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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 멸종위기종 ‘우리가 지켜줄게’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변신, 사육에서 복지로”

  • | 글·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과천 서울대공원

  • 오후 2시 무렵이 되자 서울대공원 동물원 북쪽 끝에서 시작된 늑대의 울음이 신호탄인 양 맹수사 주변이 야생동물들의 울음소리로 뒤덮인다. 짧은 포효 뒤 긴 정적. 2시30분 호랑이들의 점심식사가 시작됐다. 사육사가 머리 위에서 생닭을 수직으로 내리꽂듯 던져주자 몸길이 3~4m 몸무게 300kg에 달하는 육중한 호랑이들이 단숨에 낚아채 뼈째 씹어 삼킨다.
서울대공원 호랑이들의 점심식사 시간. 사육사가 던져준 생닭을 낚아채고 있다.(왼쪽) 어경연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은 경북대에서 야생동물수의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호랑이들의 점심식사 시간. 사육사가 던져준 생닭을 낚아채고 있다.(왼쪽) 어경연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은 경북대에서 야생동물수의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호랑이는 어느 조사에서나 한국인이 선호하는 야생동물 1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다. 그중에서도 한때 한반도의 제왕이었던 시베리아호랑이는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개체 수부터 혈통까지 철저하게 보호 관리되고 있다. 5월 2일 수컷 조셉과 암컷 펜자 사이에서 4마리의 새끼 호랑이가 태어나 서울대공원의 시베리아호랑이는 총 25마리가 됐다. 9년생 펜자는 2011년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당시 러시아 푸틴 총리가 한국에 선물한 호랑이 한 쌍(수컷 로스토프) 중 하나다. 로스토프와 펜자는 이미 두 차례 교배로 새끼를 낳았기 때문에 동물원 측은 근친교배를 우려해 더 이상 추가 번식을 시키지 않고 있다. 대신 2016년 체코에서 젊은 수컷 조셉이 날아왔다. ‘순둥이’로 불릴 만큼 얌전한 조셉에게 사육사들이 열심히 ‘남성성’을 길러준 결과, 펜자와의 합방에서 순수 혈통 시베리아호랑이 4마리가 한꺼번에 태어나는 경사가 났다.


대표적 토종 맹수인 스라소니. 귀 끝에 안테나처럼 솟은 검은 털이 특징이다, 이빨을 드러낸 시베리아호랑이,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대상으로 복원과 방사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시계방향순)

대표적 토종 맹수인 스라소니. 귀 끝에 안테나처럼 솟은 검은 털이 특징이다, 이빨을 드러낸 시베리아호랑이,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대상으로 복원과 방사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시계방향순)

절멸 위기에 몰린 맹수들

개체 수 급감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표범.

개체 수 급감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표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창경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서울대공원의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어 2019년 개장 110주년을 맞는다. 1984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해 재개장한 서울대공원은 단순히 동물을 사육하고 전시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개념의 생태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종 보전을 위해 1999년 야생동물종보전센터를 설립했고, 2000년 4월 12일 환경부 지정 야생동물 서식지외보전기관 1호가 됐다. 당시 동물연구실(현 종보전연구실)에서 서식지외보전기관 지정 실무 작업을 진행한 어경연 동물원장은 “서울대공원은 역사와 규모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원이며 보유하고 있는 동물 300여 종 대부분이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만큼 서식지외보전기관 1호로 지정되는 것이 당연했다”고 말한다. 


금개구리는 개체 수가 늘면서 매년 자연 습지에 방사하고 있다.(왼쪽) 저어새 새끼. 넓은 부리를 물에 넣고 휘저어 먹는다 해서 ‘저어새’로 불린다.

금개구리는 개체 수가 늘면서 매년 자연 습지에 방사하고 있다.(왼쪽) 저어새 새끼. 넓은 부리를 물에 넣고 휘저어 먹는다 해서 ‘저어새’로 불린다.

서울대공원의 보전대상 동물은 총 22종. 반달가슴곰, 표범, 늑대, 여우, 시베리아호랑이, 수달, 스라소니, 담비, 삵, 산양(이상 포유류 10종), 황새, 두루미,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혹고니, 큰고니, 독수리, 흰꼬리수리, 저어새(이상 조류 9종), 금개구리, 맹꽁이, 남생이(이상 양서파충류 3종) 등이다. 

어 원장은 “러시아가 밀렵 금지 등 철저한 보호정책을 펼친 결과 연해주 일대 시베리아호랑이는 500마리가 넘을 만큼 안정적인 개체 수를 확보한 반면, 더욱 심각한 절멸 위기에 몰린 것은 표범”이라면서 “표범 서식지는 작은 구역으로 격리돼 있어 교배가 이뤄져도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현재 남아 있는 개체 수도 50마리 미만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에서 표범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은 1962년. 경남 합천군 오도산 자락에서 올무에 걸린 표범을 마을 사람들이 동물원에 기증했으나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1973년 죽었다. 2009년 ㈔한국범보전기금의 노력으로 일본에서 한국표범 표본 2점을 발견해 이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있는 아무르표범과 동일한 아종임을 확인했다. 세계동물수족관협회 주도로 전 세계 88개 동물원에서 아무르표범의 혈통을 잇고 유전적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종 번식계획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공원이 보유한 표범은 4마리. 동물원 측은 새로 표범사를 지으면서 마지막 표범이 살았던 오도산 산세를 본떠 인공 암벽을 만들고, 나무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표범을 위해 나무다리도 놓았다. 이처럼 동물원이나 실험실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들을 위해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환경풍부화(behavioral enrichment)’라고 한다. 그래야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부지불식간에 사라지는 생명들

붉은귀거북과 중국산 남생이에 밀려 개체 수가 급감한 토종 남생이.

붉은귀거북과 중국산 남생이에 밀려 개체 수가 급감한 토종 남생이.

부지불식간에 사라지는 것은 범뿐만이 아니다. 자라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물거북으로 꼽히는 남생이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2급이라고 하면 놀라는 이가 많다. 농수로나 물웅덩이에서 헤엄치던 남생이가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순식간에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남생이가 뭐야?”라고 묻는 이가 더 많다. 

“2004년 몇몇 애호가가 남생이 20여 마리를 기증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동물원에서 무슨 남생이를 전시하느냐며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이듬해 문화재청에서 남생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서 졸지에 우리 동물원이 천연기념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이 됐어요.” 

동물원은 멸종위기 동물을 번식·보전하는 일뿐만 아니라 개체 수가 일정량 이상 늘어나면 적절한 서식지를 찾아 방사함으로써 생태계의 자연성을 회복시키는 것을 ‘복원’의 마지막 단계로 본다. 대표적인 동물이 금개구리다. 등에 두 가닥 금색 줄이 나 있는 금개구리의 영문명은 서울연못개구리(Seoul Pond Frog). 그만큼 흔하던 서울 토종 개구리가 2012년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됐다.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은 환경부의 허락을 받아 김포에서 금개구리 8마리를 가져와 산란시킨 후 성체는 다시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고 알에서 부화한 개구리 가운데 일부를 서울 구로의 궁동생태공원에 방사하는 데 성공한 뒤 매년 증식과 방사를 계속하고 있다. 어 원장이 종보전연구실장으로 근무할 때 시작한 일이다. 

“21세기 동물원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종 보전센터’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사육사라는 호칭을 동물복지사, 동물관리사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호칭이 무엇이든 동물원은 인간과 동물이 같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자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환경 자원으로서 그 기능을 다할 것입니다.”


신동아 2018년 8월 호

| 글·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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