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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주간동아 공동기획 | 이제는 ‘도시재생’ 시대!

전남 순천, 정원도시의 ‘오래된 미래’ 원도심 재생에서 찾는다

  •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전남 순천, 정원도시의 ‘오래된 미래’ 원도심 재생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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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시재생 5년차, “순천이 달라졌다”
    ● 빈집 사라지고 청년 창업 활성화
    ● “주민과 함께 하면 성공은 두 배, 실패는 절반”
    ● ‘압축도시’ 지향…“다시 돌아올 사람들 위해 원도심 지켜나가야”
순천 원도심에 속하는 향동 일대 전경. [홍중식 기자]

순천 원도심에 속하는 향동 일대 전경. [홍중식 기자]

전남 순천 원도심(향동·중앙동)에는 물 맑은 옥천이 굽이굽이 흐른다. 옥천과 남문터, 옛 승주군청이 만나는 일대는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1960년대 지은 콘크리트 건물인 옛 승주군청은 본모습을 그대로 살려내고 남문터 일원엔 예술광장과 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700년 된 골목길 걷는 ‘재미’

한창 리모델링 중인 옛 승주군청(가운데 건물). 인근으로 예술광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홍중식 기자]

한창 리모델링 중인 옛 승주군청(가운데 건물). 인근으로 예술광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홍중식 기자]

이곳은 순천 도시재생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동시에 보여주는 현장이다. 승주군청 리모델링은 ‘합의’의 역사다. 경관을 가린다며 ‘철거하자’는 주민과 역사성을 고려해 ‘보전하자’는 순천시가 2,3년에 걸쳐 진득하게 대화한 결과 ‘고쳐 쓰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국제공모에 당선된 인도 팀의 제안대로 대부분의 시설을 지하화하는 예술광장은 앞으로 이곳 사람들의 중심 생활 터전이자 외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場)이 될 것이다. 3월 9일 기자와 함께 도시재생 현장을 둘러본 황학종 도시재생과 도시재생팀장은 “향동 구석구석에 터를 잡은 문화예술 단체가 80여 곳이 된다”며 “주중엔 각자 공간에서 활동하고, 주말엔 광장에 모여 다양하게 교류하는 내일을 꿈꾼다”고 말했다. 

순천의 원도심이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선도사업지로 선정돼 2014년부터 도시재생에 나선 순천은 현재 선도사업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선도사업으로 향동 일대 빈집이 187동에서 15동으로 급감했고,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 등 주민들이 주도하는 30개 법인이 설립되고, 청년들의 ‘청년창업챌린지숍’ 등을 통해 일자리도 150여 개 창출됐다. 무엇보다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 만족도가 91%에 달한다(모두 2017년말 기준). 국토부는 2년 연속으로 순천시를 도시재생 최우수 지역으로 꼽았다. 조태훈 순천시 도시재생과장은 “도시재생 비전 수립에서부터 각종 사업안까지 주민 주도로 진행됐기 때문에 주민들의 자부심과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주민과 함께 하는 도시재생은 성공은 두 배로 불리고, 실패는 절반으로 낮춘다”고 덧붙였다. 

향동의 골목골목을 걷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탁 트인 서문안내소와 그 주변, 제각각 개성대로 단장한 가정집들, 자투리땅을 나무와 꽃으로 꾸며놓은 ‘한 평 정원’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카페와 식당 등도 여럿이다. 순천부읍성(順天府邑城) 상징화 사업 등 거점 시설을 시에서 마련하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집을 재단장하는 등 도시재생 확산 효과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마을의 한 주민은 “낡은 집을 고치다가 조선시대 석빙고가 남아 있는 걸 발견했다”며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 중”이라고 했다.

높이 3.65m의 서문안내소 위에 올라서면 한옥과 1960,70년대 지어진 낮고 낡은 주택들이 펼쳐진 동네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길쭉한 뫼비우스 띠 형태의 서문안내소는 일제가 철거해 지금은 사라진 순천부읍성의 성곽을 모티프로 한다. 

이 동네에는 비좁은 조선시대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골목의 폭은 두 자 반. 지게를 진 사람이 양 방향에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만큼의 폭이다. 골목을 걷는데 한 한옥의 굴뚝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띈다. 사회적 기업 ‘앨리스’가 이 집을 예술가 창작 및 전시 공간 ‘기억의 집’으로 재단장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빈집으로 방치돼 길고양이들이 살았던 것을 기억하려는 조형물이다. 

앨리스 역시 순천 도시재생의 ‘산물’이다. 순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도시재생대학 과정을 이수한 청년들이 주축이 돼 결성됐고, 순천 원도심에서 다양한 지역 살리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순천시가 한때 매우 유명했던 삼겹살집 장안식당을 개조해 마련한 ‘장안창작마당’ 운영도 앨리스가 맡고 있다. 

금곡 에코지오마을의 오래된 담벼락은 깨끗하게 페인트칠 됐고, 그 위에 자전거 모양의 화분들이 놓여 있다.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가 ‘자전거 타고 신나게 달려보는 게 소원’이라고 해서 할머니에게 힘이 돼주고 싶은 마음에 자전거 화분을 만들었다고 한다. 

2009년부터 순천시 도시재생 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온 김정진 순천도시재생주민협의회 회장은 동네의 버려진 한옥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뒤 이사했다. 일제 적산가옥을 재단장해 마을 주민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개방하고도 있다. 그는 기자에게 “집주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집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집입니다. 사람은 한때 머물 뿐이지요. 집한테 뭘 원하는지 물어보며 고쳐가야 해요. 동네 사람들이 ‘헐어빠진 집 그냥 밀고 새로 지으라’고 했는데, 이렇게 고쳐놓고 나니 다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좋아합니다. 새것보다 오래된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주민들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깨달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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