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신동아

고향 떠나던 날 어머니의 마지막 말…“저놈 눈 봐라”
“누가 그러대. 나에겐 동심이 없다고, 그래서 영화가 그렇다고…”
결혼하고 애 낳아 길렀지만 여전히 떠돌이 인생
저질 쓰레기 영화 만들며 생긴 때 빼는 데 10년 걸렸다
궁색한 티 낸 적 없는 ‘우리 사모님’…“연기는 못했어”
“강수연 며느릿감? 그거는 안 돼. 술이 너무 세가지고.”

임권택(76) 감독의 말투는 어눌했지만, 또 정확했다. 구차한 설명 같은 게 없었고, 꼭 할 말만 꺼냈다. 그는 대화 도중 말문이 막혀도 뭐시기니 거시기니 하면서 대충 눙치고 넘어가지 않았다.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으면 임 감독은,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고, 적확한 표현을 떠올린 다음에야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풀어나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간의 여백은 묘하게도 인터뷰에 긴장감을 더했다. 기자의 손아귀에 자주 힘이 들어갔다.

이런 식의 화법은 임 감독의 영화와도 닮아 있다. 군더더기 없고 감정의 낭비가 없는, 그 어떤 대사보다 강한 영상과 음악이 보는 이의 동공을 꽉 채우는 그의 영화들처럼. 떠올려보니 ‘서편제’가 그랬고 ‘취화선’이 그랬었다.

숫자에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임 감독은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까지 총 101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했으니, 50년 동안 영화를 만든 셈이다. 그동안 수많은 상을 받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의 자리에 올랐다.

‘달빛 길어 올리기’는 한지(韓紙)에 미친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영화다. 조선왕조실록 복원사업을 맡은 7급 공무원(박중훈),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감독(강수연), 먹고살기 위해 한지를 만드는 쟁이들의 얘기가 버무려졌다. 우리 것에 미친 사람들이란 임 감독의 오래된 주제의식이 판소리(서편제, 천년학), 그림(취화선)을 넘어 이번에는 종이에 꽂힌 셈이다. 임 감독 인터뷰는 자연스레 이 최근작에 대한 것으로 시작됐다.

한지에 빠지다

▼ 한지라는 좋은 주제를 다뤘는데,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괜찮으세요?

“그건 뭐, 그런 일이 하도 많으니까, 괜찮아요. 그게 뭐 어쩌다가 만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백 작품이 넘었으니까.”

▼ 그래도 흥행을 기대하셨을 텐데.

“생각 안 했어요.”

▼ 실패할 줄 아셨어요?

“예. 나는 그동안 한번도 흥행 성과를 맞힌 적이 없어요. 서편제 때도 사람들한테 ‘흥행은 못할 거다’ 그랬으니까. 그래도 매번 기대는 하죠, 마음속으론. 그런데 이번엔 ‘힘들겠다’ 생각했지요. 할리우드 영화에 길든 사람들이 보기에는 좀 재미없었을 거예요.”

1993년 개봉한 서편제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관객 100만명을 넘긴 영화다. 관객수를 집계하는 방식이 어설펐을 때니까 아마 통계(103만명)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편제는 임 감독의 전작인 ‘장군의 아들’(1990년)이 대박(단성사 한 곳에서만 68만명)이 난 뒤 제작사인 태흥영화사가 보너스 차원에서 임 감독에게 제작비를 대준 영화라고 알려져 있다.

▼ 감독님 정도 되면 관객이 만명이 들든, 100만명이 들든 초연할 것 같은데요.

“그렇지도 않아요. 왜 그러냐면, 어찌됐든 제작비를 쓰는 거 아니에요? 누구 돈이 됐든. 그래서 흥행을 나 몰라라 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든 흥행이 될 수 있게끔 애쓰고 그러는 거지, 미안하니까.”

▼ 영화 잘 안되면 잠 못 자고 그러세요?

“흥행 면에서 성과 없이 지나간 영화들이 하도 많아서, 이젠 조금 면역이 됐다고 할까.”

▼ 근데 이번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았어요. 공예품의 재료로 쓰이는 한지, 한지 위에 그려진 한국화와 서예글씨 같은 게 영화 곳곳에서 롱테이크로 보여지잖아요. 영화적인 긴장감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예, 맞아요. 그런데 기록영화라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한지의 세계가 허구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다보니 다큐같이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면, 사람들이 믿어줘야 되니까, 우리만 (한지가) 막 좋다고 해봐야 소용없으니까.”

▼ 한지 공부도 많이 하신 것 같던데요.

“한 1년 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공부했지요.”

▼ 주로 어딜 다니셨어요?

“전주도 가고 서울, 안동 그런 데 다 다녔는데, 우리 한지의 세계가 워낙 넓어요. 서예나 그림뿐만 아니고 우리 생활 문화 안에서, 그 옛날 중국 같은 데서 그렇게 칭찬하고 수입하려고 했다잖아요. 한지가 어떤 것인지를 알리는 데 목적을 뒀어요.”

▼ 근데 왜 하필이면 한지예요? 우리 고유의 문화라면 도자기도 있고, 영상으로 담기에 훨씬 더 아름다운 문화가 많은데….

“솔직히 처음에는 누가 ‘한지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권유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근데 취재하면서 한지에 빠져들었어요. 안타까운 건 한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무 의욕도 없이 산다는 점이에요. 옛 조상들이 만든 것과 같은 좋은 종이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하나도 없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좋은 한지는 가령 한 장에 10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1만원, 많아야 2만원밖에 못 받거든요. 취재하면서 ‘아, 내가 수렁으로 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 수렁에 빠졌다?

“예.”

▼ 이 영화에는 감독님의 아들도 출연했죠. 어떠셨어요. 건달 비슷한 역이 어울리던데….

임 감독의 둘째아들 동재(예명 권현상)씨는 이번 영화에 한지 만드는 장인의 아들이자 ‘졸라’를 입에 달고 사는 건달 역으로 잠깐 얼굴을 비췄다. 건들거리는 연기가 제법 볼만했다.

“그럼 다행이지. 걔는 뭘 잘하는가 난 모르겠고, 통 내가 관심을 안 보이다가 언제 한 번 ‘너, 연기자가 될래?’ 하니까 ‘그렇다’는 거예요. 근데 무슨 꽃미남 역할이 아니고 카리스마가 있는 악역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그 얘기를 들으면서 보니까, 아닌 게 아니라 이놈 눈이 굉장히 세거든요. 그래서 눈이 그렇게 세다면 악역은 혹시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건 잘 생각한 거 같다’ 그랬지.”

▼ 가능성이 좀 보였어요?

“걔한테 그랬어요. ‘네 아버지가 감독이지만 조금도 도와줄 수가 없다’고. 왜냐면 다른 감독과 달라서 나는 거의 모든 영화인과 다 일을 해 왔고, 내가 여기까지 온 데는 정말 모든 영화인의 힘이 있었는데, 너를 내 자식이라고 무슨 좋은 역할에 데뷔시키면 사람들이 얼마나 실망하겠냐고. 그러니까 걔도 ‘아버지 도움 받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그러는 거야. 그러더니 이놈이 성도 권씨로 바꾸고, 처음에는 나도 어리둥절했는데 생각해보니 ‘저놈 의지가 확실하구나’ 싶어서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영화는 나이만큼 나온다

임 감독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돈다. 자기 거처를 찾지 못하고 시간과 공간을 헤맨다. 서편제의 판소리꾼들이 그랬고, 취화선의 주인공 장승업, 장군의 아들, 하류인생의 건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지에 미친,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의 주인공도 비슷하다. 문득 이들이 모두 일찍이 집을 떠나 타향을 떠돌며 살아온 임 감독의 인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역시 영화에 미쳐 한평생을 떠돈 사람이 아니던가.

▼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이 감독님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듣고 보니 또 그렇네요.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설명이 될는지 모르겠는데…, 내 영화를 상당히 깊이 분석한 어떤 영화평론가가 그래요. ‘임권택 감독한테는 동심이 없다, 아니면 애써 동심을 외면하고 돌아보지 않는다’고 말이지. 그래서 영화가 그렇다고.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진짜 그렇다 싶더라고요. 내가 국민학교 3학년 때 해방이 됐단 말이에요. 그전까지는 일제 치하에서 창씨개명이니 노력동원이니 하는 것에 불려 다니고, 해방되고 나서도 우리 집은 좀살만 했는데, 바로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엄청스러운 것들이 들어오고, 빨치산 전투가 있었고, 빨치산을 잡아다가 국민학교 바로 옆 냇가에다 놓고 공개처형을 시키면서 애들 와서 구경하라고 그러고, 이런 거를 보면서 자랐어요.”

▼ 사람 죽이는 걸 직접 보셨어요?

“봤죠. 그때는 다 봤지. 기억에 남아 있다고.”

▼ 가족 중에 좌익활동을 한 사람이 있었나봐요.

“저희 부친이 산생활(빨치산)을 하시고.”

▼ 힘든 일이 많았겠네요.

“자고 있으면 형사들이 잡으러 오고, 형사들이 집에 막 들어와 가지고, 지금은 상상도 안 되는 일이죠. 형사들이 권총이 아니라 이렇게 긴 일본도를 차고 구둣발로 막 이 방 저 방 뒤지고 다니는데, 이불속에서 보면 일본도의 칼날이 눈앞에서 번쩍번쩍하고, 코앞을 왔다갔다하고…. 그런 환경에서 자랐단 말이지요. 그 다음엔 6·25전쟁에 휘말려 들어갔고, 부산에서 객지생활을 했는데, 그러니 나한테 동심은커녕 뭐 아무것도 없는 거지.”

▼ 마음을 둘 곳이 없었겠네요.

“이를테면 그 어린 나이에 나는 이미 떠돌이였지, 어디 가정에 정착해 가지고 뭐 무슨 변화를 기대할 게 없는 그런 인생인 거지. 이제 감독으로 오래 살고, 결혼해서 애들도 낳아 기르면서 많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정신적으로는 떠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게 다 영화에 나오는 거겠죠.”

▼ 지금도 정신이 떠돌고 있다고 느끼세요?

“떠돈다는 게, 이제 옛날만큼 심한 것은 아니지만, 좌익도 우익도 아닌 인생이, 하늘에 둥 떠버린 어떤 인생을, 어디에도 소신을 가지고 소속되지 못하고 살아온 그런 것들이 있었죠. 그러니 자연히 야성이 강했다고 할까. 그래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냐면, 영화라는 것도 그래요. 제아무리 장난을 치고 뭘 해도 결국은 나이 먹은 만큼 나오는 거죠. 드러나는 거예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큰 도시로 가자

▼ 어디선가 보니까 18세에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갔다고 되어 있던데. 고향은 왜 떠나신 거예요.

참고로, 임 감독의 고향은 전남 장성이다.

“고향을 지킬 수가 없는 거예요. 나는 좌익 가족이었는데 우익이 세상을 주도하니까, 좌익들은 숨도 못 쉬고 있는데, 나는 물론 좌익운동을 한 사람은 아니지만, 너무 어려서.”

▼ 가족들을 데리고 가지, 왜 혼자 가셨어요.

“가족 자체가 전부 산산이 흩어졌어요. 한 기자가 당시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러고들 살았다고.”

▼ 학교는 어떻게….

“중3(광주 숭일중학교) 다니다가 그만뒀지.”

▼ 공부는 좀 하셨어요?

“학교 다닐 때 무슨 반장도 하고 한 거 보면 좀 했던 모양인데, 뭐 시험 보면 그냥 백지로 내고 그런 정도였어요. 뭘 공부하고 그런 시절이 아니었지요.”

▼ 부친이나 선대에 대한 원망 같은 게 있었겠네요.

“그런 건 없었어요. 누굴 원망해서 될 일이 아니었고. 원망이라기보단, 도무지 왜 이런 세월을 살게끔, 우리가 왜 이런 불행에 빠져 있었는지를 근원적으로 생각하곤 했죠. 민족에 대한 거, 그런 거 고민하고. 어머니, 아버지 원망할 그런 계제가 아니고.”

▼ 고향을 떠나겠다고 결심한 계기라도….

“그냥 무조건….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 일단 어디론가 가야 된다.

“그렇지. 당시에 부산에 임시정부가 있었으니까, 되도록 큰 도시로 가자, 뭐 그 정도 생각이었죠.”

▼ 부산에선 뭘 먹고 사셨어요.

“처음 가서 한 사흘을 굶었는데, 노동판에 들어가서 지게 지면서 한 1년을 살았고. 근데 시골에 있을 땐 나도 나무도 해 보고 그랬는데도 체력이 너무 약해가지고, 가령 뭐 짐꾼 10명이 똑같은 것을 나눠 지고 쭉~출발하면 나중에 보면 나만 저 뒤에 떨어진다고. 그러니 누가 나를 붙여주겠냐고.”

▼ 공사장에서는 경쟁력이 없으셨네요, 한마디로.

“전혀 경쟁력도 없고, 그러다 아는 사람 소개로 군화 장사하는 데서 일을 했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사용하던 군화. 지금 같은 워커가 아니고, 소가죽으로 돼 가지고 (발목을 가리키며) 여기까지 군화고 나머지는 각반이 돼 가지고 이만큼 올라와 있는 건데 그거를 마산에 있는 한국 무슨 민사처라는 미군부대에서 불하해주는 거예요, 조금씩. 필요하다고 불하해달라고 하면 그만큼씩. 근데 이제 그거를 받아다가 뭐를 하느냐 하면 그 불하할 때 아무거나 주는 대로 받아오는 게 아니고 사이즈를 골라요. 왜 사이즈를 고르냐 하면, 그때는 구두라는 게 없어, 전쟁통에 뭐 제대로(된 게 없었죠), 구두래야 며칠 있으면 그냥 못이 막 다 뚫고 들어와버리는 것밖에 없고. 그런데 이 불하받은 구두를 한국인 체형에 맞게 줄이면 이거는 고급구두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 구두가 아주, 그 무렵 나다니는 구두로는 제일 좋은 구두였어요.”

▼ 잘했으면 크게 성공하셨겠네요.

“군화 장사를 하던 사람들이 서울로 가면서 나한테 조그마한 이런 노점을 하나 국제시장에 내주고 장사해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내가 요령이 없어서 실패했죠. 장사를 못하는 거야, 쉽게 얘기하면. 뭐 좀 제품도 잘 닦고, 관리도 좀 하고, 또 손님이 오면 말도 잘하고 해야 되는데, 그게 안 돼가지고, 한 켤레 팔면 그걸로 며칠 먹고 마시고 그런 식이었죠.”

연좌제에 갇힌 인생

▼ 그 당시에 부모님 소식은 듣고 있었나요?

“전혀 못 들었지.”

▼ 언제 들으셨어요?

“나중에 내가 서울 가서 영화 하면서.”

▼ 어떻게 사셨다고 하던가요?

“그냥 저냥 죽지 못해서 사는 거지, 오죽하면 우리 어머니는 뭐 자살하려고 뭐를 마시고 그랬다고 하더라고.”

▼ 죽으려고….

“그런 소동도 있었고, 우리 아버지는 산생활(빨치산)을 하다가 몸이 너무 아파 가지고 내려왔다고 하고.”

빨치산이던 임 감독의 삼촌은 보급투쟁(식량조달)에 나섰다가 붙잡혀 대구형무소에서 죽었다. 부친도 산생활을 오래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날 무렵 부친은 자수했지만, 사회와 연을 끊고 생활하며 병을 앓다가 1965년에 작고했다.

▼ 집 나올 때 부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어머니하고만 얘기를 했지. 어머니는 이제 가지 말라고 했고, 그때 우리 어머니 말씀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나는 것이 내가 가겠다고 하니까 나더러 ‘저놈 눈 봐라’….”

▼ 저놈 눈 봐라?

“내가 무슨 독을 품고 있었던 모양이지. 뭔가 결연하게 마음먹은 그런 거였겠지.”

부산에서 군화 장사를 하던 임 감독은 장사를 망해 먹은 뒤 난감해진다. 그러던 때 마침 같이 군화 장사를 하다 서울로 올라간 사람들이 영화를 만든다면서 연락을 해 왔다. 임 감독은 뒤도 안 돌아보고 짐을 싸 서울로 갔다. 희망이 없기는 부산이나 서울이나 마찬가지였다. 서울에서 임 감독은 액션영화로 유명한 정창화 감독을 만나 제작부 막내로 영화판 인생을 시작했다.

▼ 정 감독님이 언젠가 쓰신 글을 보니까, 제작부 막내였던 임 감독님이 새벽 5시면 나와서 일을 할 만큼 성실했다고….

“그랬어요. 그때 나는 제작부에 있었지만, 정 감독님이 언젠가는 나를 연출부로 기용할 거 같다는 느낌이 늘 있었어요.”

▼ 정 감독님이 특별히 아끼셨나 봐요?

“아꼈다기보다는 연출부가 해야 될 일을 가끔씩 시키고 했으니까.”

정 감독 밑에서 제작부, 연출부를 거치며 영화를 배운 임 감독은 드디어 1962년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두만강아 잘 있거라’라는 영화로 신고식을 치렀다. 결과는 좋았다. 흥행에 성공하며 다음 작품을 만들자는 요청이 쏟아졌다. 그의 이름은 금방 지방 배급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약 10년간 1년에 5~6편씩 ‘가케모치(겹치기)’로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임 감독은 당시를 잊고 싶은 시절, 쓰레기 저질영화를 만들던 시절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한다. 임 감독은 “가능하다면 그 시절 만든 영화 50편을 모두 없애고 싶다”고 했다.

“그 시절에 만든 영화는 그냥 다 보기가 싫어요.”

▼ 부끄러움인가요?

“예. 왜 그러냐면, 그때 만든 영화는 전부가 픽션이에요. 세상에 있을 리 없는 무슨 액션물, 이런 거였는데, 다 허구인데. 진지하게 어떤 삶의 모습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했다거나 뭔가 좋은 영화를 남겨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면 많이 달라졌을 텐데, 그때만 해도 뭐 나는 배운 것도 없고, 또 연좌제라는 것이 있어서 어디 나가려야 나갈 수도 없고, 뭐 그런 시절에 만든 거라서. 내가 꿈을 가져봐야 이룰 어떤 것도 없기 때문에 그냥 내가 살아 있고, 그러고 살아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던 때였고, 나머지는 그냥 술을 마시는 거예요, 술을. 조금 벌면 마시고. 내가 도무지 어떤 장르의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 감독인지 몰랐죠.”

임 감독은 20대 때부터 수전증이 아주 심했다. 오히려 지금은 좋아진 편이라고 할 정도다. 술 마시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던, 아무런 희망도 없던 시절에 생긴 치명적인 병이다.

▼ 그럼 진짜 영화 같은 영화는 언제부터 만드셨어요.

“그러니까 1972년 정도부터, 내가 그때부터 각성하기 시작했으니까, 정신 차렸으니까. 근데 저질 쓰레기 영화를 만들며 생긴 때를 빼는 데 한 10년이 걸렸어요. 그래도 난 참 운이 좋은 것이, 군사정권이 이제 유신 이렇게 넘어가고 하니까 체제를 좀 다져야 되고, 정부가 영화계를 살려야 된다고 해서, 영화사를 만들 때 이런저런 조건을 갖추게 했거든요. 뭐 스튜디오가 있어야 된다거나, 카메라가 2대인가 3대인가 있어야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뭐 그런 규정들이 생겼어요. 1년에 4편씩 의무제작을 해야 외화를 배급할 수 있는 허가를 주고 그런 식으로.”

우리 삶을 담기

▼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예. 네 편을 만들면 외화 한 편 수입권을 준 거죠. 그러니까 영화제작자들이 사실은 외화를 수입하고 싶어서 억지로 한국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시절인 거죠. 그러니까 제작비가 거의 안 들어가는 엉터리 영화들이 막 만들어졌죠. 스크린에 걸리지도 못하고 없어지는 영화도 많고. 그런데 그렇게 열악한 상황이 나는 오히려 좋았어요. 왜 좋았냐면, 이제 내가 ‘한국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그런 한국영화를 찍겠다’는 생각을 1970년대 초부터 했는데, 이런 제도 덕분에 흥행에 신경 안 쓰고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된 거예요. 10년 동안 정신없이 만들었던 엉터리 세계를 버리고, 어떻게든 거짓말 안 하기, 우리 삶을 담기, 뭐 이런 몇 가지 원칙에 맞는 영화를 만들 수가 있게 된 거죠. 그땐 다들 미국 영화의 아류를 찍었던 시절이었으니까, 나도 그렇고.”

▼ 영화계의 위기가 감독님껜 오히려 기회가 된 거네요.

“흥행이 안 돼도 내가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이 또 그래요. 내가 가끔 반공영화상 아니면 대종상을 타는 감독이었으니까, 그런 것 때문에 저예산이지만 영화를 찍으라고 돈을 대주는 사람들이 계속 나왔던 거죠. 그렇게 10년을 버틴 겁니다. 그 시간 동안 체질개선을 할 수가 있었지. 그러니까 그때 그 시대를 한국영화 사상 가장 암흑기라고 얘기하지만, 하여튼 나만 암흑기가 아니고, 오히려 체질개선하면서 좋은 시절을 보낸 거지.”

▼ 그 당시에도 ‘내가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구나’하고 생각하셨어요?

“그 당시에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한국적인 어떤 정서, 한국인의 아름다움, 한국인의 삶을 찍어야 되는데, 체질화된 나쁜 습관, 미국영화 같은 습관이 몸에 배가지고, 그것을 빼내는 데 10년이나 걸렸지. 그리고 그때는 국산영화의 위상이랄 게 없었어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어. 밖에 나가도 한국영화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고, 진짜 아무것도 아닐 때야, 아무것도.”

▼ 그렇게 나쁜 습관을 빼고 나서 처음 내놓은 작품이 뭐였어요?

“잡초.”

1973년 개봉한 영화 ‘잡초’는 임 감독의 51번째 연출작이자 그가 처음으로 제작을 맡은 영화였다. 장동휘, 신영균, 최무룡, 박노식, 김지미 같은 당대 최고 배우들이 총동원됐다.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주인공 분례(김지미)가 한 대장장이(박노식)를 만나 난생처음으로 인간적인 대접을 받지만 대장장이는 전처 소생의 두 아이를 분례에게 남긴 채 떠나버린다. 이후 분례는 고달프고 힘든 세상살이의 각박함 속에서도 헌신적인 모성애로 두 아이를 기른다. 임 감독의 진정한 데뷔작으로 불리는 이 영화는 당시 하층 계급 여주인공의 고달픈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85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여튼 그렇게 좀 건강한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을 많이 했어요. ‘족보’(1979년), ‘깃발 없는 기수’(1980년), ‘짝코’(1980년) 같은 영화들 만들면서 거의 완벽하게 영화 전체가 내 생각대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지. 우리만의 정서를 담은 영화가 됐다고.”

“칸 작품상 받을 줄 알았는데…”

▼ 그러고 나서부터 해외영화제 문을 두드리신 거네요, 1980년대 초반부터. 무슨 계기가 있었어요?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좀 받아야겠다’는 욕심이라도….

“내가 ‘만다라’(1981년) 같은 걸 찍어놓고도 도무지 내 영화가 세계 속에서는 어느 수준에 와 있는 작품인지를 몰랐으니까, 내보내서 평판을 한번 들어보자는 생각이었지. 솔직히 궁금했어요.”

▼ 반응이 좋았죠?

“그렇지요, ‘만다라’는.”

▼ 기분이 어떠셨어요?

“좋지요. 나는 그때 기왕의 한국영화의 미흡한 수준들에 대해서 조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한국에서 내가 누구와 무슨 경쟁을 해야 된다는 그런 생각도 없었고, 단지 ‘세계 속에서 내 필름이 어떤 평가를 받을까’ 이런 것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길소뜸’(1985년)을 가지고 베를린영화제를 가니까 도와달라고도 안 했는데, 거기 영사 기사들이 나서서 시사회장에서 조도는 어떻게 하고, 사운드는 또 어떻게 하고 이러면서 어떻게든 좋게 틀어주려고 애쓰고 그래요. 마음에서 우러나서 날 도와주는 거죠. 그걸 보면서 ‘아, 얘들이 만다라 같은 작품을 보고 나한테 잘해주는구나’ 생각을 했지.”

▼ 칸, 베를린, 베니스에서 상을 받겠다는 감이 그때 좀 오던가요?

“언젠가는, 언젠가는 받겠지 하고, 언젠가는.”

▼ 여러 상을 받으셨지만, 아무래도 칸 감독상이 가장 기억에 남으실 텐데….

임 감독은 그동안 상복도 많았다. 국내에서 받은 상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고, 해외에서도 많은 성과를 냈다. 영화 ‘씨받이’(1986년),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년)로 베니스영화제와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강수연)을 받았고, 1987년에는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아다다’로 여우주연상(신혜수)을 받았다. 1993년에는 ‘서편제’가 제1회 상해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오정해)을 받았다. 그리고 2002년 영화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왜 그 상이 기억에 남느냐면, 상을 타면서 그 영화가 전세계에 배급이 됐으니까. 칸에서 감독상을 타면서 프랑스에서만 30만명이 넘게 취화선을 봤다고 하니까. 그게 동양영화를 수입해서 올린 흥행성과로는 네 번째로 잘됐다는 거야. 그만큼 보람이 있죠.”

▼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고나선 상에 대한 갈증이 좀 해소됐겠네요.

“솔직히 난 (칸영화제에서) 다른 상을 받는 줄 알았다고. 감독상을 부르니까 실제로는 나는 맥이 빠졌다고.”

▼ 아~ 그래요?

“작품상 이런 것인 줄 알았어요. 그리고 한참 있다가 부산영화제에서, 감독들 연기자들이 많이 왔을 땐데 무슨 30대 되는 악동 감독, 유명한 프랑스 감독이 한 명 있는데, 그 사람이 프랑스대사관에서 리셉션을 하는데 나하고 얘기를 좀 하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온 거예요. 근데 통역이 없어서 유지나 교수더러 통역 좀 하라고 했더니, 그 친구 얘기가 ‘너 취화선 때 칸 작품상 빼앗긴 거 알긴 아냐’ 그러는 거야.”

▼ 프랑스 감독이요?

“예, 유명한 놈 있어. 그놈이 ‘우리는 다 알고 있는데 너 아냐’고. 근데 거기서 ‘모른다’고 할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뭐, 영화제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냐’하고 말았는데, 사실 그런 거예요. 이건 기사가 되면 안 되는 건데, 그런 어떤 변수를 만나고 나니까 이제 그렇게까지 허우적거리면서 또 뭘 해보자 하는 생각도 없어지고….”

임권택의 사람들

▼ 감독으로 살아오시면서 경제적으로는 어떠셨어요?

“나는 그래도 쉬지 않고 찍었으니까, 많이 받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냥 그랬지.”

▼ 먹고살 만은 하셨나봐요.

“생활이 좀 쪼들리고 했을 텐데, 집사람도 궁색할 때도 많았을 텐데, 나한테 한 번도 그런 내색을 한 적은 없어요.”

▼ 결혼은 어떻게 하셨어요. 돈은 좀 있었어요?

“그런 게 어딨어, 전혀 없지. 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돈을 모아서 뭔가 좀 인생을 좀 건강하게 남들처럼 살아봐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 결혼할 때 셋방은 하나 얻으셨을 텐데….

“그거는 우리 집사람이 있기 때문에, 우리 집사람한테 신세를 진 거야. ‘우리 사모님’이 그때 모델로 돈을 꽤 잘 벌었다고요.”

▼ 감독보다 배우의 벌이가 더 좋았군요.

“아~ 그럼. 그게 어떤 모델이냐면 섬유가 새로 나오면 모양 좋게 모아놓고 그걸로 만든 옷을 모델들한테 입혀가지고 사진첩을 낸다고요. 그러면 사람들이 가서 이렇게 들여다보고 ‘나 이거 해입을래’ 그럴 때니까. 그게 아주 인기가 좋아 가지고….”

▼ 사모님도 영화배우 출신이신데, 감독님 영화로 데뷔했죠.

“그렇지요. 근데 뭐 보니까 연기자가 되기에는 너무 기질이나 이런 게….”

임 감독의 부인 채령(본명 채혜숙)씨는 MBC 탤런트 3기 공채 출신이다. 20세인 1971년 임 감독의 영화 ‘요검’을 통해 데뷔했다. 채령이라는 예명도 임 감독이 직접 지어줬다. 데뷔 초기부터 임 감독과 로맨스를 뿌리며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고, 결국 1979년 당시 43살이던 임 감독과 결혼한 뒤 연예계를 떠났다. 임 감독과는 15살 차이가 난다. 임 감독은 부인과의 결혼과정에 대해 2002년 ‘신동아’ 인터뷰 당시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무명감독 시절이라 가정을 꾸려나갈 만한 자신도 없었고, 아내가 예쁘다보니 사치에 빠져들면 뒷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선뜻 마음을 받아주지 못했다. 누가 먼저 좋아한 게 아니고 서로 같이 좋아했다. 워낙 나이 차이가 많고 나 자신이 별 볼일 없는 무명감독에다가 모아놓은 재산이 없으니 주저하게 됐다. 시간을 오래 끌다보니 아내 쪽에서 더 적극성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임 감독과의 사이에 아들만 둘을 둔 채령씨는 임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에 약간 까칠한 한지공방 주인으로 출연했다.

▼ 연기력이 떨어지던가요?

“연기자는 낯가림이 없고 좀 그래야 되거든. 근데 그게 좀 심하고 솔직히 연기도 잘 못하고 그랬다고.”

▼ 감독님께서는 그동안 참 많은 인연을 만드셨습니다. 직접 발굴해서 키워낸 배우들도 그렇고, 정일성 촬영감독이나 이태원 사장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정일성 기사님은 진작부터 일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이었어요. 내가 ‘족보’로 대종상을 타고 나니까, 영화진흥공사에서 미국에 며칠간 여행을 보내준 일이 있는데, 같이 다니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를 들었고, 돌아가면 같이 좀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일성 감독이 연배는 조금 차이가 나지만 살아온 세월에 대한 이해가 나하고 맞아서. 그런 게 없으면 같이 일을 못 한다고.”

▼ 잘 맞으셨나봐요.

“잘 맞으니까 오랫동안 했지. 왜냐면 전혀 새로운 사람하고 다시 하면 서로 자기를 알리는 데 굉장히 시간들이 가기 때문에….”

▼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님과의 인연도 깊죠.

“이태원 사장과는 ‘씨받이’로 강수연양이 여우주연상 타고 뭐 좀 제작을 같이 했으면 하는 생각을 그분이 가지고 있었고, 그러다 이제 그거 때문에 홍콩으로 뭐 어디로 이렇게 여행을 한 적이 있다고요. 강수연양, 우리 집사람, 또 태원영화사 직원들 해가지고. 그런 데서 친해지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한 것이 ‘비구니’였죠.”

▼ 그게 첫 작품이었어요?

“한참 찍었는데, 불교 종단, 비구니들 반대에 부딪혀 상영을 못했지. 근데 돈을 많이 들였단 말이야, 중단하기까지. 근데 이제 다른 제작자 같으면 나한테 원망을 많이 했을 텐데, 전혀 원망도 안 하고, 그래서 이제 언젠가는 꼭 해야지 하다가 이제 만나서 하고. 그렇게 30년을 같이 했죠.”

참고로, 임 감독이 만들고 조승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하류인생’(2004년)은 이태원 사장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어린 걸 너무 크게 만들어서…”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리고 큰 배우가 된 사람도 일일이 셀 수가 없다. 1980년대 이후만 봐도, 영화 ‘씨받이’로 일약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랐던 강수연, ‘서편제’로 데뷔한 오정해,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 역을 맡았던 박상민, ‘태백산맥’의 김갑수, ‘춘향뎐’‘하류인생’의 조승우 등이 임 감독의 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천년학’(2007년)의 조재현, ‘달빛 길어 올리기’(2011년)의 예지원도 재발견 소리를 들었다.

▼ 배우들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뭐예요?

“그거는 시나리오가 정해주는 거야, 시나리오가. 시나리오가 요구하는 거에 맞춰서 배역을 결정하지.”

▼ 요즘 젊은 감독들 중에는 특정 배우와 여러 작품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독님께서는 그런 일이 별로 없었어요.

“나는 그것을 굉장히 많이 경계했다고. 왜냐면, 똑같은 배우하고 계속하면 얘기를 그 배우한테 맞춰가게 되거든.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한 배우와 많은 작품을 안 했는데도, 예를 들면 오정해, 강수연 하면 사람들은 다들 감독님 작품만 기억하거든요. 사실 몇 작품 안 되는데도….

“오정해, 강수연양 모두 세 작품밖에 안 했는데. 근데 강수연양은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상을, 그거는 큰 사건이지. 그래서 농담으로 ‘왜 어린 걸 그렇게 크게 만들어가지고 지금 이렇게 살게 만드냐’고들 그러잖아, 나한테.”

▼ 누가요?

“그냥 사람들이.”

▼ 결혼도 못하고 혼자 산다고?

“그냥 여러 가지로.(웃음) 그런데 내가 최근에야 알았는데, (강수연씨가)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에요. 배우로 안 컸어도, 무엇을 했어도 크게 무슨 일을 했겠구나 싶은 사람.”

▼ 그러면 며느릿감으로는 어떠세요? 강수연씨 스타일.

“며느릿감? 그거는 안 돼.”

▼ 왜요?

“술이 너무 세가지고.”

▼ 그것만 빼면 다른 건 괜찮으세요?

“예, 나머지는 다 (좋아요). 내가 오죽하면 마지막으로 주례를 서줄 사람은 강수연이라는 생각을 하겠어요.”

▼ 네. 그럼 오정해씨 스타일은 며느릿감으로 어떠세요?

“오정해는 또 오정해 나름대로 소리꾼으로 세상을 살아야 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