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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조직에서 죽느냐 사느냐 치맥집에서 판가름 난다?

치맥집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조직에서 죽느냐 사느냐 치맥집에서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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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영향인지 치맥집(치킨과 맥주를 파는 식당)이 주목을 받는다. 이곳은 술자리의 종착역이다. 술자리에선 정치 이야기가 많이 오간다. 그뿐이랴. 치맥집에선 사내정치(社內政治) 관련 정보의 수집, 분석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조직에서 죽느냐 사느냐 치맥집에서 판가름 난다?
치맥집을 찾는 손님들의 제1 주제는 아마 사내정치일 것이다. 1차에서는 조심스러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도 이때는 마구 터져 나온다. 술 취한 김에 용기를 내 하기도 하지만, 술을 빙자해 은근슬쩍 흘리기도 한다. 만취해서 솔솔 불고 마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때의 나는 내가 아니다. 술이다. 술이 말한 것이다.

테이블에 널브러진 정보들

아무튼 이렇게 치맥집 테이블에 널브러진 정보를 누군가는 알뜰하게 쓸어 담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이 정보를 선별하고 완결성을 높인 다음 적재적소에 흘린다. 그는 정보 정치의 달인이다.

치맥집은 이처럼 사내정치 정보의 저수지다. 동시에 진원지이기도 하다. 치맥집을 경유한 정보는 다음 날 아침 신속하게 사내로 퍼져 나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여기에 날개를 달아준다. 정보는 거의 눈 깜짝할 새에 천리를 간다. 이토록 중요한 곳이 치맥집이지만 상당수는 이곳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치맥집의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다.

치맥집을 잘 활용하면 직장생활에 유리한 점이 많다. 첫째, 사내정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사내 권력관계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그 결과로 연말 인사(人事)가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있다. 권력관계는 수시로 변한다. 회사를 움직이는 실세가 바뀌는 것에 대처를 잘 못하면 직장생활에 애로가 많다. 승진에도 불리하고, 업무 추진에도 제동이 걸린다.

가장 중요한 일은 참석

치맥집을 사내정치 정보 수집에 활용하고자 했을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참석이다. 아예 술을 못 마신다면 불리하다. 술을 마실 줄 알지만 회식에 늘 빠지면 아예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회식에 잘 참석하지만 2차 또는 3차로 가는 마지막 코스인 치맥집까지 가지 않는다면, 그다음으로 불리하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회식에 빠지지 않는 것이 좋다. 회식에 참석하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좋다. 치맥집에서 파한 다음에 집으로 가라는 말이다.

치맥집에 가서는 청취와 수집을 잘해야 한다. 정신줄을 놓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술을 마시면 누구나 취한다. 취한 상태에선 집중력이 떨어진다. 기억력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참석자들이 하는 말을 집중 청취하고 또 수집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머릿속에 꾸역꾸역 저장해야 한다.

청취, 수집, 분석

다음 날 아침 머리가 맑아지면 전날 밤 치맥집에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어젯밤에도 분석하고 평가했겠지만, 다시 해야 한다. 술 깨면 분석과 평가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 술을 마셔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술 취한 상태에선 모든 결론이 멜랑콜리(Melan-choly)한 쪽으로 난다. 술 취해 건 전화, 아침에 후회하기 마련이다.

취하면 필름이 끊기는 현상, 블랙아웃을 습관적으로 경험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이런 사람은 치맥집에 가서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 더욱이 자신이 아는 정보를 남김없이 쏟아내는 정보원 구실만 충실하게 할 뿐이다. 술만 마시면 예외 없이 블랙아웃 상태로 가는 스타일이라면, 당신은 치맥집의 정보 정치를 절대 장악할 수 없다. 장악하기는커녕 안 당하면 다행이다. 아마 동석자들은 당신을 경쟁 상대로도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임원이 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블랙아웃 빈도가 잦아지면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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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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