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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미국·중국에만 매달리지 말고 러시아·일본 활용하라

박근혜 정부의 ‘위태로운’ 통일외교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미국·중국에만 매달리지 말고 러시아·일본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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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관진은 아베, 푸틴, 시진핑, 오바마 사진도 걸어놓아라
  • ● 북핵 불용(不容)에 앞서 중국에 탈북난민수용소 요구해야
  • ● 노무현의 자주외교, 박근혜의 통일외교, 노태우의 북방외교
  • ● 4강의 경쟁관계 이용하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필요
미국·중국에만 매달리지 말고 러시아·일본 활용하라

7월 3일 한중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기 전 악수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이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북한을 고립시키겠다는 분명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개가 꼬리를 흔들어야 하는데,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말에서 유사한 것을 찾아본다면 ‘본말전도(本末顚倒)’ 정도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똑같은 뜻은 아니다. 본말전도는 일어날 수 있지만, 꼬리가 개를 흔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음의 표는 한국은행 등이 밝힌 지난해 국가별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정리한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경제력을 보면, 3강인 미국 중국 일본이 차례로 1, 2, 3위를 차지하고 러시아가 8위에 올라 있다. 이러한 4강을 상대로 통일을 이루기 위한 외교를 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국빈방문이 끼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일본은 기다렸다는 듯이 엇나가고, “시진핑 방한을 지켜보겠다”고 한 미국도 우리를 좋게 보지 않는 듯하다. 정부는 남북 통일을 이루려면 중국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보고 대중외교에 최선을 다한 것 같은데, 김치의 대(對)중국 수출권을 받아낸 것 외에는 ‘이렇다 하게’ 손에 쥔 것이 없는 것 같다.

탈북 난민 카드는 왜 못 썼나

미국·중국에만 매달리지 말고 러시아·일본 활용하라
우리 정부는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에 ‘북핵 불용(不容)’문구를 넣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중국이 주장한 ‘한반도 비핵화’에서 주저앉았다. 과거 우리는 비핵화 선언을 한 적이 있고, 한반도 비핵화에는 북핵 불용이 포함되니,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주장을 넘어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를 지켜본 전직 외교관은 답답해하며 이런 지적을 했다.

“A안을 관철하겠다고 죽어라고 노력하다 이루지 못하면 우리만 손해를 본다. A안을 관철하기 위해 다른 것을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B안, C안도 제시해서, A안이 안 되면 B안이라도 받아내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북핵 불용’안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추진한 것 같은데, 중국은 북핵뿐만 아니라 우리가 핵을 개발하는 것도 막으려 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폭탄을 만든다면, 우리는 ‘다른 성격의 핵폭탄’을 터뜨려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으로 하여금 범죄자가 아닌 한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압록-두만강만 넘어가면 난민으로 판정받아 한국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탈북자가 급증해 북한은 후방으로부터 무너질 수도 있다. 우리는 통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탈북자 난민 인정을 통해, 핵실험을 하고 일본과 가까워지는 북한에 강한 일침을 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 중국은 위구르족 등의 독립운동을 심하게 억눌러 인권 탄압국으로 몰린다. 그런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한다면, 인권 옹호국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의식해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 우리가 낸다고 하면 된다. 우리 돈으로 중국에 탈북 난민수용소를 짓는다면, 우리는 북한 후방에 거대한 거점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외교는 우리 좋은 것만 고집하지 말고, 중국도 좋고 우리도 좋은 것을 추진하는 쪽으로 해야 성공을 거둔다.

중국에 탈북 난민수용소를 지으면 북한이 타격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왜 우리 외교팀은 이번 정상회담에 이 안을 제시하지 못했는가.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주어진 과제나 명령 받은 것만 밀어붙이고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는 박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창조외교와 크게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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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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