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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순자, 30년 침묵을 깨다!

“광주 가서 돌 맞더라도 분 풀린다면…”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전두환·이순자, 30년 침묵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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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5·18 희생자 명복 빌고 총체적 유감 표명”
  • ● 광주시민, 계엄군 위한 영가천도 기도…“업이야 업”
  • ● “내가 5·18 발포? 바보 같은 소리!”
  • ● “정승화가 김재규 앞세우고 정권 잡으려 해 잡아넣었다”
  • ● “퇴임 후 ‘포대기’ 씌워 차고 때리고…가혹했다”
  • ● “노태우 대통령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것 같아 백담사行”
  • ● 회고록은 이 여사가 준비…“5·18은 건드리지도 않아”
전두환·이순자, 30년 침묵을 깨다!

[조영철 기자]

열계단을 오르니 초등학교 교실만한 앞마당에 파릇파릇 잘 깎인 잔디가 눈에 들어온다. 눈부신 봄날, 분홍색 보라색 철쭉꽃의 강렬함이 하얀 목련의 순수함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앉은뱅이’ 옥향나무는 동그랗게 파마를 했다.

“여기 오셨으니 꽃구경 한번 하시죠. 많이 심었죠? 제가 대령 때 월남 연대장하고 오니까 할마이(이순자 여사를 지칭)가 이 집을 지었는데, 아 그때 이 동네는 전부 논이어서 흙을 메우고 지었습니다. 저 소나무도 직접 심었고….”



“꽃구경 하시죠”

4월 27일 오후 전두환(85) 전 대통령과 이순자(77) 여사는 서울 연희동 자택 뜰 앞 계단에서 ‘신동아’ 취재진을 맞았다. 두 사람을 따라 들어간 접견실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사’를 담은 대형 액자도 이채롭다. 직사각 형태의 소파 8개가 2개씩 붙어 있고, 소파 사이에 놓인 작은 탁자들 위엔 커피 2잔과 스낵이 놓여 있다.

“공덕이 높은 스님만 커피를 마실 수 있어요. 큰스님, 커피 드세요. 어, 영감 오슈?”

육사 11기 동기인 정호용 전 의원(특전사령관, 국방부·내무부 장관 역임)이 접견실로 들어와 일행과 인사를 했다. 전 전 대통령은 그를 ‘영감’ ‘정 장관’이라 칭했다. ‘큰스님’은 동석한 대한불교천태종 운덕대종사를 가리킨다.

“우리 ‘정 장관’ 어른은 육사 다닐 때부터 배짱은 장군감, 행동은 매 맞을 감이었어요(웃음). 우리가 기합 받을 때 ‘선착순’을 하면 이 친구는 맨날 꼰빠리(꼴찌)야. 무슨 놈의 배짱인지 뛰질 않아. 남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뛰는데 실실 걸어와. 부대장들도 정 장관이 겁나서 혼을 못 내고. 머리가 아주 좋고 공부도 잘했으니까요.”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와 정호용 전 의원, 고명승 전 3군사령관, 운덕대종사, 김충립 목사(한반도프로세스포럼 대표)가 소파에 둘러앉았다. 김 목사가 과거 보안사령부 장교 시절 전 전 대통령이 자신을 발탁해 정호용 특전사령관의 정보보좌관을 지낸 인연을 들려주자 전 전 대통령은 기억이 잘 안 나는 듯 “아 그랬어요?” 하며 짐짓 놀란 표정이었다.

김 목사가 “신동아 측과 대종사께서 이 자리를 만들었다.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역사 기록이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자 이순자 여사가 걱정스러운 듯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우리가 청와대를 나온 지 30년이 돼가는데, 그동안 한 번도 기자들을 만난 적이 없어요. 한 신문사와 인터뷰 하면 다른 신문사는 (기사를) 안 좋게 내던데…그게 좀 걱정스럽고 조심스럽긴 해요. 하긴 뭐,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더 내려갈 곳도 없지만요.”



“사람은커녕 개미도 안 와”

전두환·이순자, 30년 침묵을 깨다!

4월 27일 서울 연희동 자택 현관 앞에 선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 [조영철 기자]

고명승 전 3군사령관 “각하께서 이런 (인터뷰) 자리를 마련한 것은 진짜 수십 년 만이지요.”

사진기자가 플래시를 터뜨리자 이 여사가 거듭 당부했다. 

“좋은 사진 골라 내실 거죠? 어떤 때는 의도적인가 싶을 정도로 얄궂게 찍을 때도 있더라고요.”

전두환 전 대통령 “어떻게든 찍으면 어때. 이제 나이가 다돼서, 황천길에 가서 대통령이나 한 번 더 할까, 늙어서 뭐(웃음).”

기자 “운덕대종사께서는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먼 걸음을 하셨습니다.”

전두환 “저는, 요새는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개미도 잘 안 와. 사람이 힘이 좀 있으면 별별 사람이 다 찾아오는데. (요즘은) 찾아와봐야 그 사람 신발 닳지, 커피 한잔 못 얻어먹지…누가 옵니까. 그런데 오늘 이렇게 큰스님이 오신 건 적선하는 차원에서 오신 거예요(웃음).”

운덕대종사 “사월 초파일 행사도 다가오니 상월원각 대조사 스님(1911~ 1974) 말씀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 천태종을 중창하고 1945년 구인사를 창건한 분입니다. 제가 1966년 ROTC 1기로 복무한 뒤 제대하고 경북 안동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구인사에 들러 대조사 스님을 찾아뵌 게 인연이었어요. 저는 불교 신자도 아니었지만, 당시 그분은 ‘생불(生佛)님’으로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해 한번 찾아뵌 겁니다. 이후 여태껏 ‘발이 붙어서’ 구인사에서 못 나오고 있습니다(웃음). 그분이 열반하시기 전에 ‘앞으로는 한국이 세계를 주도한다’고 하셔서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전두환
“아니, 왜요?”

운덕 “제가 동국대 경제학과를 다녔는데, 경제학과 교수들은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한국은 강대국,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대조사께선 반대로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가난한 한국이 어떻게 세계를 주도합니까’ 물었더니 ‘사람이 물질을 지배하지, 물질이 사람을 지배하는 게 아니야’ 하며 웃으셨어요. 세계 운(運)이 한국에 도래하면 모든 인재는 한국으로 몰려오고, 그러면 세계 자원은 모두 한국의 자원이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땅덩어리는 지구 전체로 봐야 한다’고 하셨어요.”



상월원각 대조사의 예언

기자 “지구 전체를 봐야 한다?”

운덕 “세계지도를 보면 한반도는 소의 머리, 일본은 소의 목줄기, 중국은 가슴팍, 유럽은 앞다리, 소련은 등줄기, 미국은 뒷다리라는 겁니다. 또 호주는 소똥이고, 아프리카는 소 여물통인데 ‘소가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는 과정이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이다’고 하셨어요.

잠자던 소가 깨려면 심장의 동요가 있어야 하는데, 일찍이 중국에서 공맹(孔孟)과 한자가 나오며 ‘앞가슴’이 뛰어 세계를 지배했고, 심장이 뛰어서 소가 일어나려고 하니 그 힘이 앞다리로 가서 유럽이 주도했고, 앞다리의 힘이 뒷다리로 가면서 미국이 주도했다는 겁니다. 소는 일어서고 나서 머리를 들잖아요. 머리를 들면 몸뚱이는 따라오고요.

그런데 한국이 머리라는 겁니다. 1970년대 초, 그 가난한 시절에 대조사께선 ‘지금부터 세계 운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라고 아주 공개 선언을 했어요.”

전두환 “누가 그랬다고요?”

운덕 “구인사를 창건하신 대조사 스님이.”

전두환 “야…그 어른, 야심이 컸구먼. 제발 그리 되면 좋겠네(웃음).”

전 전 대통령은 한 가지 주제로 대화가 오래 이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듯 자꾸 되묻곤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질문하면 “내가 그때 뭐하고 있었더라…” 하는 식이었다. 운덕대종사는 이후 우리나라가 아시아경기대회, 올림픽, 월드컵을 개최하고 경제부국으로 부상했다며 남북통일도 한국의 주도로 이뤄진다고 한 대조사의 예언을 전했다.

운덕 “통일이든 세계대전이든 큰 일이 이뤄지려면 천지(天地) 운이 도와야 하는데, 자기 정권 유지를 위해 악정을 펴는 사람을 (하늘이) 돕지는 않는다고 해요. 북한 주도로는 절대 안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전두환 “제발 그리 되면 좋겠어요.”

이순자 여사 “당시엔 북한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도 나았고 한국의 위상도 낮았는데, 그때 벌써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운덕 “그랬죠. 대조사께서는 한국 주도로 통일이 되는데, 40년 뒤에 된다고 하셨어요.”

전두환 “그럼 지금이 그 시기네요.”

운덕 “지금부터 통일 운이 무르익어가는 거겠죠.”

전두환 “아이고, 어림도 없습니다. 그건 희망사항이고….”

이순자 “또 모르죠. 우리가 예전 구라파(유럽)에 갔을 때, 누구도 동독이 망할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런 낌새도 없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통일이) 되더라고요.”



“미국 얘기는 좋게 하세요”

운덕대종사가 마음에 담고 있던 얘기를 꺼냈다. 부처님오신날(5월 14일)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마음을 열어 화해하자는 메시지였다. 

운덕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서 화합하고 단결해야 멋있게 통일을 맞을 텐데, 지금 우리 사회나 정치권이 이렇게 갈등을 빚고 해서야….”

전두환 “스님이 이렇게 걱정해주시니 잘될 거예요.”

운덕 “그래도 나라를 이끌어온 분들이 좀 생각을 갖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동서 문제, 남북 문제도 풀리지 않겠습니까. 그냥 방치해선 안 될 일이라는 생각에 김 목사와 여러 차례 얘기를 했어요. 신동아 기자분도 두 차례 만났고요.”

김충립 목사 “대종사 말씀은, 지금 우리나라에 남북통일 기운도 있으니 통일에 대비해 국민 대통합이 돼야 한다, 동서화합과 국민 대통합에 전 전 대통령이 참여하는 게 좋겠다는 겁니다.”

운덕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대조사 말씀을 전하면서 ‘임기 중에 통일이 될지 모르니 관심을 가지시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대조사께선 ‘통일이 되려면 주변국의 참여도 중요한데, 한국이 발전하려면 중국이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하셨어요. 한국을 지원하는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있는 것이니 (한반도에서) 나가지 말라고 해도 언젠가는 나가게 돼 있다고….”

이순자 “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 때 중국이 참여하는 걸 보고 박 대통령이 중국에 공을 들인 결과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전두환 “맞아. 근데 큰스님, 내가 건의 하나 드릴게요. 지금 한반도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미국·소련·중국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암암리에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거든요. 우리나라에도 CIA(미 중앙정보국) 자금 지원 받는 사람이 많고, 소련 KGB(구 소련 시절 비밀첩보 조직) 첩자들도 무지하게 들어와 있고, 중국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신도들에게 바로 영향을 미치는 종교지도자인 큰스님이 (미국에 대해) ‘엉뚱한 소리’를 하면 아주 큰 적(敵)이 돼요. 그럼 없애버리려고 하지. 그렇기 때문에 외국, 특히 미국과 관련한 말씀은 좋게 하세요(웃음). 지금은 미국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잖아요.”

이순자 “우리가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고 있어야 되는 형편이니까요.”

전두환 “우산이 아니라 사단이 와서 지켜주고 있잖아요. 이북 놈들이 사단 겁나서 함부로 못 오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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