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라크전에서 기뢰 제거 및 설치를 위해 아라비아해에 투입된 돌고래가 훈련 도중 바다 위로 솟구치고 있다.
제대로 된 통신수단이 없던 시절에 편지를 전달하던 비둘기(전서구·傳書鳩)도 전쟁에 사용됐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은 전투기와 전함에 비둘기를 태웠는데, 추락하거나 침몰할 때 비둘기를 날려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또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가슴에 소형 카메라를 매단 채 적의 동태를 사진으로 찍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개나 고양이도 전쟁에 동원됐다. 로마군은 쇠못이 튀어나온 갑옷을 개에게 입혀 전투에 투입했고,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 때 개를 자살특공대로 훈련시켜 독일의 탱크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리고 고양이의 경우 물을 싫어하는 본능을 이용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미군은 고양이에게 폭탄을 매달아 비행기에서 적의 전함으로 투하하면 물을 무서워하는 고양이가 폭탄을 전함 쪽으로 끌고 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고양이는 배 가까이 가기도 전에 기절하고 말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라크전에서 보듯이 전쟁에 동원되는 동물도 달라지고 있다. 코끼리나 비둘기가 아니라 돌고래와 강치가 전쟁에 투입되고 있는 것. 이들 돌고래나 강치는 첨단장비로도 대신할 수 없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특히 돌고래는 수중음파 탐지능력이 뛰어나 물 속이나 물 바닥에 있는 물체를 잘 찾을 수 있다. 혼탁한 물이나 어둠 속에서도 물체를 잘 찾을 뿐만 아니라 바다 밑에 묻힌 물체가 산호 덩어리인지 수뢰인지도 구별할 수 있다. 또 미 해군은 캘리포니아 강치를 항구 순찰활동에 투입하기도 했다. 강치는 수뢰나 수중 침입자에게 부표를 매다는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동물은 전쟁터뿐 아니라 군사 연구에서도 희생당하고 있다. 총탄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원숭이의 눈과 머리에 총을 쏘기도 하고, 음파 탐지능력을 연구하기 위해 돌고래를 해부하고, 개 고양이 쥐 등에게 화학물질과 세균을 투여해 성능을 알아보거나 해독제를 시험하기도 한다. 미 국방부 산하 연구소에서 이런 실험으로 죽는 동물은 매년 20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전쟁이나 무기와 관련돼 동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어지려면 먼저 전쟁이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