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호

‘너무도 가난한’ 전두환 변호인 이양우와의 4시간 격돌 인터뷰

“다 썼다는 걸 왜 우리가 입증하나… 법대로 하자!”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3-05-23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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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全斗煥·72) 전 대통령에게 또 한번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 ‘본인 명의 예금·채권 29만1000원’이 전국민을 ‘충격과 허탈’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몇몇 언론은 이를 빗대 ‘영세민 전두환’ ‘거지왕 전두환’이란 닉네임까지 붙였다. 추징금 환수 문제와 관련한 그의 반응과 속내는 어떨까. 변호인의 입을 통해 들은 전씨측 입장을 가감 없이 옮긴다.
    ‘너무도 가난한’ 전두환 변호인 이양우와의 4시간 격돌 인터뷰
    전두환 전 대통령이 5월26일 다시 법정에 선다. 4월28일 열린 재산관계 명시 심리재판에서 담당인 서울지법 서부지원 민사26단독 신우진(30) 판사로부터 재산목록 보정명령을 받은 탓이다.

    이에 앞서 ‘신동아’ 2003년 2월호에서는 ‘전두환 비자금 환수, 금년 봄 물 건너간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동안 세간에서 잊혀졌던 그의 추징금 환수 필요성을 환기한 바 있다. 이후 서울지검 총무부는 2월7일 서울지법에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재산명시신청을 했고, 그 결과 4월28일 전씨가 법정에 출석했다.

    재산명시신청은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안 갚는 악덕 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하는 제도. 즉 채권자가 법원에 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하면 법원이 채무자에게 법정 출석과 함께 재산명세 및 최근 재산변동 상황을 제출하라고 통보하는 절차다. 보정명령은 법원이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의 기재사항이 빠짐없는지 심사한 뒤 불명확하거나 누락된 게 있을 경우 채무자에게 보정을 명령하는 것을 뜻한다.

    전씨는 1997년 4월 대법원 판결에 의해 2205억원의 추징금이 확정됐으나 2000년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314억원(추징률 14.3%)만 추징당했다. 그러나 검찰은 미납 추징금 1891억원이 아직 무기명 채권과 가차명 예금 등으로 은닉돼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추징금 2628억원 중 78%인 2073억원을 추징당해 극히 대조적이다.

    따라서 보정 결과 전씨의 재산목록에 어떤 ‘변동’이 생길 것인지 여부가 국민들로선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전씨의 입장을 듣고 싶지만, 사실상 그와의 직접 접촉은 불가능하다. 대신 ‘신동아’는 전씨의 법률고문인 이양우(李亮雨·71) 변호사를 택했다. 5공정권에서 국회의원(민정당)과 법제처장, 대통령 사정수석비서관을 지냈고, 전씨의 대통령직 퇴임 이후 줄곧 대변인 역할을 해온 ‘측근 중 측근’이며, 이번 명시사건의 변호인이어서 전씨측 입장을 그 누구보다도 충분히 전달할 위치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 전 대통령이 난감해한다”

    인터뷰 성사는 쉽잖았다. 이변호사는 4월30일 ‘신동아’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5월2일 이를 수락했으나 정작 그 일정을 잡기 위해 통화하기로 한 5월6∼7일엔 무슨 까닭인지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의 집과 사무실, 휴대전화 등으로 수십 차례 연락을 취해도 결과는 같았다. 5월7일 밤 늦게야 겨우 집 전화를 받은 그는 이틀 뒤 기자를 만나겠다고 했다.

    인터뷰는 5월9일 그의 사무실에서 오전 11시30분부터 꼬박 4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 자리엔 전씨의 또 다른 변호인인 정주교(45·삼보종합법률사무소 소속·사시27회) 변호사가 배석했다. 그는 1996년 12·12 및 5·18사건 변호에 참여한 인연으로 변호인단에 포함됐다. 이변호사는 사진촬영을 극구 거부했다. 그에게 대뜸 인터뷰를 피하려 한 게 아니냐고 따졌다.

    -5월6일과 7일 왜 그렇게 연락이 안 되었나.

    “정신없이 바빴다. 그 기간에 골프장 식수(植樹) 관련보도도 터져나왔고… 어쨌든 언론이 갖는 의문이란 건 뻔하지 않나. 아는 범위 내에선 진솔하게 답변하겠다.”

    -보정명령에 대한 ‘대책회의’ 때문에 바쁜 것 아닌가.

    “….”

    -인터뷰에 응할지 여부를 사전에 전씨와 상의했나.

    “전혀…. 다만 전 전 대통령이 이번 일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언론의 요청이 있을 때 (우리) 입장을 설명해주라는 의사를 표명한 적은 있다. 어쨌든 인터뷰에 응한 건 내 개인적 판단에서다.”

    -좋다. 우선 ‘29만1000원’ 얘기부터 하자. 상식적으로,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금액에 대해 국민들이 선뜻 납득할 거라 생각하나.



    “예금·채권만 그렇다. 예금·채권은 재산목록에 기재된 22개 항목 중 하나일 뿐이다. 언론이 자꾸 판사가 얘기한 ‘29만1000원’이 전 전 대통령의 전재산인 것처럼 과장하는데 실제 재산목록에 기재한 재산총액은 8억8000만원이다.”

    -아무리 그래도 ‘예금과 채권 합계 29만1000원’은 너무 적지 않나.

    “재산목록 제출을 위해 근거자료를 찾다보니 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보유했던 통장 3개가 나왔다. 장기간 거래가 안 돼 해지된 것인데, 그 계좌들에 남아 있던 돈의 합계가 29만1000원이다”(정주교 변호사).

    -예금·채권 외에 목록에 기재한 재산은 무엇무엇인가.

    “보석, 서화, 골동품…뭐, 그런 것들이다. 취득가액에 기준한 것이어서 실거래가보다 낮을 수도 있다. 보유 현금은 없다.”

    -서울지법에 낸 재산목록 사본을 보여줄 수 있나.

    “솔직히 (언론에) 주고 싶어도 못 준다. 현행법상 공표할 수 없게 돼 있다. 재산목록은 법원 외에 채권자인 검찰에만 제출할 수 있다. 어쨌든 전 전 대통령이 가진 재산은 그게 전부다.”

    -재산명시신청에 대한 전씨의 반응은.

    “무척 난감해한다. 검찰이 재산명시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그도, 나도 처음엔 전혀 몰랐다. 3년의 추징 시효가 금년 5월 만료되므로 사전에 검찰이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봐야 할 게 아닌가.”

    -그건 왜 그런가.

    “이미 4월11일 서울지검에 추징금 환수를 위한 재산 처분에 대한 협조요청서와 재산조회에 관한 동의서를 냈다. 그건 전 전 대통령의 재산명세에 대한 국세청과 금융기관의 전산조회에 동의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재산명시신청을 하니 당혹스럽지 않겠는가.”

    “보정명령 지나치다”

    -속시원히 설명해달라.

    “검찰이 2000년에 전 전 대통령의 중고 벤츠승용차와 용평콘도회원권을 경매할 때 전 전 대통령은 자신 명의의 유일한 부동산인 연희동 자택 별채도 처분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추징 시효가 만료돼가 우리도 별채 경매를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 변제를 기피해서 재산명시신청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 왜 자꾸 의혹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나.”

    검찰은 5월12일로 추징 시효가 만료될 것에 대비, 4월24일 가압류중인 별채(시가 6억∼8억원)에 대해 법원에 경매신청을 낸 바 있다.

    -그렇다면 4월28일 법정에 출석하지 말지 그랬나.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나가 재산목록까지 제출하는 게 국가 위신상 좋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법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출석한 것으로 안다.”

    -아무튼 국민들의 의혹은 여전하다. 지난해 민사집행법 제정으로 재산명시신청이 가능해졌고, 이번이 그 첫 적용 케이스라며 관심도 크지 않나.

    “모르는 소리다. 재산명시사건은 서부지원에만 해도 수두룩하다. 대개 카드빚 미납이 원인이지만. 어쨌든 다른 명시사건에도 보정명령을 내린 선례가 있는지 정말 의문이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법원이 이번 사건을 너무 ‘특별’히 취급하는 감이 있다.”(정변호사)

    -보정명령과 관련해 법리에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나.

    “법리에 맞지 않다고 표현하진 않겠다. 판사에겐 법관 나름의 법률적 판단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린 다만 변호인으로서의 입장만 말하겠다. 법원의 보정명령은 민사집행규칙상 규정된 ‘참고자료’를 내라는 것이다. 본래 ‘참고자료’는 채무자가 재산목록에 기재한 사항, 예컨대 동산(動産)의 모양·재질 등의 사항에 하자가 있을 때 그걸 보완하는 것이지, 이번 경우처럼 채무자 본인을 뛰어넘어 그 배우자와 직계혈족, 사촌 이내 친척과 그 배우자의 모든 재산에 대해서까지 취득경위·시기 등을 기재하란 게 아니다. 재산명시신청과 추징은 채무자 본인 재산에 국한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판사가 요구한 재산공개 범위가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한 재산신고 범위보다 더 넓으니 당혹스럽지 않겠나.”

    2002년 6월 제정된 현행 민사집행규칙 28조 4항은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재산목록에 적은 사항에 관한 참고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판사에게 ‘어필’해보지 그랬나.

    “보정명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뭐라고 제기했나.

    “채무자가 제3자에 대한 재산목록을 명시할 법적·사실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얘기했다. 법적 근거가 있으면 마땅히 관련절차를 밟겠지만, 그게 없어 제3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니 사실상 친인척의 재산목록 제출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정변호사)

    ‘너무도 가난한’ 전두환 변호인 이양우와의 4시간 격돌 인터뷰

    전두환씨의 변호인 이양우 변호사. 그는 사진촬영을 거부했다.

    -판사의 답변은 어땠나.

    “판사는 ‘전 전 대통령이 친인척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서라도 그들의 재산목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법정 밖에서 판사에게 ‘법에 따라 성실하게 재산목록을 작성했다. 누락한 게 없다’고 했더니 ‘그럼 (비자금을) 다 썼다는 걸 입증하시오’라고 하더라. 그걸 왜 우리가 입증해야 하나. 그건 ‘숨긴 돈’이 있다고 주장하는 검찰이 밝힐 일이다. 판사가 사실관계를 따지기 이전에 국민여론을 의식해 은닉재산이 존재할 것이라 ‘예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채무변제에 연좌제가 있어선 안 된다.”(변호인단과 판사가 나눈 이 대화는 아직까지는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편집자)

    -어쨌든 5월26일 속개될 심리에 보정한 재산목록을 제출해야 할 입장인데, 그날 제출할 재산목록엔 어떤 ‘변동’이 있나. 판사는 유가증권·부동산 등에 대한 추가 재산목록과 친인척 재산목록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나. 어쩔 건가.

    “그날 심리가 어떻게 진행될진 예측할 수 없다. 현재로선 ‘참고자료’를 낸다고도, 안 낸다고도 할 수 없다. 변호인단이 이의를 제기했으니 판사에게도 소신이 있지 않겠나. 재산명시사건은 채무자가 법원에 출석해서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그 목록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이라 선서한 뒤 그게 받아들여지면 끝난다. 그후 남는 절차는 목록 기재사항의 진위를 가리는 재산조회 정도다.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도 판사는 전 전 대통령의 선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간단히 생각한다면 굳이 변호인을 2명이나 선임할 필요가 있나.

    “‘변호인 이양우’보다 ‘전 전 대통령 대변인 이양우’로 아는 사람이 대다수다. 또 전 전 대통령의 법률고문을 맡은 뒤론 다른 사건을 일절 맡지 않아 법정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그래서 정주교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재산목록에서 누락된 재산이 정말 없나. 허위명시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벌도 받는다.

    “있는 그대로 다 기재했다.”

    -전씨가 5월26일 심리에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유치장 등에 최장 20일간 구금할 수도 있다.

    “그 점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현재 전씨의 수입은 전혀 없나. 국가연금도 못 받는데….

    “물론이다.”

    -그러면 연희동 집을 찾는 손님들은 뭘로 대접하나.

    “그건 어제와 그제 찾아갔던 정변호사가 말해보라.”

    “국수 한 그릇 얻어먹은 게 다다”(정변호사).

    -연희동 집 살림살이는 누가 맡고 있나.

    “이순자 여사다.”

    -이씨도 아무런 수입이 없지 않나. 생활비는 대체 어떻게 마련하나.

    “프라이버시에 관계된 것이라 말하기 뭣한데, 사실은 전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처남인 이창석씨가 생활비를 지원해왔다. 장남인 전사장(이변호사는 전씨의 장남 재국씨를 이렇게 불렀다)도 생활비를 보탠다.”

    -이번에 검찰이 경매를 신청한 연희동 집 별채와 달리 본채는 이순자씨 소유다. 언제 어떻게 소유권을 취득했나.

    “전 전 대통령은 결혼 후 중령 때인 1969년까지 처가살이를 했다. 그런데 그해 군 대선배이자 장인인 이규동(작고) 할아버지(이변호사는 그를 ‘할아버지’라 호칭했다)가 딸인 이순자 여사 명의로 연희동 집을 사준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 뒤로도 음으로 양으로 전 전 대통령에게 금전적 도움을 많이 줬다. 할아버지는 1960년 초쯤 전역했는데 부동산에 대한 식견이 높았다. 할아버지는 생전에 경기도 오산에 20만평의 임야를 갖고 있었는데, 그걸 아들인 이창석씨에게 상속했다. 그리고 작고할 때 ‘매형(전두환씨)의 생활을 도와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창석씨가 전씨를 계속 돕는 것엔 그런 이유도 있다”(이변호사는 1969년 발행된 등기권리증을 보여줬다. 등기권리증에 따르면 본채가 이순자씨 소유인 것만은 분명했다).

    -전씨는 현재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예우를 받지 못하는 상태다.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은 어떻게 내나.

    “해당사항이 없다.”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전씨는 아플 때도 없나.

    “군 출신이라 군병원에서 무료로 진료받는다. 그건 해군 준장으로 예편한 나도 마찬가지다.”

    -기자도 판사가 했던 질문 한번만 해보자. 골프는 무슨 돈으로 치나.

    “전부 지인(知人)의 초청에 의한 것이다. 법정에서 전 전 대통령이 그린피가 무료라고 한 건 그 분이 직접 돈을 안 내니 이런저런 사정을 몰라 오답한 것이지 거짓말이 아니다.”

    -얼마나 자주 가나.

    “한 달 평균 3∼4번쯤 간다.”

    -어느 골프장에 주로 가나.

    “여러 군데 간다. 장소는 주최측 마음 아닌가.”

    -전씨가 4월4일 골프를 친 후 수백만원짜리 ‘금송’을 기념식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시 전씨 비서가 현금으로 골프 비용을 냈고, 기념식수 비용도 전씨측이 부담했다던데….

    “내가 알아봤는데, 와전됐더라. 기사에 언급된 골프장은 ‘강남300클럽’(경기도 광주)이다. 골프장 주인인 맹귀재 사장도 군 출신으로 전 전 대통령과 잘 안다. 그의 초청으로 골프를 치던 중 이순자 여사가 홀인원을 했다. 그래서 기념으로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끼리 ‘다시 골프 한번 모시자’고 의기투합해 한번 더 모였다. 전 전 대통령 내외와 4∼5명이 모였는데, 그린피는 안무혁(68)씨(‘하나회’ 출신으로 5공 당시 국세청장,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지냈다-편집자)가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그런데 다 치고 가려니까 골프장측이 ‘온 김에 기념식수나 한번 해달라’고 해서 골프장 자체 식목계획에 의해 마련해둔 나무를 심은 것이다.”

    -이변호사는 동석하지 않았나.

    “그 자리에 없었다.”

    -측근과 지인들에 대한 경조사비는 어떻게 내나. 용처가 무척 많지 않나.

    “‘돈 없으면 몸으로 때운다’는 게 전 전 대통령의 철학이다. 경조사엔 빠짐없이 참석하지만 항상 빈손으로 간다.”

    -연희동 집에 전씨의 비서는 몇 명이나 되나.

    “2∼3명 있다.”

    -월급은 누가 주나.

    “모두 자원봉사자다.”

    연희동 집, 자원봉사자들(?)의 모임터

    이변호사의 이런 답변을 곧이곧대로 믿긴 어렵다. 전씨의 연희동 집을 여러번 출입해본 경험이 있는 한 인사에 따르면 전씨는 비서를 5명 두고 있으며 1인당 월 300만원대의 보수를 지급한다고 한다.

    -전씨의 운전기사가 2명이라는 말도 들린다.

    “운전은 경호업무를 맡은 경찰관이 한다.”

    -전씨가 정말 그렇게 ‘가난’하다면 이변호사의 수임료는 누가 어떻게 지불하나.

    “수임료 안 받는다. 나 역시 무료봉사다.”

    -전씨에게 로또복권이라도 사보라고 권하지 그러나.

    “차라리 내가 사고 싶다.”

    -전씨 부부와 함께 사는 3남 재만씨의 수입은 어느 정돈가.

    “기업체에 다니는 걸로 아는데 월급액수는 모른다.”

    -연희동 집 앞 경호용 부스에 통행허가된 차량번호가 요일별로 정리돼 있고, 그 명단에 ‘골프선생’ ‘바둑선생’ ‘손자손녀 과외선생’ 차량번호가 적혀 있었다는 한 시사주간지의 보도가 있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골프와 바둑을 돈 주고 레슨 받는 게 아니다. 전 전 대통령이 대국을 좋아해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다. 박세리 선수 등 골프계 인사들도 많이 안다.”

    -연희동 집 별채 경매에 대한 전씨의 입장은.

    “그건 3년 전부터 검찰에 요청한 사안이다.”

    -전씨는 지방 나들이 때 어디에 숙소를 정하나. 그리고 수행원 규모는.

    “과거 전 전 대통령과 알고 지내던 사람들 가운데 지역유지나 상공인이 많다. 그들이 초청하면 간다. 같이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관계에서 은퇴한 분들로 매주 수요일 북한산 등반모임을 갖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초청자에게 이런 분들을 같이 초청해달라고 요청한다. 나도 몇번 따라갔다. 항공료와 숙박비는 각자 부담한다. 아침식사도 더치페이다. 다만 점심저녁은 보통 초청자가 한턱낸다. 그동안 부산·대구·진주 등지에 갔는데 주로 2만∼3만원짜리 모텔에서 잤다. 전 전 대통령은 부산에 가면 누이의 집이나 허삼수씨 집에서, 진주에 가면 사돈댁에서 잔다. 호텔에 숙박한 적은 없다.”

    -법정 출석 이후 전씨 측근들이 그를 도우려 일정 금액을 갹출하기로 했다는 이른바 ‘구호 모금’ 보도가 있었다. 거기엔 누가 어떻게 참여하나.

    “그 기사는 나도 봤다. 전 전 대통령은 그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발적인 모금이어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퇴임 후 지금까지 해외여행은 정확히 몇 번 했나. 이 중 초청순방은 몇 번인가.

    “모두 초청순방이다. (A4용지 한 쪽 분량의 문서를 내놓으며) 이걸 보면 알 것이다. 이 자료엔 추호도 거짓이 없다. 남의 눈을 의식해 해외여행을 자주 가지 못한 편이다”(334쪽 표 참조).

    -그건 그렇다고 치자. 5월6일 발매된 ‘일요신문’ 보도를 보면 전 전 대통령 직계가족들이 최소 200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도 전 전 대통령의 손자손녀가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난 그런 신문 안 본다. 몽땅 오보일 것이다.”

    -취재기자가 등기부까지 확인했던데….

    “…확인해보겠다. 하지만 사실이 아닐 경우 명예훼손소송도 고려할 것이다.”

    불투명한 부동산 매입 경위

    -내 질문의 요지는 그런 것보다 부동산 구입자금의 출처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의 아들들과 며느리들이 억대의 부동산을 제각기 소유하고 있다는 건 나로서는 금시초문이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전사장의 아들딸이 그 외할아버지의 사망으로 상속받은 대지 두 필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밖에 없다.”

    -전씨의 장남 재국씨도 출판재벌이지 않나.

    “그가 출판사인 시공사 외에 벤처기업을 2개 경영한 적이 있는데 그걸 다 외국기업에 팔아서 아마 몇십억원은 받았을 것이다. 전사장은 사업수완이 있다. 만일 그가 은닉재산을 받아 사업했다면 아마도 벌써 경영자로서의 생명이 끝났을 것이다.”

    -그 점은 이해할 만하다. 시민단체 등이 관련회사 출판물 불매운동을 벌일 가능성도 있을 테니…. 하지만 재국씨가 소유한 부동산 중 서초동 땅 200평은 1991년 백담사에서 돌아온 전씨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다. 그러나 전씨는 1988년 백담사로 가면서 이미 국가에 전재산을 헌납한다고 선언하지 않았나.

    “당시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가 입안했다. 사람들이 잘못 아는 부분이 있는데, 당시 전 전 대통령은 재산을 몽땅 헌납한다고 한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재산은 이 정도다 하고 밝혔을 뿐이다. 즉 국민의 뜻에 따라 정부가 재산을 처리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국회에서 국고로 환수할 근거가 없다고 해서 환수가 안 됐다. 그러니 약속위반은 아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빌라 파문 당시 그의 딸이 세든 빌라의 실소유주가 전씨의 셋째며느리 이윤혜씨(재만씨 부인)인 것으로 밝혀졌었다. 이씨는 전씨 소유로 추정된 160억원어치의 무기명 채권을 갖고 있던 한국제분 이희상 회장의 장녀다. 이씨가 결혼 1년6개월 만에 시가 10억원대 빌라를 구입했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재만씨는 당시 25세로 대학생 신분이었다. 빌라 구입자금의 출처는 어딘가.

    “내가 재만씨에게 물어보니 장인이 사준 게 맞다고 하더라. 이회장이 딸에게 주면서 상속세까지 다 냈다고 한다.”

    -3년 전 경매처분 당시 벤츠승용차를 전씨의 측근 손삼수씨가 9900만원에 낙찰받았다. 사연이 있나.

    “손씨는 전 전 대통령의 수행부관 출신이다. 그는 일본인과 합작해 전자회사를 운영해 재력이 있다. 옛 상관의 승용차가 경매된다니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보관하겠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당시 함께 경매된 용평콘도회원권은 원래 재국씨 명의였다. 그런데 왜 추징대상이 됐나.

    “전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받을 당시 검찰이 ‘회원권도 없느냐’고 물어 ‘아들에게 준 게 하나 있는데,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한 적이 있다. 후에 경매처분 여부를 검찰에서 문의해와 ‘이왕 준 것이니 처분하라’고 한 것이다.”

    -알겠다. 어찌됐건, 4월28일 법정에서 “측근과 자식들이 겨우 먹고 사는 정도”라고 한 전씨의 말은 결국 거짓말 아닌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된 셈이긴 하다. 그날 법정을 나온 뒤 전 전 대통령에게 ‘왜 처남 도움을 받는다는 얘기를 사실대로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괜한 오해가 생길까봐 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변호인이니 ‘29만1000원’이 가져올 파장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쯤은 했을 텐데….

    “그 부분이 염려돼서 고민했더니 전사장이 자기 돈을 좀 내놓을까 하는 의견을 내더라. 그런데 생각해보라. 대체 얼마를 내놓아야겠는가. 한두 푼도 아니고…. 또 얼마쯤 내놨다고 해서 국민들이 납득하지도 않을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반대했다.”

    -제3자에게 명의신탁한 재산은 전혀 없나. 예전에도 가차명 계좌를 사용한 적이 있지 않나.

    “전혀 없다.”

    ‘너무도 가난한’ 전두환 변호인 이양우와의 4시간 격돌 인터뷰

    전두환씨의 연희동 집

    -공교롭게도 15대 대선 직후 두 전직 대통령이 사면됐다. 혹시 DJ정권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각도 있다. 더욱이 추징금 환수가 DJ정권에서 흐지부지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예전에 DJ에게 선거자금 20억원을 지원한 적도 있다.

    “추측하지 말라. 6공과 YS정권 때 당할 만큼 당한 결과 DJ정권 하에서 신분상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됐을 뿐이다. 세론(世論)에 영합하지 말라.”

    -구권화폐 사기사건은 왜 잊을 만하면 다시 등장한다고 생각하나.

    “웃기는 얘기 하나 하겠다.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한 1988년 이후, 한때 내가 무슨 부동산을 시가의 3분의 1 가격에 매각한다더라, 구권을 시가의 반으로 바꿔준다더라는 등의 소문이 나돌았다. 1년에 7∼8번쯤 그와 관련한 문의전화를 받았다. 그때마다 내가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느냐. 우리 사무실로 한번 오라’고 하자 상대방은 얘기를 안 하더라. 답답해서 조사를 의뢰해 사기꾼들이 적발된 적도 있다. 마찬가지다. 전 전 대통령에게 숨겨둔 부동산이나 현금이 있다는 의혹이 남아 있는 한 그런 사기범죄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한(恨)을 확대재생산 안 했으면 좋겠다.”

    -거액의 무기명 채권을 숨겨뒀다는 의혹도 있지 않나.

    “일각에서 전 전 대통령이 현금 1100억원과 800억원대 무기명 채권을 은닉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하는데, 한번 생각해보라. 그만한 현찰을 개인이 관리할 수 있나. 그런 거액이면 관리할 조직과 인원이 있어야 한다. 또 무기명 채권은 대개 5년 만기다. 증서에 채권자가 표시되지 않으며 소지인이 권리를 행사한다지만, 결국은 어느 누구의 실명으로든 현금화해야 한다. 금융실명제가 실시중인 오늘날 비밀이 유지될 수 있는가.”

    하지만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전씨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1988년 2월부터 비자금사건이 불거진 1995년까지 7년,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1993년 8월까지는 5년의 ‘여유로운’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50여명 계좌 뒤져도 은닉재산 안 나왔다”

    -검찰은 1996년 검사 7명과 수사관 50여 명으로 재산추적 전담반을 꾸려 1998년까지 운용했다. 당시 어느 선까지 재산추적이 이뤄졌나. 측근까지 조사했다면 누구누구를 말하나.

    “당시 검찰 비자금 특별수사본부가 전 전 대통령과 가족, 친인척, 측근 등 50여 명의 재산을 직간접적으로 추적했다. 공식 수사기록엔 빠져 있지만, 당시 그 사건의 변호인인 내게도 계좌추적과 재산조회를 했다. 그래도 은닉재산은 나오지 않았다.”

    -비자금이 무기명 채권 형태로 보관되지 않았다면, 1997년 5월 처음 몰수된 188억원이 무기명 채권이고, 가차명 계좌에서 61억원이 적발되기도 한 점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그 채권은 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국정자문회의 의장과 민정당 명예총재로서 정치를 계속하기 위해 보관해둔 일부 정치자금으로 쌍용양회 회장에게 잠시 맡긴 것이다.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얼마씩 꺼내달라고 부탁한 것인데, 모두 채권이었다. 그런데 그게 발견됐다고 해서 검찰 입회하에 확인해보니 사과상자에 든 현찰로 바뀌어 있었다. 왜 그게 현금으로 둔갑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노태우씨는 비자금을 금융기관에 분산예치했다. 전씨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참 이상하지 않은가.

    “전 전 대통령은 정치자금과 사재의 구분을 분명히 했다. 개인재산과 혼용하지 않고 별도 관리했다. 색안경을 벗어야 진실이 보인다.”

    -논리치곤 묘하다. 어쨌든 그렇더라도 정치자금을 대통령이 직접 수취한 것은 법률위반 아닌가.

    “5공 당시의 정치관행에 의한 정치자금 모금에 대해 포괄적 뇌물죄를 잘못 적용한 것이라 본다. 정치자금 문제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5월7일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 수요정책간담회에서 전씨가 법정에서 판사와 재산목록에 대해 벌인 설전과 관련, “(전 전 대통령의) 재산 추징이 가능한지 (검찰에) 물어보니 자산의 대부분이 부인 명의로 돼 있었다”며 “나는 (법정에서 보인) 그의 언행이 법을 우습게 본 결과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강장관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현직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선 코멘트하지 않겠다. 장관에겐 장관의 견해가 있고, 우리에겐 우리 나름의 견해가 있는 것이다.”

    이변호사는 인터뷰 중간중간 담배를 많이 피웠다. 질문이 거듭될수록 재떨이엔 담배꽁초가 하나씩 늘었다. 그는 “3∼4개월쯤 끊었는데, 이번 명시사건 때문에 다시 피우게 됐다”며 “(이번 사건이) 빨리 매듭지어져야 다시 금연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고문’할 게 남았느냐”고 했다. 이어지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조크(joke)였다.

    -조금만 기다려라. 곧 ‘고문’을 끝내겠다. 은닉한 비자금이 없다면 어디다 썼단 말인가.

    “재임중과 퇴임 후 민정당 운영자금과 네 번의 총선, 1987년 대선 때 선거자금으로 다 썼다.”

    “나라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본질적인 질문을 하자. 만일 비자금을 정치자금으로 다 써버린 게 사실이라면 그 지출명세를 공개하면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나.

    “그러면 나라가 혼란 속에 빠진다는 게 전 전 대통령의 생각이다.”

    -나라가 혼란을 겪다니…무슨 말인가.

    “선거 때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얼마를 건넸는지 구구절절이 밝히는 게 한국 정치계에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뜻이다. 내가 예전에 전 전 대통령에게 몇 번 건의한 게 있다. 정치자금 지출명세를 공개할 수 있는 데까지 하자는 거였다. 그러나 그분은 정치자금을 혼자 모금했으니 그 책임 역시 혼자 지겠다고 했다. 5공 당시 정치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자신이 정치자금과 어느 정도 관련됐는지 모두들 잘 알 것이다. 물론 그것을 지금의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면 비판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정치자금 모금은 당시의 정치현실이었다.”

    -재산명시제도에 따르면 법원은 재산조회를 통해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채무자의 부동산 및 금융자산 등 재산목록 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대응책은 있나.

    “우리는 이미 검찰에 재산조회 동의서를 냈다. 조회 결과에 100% 승복하겠다고도 했다. 전 전 대통령 입장에선 모든 것을 다 던졌다. ‘백지위임’했으니 검찰과 법원이 알아서 할 일이다.”

    -“재산은닉의 위험성과 개연성이 크다”는 판사의 판단에 대한 견해는.

    “노 코멘트. 다만 한마디는 하겠다. 재판은 법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한다.”

    ‘고문’을 끝낸 기자는 이변호사와 함께 인근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같이했다. 식사 도중 그는 “인터뷰가 아니라 검사한테 신문받는 것 같다”며 “기자 말고 검사가 되지 그랬느냐”는 농담을 던졌다.

    이변호사의 어조는 비교적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의 말은 변호인답게 시종일관 사건 의뢰자인 전씨의 주장을 강변하고 있었다. 식사 후 기자는 이변호사의 사무실로 다시 가서 차를 한 잔 마셨다. 그는 별도의 사무실을 두지 않고 자신의 아들이 오퍼상을 하는 장교빌딩 25층 사무실의 한켠을 얻어쓰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이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일문일답식이 아니라, 내 말을 그냥 기사 쓰는 데 참고자료 정도로만 인용해달라. 변호인으로서 이 인터뷰가 전 전 대통령에게 행여 누를 끼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무엇보다 국민여론이 부담스럽다. 부탁 좀 하자. 법원이 전 전 대통령을 믿지 않으면 추징금 문제는 영원한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명시사건에서 거짓이 드러난다면 그때 가서 비난하라.”

    한때 권력의 최정점에 올랐던 전씨와 그의 측근들은 이제 이처럼 국민여론을 두려워한다. 권력무상을 떠올리게 하는 일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가적 수치다. 전씨의 추징금을 환수할 해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냉정히 말하면, 줄곧 평행선을 그어온 검찰과 전씨의 주장이 단기간에 교집합을 이룰 가능성은 희박하다. 검찰은 이미 비자금이 은닉돼 있다고 공언한 터다. 전씨는 한푼도 없는 빈털터리라 외친다. 그러나 검찰은 끝내 은닉재산을 찾지 못해 위신을 실추시켰고, 바통을 법원으로 넘겼다. 검찰의 딜레마다. 전씨는 이제 전국민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그건 전씨의 딜레마다. ‘진실게임’은 어떻게 끝이 날 것인가.

    5월9일 민주노동당은 전씨의 은닉재산을 찾는 사람에게 현상금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표했다. 전씨 가족의 재산형성과정을 역추적해서라도 추징금을 받아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가고 있다. 은닉재산 유무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한, 추징금 환수 문제는 이변호사의 말마따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멍에’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퇴임 15년을 맞은 ‘부패 대통령’의 영원한 업보다.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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