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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하남·서승환·안종범 ‘양호’ 류길재·백승주·홍기택 ‘미달’

논문인용지수로 본 한국 교수들의 ‘실력’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방하남·서승환·안종범 ‘양호’ 류길재·백승주·홍기택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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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연과학/예술

수학을 연구하는 국내 연구자 1091명이 2002년 이후 발표한 논문은 총 7108편이다. 연구자들의 평균 H지수는 0.6으로 낮은 편이다. 주로 해외 논문을 인용하는 이공계 학문의 특성이면서 연구자가 적은 기초학문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71세 교수의 논문 32편

수학 분야에서 가장 많은 인용 횟수를 보인 학자는 홍영희 숙명여대 교수다. 1944년생으로 올해 나이 71세인 홍 교수는 2002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32편의 대수학 관련 논문을 써 양적평가 부문 1위를 기록했다. 홍 교수는 지난해에도 한국수학사학회지에 실린 ‘Kaifangfa and Translation of Coordinate Axes’란 제목의 논문 등 4편의 논문을 각종 저널에 발표했다. 홍 교수의 전공인 대수학은 ‘수 대신의 문자를 쓰거나 수학법칙을 간명하게 나타내는 수학의 한 분야’로 방정식 문제를 푸는 데서 시작된 학문이다. 수학 분야에서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한 학자는 고상숙 단국대 수학교육과 교수다. 손건태 부산대 통계학과 교수, 이상구 성균관대 교수도 40편 넘는 논문을 발표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수학 분야는 연구 실적이 뛰어난 교수들의 연령이 다른 학문에 비해 월등히 높아 눈길을 끈다. 인용횟수 상위 6명이 모두 1940~50년대생으로 정년이 이미 지났거나 정년을 눈앞에 둔 교수들이다. 2002년 이후 10편 이상 논문을 쓴 수학자 29명 중 1960년대 이후 출생자는 9명에 불과했다. 1970년 이후 출생(30대 후반~40대 초반)한 수학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1970년 이후 출생자 중 가장 많은 논문을 쓴 사람은 양정모 한국연구재단 박사(9편)였다. 이런 통계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연구해야 하는 수학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수도권 사립대의 한 수학과 교수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수학을 잘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다. 수학은 꾸준히 집요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성과를 내는 학문이다. 오랫동안 수학적 직관을 키워온 노 교수들이 많은 성과를 내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물리학에서 가장 많은 인용 횟수를 보인 학자는 이경호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다. 37편을 써 155회 인용됐다. H지수는 8.

가장 많은 논문을 쓴 학자는 이화여대에서 우주론을 연구하는 김성원 교수다. 그는 총 48편을 써 물리학 분야 최다 논문 발표자가 됐다. ‘주간조선’(2340호)에 따르면, 김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개념 중 웜홀(worm hole)에 관한 국내 권위자이다. 웜홀은 사과의 벌레구멍처럼 ‘시공간을 잇는 지름길’로 타임머신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다. 김 교수는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은 세계적 물리학자 킵 손(Kip Steven Thorne) 박사와 함께 1989년 3월부터 1년 동안 ‘웜홀을 이용한 타임머신의 안정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터스텔라’는 킵 손의 웜홀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물리학 분야에서 인용지수가 높은 교수로는 박종원 전남대 교수(물리교육), 김정기 한양대 교수(자성체물리), 이인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사(물리교육) 등이 꼽힌다.

농업(농학) 분야에서는 지방대 교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연구성과 상위 그룹에서 SKY 등 유력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한국균학회장을 맡았던 이종수 배재대 교수(응용미생물)가 논문 수, 인용 횟수, H지수 모두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인용 횟수의 경우 2위인 이영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박사보다 2배가량 높았다. 연구 실적 상위 20명 중 16명이 지방대 혹은 지방 연구소 소속이었으며 그중 4명은 강원대 교수였다. SKY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는 이용환 서울대 교수(농업교육)가 유일하다. 이 교수는 42편의 논문을 발표, 128회 인용(13위)됐다.

최근 각광을 받는 학문 중 하나인 디자인 분야에선 총 1499명의 학자가 한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중 오찬옥 인제대 교수(실내환경디자인)는 발표 논문 수(69편), 인용 횟수(163), H지수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다. 실내디자인학회장이기도 한 오 교수는 노인·고령화 사회와 관련된 논문을 주로 발표해왔다. 오 교수는 최근 한 강연에서도 “도시나 건물을 디자인하는 과정에 노인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현주 연세대 교수, 이건표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김은정 경희대 교수 등도 논문 수·인용 횟수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폴리페서들의 본업 충실도

1년에 논문 1편도 안 쓴 인사 많아


폴리페서. 사전적인 의미는 ‘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교수’를 뜻한다. 학자라는 신분을 발판으로 입신양명을 꿈꾸는 사람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지만 분명히 실체가 있는 조어(造語)다.

‘신동아’는 박근혜 정부에 참여한 학자 출신 정치인·관료, 학자 출신 현직 국회의원 25명이 학자 시절 낸 연구 성과를 분석했다. 말하자면 ‘폴리페서들의 본업 충실도’인 셈이다. 몇몇 인사의 경우 학자 시절부터 상당한 연구성과를 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1년에 논문 1편도 안 쓴 인사가 수두룩했다.

논문 수, 인용 횟수가 가장 많은 사람은 교육부 차관(2013년 3월~2014년 8월)을 지낸 나승일 서울대 교수였다. 100편의 논문이 256번 인용됐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57편의 논문을 냈고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낸 이승종 서울대 교수(34편),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24편)이 그 뒤를 이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논문 수(12편)는 적었지만 인용 횟수(246번)가 많았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외출 영남대 교수는 18편의 논문을 써 98회 인용(H지수 6)돼 무난한 수준이었다.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평균 이하의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도 여럿 확인됐다. 1년에 한 편도 논문을 쓰지 않았거나 총 피인용 횟수가 10 이하인 경우, H지수가 2 이하인 경우도 많았다. 발표 논문이 가장 적은 사람은 중앙대 교수 출신의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과 국방연구원 출신인 백승주 국방부 차관, 조세연구원장 등을 지낸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다. 이들은 모두 12년간 3편씩밖에 쓰지 않았다. 백 차관과 홍 회장은 인용 횟수도 대상자 중 가장 적었다.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도 발표 논문 수가 4편에 그쳤다. 13편을 쓴 홍용표 통일부 장관 내정자, 7~8편을 쓴 은수미·강석훈 의원, 이혜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모두 H지수가 2로 낮은 수준이었다.
방하남·서승환·안종범 ‘양호’ 류길재·백승주·홍기택 ‘미달’


신동아 2015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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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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