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뷔페에 빠지지 않는 요리가 있다. 나무를 태워 가공한 훈제연어. 먹음직스런 연분홍빛에 독특한 향이 일품이다.
- 성인병 예방에 좋은 DHA와 단백질 등 영양도 가득하다. 야채와 함께 싸 먹으면 영양공급은 물론,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반평생을 영어교육에 몸담아온 그가 지긋지긋할 정도로 자주 들었을 법한 질문은 뻔하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습니까.” 아니면 조금은 자포자기 식에 “정말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있는 겁니까”라거나.
기자 역시 ‘도사에게 한 수 배우는 심정으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오랜 공부와 연구의 세월을 말해주듯 그의 답은 명쾌했다.
“무엇보다 기초가 튼튼해야 합니다. 기초 없이 영어를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구구단도 모르면서 인수분해를 하려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영어는 결코 어렵지 않은 언어입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는 소멸되게 마련입니다. 어렵다면 그 방법이 잘못된 것이지요.”
정이사장이 처음부터 영어를 잘했던 것은 아니다. 경기 중·고등학교 시절 그는 영어를 그다지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다. 스무 살이 되던 1968년 여름. 의대에 지원했다 낙방한 후 재수를 준비하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책 몇 권과 쌀 한 말을 지고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이른바 ‘입산수도’였다. 그에겐 조금 엉뚱한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광대한 우주의 눈으로 볼 때 한낱 티끌보다도 작은 ‘지구’라는 이름의 별 위에서, 그까짓 대학 하나 들어가보겠다고 아등바등 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석가모니’나 ‘달마대사’는 대학 문턱에도 안 가보고 위대한 깨달음을 얻었는데 나라고 못할 일이겠느냐”는 치기도 한몫했던 것.
한동안 그는 나름의 ‘득도’를 위해 산 속에 틀어박혀 ‘용맹정진(?)’했다. 그러다 얼마 후 식량이 떨어져 잠시 산을 내려와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 길로 다시는 산으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로 인해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인생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미군 장교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는 친구와 동행해 난생 처음 미군 장교와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추수교회(목사 김인호·오른쪽에서 세 번째) ‘셀’모임 회원들이 식사에 앞서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다.
기자가 정이사장의 집을 방문했을 때 마침 ‘셀(CELL) 모임’이 있었다. ‘셀’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21세기 교회 유형으로 ‘기초공동체’이자 ‘교회’를 뜻한다. 그가 회원 10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훈제연어무쌈말이’를 준비했다. 여러 명이 함께 준비하고, 함께 먹으면서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데 더없이 좋은 음식이라는 것.
준비물은 잘 훈연된 훈제연어와 무, 치커리, 양상추, 팽이버섯, 미나리 줄기 등 신선한 야채, 그리고 날치알이다. 연어는 기생충과 수분 때문에 드물게 회로 먹을 수 없는 생선이다. 하지만 훈제연어는 나름의 신선한 맛을 지녔다.
무는 얇게 자른 후 (소금+식초+설탕에) 절여둔다. 야채는 먹기 좋게 다듬는다. 일반적으로 샐러드로 많이 즐기는 치커리는 한방에서 약재로 쓰일 정도로 소화기능이 탁월하고, 양상추는 수분이 거의 95%로 시원한 맛을 더해준다. 팽이버섯은 각종 아미노산과 비타민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크다. 독특한 맛과 향 그리고 알칼리성 식물로 인기가 높은 미나리 줄기는 다듬어서 소금물로 살짝 데쳐두면 된다.
재료가 다 준비되면 적당히 전 무를 손에 펴고 그 위로 ‘치커리 → 양상추→ 팽이버섯 → 연어’ 순으로 올려놓은 뒤 원뿔형으로 말아 중간 정도에서 미나리 줄기로 묶는다. 마지막으로 연어 위에 미네랄과 단백질이 풍부한 날치알을 올리면 요리 완성이다. ‘훈제연어무쌈말이’ 하나를 소스(간장+와사비+설탕 약간)에 찍어 한 입에 씹으면 훈제연어의 독특한 향과 사각거리는 야채, 입 안에서 톡 터지는 날치알의 조화가 실로 환상적이다. 조합을 달리해 양상추 위에 땅콩잼을 바르고 오이피클과 팽이버섯, 연어, 날치알, 꼬마토마토 순으로 올려 함께 싸 먹는 것도 괜찮다.
1971년 22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 종로의 한 영어학원 강사로 시작해 1970∼80년대 ‘정철영어’로 영어교육계의 최고봉이 된 정이사장. 벌써 33년째 영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잘못된 학교 영어교육을 바로잡고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방법을 찾는 일.
그 결정판이 바로 1998년 말 처음 펴낸 ‘정철 영어혁명’이다. 발간 직후 20여만권이 팔려나갔고, 2000년 좀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연구소 인터넷 홈페이지에 무료로 올려놓은 뒤론 무려 160여 만명이 접속했다. 그리고 최근 4년 만에 개정판을 냈다.
그에게 ‘대한민국 영어공부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영어를 정복하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