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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분열, 감성의 정치 버리고 통합, 합리의 정치로 거듭나라

21세기형 한국정치를 위한 제언

  • 글: 박세일 서울대 교수·법경제학 sipark@snu.ac.kr

분열, 감성의 정치 버리고 통합, 합리의 정치로 거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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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감성의 정치 버리고 통합, 합리의 정치로 거듭나라

땅바닥에 누워 철강제품을 실은 화물차를 막고 있는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 회원들. 이제 노사관계도 노사대립의 20세기형에서 노사합작의 21세기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셋째, 정치의 정치능력, 즉 집합적 의사결정능력이 약해지고 있다. 본래 국가정책은 상이한 제(諸) 세력의 이해와 견해를 폭넓게 수렴하되, 반드시 한 차원 높은 공동선(共同善)의 관점에서 결정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 나라의 정치능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에선 이러한 능력, 즉 집합적 의사결정능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항상 여러 세력과 이익집단들이 자신들의 견해와 이해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정치권을 가능한 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 노력한다. 그래서 로비도 하고 시위도 한다. 이럴 때 정치권은 이들의 주장과 견해를 진지하게 경청해야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이익의 관점에서 이들의 주장을 냉정히 분석 평가하고 취사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국익과 공익의 관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치능력은 단순히 상이한 견해나 이해를 듣고 그 중간점, 즉 기하학적 중간점을 택하는 데 있지 않다. 반드시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즉 공동체 전체의 가치와 이익의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단순히 사익(私益)간의 타협을 유도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공익(公益)의 입장에서 결정을 내리면서 사익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지도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정치를 보면 이익집단의 주장에 끌려다니는 경향이 높다. 특히 ‘사회운동형 정치’가 등장한 후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모든 이익집단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타협 없는 투쟁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국가적 의사결정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이익집단들 간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시작된다. 결국 이익집단의 사회권력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몇몇 이익집단은 거대한 권력집단이 되어 사실상 국정운영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권력이 인기영합주의(populism)의 유혹에 빠지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된다. 결국 정치는 공동선에 기초한 집합적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하고 민주주의는 표류한다.

이러한 때에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이 아니라 이웃사랑, 이웃나눔이라는 공동체적 가치의 실현을 표방한 가치집단이었던 순수 시민운동단체들까지도 그 일부가 타락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특정정파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집단으로 변모하여, 사회권력화 단계를 넘어 정치권력화한다. 이러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우리는 그것을 무정부(anarchy)라 부른다.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 정치는 현재 ▲국민통합능력의 부재 ▲정책능력의 부족 ▲집합적 의사결정능력의 부실 속에서 정치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의 질과 수준이 대단히 낮은 상황이다. 우리의 정치상황은 이러한데 21세기 세계화·정보화시대를 맞이하여 풀어야 할 국가과제는 막중하고 어렵기만 하다.

[21세기 국가과제]

21세기는 세계대경쟁(mega-competition)의 시대이다. 기업체만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도 경쟁하고 국가도 경쟁을 하는 시대이다. 이제는 세계 각국의 정부가 저마다 자신들이 만든 정치·경제 시스템, 즉 국가(운영)시스템과 국가(운영)정책을 가지고 세계경쟁에 나서는 시대이다. 어느 나라의 국가시스템이 더 민주적이고 효율적이며 공정하고 투명한가, 어느 나라의 국가정책이 더 생산적이며 정의로운가 등을 가지고 경쟁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런데 각국의 국가시스템과 국가정책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그 나라 정치의 질과 수준이다. 따라서 21세기는 각국이 정치의 질과 수준으로 세계경쟁에 나서는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세계화·정보화시대를 맞이하여 세계 여러 나라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큰 국가과제에 당면해 있다.

첫째, 국가의 세계경쟁전략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 세계경쟁에서 나라가 발전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세계경쟁전략을 세우고 이를 단호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경쟁전략의 핵심은 지금까지의 중화학공업 중심에서 지식정보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슘페터(Schumpeter)적인 ‘투자가 투자를 부르는 경제’ ‘혁신이 혁신을 부르는 경제’를 이루어내야 한다. 이러한 지식정보산업 중심의 구조전환을 주도할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하여 교육과 노동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개혁을 전제로 하여 우리는 동북아 내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상에 앞장서야 한다. 요약하면 ▲지식정보산업 ▲투자 및 혁신경제 ▲교육 및 노동개혁 ▲동북아 내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구상, 이 네 가지가 우리나라 21세기 세계경쟁의 핵심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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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세일 서울대 교수·법경제학 sipa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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