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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신당, ‘호남탈색’ 모험은 시작됐다

민주당 신·구주류 대회전 카운트다운

  • 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노무현 신당, ‘호남탈색’ 모험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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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당의 대표가 당무회의라는 당 공식기구가 있는데도 비공식기구를 띄우는 데 동참한 것은 문제가 있다. 당 공식기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당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 있던 정대표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서둘러 뛰어들다 보니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당 강경파에 대한 추의원의 ‘선 긋기’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신의와 의리를 중시하는 추의원의 개인적 성향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보다는 지역적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추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광진구(을). 호남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 중의 하나다. 내년 총선에서 호남표를 버리고 젊고 개혁적인 30∼40대 지지층만을 겨냥하는 득표전략으로는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독자적 개혁신당보다 통합형 개혁신당이 당내 대세를 형성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개혁적 세력을 흡수 통합하는 방식이 가장 안정적인 신당의 방향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

그런데 갑자기 신당 강경파가 비공식 신당추진기구를 띄우고, ‘워크숍’을 강행하면서까지 구주류와 세 대결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그건 통합신당이 당초 자신들의 계획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통합신당으로는 구주류로부터 당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아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외부 개혁세력들과 함께 준비해온 노무현당으로의 전환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주류가 대선 직후부터 개혁신당과 함께 인적청산 문제를 강도 높게 들고 나온 것은 서둘러 당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나름의 비책이었다. 동시에 내년 총선에서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켜 전국정당이자 다수당을 차지해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주도해가려는 다목적 포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류가 세대교체와 발전적 당 해체를 통한 개혁신당을 추진한 것은 지난 대선 직후부터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직후 개혁성향 의원 23인은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이 아니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해온 낡은 정치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승리”라고 선언하고 “김대중 정권의 부패와 실정에 책임 있는 세력과 인사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인적 청산론을 들고 나왔다.

급선회 거듭한 신주류 강경파

당시 신주류는 사실상 민주당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그리고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분당 사태까지 치달았던 신·구주류의 갈등은 청와대의 개입으로 봉합됐다. 당 개혁특위에서 개혁안을 마련해 당 개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되었던 것.

그리고 한대표 등 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정대철(鄭大哲) 대표와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 체제가 들어섰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심각했다. 서로에게 남긴 감정적 상처가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

사실상 이때부터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며 ‘분당’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와중에 주도권 다툼은 점차 심화돼갔다.

당 개혁특위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당 개혁안’의 막판 조율과정에서 양측은 결국 속내를 드러냈다. 당 개혁안의 내용보다 내년 총선까지 당의 실질적인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임시지도부 구성 문제로 정면 충돌한 것.

당초 구주류측은 개혁안 가운데 지구당위원장제 전면 폐지, 임시지도부 구성 등에 대해 반대입장을 피력했다가 조건부 수용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 임시지도부 구성은 조기전당대회를 조건으로, 지구당위원장제 폐지는 총선 6개월 전 위원장 사퇴, 2∼3개월 후 공직후보 국민경선이라는 방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신주류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시지도부를 구성해도 기간당원 육성 등 최소 3∼4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6개월 후에 전당대회를 할 수 있다”며 현 지구당위원장들의 기득권 포기와 개혁안 원안통과를 주장하고 나선 것. 이에 구주류는 “현역 의원이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면 사실상 ‘무장해제’ 당하는 셈인데, 임시지도부 기간이 길면 당 주도권을 잡고 ‘물갈이’를 할게 뻔하지 않느냐”며 반발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4·24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고, 민주당이 또다시 참패하자 신주류 강경파는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개혁안 협상을 포기한 채 당초 목적했던 독자개혁신당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하지만 몇 개월 사이에 상황은 대선 직전과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구주류가 노무현 정권의 첫 개각과 각 부처 인사 결과를 가지고 ‘호남소외론’을 들고 나오면서 호남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신주류 강경파들의 ‘개혁신당론’에 동조하려던 호남지역과 호남표가 많은 수도권 지역구의 의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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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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