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앞서 ‘신동아’ 2003년 2월호에서는 ‘전두환 비자금 환수, 금년 봄 물 건너간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동안 세간에서 잊혀졌던 그의 추징금 환수 필요성을 환기한 바 있다. 이후 서울지검 총무부는 2월7일 서울지법에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재산명시신청을 했고, 그 결과 4월28일 전씨가 법정에 출석했다.
재산명시신청은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안 갚는 악덕 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하는 제도. 즉 채권자가 법원에 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하면 법원이 채무자에게 법정 출석과 함께 재산명세 및 최근 재산변동 상황을 제출하라고 통보하는 절차다. 보정명령은 법원이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의 기재사항이 빠짐없는지 심사한 뒤 불명확하거나 누락된 게 있을 경우 채무자에게 보정을 명령하는 것을 뜻한다.
전씨는 1997년 4월 대법원 판결에 의해 2205억원의 추징금이 확정됐으나 2000년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314억원(추징률 14.3%)만 추징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미납 추징금 1891억원이 아직 무기명 채권과 가차명 예금 등으로 은닉돼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추징금 2628억원 중 78%인 2073억원을 추징당해 극히 대조적이다.
따라서 보정 결과 전씨의 재산목록에 어떤 ‘변동’이 생길 것인지 여부가 국민들로선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전씨의 입장을 듣고 싶지만, 사실상 그와의 직접 접촉은 불가능하다. 대신 ‘신동아’는 전씨의 법률고문인 이양우(李亮雨·71) 변호사를 택했다. 5공정권에서 국회의원(민정당)과 법제처장, 대통령 사정수석비서관을 지냈고, 전씨의 대통령직 퇴임 이후 줄곧 대변인 역할을 해온 ‘측근 중 측근’이며, 이번 명시사건의 변호인이어서 전씨측 입장을 그 누구보다도 충분히 전달할 위치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 전 대통령이 난감해한다”
인터뷰 성사는 쉽잖았다. 이변호사는 4월30일 ‘신동아’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5월2일 이를 수락했으나 정작 그 일정을 잡기 위해 통화하기로 한 5월6∼7일엔 무슨 까닭인지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의 집과 사무실, 휴대전화 등으로 수십 차례 연락을 취해도 결과는 같았다. 5월7일 밤 늦게야 겨우 집 전화를 받은 그는 이틀 뒤 기자를 만나겠다고 했다.
인터뷰는 5월9일 그의 사무실에서 오전 11시30분부터 꼬박 4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 자리엔 전씨의 또 다른 변호인인 정주교(45·삼보종합법률사무소 소속·사시27회) 변호사가 배석했다. 그는 1996년 12·12 및 5·18사건 변호에 참여한 인연으로 변호인단에 포함됐다. 이변호사는 사진촬영을 극구 거부했다. 그에게 대뜸 인터뷰를 피하려 한 게 아니냐고 따졌다.
-5월6일과 7일 왜 그렇게 연락이 안 되었나.
“정신없이 바빴다. 그 기간에 골프장 식수(植樹) 관련보도도 터져나왔고… 어쨌든 언론이 갖는 의문이란 건 뻔하지 않나. 아는 범위 내에선 진솔하게 답변하겠다.”
-보정명령에 대한 ‘대책회의’ 때문에 바쁜 것 아닌가.
“….”
-인터뷰에 응할지 여부를 사전에 전씨와 상의했나.
“전혀…. 다만 전 전 대통령이 이번 일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언론의 요청이 있을 때 (우리) 입장을 설명해주라는 의사를 표명한 적은 있다. 어쨌든 인터뷰에 응한 건 내 개인적 판단에서다.”
-좋다. 우선 ‘29만1000원’ 얘기부터 하자. 상식적으로,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금액에 대해 국민들이 선뜻 납득할 거라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