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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현대 분식회계 추궁해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입증”

‘묘수’ 찾는 대북송금 특검

  • 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oon@donga.com

“현대 분식회계 추궁해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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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검은 현대의 5억달러 송금 부분만 수사
  • ●현대, 송금 경로는 밝히면서 정상회담 대가는 부인
  • ●뇌물 수수하지 않고 정책적 판단으로 대출 지시했다면 실세들은 무죄
  • ●산업은 관계자들,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될 가능성 높아
  • ●외환은 관계자들, 금융실명제 위반 혐의 벗을 듯
  • ●현대,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벌금 1000만원 ‘솜방망이’ 처벌 받을 듯
  • ●한나라당, 특검이 아니라 국회청문회부터 열었어야
“현대 분식회계 추궁해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입증”
지난 4월17일 송두환(宋斗煥) 특검팀이 구성되고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 대북송금에 관한 수사가 시작되었다. 이 수사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 수사는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적잖은 국민들은 5억달러 송금 외에 북한에 송금된 것이 더 있다면 특검이 그것까지도 명쾌히 밝혀낼 것을 기대한다. 예를 들어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대한민국 정부기관의 돈이 북한에 갔다면 그것도 분명히 밝혀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바람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유는 대북송금 특검법(정식명칭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 비밀송금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2조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 현대의 대북송금 및 그와 관련된 사건만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이외 다른 기관의 돈이 북한에 갔다면 그것은 특검이 아닌 검찰에서 수사해야 할 사안이다.

1998년 11월 현대그룹(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하며 2005년까지 총 9억4200만달러를 북한에 주기로 하고 2002년 12월말까지 3억8870만달러를 북한에 보냈다. 그 외 금강산 부근에 온천장 등을 짓느라 지난 해 말까지 1억4242만 달러를 추가로 보냈다.

물론 이 돈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간접적으로는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돈은 남북정상회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특검 수사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특검은 특검법에 따라 산업은행 대출금이 북한으로 송금됐다는 의혹과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송금했다는 의혹, 현대전자 스코틀랜드 반도체 공장 매각대금이 북한에 보내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만 수사할 수 있다.



현대의 5억달러 대북송금만 수사

이러한 ‘제한’을 안고 있는 특검이 혹시 있었을 지도 모를 김대중 정권의 다른 대북 송금까지 찾아내 기소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가 아닐 수 없다. 특검은 국민적 기대와는 달리 행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특검 수사의 핵심은 2000년 6월7일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4000억원을 대출받아 북한 측에 송금한 과정과 경위이다.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 대출서류를 접수시킨 것은 6월5일이고 4000억원이 대출된 것은 6월7일이었다. 그리고 북한측으로 송금이 이뤄진 것은 6월9일이다.

따라서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신속한 대출과 송금이 이루어졌는지를 밝히는 것이 특검의 첫 번째 수사 대상이다.

두 번째로는 국정원의 개입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지난 2월14일 김대중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때 배석했던 임동원씨는 “국정원장 재직시인 2000년 6월5일께 현대측에서 급히 환전편의 제공을 요청해왔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 부서에 환전편의 제공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었다. 임씨의 이야기는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 대출서류를 제출한 날 국정원에 환전 편의를 요청했다는 것 인데 그렇다면 현대는 대출이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확신했다는 것을 뜻한다.

대출 여부는 산업은행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심사한 후 결정하는 것인데, 현대는 무슨 근거로 대출을 확신하고 ‘권부’인 국정원에 환전 편의를 요청했을까. 또 산업은행이 이틀 만에 4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선뜻 현대에 대출해준 근거는 무엇일까.

국정원은 국가정보원법 2조에서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고 규정된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또 산업은행은 정부가 10조원의 자본금 전액을 출자해서 세운 국책은행이다. ‘한국산업은행법’ 12조는 ‘산업은행 총재는 재경부 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부총재와 이사·감사는 재경부장관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움직이는 곳이고 산업은행도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비서실장이나 경제수석을 통하면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인 것이다. 따라서 의혹의 눈길은 4000억 대출이 진행됐을 때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임동원 국정원장,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 이근영(李瑾榮) 산업은행 총재 등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특검이 가장 수사하기 좋은 구도는 현대그룹이 이들 실세들에게 뇌물을 주고 4000억원 대출금을 받아낸 경우. 이 구도에선 산업은행 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 받은 돈의 단위가 크다면(5000만원 이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에 따라 보다 중(重)하게 기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돈을 받지 않았다면 뇌물수수나 알선수재 죄를 적용할 수 없다. 물론 특경가법을 적용시키는 ‘가중(加重)’ 처벌을 할 수도 없다.

또 하나의 구도는 현대측에서 “정부 실세들이 정상회담에 필요하니 돈을 보내주라고 했다”고 진술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특검은 김대중 정부의 실세들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할 수 있다. 특검은 이러한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구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는 이러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특검측은 묘수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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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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