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변하고 인정하고 반성하고 책임져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원내대표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6-11-23 11: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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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가장 불행하고 추악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
    • “저수지 봇물 터졌는데 혼자 막을 수 있나”
    • ‘수습’에서 ‘퇴진’으로 선회…“촛불의 바다로”
    • “문재인 대통령 행세…바보다”
    국민의당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100만 명이 운집했다는 11월 12일 촛불집회에 당력을 집중했다. 무게중심이 ‘수습’에서 ‘대통령 퇴진’ 쪽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1월 10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지금은 촛불의 바다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그 이유를 대통령 탓으로 돌렸다. 그는 정국 수습책과 차기 대선, 당내 갈등, 미국 대선 결과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지만,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국회에 던져놓고 시간 벌기”

    ▼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어수선하다.

    “역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불행하고 추악한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다. 옛날에야 (고려 공민왕 때 승려 신분으로 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신돈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21세기에 어떻게 최순실이라는 여인과 그 측근들에게 국정을 총체적으로 농단할 수 있게 했는지…. 아니, 어떻게 대통령이 재벌 회장을 불러놓고 발목을 비틀어 돈을 받을 수가 있나.”

    ▼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인데.



    “사실 아닌가. 나도 폭로하지 않았나. 그걸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사실을 호도해 국면을 전환시키고 넘어가려 하니까 이런 국민적 저항이 나오는 거다. 대통령이 변해야, 인정해야, 반성해야, 자백해야, 책임져야 지금보다 더 불행한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 17명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한류를 확산하는 취지에서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하면 좋겠다”고 했고, 이후 총수들과 개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취지를 설명하며 대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박 위원장도 10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 대통령이 재벌 회장을 불러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며 협조를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11월 12~13일 검찰은 7대 대기업 총수를 조사했다. 곧 대통령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에 이어 국회에 총리 지명을 제안한 걸 국면 전환용이라고 보나.

    “대통령의 위상과 총리의 성격을 애매모호하게 넘기려고 하지 않나. 국회에다 (총리 추천 건을) 던져놓고 시간을 벌려는 것 아닌가. 오늘 저녁 한 종합편성채널이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2권을 입수했는데, 지난 4년간 내가 얼마나 박 대통령을 비판했으면 거기에 나를 잡아넣으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정치를 한 것도 문제지만, 숨기려 해봤자 다 밝혀지게 돼 있다. 이미 박 대통령 정권의 저수지 봇물은 터졌다. 이것을 어떻게 자기 혼자 막으려고 하나. 막는다고 막아지겠나. 그래서 나는 모든 정치 지도자가 박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부르짖을 때 대안을 제시했다.”

    망각이라는 열차


    ▼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전 상임공동대표는 각각 하야와 탄핵을 주장했다. ‘정국 수습’ 당론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 않다. 사전에 ‘역할분담’을 했다. 천정배 전 대표는 국민의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최근 민생 탐방을 한 안철수 전 대표는 많은 국민을 만나면서 분노를 느꼈다. 분노한 국민을 대신해 탄핵과 하야를 주장한 거다.

    비대위원장인 내 역할은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어 내 몸의 전류는 본능적으로 위기 관리를 향해 흐른다. 11월 5일 백남기 농민을 보내드릴 때도 장례식에만 참석했고, 공식적으로 그날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 이후 일주일 내내 대통령의 조치를 기다렸는데 답이 없었다.”

    ▼ 대통령은 정국 수습책으로 국회에 총리 지명을 제안했지만 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우리는 4가지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3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통한 거국중립내각 총리 선출 합의, 국정 난맥을 가져오게 한 최순실·우병우 사단 인적 청산, 강력한 검찰 수사 수용이다. 국회에선 국정조사를 하고 다시 한 번 특검을 실시해 사실이 완전히 밝혀져야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는다고 본다.

    그전에 대통령 스스로 완전한 자백을 해야 한다. 눈물을 흘리면서 ‘최순실 문제를 포함한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밝혀야 했다. 그걸 안 밝히니까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특검을 모두 겪는 상황이 됐다.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진심 어린 고백을 하고 사과할 때 우리 국민의 두 가지 좋은 점이 나타난다.”

    ▼ 두 가지 좋은 점?

    “우리 국민은 감성적이다.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눈물 흘리면 ‘그 정도면 됐다. 그만 해라’고 이해해준다. 이런 감성을 불러오게끔 해야 박 대통령이 산다. 또한 우리 국민은 ‘망각’이라는 열차를 잘 탄다. 금방 잊는다. 세월호 참사 때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때문에 세상이 그렇게 떠들썩했는데 이제 다 잊어버렸지 않나. 그러면 세월은 가고, 박 대통령 임기도 얼마 안 남았고, 그렇게 해야 헌정 중단을 막을 수 있다.”

    ▼ 국민의당은 1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에 참여하는데. ‘수습’에서 ‘퇴진’으로 선회하는 건가.

    “그것(4가지 요구사항)을 안 하니까. 민심을 보고 사는 정치인들 아닌가. 우리도 이젠 ‘촛불의 바다’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 당력을 기울여 광화문으로 가는 거다.”



    “당 대표에 무게, 대권도 고민”

    ▼ 전 당원이 참가하나.

    “전 당원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된다고…(웃음). 다만 민주노총 집회 쪽으로는 안 가고, 순수한 촛불집회에만 참가했다. 당원들에게도 거리 행진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인터뷰 이후 국민의당 지도부와 당원은 촛불집회에 참가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 차기 비대위원장에 김동철 의원이 내정됐다. 1월 15일 당 대표 등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리는데.

    “김 의원이 국회예산결산위원회 간사여서 내년도 예산 심사가 마무리되는 12월 2일까지 내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바통을 넘기기로 했다. 당 대표가 될 만한 인물은 많다.”

    ▼ 본인도 당 대표에 도전할 건가.

    “당 대표에 무게를 두지만…대통령후보로 나가든 둘 중 하나는 분명히 하겠다.”

    ▼ 얼마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주변 사람들이 우리 당을 노크했다. 반 총장이 온다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실인가.  

    “실제로 찾아왔으니 그렇게 얘기한 거다. 반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 말이다.”

    ▼ 국민의당 후보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보나.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본다. 알다시피 안철수 전 대표는 젊고 겸손하며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이 비정상화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이건 전 세계적 현상이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유럽의 폭동, 미국 대선의 샌더스와 트럼프 열풍 등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젊은 세대가 ‘주류 사회가 싫다’고 반항하는 것이다. 요즘 미국 젊은이 중 30%가 주거 문제와 생활비 때문에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다. 이들이 기성세대에 표를 주겠나. 그래서 나는 지난 9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될 거라고 SNS에 글을 올렸다.”

    ▼ 판단 근거는.

    “미국에 사는 딸이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가 나온 웰슬리대를 졸업했다. 딸에게 대선 전망을 물었더니 ‘동창회에선 힐러리 캠페인을 하는데, 미국에 사는 친척들은 전부 트럼프를 찍으라고 한다’더라. 딸이 사는 워싱턴 주는 민주당 강세지역이라 자기는 안 찍어도 힐러리가 이길 테니 투표를 안 하겠다고 했다. 기존 질서가 싫다는 거다.”

    ▼ 트럼프의 당선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안보·경제위기를 조성해 정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트럼프의 당선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본다. 트럼프는 글로벌리즘 대신 내셔널리즘을 부르짖으면서도 북한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했다. 매우 실용적인 접근이다.

    그를 잘 설득하면 대미(對美) 편중 외교와 미국의 외교적 간섭에서 ‘약간’ 벗어날 수 있다. 그때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외교를 강화하면 오히려 경제·안보적 실익을 볼 수도 있다. 트럼프는 대북정책을 귀찮아하는 거 같다. 김대중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을 설득해 대북정책의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옮겨 앉은 것처럼, 우리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아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주도할 수 있다.”



    對北 퍼주기 논란

    ▼ 경제는 어떻게 보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같은 것은 대비해야 할 거다. 그런데 지난 9월 미국에 갔을 때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을 만났을 때 라이언 의장은 ‘대통령이 뭔가를 하고 싶어도 의회에서 법에 따라 해야 하며, 자유무역주의가 미국의 가치’라고 하더라. 한미 FTA는 양국 상호이익을 위해 지켜진다고 했다. 로이스 위원장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미군 철수를 원했지만 의회가 반대해 실패했다. 법은 국회가 바꾸는 거지,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하더라. 결국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지난 10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비서실장이던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다는 ‘송민순 회고록’ 문제가 불거졌을 때 여야는 난타전을 벌였다. 당시 박지원 위원장은 “2002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일을 면담했을 때 4시간 동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고, 문 전 대표를 향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일구삼언(一口三言) 한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김대중 정부는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4억5000만 달러를 바쳤다”고 맞받아쳤다.

    ▼ 당시 박 위원장은 정 원내대표를 “정신 나간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는데.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에 의해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이 시작됐고, 노무현 정부의 대법원에서 ‘현대그룹의 철도, 항만 등 7대 사업의 대가로 ‘상업 베이스’로 4억5000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판결이 났다. 그때 국가정보원 계좌를 이용해 송금한 건 불법이고, 그건 나와 무관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나는 북한이 그 돈으로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북 퍼주기’로 북핵 사태가 왔다면, 그 후 9년간 ‘퍼주기’를 안 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가장 많이 했겠나. (북한이) 지금까지 그때 그 돈으로 실험하겠나. 다음 주에 김경재를 민·형사 고소하려 한다, 역사를 위해서.”

    박 위원장의 ‘옛 동지’인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10월 19일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산업은행을 압박,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게 4000억 원을 대출해주도록 해 직권남용, 남북교류협력법,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 김정일과 그 수하세력으로부터 대남공작형 정보를 얻었을 공산이 크다. (박근혜-김정일) 대화 내용을 전면 공개하라”는 내용의 특별성명을 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해프닝

    ▼ 한광옥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민의당을 방문했는데.

    “내게 김병준 (국무총리) 인준을 부탁하기에 ‘정신 나간 소리 하지마라’고 하고 대안(지명 철회, 대통령 탈당 후 영수회담)을 말하니 ‘대통령께 보고하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한 실장은 말을 잘 듣는 덕인(德人) 스타일이다.”

    ▼ 김병준 총리 지명자는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려고 공을 들였다.  

    “안 전 대표와 나는 하루 한 번 이상 통화하거나 만나 의견을 나눈다. 김병준 교수를 추천했을 때 나도 ‘좋다’고 했는데, 딸 결혼식(11월 5일) 때까지 이름을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하더라. 비대위원장 영입 문제로 당내 진통을 겪을 때라 ‘이런 인사가 있다’고 해놓고 발표를 일주일 연기했다. 그랬더니 당내 일부 인사는 ‘박지원이 비대위원장 더 해먹으려 한다’고 오해하고 언론도 그런 식으로 보니 못 견디겠더라. 그래서 저기(벽에 걸린 달력을 가리키며) 10월 26일 안 전 대표와 김 교수를 만나 상황을 설명했고, 다음 날 김 교수로부터 ‘실명을 거론해도 좋다’는 연락이 왔다.”

    ▼ 이미 10월 24일 의원총회에서 김동철 의원이 차기 비대위원장을 맡는 데 의견을 모았고, 중진들은 27일 그 뜻을 전달하지 않았나.

    “당내 인사(김동철 의원)로 비대위원장을 정한 상황이지만 노력해보자고 해서 나도 ‘안 전 대표도 설득해 보세요’ 하고는 의원 한 사람 빼고 다 전화를 했다. 그런데 의외로 김병준 교수를 영입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3분의 2나 되더라. 28일 비대위에서 김 교수를 거명했는데 비대위원 11명 중 2명의 반대로 합의가 안 돼 ‘표결하자’고 했더니, 반대한 분들이 11월 2일로 연기하자고 했다. 그사이 최순실 사건이 터졌고 김병준 총리 지명에 이른 거다.”

    ▼ 안 전 대표가 공을 들인 인사를 박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해서 안 전 대표가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건 아닌가.

    “아니다. 아까 얘기했듯이 이미 역할분담 약속을 했다.”

    “文과 연락 안 한다”
    ▼ 문재인 전 대표와는 연락하나.

    “연락 안 한다. 문 전 대표는 안 된다.”

    ▼ 문 전 대표를 향해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는데.

    “바보지.”

    문 전 대표가 10월 31일 “새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하자, 박 위원장은 “마치 자기가 대통령이라도 된 것처럼 월권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박 대통령을 제쳐두고 총리를 임명하자는 것은 헌정 중단 사태를 초래하는 일”이라며 문 전 대표의 정국 수습책을 비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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