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호

인터넷 ‘리플’, 대면(對面) 토론문화 바꾼다

  • 글: 박하영 ‘월간 PC사랑’ 기자 hanny@ilovepc.co.kr

    입력2003-05-27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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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리플’, 대면(對面) 토론문화 바꾼다
    인간은 소통하는 존재다. 즉 인간의 말하고자 하는 욕구는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만 봐도,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절제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교육을 받아와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다르다. 가는 곳마다 내게 알은체를 하고 의견을 물으며 자기 의견에 답해달라고 손짓하는 ‘말 많은’ 네티즌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의 김모씨는 잠자기 전에 꼭 들르는 곳이 있다. ‘1인 웹진’ ‘1인 미디어’로 각광받으며 새로운 디지털 문화로 자리잡은 ‘블로그(www.blog.co.kr)’ 사이트다. 김씨는 블로그 사이트에 개인 게시판을 만들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 지식과 좋아하는 음악 등을 올린다. 김씨의 글에 ‘내 생각은 이렇다’면서 많은 네티즌들이 리플(댓글)을 단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게시판은 열띤 토론장으로 바뀐다.

    인터넷 게시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리플이 치열한 토론과 지식 공유, 여론을 주도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리플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 포털 사이트 다음은 리플 문화를 긍정적으로 수용해 미디어다음(media.daum.net)이라는 온라인 미디어를 만들었다.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처럼 뉴스게릴라가 기사를 올리는 방식이지만, 기사에 달리는 리플로 네티즌의 의견을 수렴해 여론화한다는 점이 다르다. 게시판에 사회적인 이슈가 게재될 때마다 리플이 줄을 잇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진다. 네이버의 지식인(kin. naver.com), 엠파스의 지식거래소(kdaq.empas. com), 네이트닷컴의 지식뱅크(kbank.nate.com)도 리플 문화를 한껏 활용한 게시판들이다.

    이젠 오프라인상의 공중파 방송에서도 토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다. 시청률이 높아지자 ‘MBC 100분 토론’은 충분한 토론을 하기에 100분이라는 시간이 짧다고 판단, 시간적 제약 없이 방송을 진행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토론에 참여하는 패널과 방청객의 태도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마이크를 주면서 의견을 말하라고 하면 주뼛주뼛하던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한다. 얼굴 없이 말하는 인터넷 리플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자신감은 물론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굳이 방송 토론 프로그램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최근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학생 박모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진 글에 대한 리플을 달면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이런 태도가 실생활에서도 은연중에 나타나 예전보다 내 의견을 잘 표출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반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익명성을 무기로 했던 인터넷 리플 문화가 이처럼 오프라인상의 대면(對面) 토론문화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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