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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현대 분식회계 추궁해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입증”

‘묘수’ 찾는 대북송금 특검

  • 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oon@donga.com

“현대 분식회계 추궁해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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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김대중 정부의 실력자를 소환한다고 해도, 이들이 “대북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대가 북한에 돈을 제공하면 당시로서는 국가중대사였던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산업은행측에 신속히 대출해주라고 말했다”며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하면 일이 복잡해진다.

YS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한국은 갑작스럽게 외환위기를 맞아 경제가 휘청거렸다. 모라토리엄(대외부채 지불유예) 직전까지 몰렸던 한국은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아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듬해인 1998년 6월5일 대검 중앙수사부는 환란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강경식(姜慶植)씨와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김인호(金仁浩)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강씨와 김씨 재판에서는 정책적인 판단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느냐가 논란거리가 되었다. 결론은 ‘할 수 없다’였다. 1999년 8월19일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직무유기 부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02년 10월17일 2심 판결도 무죄였다.

이러한 판례를 원용하면 산업은행에 대해 현대상선에게 대출해 주라고 한 사람들은 잘못된 정책 판단을 한 것에 해당하기 때문에 설사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이용호 특검 이후 특검팀은 수사뿐만 아니라 수사가 끝난 후 재판장에 나가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는 기능까지도 떠맡게 되었다. 따라서 특검은 기소를 하면 반드시 유죄판결을 받아내야 한다는 ‘부담’을 지게 되었다.



특검팀은 ‘누구를 기소하느냐보다는 대북송금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혀왔다. 특검측은 현대의 대북송금을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정황증거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대의 대북송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라는 직접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특검 수사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김대중 전대통령이 대북송금에 얼마나 관여했느냐는 부분이다. 특검의 수사도 궁극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의 당사자인 김대중 전대통령의 행적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는 5억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것에 대해서는 순순히 진술하고 있으나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로 돈을 보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송두환 특검팀이 진실을 밝혀내려면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병행해야 하는데, 김 전대통령은 특검 조사에 협조할 뜻이 없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 5월11일 김 전대통령의 입원이다.

이날 김 전대통령의 비서관인 김한정씨는 “김 전대통령이 심장부에 대한 불편을 호소해 주치의와 상의한 후 예방적 차원에서 검진과 진료를 받기 위해 1주일 정도 예정으로 입원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김 전대통령은 사타구니 안쪽에 접혀 있는 동맥 안으로 풍선을 집어넣고, 풍선에 바람을 넣어 접혀 있는 동맥을 펴주는 확장술을 받았다. 이 병원 정남식 교수는 “수술이 아니라 내과적인 시술이었다”며 “시술은 잘 되었고 김 전대통령의 상태는 상당히 좋다”고 전했다. 이어 정교수는 김 전대통령은 암을 비롯한 다른 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대통령은 특검 수사가 시작(4월17일)되기 직전인 4월13일에도 종합검진을 위해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함께 2박3일간 국군 서울지구병원에 입원했었다.

김 전대통령이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특검은 강제 구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강제 구인은 혐의사실이 분명할 때 실시하여야 한다. 즉 김 전대통령이 현대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여러 차례 특검의 소환에 응하지 않을 때 강제 구인을 시도할 수가 있다.

DJ의 입원, YS의 등산

검찰이나 특검·국회일지라도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1999년 환란 책임을 규명하고 한보그룹 사건을 밝히기 위해 열린 국회 경제청문회는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의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YS는 국회가 출석을 요구한 날 측근들과 함께 등산을 갔다. 그것으로 YS의 국회 증언은 무산되었다.

특검이 여러 차례 소환을 요구하면 김대중 전대통령측은 신병 치료차 도미(渡美)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소식통들은 YS의 ‘등산’이 DJ에게는 ‘입원’이 될 수도 있다며, 현대가 김 전대통령이나 김 전대통령 측근에게 금품을 주었다는 사실이 포착되지 않는 한 김 전대통령 소환은 물론이고 측근 실세들에 대한 구인이나 기소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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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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