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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류층

재산 40억 이상, 최고급 사교클럽 멤버십 필수, 결혼은 ‘투자’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대한민국 상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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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류층
사실 상류층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수치화가 가능한 부(富)를 기준으로 상위 몇%를 가를 수는 있다. 지난해 메릴린치증권이 발간한 ‘세계의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는 5만여 명이다. 이는 전체 가구수의 약 0.5%에 해당한다. 부자들의 금융자산이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0% 정도라고 보면 그들의 재산 규모는 40억원이 넘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부자, 즉 상류층은 4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다. ‘리치(Rich)’라는 잡지는 상류층의 범위를 이보다 훨씬 좁게 잡았다. 최소한 현금 10억원, 부동산 1000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상류층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상류층의 요건에는 앞서 김씨가 지적한 것처럼 직업, 가문, 명예, 문화적 소양, 책임의식 등 재산 외적인 다양한 자질들이 포함된다. 프랑스에서 경제철학을 전공한 d2k솔루션 허경회 대표는 “상류층은 글자 그대로 ‘사회 지도층’이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부자들 중에 민중을 이끌어간다고 할 만한 이가 얼마나 되나. 돈만 많았지, 국가와 사회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다면 상류층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지나친 평등주의가 상류층이 설 자리를 없앤다고 보기도 한다.

한국에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주(상류층의 책임과 의무)’를 실현하는 진정한 상류층은 과연 존재할까.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하고 있을까.

평소엔 구두쇠, 큰일엔 팍팍 쓴다!



영화 ‘하늘정원’을 제작한 두손드림픽쳐스의 손정은 대표(48). 이화여대 무용과 출신으로 1978년 미스코리아 진에 뽑혀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그는 자칭타칭 상류층이다. 경제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문화사업가로서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기 때문.

지난 5월초 서울 하얏트호텔의 한 일식집에서 손씨를 만났다. 영화 홍보차 다음날 미국 출장을 간다는 그는 사업 관계자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자와 2시간 남짓 있는 동안에도 식당으로 그를 찾아와 인사를 건넨 사람이 10여 명이나 됐다. 손씨는 “저 보러 오셨는데, 제가 계산을 해야지요”라며 그들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제게 ‘어느 자리든 네가 돈을 낼 수 없다면 방 문을 나서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주눅들지 않고 소신껏 행동할 수 있다는 뜻이죠.”

조상 대대로 서울 사대문 안에서 살았다는 그는 재력가인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발레, 피아노, 영어, 해외여행 등 다양한 문화 생활을 접했다. 하지만 집 안에서도 옷을 제대로 차려입어야 했을 만큼 철저한 예절 교육을 받았다. 또한 늦은 저녁에는 아버지의 엄명으로 반드시 전깃불을 꺼야 했고, 어지간히 추운 날씨에도 보일러를 때지 못했다. 아버지는 동전 하나도 함부로 하지 않는 구두쇠였지만, 정말 중요한 일에는 아낌없이 돈을 썼다.

“미스코리아로 뽑혀 세계대회에 나갈 때 아버지는 ‘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니 밖에 나가서 기 죽으면 안된다’며 당시로선 만져보기도 힘든 큰돈을 주셨어요.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저도 평소에는 구두쇠로 통하지만, 필요하다 싶으면 손이 커져요. 조만간 우리 영화사 직원들과 발리로 MT를 갈 예정이에요. 그 동안 너무들 고생했거든요. 칸 영화제에도 참석할 겁니다. 훌륭한 영화를 많이 봐야 좋은 기획 아이템을 내지요. 이런 경우에는 결코 돈을 아끼지 않아요. 투자니까.”

그때 이광희부티크 옷을 들고 직원이 방으로 들어왔다. 손씨가 미국에서 입으려고 맞춘 옷이다. “디자이너 이광희씨의 옷을 주로 입느냐”고 물었더니 “그렇진 않다”고 했다.

“미국 출장 때문에 특별히 맞춘 거예요. 미국 바이어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평범한 옷차림으로 갈 순 없잖아요. 그쪽 사람들, 옷이나 신발, 가방 같은 걸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상류사회일수록 더 그래요. 여기 한국에 있을 때는 명품 옷뿐만 아니라 보세 옷도 종종 입어요. 5000원짜리 티셔츠에 100만원이 넘는 재킷을 걸치기도 하죠. 얼마나 비싼 옷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어울리게 입느냐가 포인트니까요.”

손씨는 동네에 나갈 때도 단정한 차림새를 갖춘다. 또한 평소 헬스클럽 등에서 꾸준히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껏 군살 하나 없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몸이 곧 나를 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종합예술을 추구하는 제대로 된 연기학원을 만드는 것. 연기에 자질이 있는 인재들을 일찌감치 발굴, 세계적인 배우로 키워내겠다는 게 꿈을 갖고 있다.

“유망한 연기 지망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이것 또한 제 나름의 방식으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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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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