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르포

생리중단, 지방흡입…극한 다이어트·성형 “교수들이 ‘표준체중 미만 美人’ 요구”

연극영화과 입시의 ‘속물적 외모지상주의’

  • 김수민 |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생리중단, 지방흡입…극한 다이어트·성형 “교수들이 ‘표준체중 미만 美人’ 요구”

2/3

부원장은 “우리 학원은 몸무게를 잰 뒤 게시판에 게시해버린다. 노력하면 금방 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노력이란 무엇일까. 이런 다이어트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다른 연기 학원은 어떨까. 필자가 찾은 수도권의 F 연기학원도 상담 학생 기록 명부에 필자의 키와 몸무게를 적었다. 필자와 학원 상담원의 대화 내용이다.

필자: 연극영화과 준비할 때 다이어트하는 게 많이 힘들다던데…꼭 해야 하나요?

상담원: 당연하지! 무조건 해야 해. 살은 무조건 빼야지.

필자: 얼마나 빼야 해요?

상담원: 뼈다귀? 많이 빼야지. 아예 마르게 빼야지.



이 학원에서는 목표 몸무게를 정확하게 정해주지 않았지만 ‘뼈다귀 몸매의 중요성’을 필자에게 계속 강조했다. 고3 수험생들은 곧바로 연기 현장에 투입되거나 당장 TV에 출연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연기를 배우고 싶어 대학 진학을 준비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이토록 ‘가혹한’ 몸매 기준이 적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 양은 입시시험장에서 ‘교수님들의 시선’을 원인으로 꼽았다. “수험생이 마르지 않으면 교수님들이 ‘관리 안 했네…’라고 생각하신대요.”

F 학원 상담원도 표준체중 미만의 상당히 마른 몸으로 보여야 교수들에게 관리를 한 것처럼 보여 합격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다이어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고 졸업생 김모(20)  양은 ‘비율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입시에서 키가 중요한데, 키를 늘일 수 없으니 날씬해져 비율이라도 좋아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 테이프의 용도

생리중단, 지방흡입…극한 다이어트·성형  “교수들이 ‘표준체중 미만 美人’ 요구”

미용시술 모습. [동아일보]

연극영화과 입시에서 키는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D대학 연영과는 키를 많이 본다고 학생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들어오는 입시생들의 키를 한눈에 파악하고자 D대학 입학시험장 문 앞 160㎝, 170㎝ 위치에 검은 테이프가 붙여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19) 양은 올해 D대학 연영과 수시모집 시험장에서 한 교수로부터 “너희 예고에서 키 큰 애들 몇 명 지원했어? 너보다 작은 애들도 있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키를 중시하는 경향성은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예고 입학시험에도 퍼져 있었다. 김모(20) 양은 모교인 모 예고 연극영화과 입시를 도우러 갔을 때 “티 나지 않게 붙여라”라는 교사의 말에 따라 검정 테이프를 교실 앞문에 붙였다고 한다. 입학시험을 보러 온 중학생들의 키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대학이 키 크고 마른 학생들을 선호하니까 예고도 그대로 따라가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한국가정과교육학회지에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무리한 다이어트는 신체적 성장과 건강에 해롭고 해당 청소년의 자아존중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연영과 지망생 다수는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를 가져야 합격하는 현실에서 상시적으로 자기 검열을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러한 외모지상주의의 물결 속에서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혹독한 다이어트만이 아니었다. 연영과 지망생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각종 시술·성형수술을 감행하고 있었다.

김(20) 양은 고3 시절 입시를 준비하면서 반영구 화장을 해주는 업소를 찾았다. 그는 그곳에서 점막에 색소를 채워 눈을 또렷하게 보이게 만드는 아이라인 문신, 인조 털을 한 올 한 올 붙이는 속눈썹 연장, 주사기로 듬성듬성 나 있는 눈썹 사이에 색소를 주입하는 눈썹 문신을 받았다. 메이크업으로 보완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반영구 화장을 받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지원한 대학 연영과 대부분이 입시 때 ‘민낯’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가 G대학 입학시험장에 들어갔을 때 진행요원들이 손에 물티슈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하는 동안 이들은 계속해서 김 양의 얼굴을 물티슈로 닦아냈고 화장기가 남아 있는지 확인했다. 시험장이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자신의 콤플렉스를 조금이라도 가릴 수 있는 반영구 화장이 학생들에게 필수 항목이 된 것.




2/3
김수민 |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목록 닫기

생리중단, 지방흡입…극한 다이어트·성형 “교수들이 ‘표준체중 미만 美人’ 요구”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