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꾸는 자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 내게 꿈은 허황되거나 막연한 것이 아니다.
- 내 꿈은 1700만 회원을 끌어모으고 수익을 안겨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때문에 지금껏 꿈을 꿈으로 끝내지 않고, 꿈꾸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사원들과 함께한 김범수 사장(맨 오른쪽)
대학원을 마치고 삼성SDS에 입사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나는 삼성SDS에서 당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툴로서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던 PC통신 유니텔의 각종 솔루션 개발을 담당했다. 그 무렵 PC통신은 지금의 인터넷만큼이나 인기가 있었다. 평소 인터넷에 관심이 많던 나는 유니텔 전용 에뮬레이터 ‘유니윈 2.0’을 설계하고 개발한 데 이어 업그레이드된 ‘유니윈 98’을 설계, 개발하면서 인터넷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PC방에서 창업 준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할 때쯤 나는 ‘사람들이 모여 놀 수 있는 공간을 인터넷에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평소 게임을 좋아하고 즐겼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인터넷과 게임을 적절히 결합하면 빠른 시간 안에 대중화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가장 자신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는 창업의 기본 원칙에 따르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때부터 ‘한게임’이라는 사이트를 머리 속에 그리기 시작했고, 뜻이 맞는 삼성SDS 동료, 후배들과 창업을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막상 창업하기로 마음먹고 나니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았다. 특히 가족들은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던 내가, 미래가 불투명한 벤처 창업을 한다고 나서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눈 결과 가족들은 나를 믿고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보니 무엇보다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이 시급했다. 5명의 창업 멤버들은 퇴직금을 모아 서버 등의 장비를 장만했고, 창업에 앞서 당시 인기 있던 PC방을 열기로 했다. PC방을 운영하면 창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 개발한 게임들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양대 앞에 PC방을 열고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PC방 한쪽에선 손님을 받고, 다른 한쪽에선 창업 멤버들이 머리를 맞대고 게임을 개발하면서 밤낮도 없이 참 열심히 일했다.
마침내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하고 1999년 12월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이트를 오픈하고 서비스를 시작하긴 했지만, 어떻게 대중들에게 알릴 것인지 막막했다.
그래서 짜낸 아이디어가 일종의 전략적 제휴였다. 당시 이용자층은 확보하고 있지만 새로운 콘텐츠가 절실히 필요했던 네띠앙, 네이버, 인터넷 친구 등 국내 인터넷 사이트들에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협정을 맺은 것이다. 이들 인터넷 업체에는 삼성SDS 출신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어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다.
한게임은 마우스 클릭만으로 누구나 익숙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당시 인터넷 주요 이용자 층이던 N세대뿐 아니라 새로이 인터넷에 접근하는 주부나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유저 기반을 갖게 됐다.
인터넷 게임 붐을 일으키며 국내 최고의 게임 서비스로 자리잡은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은 2000년 6월 네이버컴과 전격적인 M&A를 실시했다. 한게임과 네이버의 결합은 전혀 성격이 다른 두 서비스의 만남으로, M&A가 빈번한 미국에서도 쉽지 않다고 하던 두 문화의 결합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을 모았다.
이때 M&A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과정에서 CEO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등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러던 중 나는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원들 간의 화합이 선행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성격이 다른 두 회사가 하나의 회사로 다시 태어나려면 두 문화를 아우르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전직원 개별면담을 통해 사내 문제 해결에 많은 힘을 쏟았고, 인사·평가문제 등에서도 두 회사의 문화가 적절히 녹아들어간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 마침내 성공적인 M&A를 이뤄냈다.
네이버와 합병한 후 ‘NHN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꾸고 공동 CEO제를 채택해 게임과 검색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은 물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힘썼다. 이를 바탕으로 NHN은 현재 수익률 업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컴을 창업했고 현재는 나와 함께 NHN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해진 사장과는 삼성SDS 연구소 동기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렇듯 삼성SDS는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많은 인연을 만들어준 곳이다. 함께 사업을 시작한 동료들도 삼성SDS 출신이고, 인터넷 업계에 진출한 삼성SDS 동료들도 많아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을 운영하면서도 여러 모로 도움을 받았다.
가끔 “공동대표제를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만일 내가 혼자서 NHN을 이끌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해진 사장과는 3년 넘게 함께 일하며 지내왔지만, 서로 언성 한번 높여본 적이 없다. 이사장과 함께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것이 내게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공동대표로서,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반자로서 그만큼 든든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짭짤한 수익모델 적극 발굴
다른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외형 성장에 치중할 때 NHN은 수익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회원은 늘어났지만 마땅히 수익을 내는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데 적극 나섰다.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를 개발, 게임 아이템과 검색 광고에서 수익 모델을 찾았다. 그 결과 NHN은 게임과 검색 등에서 고루 수익을 내고 있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평가받는다.
NHN은 업계 최초로 ‘게임 퍼블리싱’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 퍼블리싱 사업을 통해 게임유통 사업자로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프리미엄 서비스 이외의 새로운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NHN은 지난해 10월 코스닥에 등록돼 ‘인터넷 기업의 가치는 거품’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켰을 뿐 아니라 기술과 서비스 정신이 어우러진 인터넷 전문기업으로서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장성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제2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NHN은 업계에서 가장 활발히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단계로 접어들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네이버와 한게임이 가진 기술력과 서비스라면 세계시장에 나가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다른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은 중국을 타깃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중국보다는 일본이 인터넷 서비스가 크게 성장할 시장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인구는 많지만 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상태였고, 이에 비해 일본은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어 브로드밴드가 보급되면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시장이라 보고 일본 진출을 적극 추진했던 것이다.
그 결과 네이버와 한게임이 각각 독립법인으로 일본에 진출해 서비스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게임의 경우 마작, 대부호 등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토종게임을 서비스해 높은 인기를 얻고 있고, 당구, 고스톱 등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게임들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NHN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0% 이상 성장한 740억원에 달했고, 이미 1분기에만 353억원의 매출을 올려 올해 목표인 13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강화하고 일본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새로운 꿈을 향해
온라인에서 고스톱을 치는 일, 누구나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인터넷 게임에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를 도입한 일 등은 그 전까지 많은 이들이 ‘꿈 같은 이야기’라고 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한게임은 이를 현실화해 1700만명이라는 엄청난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사이트로 성장했다. 게임 유료 서비스는 이제 모든 인터넷 업체들이 게임 사업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만큼 게임업계의 성공사례로 인정받는다.
꿈꾸는 자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내게 꿈은 결코 허황되거나 막연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비즈니스 또한 하나같이 꿈 같은 이야기들을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언제나 꿈을 꿈으로 끝내지 않고, 꿈꾸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일본을 기점으로 전세계인들이 한게임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꿈을 꾸고 있다. 벌써 일본에서는 게임 포털 2위 자리를 확고히 마련했다. 또 한 번 나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열정과 노력으로 새로운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