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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안심하고 학교 좀 보내자

  • 김현미│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자녀 안심하고 학교 좀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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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안심하고 학교 좀 보내자

‘내 인생을 바꾼 선생님’ 에른스트 페터피셔 지음/ 안성찬 옮김/ Y브릭로드/ 247쪽/ 1만원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걸 믿어달라

‘내 인생을 바꾼 선생님’은 한때 낙제생이었던 한 소년이 저명한 대학교수가 되어 학창 시절 선생님의 가르침을 60가지의 이야기로 정리한 책이다. ‘축제를 즐겨라. 그리고 그 이후를 책임져라’‘오페라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일찍 도착해라’와 같은 소박한 조언에서부터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도달할 때까지 항상 다른 사람이 된다’는 철학적 가르침까지 하인리히 하네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때로는 여행지에서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인생의 지혜를 툭툭 던져놓곤 했다. 예순 살에 접어들어 저자는 하네 선생님의 가르침이 참된 교육이었음을 깨닫는다.

다음 주인공은 레이프 에스퀴스 선생님이다. 그는 미국 LA 빈민가에 있는 호바트 불르바 초등학교의 교사로 22년 동안 재직했다. 그가 가르친 아이들은 대부분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이민가정 출신이지만 그의 반(56호 교실)은 항상 표준화 시험(미국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상위 1%에 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제자들로 구성된 호바트 셰익스피어 연극반이 매년 셰익스피어 희곡을 원작 그대로 LA와 런던의 극장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다. 56호 교실에서는 열 살짜리가 ‘헨리 4세’를 하룻밤 만에 읽어낸다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어떻게 이 모든 일이 가능할까? 에스퀴스 선생님은 “대부분의 학생은 충분히 읽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걸 제발 믿어 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교과목으로서 독서가 아니라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덕분에 56호 교실을 거쳐간 아이들은 평생 독자가 되었다.

이번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시험에 대해 생각해보자. 학교는 공부를 하기보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존재하는 곳처럼 보인다. 56호 교실 아이들도 매주 맞춤법 시험과 어휘 시험에다 주에서 지시한 수학 시험을 치른다. 1년에 세 번씩 주에서 지시한 과학 시험이 있는데 4~6시간씩 이어지는 이 시험 때문에 아이들은 진을 뺀다. 또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교육청에 증명하기 위해 영어 시험을 본다. 모든 학생이 교육청에서 후원하는 네 번의 읽기, 쓰기 시험 때문에 10시간의 수업 시간을 빼앗긴다. 또 학생들은 매년 3편의 에세이를 교육청에 제출해야 하고, 매년 2주에 걸쳐 주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본다.



결과적으로 너무 많은 시험에 시달린 아이들은 더 이상 시험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자신이 쓴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관심조차 없다. 교사들도 성적에만 매달릴 뿐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해야 효과적인지는 연구하지 않는다.

자녀 안심하고 학교 좀 보내자

‘에스퀴스 선생님의 위대한 수업’ 레이프 에스퀴스 지음/ 박인균 옮김/ 추수밭(청림출판)/ 320쪽/ 1만2000원

시험은 온도계와 같다

이럴 때 에스퀴스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할까? 이런 부당한 시험은 볼 필요가 없다고 집단 거부를 할까? 아니다. 56호 교실 아이들은 수업의 연장선상에서 시험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다음은 수학 시험 전날 에스퀴스 선생님과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의 방식이다.

“내일 무슨 일이 있지?” “수학 시험을 봐요.” “그게 전부야?” “정수 부분을 볼 거예요.” “오늘밤 무엇을 할 건지 말해줄 사람 있니?” “전 265쪽을 볼 거예요. 정수 단원 복습이거든요.” “하지만 우린 그걸 이미 마쳤잖니.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거기 문제들이 내일 선생님이 내실 문제들과 비슷하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시험 때와 비슷한 상황에서 공부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문제를 푸는 동안 무슨 음악을 들을 거니?” “아무것도 안 들어요. 내일 시험을 볼 때 음악을 틀어놓고 문제를 풀진 않을 거잖아요. 내일 시험을 볼 때와 똑같은 환경에서 공부해야 해요.” “문제를 풀다 이해가 안 되면 오늘 저녁 무엇을 해야 할까요?” “친구한테 전화하면 돼요.” “선생님께 전화해도 돼요?” “물론 그래도 되지요. 아마 밤늦게까지 공부할 것 같은데, 그럴 건가요?” “아니오!!!” “정말요? 왜요?” “일찍 자야 해요. 잠자는 건 중요해요. 푹 자고 일어나야 내일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으니까요.”

‘에스퀴스 선생님의 위대한 수업’을 읽다 보면 이 지면이 허락하는 한 옮기고 싶은 사례가 너무나 많다. 에스퀴스는 “시험은 온도계와 같다”고 말한다. 그냥 단순한 측정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떤 학생이 곱셈 시험을 망쳤다면 그것은 한 가지 의미밖에 없다. 아직 곱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면 교사는 ‘기꺼이’ 그 학생에게 곱셈을 다시 가르쳐주면 된다. 그것이 시험이다.

교과학습 진단평가든 일제고사든 시험으로 온 나라가 법석을 떠는 우리 현실에서 “시험은 온도계와 같다”는 말을 곱씹어본다. 진단평가를 강행하는 정부나 이를 저지하는 교원단체나 곱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신동아 200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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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동아일보 출판팀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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