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의 특징은 밝고 명랑한 음색과 거침없이 시원스러운 연주에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감지되듯, 장영주는 여느 신동처럼 까다롭거나 예민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활달하고 밝은 성품이 연주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데 스무 살을 넘어서면서 그 연주색깔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 듯하다. 화려함이 덜해진 대신 깊이 있고 신중한 면모가 가미된 것이다.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장영주는 다채로운 보잉으로 실로 미묘한, 빛깔로 말하자면 원색이 아니라 온갖 색이 한데 섞인 듯한 소리를 빚어낸다. 바이올린이 표출하는 다양한 색채감은 ‘백전노장 오케스트라’인 런던심포니를 만나 더욱 빛난다. 런던심포니의 현악 파트가 보여주는 놀라운 일체감, 예민한 반응력과 조화는 10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에서도 장영주는 좋은 파트너들을 만난 듯싶다. 노르웨이 출신의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는 맑고 청명한, 그러면서도 그윽한 음색으로 곡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장영주는 안스네스 외의 연주자들과도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연주를 한껏 ‘즐긴’ 듯하다. 듣는 사람까지 절로 미소짓게 하는 매력적인 연주다. 다만 바이올린, 피아노 외의 악기들이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