부 고발은 생계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한신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영유아 돌봄기관의 영유아 학대 근절 및 예방을 위한 상담서비스 체계 구축’ 연구에서 내부 고발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동료 보육교사의 아동학대를 목격한 후 어떻게 대처했느냐는 질문에 41.7%가 ‘해당 영유아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대했다’고 답했다.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답변도 39.6%에 달했다. 가해자가 원장인 경우에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 비율이 50%로 올라갔다. “동료 교사의 교육에 간섭할 수 없고, (경찰 등에) 신고할 경우 부과되는 책임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 수도권 민간어린이집 원감 이정숙(가명) 씨의 설명이다. 



“보육교사를 채용할 때 이력서와 함께 평판을 참고하는데, 평판은 주로 어린이집 원장에 의해 좌우됩니다. 근무한 어린이집 내부 사정을 외부로 유출한 적이 있는 보육교사는 원장의 ‘블랙리스트’에 오릅니다. 생계와 맞바꿀 용기를 내 내부 고발을 하기가 어려운 거죠.” 

이씨는 “아동학대 신고를 활성화하려면 내부 고발자에 대한 확실한 신변 보호는 물론 내부 고발자 재취업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보육교사들이 이런 문제를 부담 없이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 상담 사이트 등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민간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16년차 보육교사 정세연(가명) 씨는 3년 전 일을 생각할 때마다 씁쓸해진다. 동료 보육교사 C는 밥을 먹지 않는 아이에게 김칫국에 밥을 말아 억지로 떠먹였다. 정씨가 이를 문제 삼자 다른 동료 교사들이 “왜 일을 시끄럽게 만들려고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정씨는 “동료들은 그러한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어린이집 전체 교사가 아동 폭행범으로 몰린다고 여겼다”며 “아이가 입은 피해보다 아동학대 사실이 학부모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더 걱정하는 것이 어린이집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내부 고발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이러한 사건으로 어린이집이 폐업하게 되면 동료 보육교사들까지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된다. 폐업한 어린이집 출신 보육교사가 재취업하기도 쉽지 않다. 아동학대를 당하지 않은 아이들도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내부 고발로 인한 책임과 피해가 막중하다 보니 묵인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씨는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가해자 보육교사와 관리자 원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당연하지만, 그와 별개로 어린이집을 무조건 폐쇄하기보다는 구청 등에서 어린이집을 임시로 맡아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일반 국민과 학부모에 비해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하는 ‘치안정책연구’에 2017년 게재된 논문(‘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판례에서의 양벌규정 적용과 시사점’)이 언급한 2014년 아동복지법 위반 관련 판례를 보자. 

가해자 보육교사는 피해 아동이 출입문에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피해 아동을 발로 밀치고, 수업시간에 피해 아동의 머리를 뒤로 세게 밀쳤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그로 인해 아이의 몸에 멍이 심하게 들었다고 항의하자 보육교사는 감정이 상한 나머지 피해 아동의 머리채를 잡으며 뒤로 밀어버렸다. 당시 보육교사는 아동에게 “훈육 차원에서 한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아동복지법(제17조 제3호)을 근거로 보육교사의 행위를 신체 학대 행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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