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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與 경제정책 노선 “혁신·실용 강조해도 ‘소주성’ 못 버릴 것”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靑·與 경제정책 노선 “혁신·실용 강조해도 ‘소주성’ 못 버릴 것”

  • ● 文, 올 들어 ‘혁신성장’으로 말 달라져
    ● “소득주도성장 성과 없다는 점 받아들인 듯”
    ● 여당에는 실용주의 경제 노선 교두보 생겨
    ● “총선 ‘진보 연대’ 구축 위해 경제민주화 포기 안 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1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월 21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3가지 경제정책 노선을 동시에 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경제민주화)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세 바퀴 성장론’으로 불러왔다. 최근에는 혁신성장이 가시적인 발돋움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워딩’이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1일 문 대통령은 국회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 경제가 이룩한 외형적 성과와 규모에도 불구하고 다수 서민의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진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발전된 나라들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며 “기존의 성장방식을 답습한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설문 곳곳에는 불평등과 포용이라는 단어가 반복해 쓰였다.


“대통령은 친기업”

그랬던 문 대통령은 2019년 1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산업 전 분야에 혁신이 필요하다”며 “혁신이 있어야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저성장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소득주도성장은 한 번, 혁신성장은 네 번 언급했다. 이튿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나 “대통령께서 ‘친노동’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친기업’ 마인드를 갖고 계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혁신성장에 방점이 많이 찍히고 있지 않나. 대통령께서도 각종 행사나 회의에서 계속 그런(혁신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정부 부처도 대통령의 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2개월 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궁금증을 풀 핵심 키는 ‘성과’다. 수출, 투자, 소비 등 거시경제 지표가 공히 좋지 않다. 특히 빈자(貧者)를 살리겠다던 소득주도성장이 ‘불평등 악화’로 되돌아온 거대한 역설은 청와대와 여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2월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 사이 소득 격차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문답이다. 

-최근 청와대와 여당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2년 지나니 성과가 눈에 들어오죠.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는데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대통령이) 거기에 대한 회한도 있으신 것 같아요. 구조적 문제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문제가) 가속화한 점도 있으니 (대통령이) 진솔하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연말연초 사이에 청와대 안팎에서도 적잖은 ‘쓴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속해 활동해온 한 경제 전문가는 “지난해 연말 청와대에 회의차 갔을 때다. 정말 걱정되는 마음에 혁신성장 쪽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대통령께 작심하고 말씀드렸다”면서 “우연일 수 있지만 그 직후부터 청와대 분위기도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경제자문기구다.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고 있다.


“기업인 목소리도 듣자는 공감대”

경제 분야 인사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이정동 특보는 1월 23일 임명됐다. 이어 3월 18일에는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의 후임으로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가 발탁됐다. 집권 초 청와대 경제 라인의 핵심 축은 이른바 ‘진보블록’이었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과 김수현 현 정책실장(전 사회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전 정책기획비서관), 인태연 자영업비서관이 대표적이다. 김현철 전 보좌관 역시 장 전 실장, 홍 전 수석과 더불어 ‘소득주도성장 3인방’으로 불렸다. 

반면 이정동 특보와 주형철 보좌관은 진보블록과 결이 다르다. 이 특보는 한국생산성학회장과 한국기업경영학회장을 역임했고 ‘동아일보’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을 지냈다. 주 보좌관은 1989년 SK에 입사해 SK텔레콤 C&C 기획본부장과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전문가다. 두 사람을 관통하는 단어는 ‘기술’ ‘기업’ ‘혁신’이다. 

한편 여당 안에서도 경제에 관한 ‘실용 노선’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 교두보가 경국지모(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임)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과 최운열 의원이 주도해 결성한 경국지모는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전문가도 초청해 강의를 듣는다. 지난해 11월 16일에는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총괄전무가 강의에 나서기도 했다. 경국지모 간사인 최운열 의원은 “모임에는 (경제 문제를) 중립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의원이 많이 온다”면서 “기업인 목소리도 듣자는 공감대가 (모임 내에) 있다”고 전했다. 

21대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점은 지역구 의원들의 발걸음을 자꾸 실용 노선으로 재촉하는 요인이다. 수도권 중진 의원실에 속한 여당의 한 고참 보좌관은 “총선 때 지역구에서 내세울 성과는 크건 작건 경제 이슈일 수밖에 없고, 그럴 때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기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권 내 ‘운동권 그룹’이 정치적 쓰임새 때문에 소득주도성장 노선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릴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지 않으리라 본다. 이는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면서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동결’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을 면키 위해 혁신성장에 매진하려 하고 있지만, 원하는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경제민주화 기조는 끌고 가야”

소득주도성장과 경제민주화가 정의당을 포함한 범(汎)여권 간 연결고리라는 점도 변수다. 북한 비핵화 이슈가 시계제로 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두 ‘진보적’ 경제정책 노선이 사라져버리면 총선에서 진보진영 간 접점이 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여당은 ‘범여권 연대’를 선거 전략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총선 준비를 위한 실무 라인에 속한 여당의 한 기획통은 “유연한 접근을 주문하는 최운열 의원도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만큼은 강한 소신을 갖고 있다”면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성장의 취지가 다르지 않다. 여당이 경제민주화 기조만은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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