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와 핵심요직을 차지한 중간 간부들의 출신 지역별 편차가 매우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 특히 최고 권력자와 같은 지역 출신 검사들의 경우 크게 ‘특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3월11일 법무부 이춘성 공보관이 새로 짜여진 검찰 인사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지역 편중’ 시비다. 특히 ‘검찰의 별’이라 할 수 있는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들은 당대 정권의 최고 권력자와 같은 지역 출신이냐 아니냐에 따라 승진 및 영전 여부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갈수록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게 검찰 주변의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지역 편중 인사 시비는 항상 ‘논란’에 그쳤지 구체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었다. 때로는 일각에서 통계 수치까지 들이대며 인사의 불공평함을 지적했지만 그때마다 집권자측은 자의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진실을 오도하기 일쑤였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동아일보 법조팀(하종대 팀장, 정위용, 이명건, 이상록, 이태훈, 길진균 기자)과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이민규(李珉奎) 교수팀은 1992년 노태우(盧泰愚) 정권 말기부터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이르기까지 4대 정권에 걸친 12년간의 검찰 인사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검찰 간부 인사가 정치권력과 어떤 관계이고, 지역 편중 인사가 실제적으로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통계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3개월간 진행된 이번 작업에는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학부생 등 10여 명이 검사 2000여 명의 신상정보를 입력하는 등 분석을 위한 기초 작업을 도왔다. 분석에는 ‘컴퓨터 활용보도(CAR, Compu ter Assisted Reporting)’라는 첨단 기법이 이용됐다.
분석 결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와 핵심요직을 차지한 중간 간부들의 출신 지역별 편차가 매우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그래프 2, 3 참조). 특히 최고 권력자와 같은 지역 출신 검사들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특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정치 풍향에 따라 검찰 간부들의 인사가 춤추듯 요동친 셈이다.
영남 출신 간부들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같은 고향에서 잇따라 당선되자 대대로 특혜를 누려오다 김대중 정권 시절 잠시 시련을 겪은 반면, 호남 출신 검사들은 대대로 핵심요직에서 소외되는 설움을 겪다 DJ 정권 들어 ‘반짝 특수’를 누렸다.
먼저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의 경우 영남 출신은 전체 검사 비율과 대비해볼 때 김대중 정권 시절이던 2001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그래프 2 참조).
노태우 정권 말기인 1992년 8월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39명)의 43.6%(17명)를 차지했던 영남 출신은 김영삼 정권 들어 전체의 절반 가량인 46%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현상은 김대중 정부 들어서도 2년 가까이 계속됐으나 2000년부터 줄기 시작, 2001년 6월엔 사상 최초로 영남 출신 검찰 간부비율이 34.15%로 전체 검사 비율(36.8%)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김대중 정권 초기 영남 출신 간부들이 김영삼 정권에 이어 계속 높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DJ 정부가 대통령 비서실장에 TK(대구 경북) 출신인 김중권(金重權)씨를 임명하면서 TK 출신 인사들을 ‘우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한 영남 출신 간부의 비율은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올들어 43.24%로 전체 검사 비율을 무려 6.46% 초과한 상태.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출신지역인 PK(부산 경남) 출신 간부들은 올들어 대거 약진하면서 전체 간부의 29.73%를 차지, 전체 검사 비율(18.88%)을 무려 10.85%나 상회했다.
이는 노태우·김영삼 정권 때보다 더 심한 지역 편중 인사. 올 인사에서는 전문성과 개혁성을 중시했다는 법무부 설명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에 비해 같은 영남 출신일지라도 TK(대구 경북) 출신 간부는 전체 검사 비율(17.85%)보다 4.34%가 낮은 13.51%에 불과했다.
반면 호남 출신 간부의 비율은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시절 전체 검사 비율에 비해 항상 낮았다. 전체 검사의 영호남 비율은 2대1이 채 안 됐지만 검사장급에선 영호남 비율이 2대1을 넘어 3대1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최고 변수는 권력자 출신지
이처럼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소외됐던 호남 출신 간부들은 김대중 정권 들어 약진, 1999년부터는 간부 비율이 전체 검사에서 호남 출신 검사가 차지하는 비율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같은 호남 출신 간부들의 약진은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시절이던 2001년 6월 전체 검사장 41명 중 15명을 차지(36.59%),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호남 출신 검사 비율(22.4%)보다 무려 14.19%가 높은 수치였다. 김대중 정부는 지역 편중 인사 시비가 일 때마다 “과거의 왜곡된 인사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바로잡기’ 차원을 넘어 노태우·김영삼 정권과 마찬가지로 특혜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호남 출신 검찰 간부의 비율이 낮아지기 시작해 올들어 18.92%로 전체 검사 비율(21.5%)보다 낮아졌다. 노대통령이 비록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의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되긴 했지만 검찰 인사에선 역시 최고 권력자의 출신지역이 가장 큰 변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남 정권에서 가장 피해를 본 게 호남 출신이라면 호남 정권에서 가장 피해를 본 검찰 간부들은 서울·경기 출신이다(그래프 2 참조). 정권은 영남에서 호남으로 이동했지만 DJ가 소수 정권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TK 출신 인사들을 중용했기 때문. 결국 영남 출신 검사들이 줄지 않는 상태에서 호남 출신들이 대거 등용되면서 서울·경기 출신 간부가 크게 줄었다.
노태우 정권 말기 25.6%에 달했던 서울·경기 출신 간부 비율은 김영삼 정권 시절 줄곧 20%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1998년 3월부터 10%로 내려갔으며, 2001년 6월엔 한 자릿수(9.76%)까지 떨어졌다. 이 지역 출신 간부의 비율은 올 들어 21.62%로 지역별 검사 비율(23.5%)에 상당히 근접한 상태.
이에 반해 충청 출신 간부의 숫자는 정권의 부침에 상관없이 강세를 보였다. 충청 출신 검사의 비율은 13%대였으나 검사장급 이상 간부의 비율은 보통 15∼20%로 집계됐다. ‘호남이 푸대접이라면 충청도는 무대접’이라는 주장이 적어도 검찰 인사에서만큼은 타당하지 않은 셈이다.
지청장과 차장, 부장, 과장 등 중견 간부가 임명되는 검찰의 ‘핵심 요직’에 대한 지역 편중은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에서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그래프 3 참조). 이번 분석 대상으로 선정된 55개의 핵심요직은 동기 검사간 자리다툼이 치열한 곳으로 전·현직 검사들의 자문을 받아 결정했다. 분석 결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의 영·호남 격차는 최고 3배(1995년 3월, 18명 대 6명)인 데 반해 핵심요직에선 그 격차가 무려 12.5배(1993년 10월, 25명 대 2명)에 달했다. 현재 영·호남 전체 검사의 비율이 1.5 대 1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극심한 지역 차별인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력을 잡은 집권자 측이 차관급인 검사장 자리와 달리 세인들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핵심 요직에 같은 고향 출신의 검사들을 집중 배치함으로써 검찰을 장악하려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프 1> 출신지역별 검사 비율-전체 검사
<그래프 2> 출신지역별 검사 비율-검사장급 이상
<그래프 3> 출신지역별 검사 비율-중간간부 핵심보직
<그래프 4> 전체 검사 증가 추이
<그래프 5> 여검사 증가 추이
<그래프 6> 전체 검사 중 법대 출신 비율(무응답 제외)
노태우, 김영삼 정권 시절 영남 출신 인사의 핵심요직 점유비율은 보통 50%를 웃돌았다.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1993년 10월엔 핵심 보직 10개 가운데 6개를 영남 지역 출신이 차지할 정도로 ‘권력의 독점’ 현상이 심각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면서 영남 출신의 비율은 20%까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핵심요직 점유비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 그러나 지난해부터 핵심요직에 대한 영남 출신 비율은 전체 검사 비중(36.6%)을 약간 넘은 38.2%로 올라섰으며 올해도 똑같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노태우, 김영삼 정권 시절 호남 출신의 핵심보직 점유비율은 대부분 10%대 초반을 맴돌았다. 김영삼 정권 초기인 1993년 10월엔 44개 핵심 보직 가운데 호남 출신은 단 2명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호남 출신 비율이 오르기 시작, 2000년 7월 33%까지 올라갔다가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올해 호남 출신의 요직 점유비율은 14.5%로 전체 검사 비율(21.5%)에 비해 크게 낮은 상태다.
사실 이같은 분석은 출신 지역만을 따져 본 표피적 분석에 불과하다. 특정 정권과 다른 출신 지역 인사가 검사장급 이상 검찰간부로 승진하거나 핵심 요직에 기용되려면 정권에 대한 ‘충성도’를 검증받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권 시절 검찰 주변에서는 소위 ‘황태자’를 통하지 않고는 검사장으로 승진하기 어렵다는 설이 파다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권과 다른 지역의 출신 검사는 설령 검사장으로 승진하더라도 한직에 머물거나 또 핵심요직에 기용되더라도 실질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는 ‘왕따’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검찰총장 가운데는 임기 도중에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권력과의 코드(chord)가 맞지 않아 임기 내내 마음고생을 하거나 2년 법정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한 경우도 있다. 심지어 ‘권력과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았느냐에 따라 ‘자리의 무게’가 달라지는 때도 있었다.
한편 검사장급 이상 간부와 중견 간부의 핵심요직에 대한 지역간 격차가 가장 좁혀진 때는 김대중 정권 말기인 지난해 8월로 나타났다. 당시 인사는 김정길(金正吉) 법무부장관과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단행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장관과 이총장이 출신 지역보다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으며, 가능한 한 지역간 균형을 유지하려고 탕평책을 시도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검사, 비법대 출신 증가
최근 10년 새 검찰 규모와 인적 구성도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1992년 8월 867명에 불과하던 전체 검사는 올 4월 1451명으로 10년 남짓한 기간에 무려 67%가 늘었다(그래프 4 참조). 특히 2000년 이후엔 매년 80∼90명의 검사가 늘어 2010년 안에 검사 2000명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검사는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그래프 5 참조). 1992년 8월 단 3명에 불과하던 여검사는 올 4월 현재 87명으로 무려 30배 가까이 늘었다. 조만간 여성의 기피 직업군에서 검사직을 빼야 할 판이다. 여검사 중 최연장자는 1990년에 임관한 법무부 검찰국의 조희진(趙嬉珍) 연구검사(검찰5과장).
사법시험 합격자의 급증으로 출신 대학교와 출신 고교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1992년 전체 검사의 57.44%를 차지하던 서울대 출신 검사 비율은 올 들어 47.0%로 10% 이상 낮아졌다. 이에 반해 고려대와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상위 2∼5위 대학교 출신 검사 비율은 10년새 크게 늘었다.
특히 1992년 14.19%였던 고려대 출신 검사는 올해 20.2%로 매년 증가 추세다. 최근엔 서울대와 고려대의 사시 합격자 수가 비슷해지는 추세여서 고려대 출신 검사들의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검사들의 출신대학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1992년엔 현직 검사 배출대학이 25개에 불과했지만 올 현재 33개 대학으로 8개가 늘었다. 비(非)법대 출신 검사 숫자도 늘고 있다. 1992년 8월 100명에 불과했던 비법대 출신 검사는 올 들어 349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그래프 6 참조).
이에 따라 비법대 출신 검사의 비율도 1992년 11.5%에서 올해 24.1%로 크게 증가했다. 대신 법대 출신 검사의 비중은 1992년 8월 88.5%에서 올 들어 75.9%로 줄어들었다.
현직 검사를 배출한 고교는 1992년 187개교에서 올해 388개교로 2배 이상 늘었다. 1위는 10년째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기고로 올 현재 59명. 그 뒤를 경북고(39명)와 전주고(32명), 진주고(26명), 순천고(25명) 등이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