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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누더기 ‘김영란법’의 험로

기자 꽁꽁 묶겠다는 김영란법의 광기(狂氣)

미디어 비평

  • 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기자 꽁꽁 묶겠다는 김영란법의 광기(狂氣)

3월 3일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발의 이틀 만에 헌법소원이 제기돼 위헌심판사전심사가 진행 중이다. 모든 걸 법정에서 해결하는 ‘정치 사법화’의 재판(再版)이다.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대상으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원안은 국민 세금을 받아 생활하는 공직자, 공공기관 종사자만 대상으로 했다. 언론 중엔 KBS와 EBS 직원만 해당된다. 그러나 다른 언론인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마지막 순간에 ‘다 집어넣자’로 여야 간 합의를 봤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는 과반이 김영란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언론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비판적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김영란법은 언론과 관련해서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포털사이트는 빠져나간다. 또 시민기자나 정치평론가, 파워 블로거 등도 적용받지 않는다.

김영란법은 한 번에 100만 원 초과, 연간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는 게 골자다. 3만 원 이상 100만 원 이하 금품을 받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대가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으니 검찰은 날개를 단 격이다. 검찰의 권한 강화는 결국 정권의 권한 강화다. 이는 정권의 언론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언론의 비판 기능이 오그라들면 시민권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자가 촌지나 접대를 받는 것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행위는 현행 형법으로도 얼마든지 벌 줄 수 있다. 김영란법은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고 연금 받는 공직자’와 ‘민간인인 기자’를 동급으로 두고 똑같이 간섭하겠다는 것이다. 과잉으로 비친다.

더구나 이 법은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망신 주는 데에 딱 제격이다. 기자로선 ‘과태료 처분’만 받아도 문제가 된다.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아야 한다. 혐의 내용이 보도될지도 모른다. 기자의 생명인 공신력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5만 원짜리 식사 대접 한번 받았다가 취재원에게 두고두고 발목 잡힐 수도 있다. 푼돈 때문에 옷을 벗어야 할 판이니 직업인으로서 기자의 취재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회사원

앞으로 기자는 모든 식사자리, 술자리를 조심해야 한다. 웬만하면 본인이 계산하거나 더치페이 해야 한다. 아니면 사람을 아예 안 만나는 게 낫다. 국가로부터 이렇게까지 생활을 간섭받는 민간인은 기자 외에 없다. 기자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회사원’이 될 것이 틀림없다. 과태료 조항을 둔 것에선, 기자를 오랏줄로 꽁꽁 묶어두겠다는 광기(狂氣)마저 느껴진다.

김영란법 원안의 갑작스러운 변경엔 청와대의 ‘오더’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새누리당 정무위 법안소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여덟 번이나 신속처리를 요청했고, 청와대 수석들도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독촉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언론인을 포함하는 안으로 변경된 시점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청와대가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던 시점이라 의심을 더한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불리한 보도엔 고소·고발로 대응해왔다. 검찰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은 해외에서 더 큰 비난을 샀다. 앞으로 김영란법을 활용할 가능성은 농후해 보인다.

김영란법을 주도한 새정치연합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워온 야당의 비조(鼻祖)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새정연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한 번 더 각인시켰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 순위에서 이명박 정권은 50위였다. 박근혜 정권은 첫해 57위, 지난해 60위였다. 지난해 일본 ‘산케이신문’기자 고소 이후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언론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마 전까진 ‘국경 없는 기자회가 우리 언론 자유를 너무 저평가한다’는 시각이 있었다. 이젠 사정이 다르다. ‘제대로 봤네’하는 사람이 많다.

언론자유와 같은, 문명지수를 나타내는 지표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저런 무지막지한 법을 통과시키는 행정부와 입법부엔 매우 무리한 요구인지 모르겠다.

신동아 2015년 4월 호

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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