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호

화제 만발! 인천 광혜원 ‘기적의 암 치료법’

“공개검증 결과 거짓 드러나면 내 치료법에 침을 뱉어라!”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3-05-23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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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 선고는 누구에게나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는 말기암이라면 더욱 그렇다.
    • 그런 말기암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했다는 한방병원이 있다.
    • 더 놀라운 건 해당 병원과 암환자 단체가 이구동성으로 이 미지의 암 치료법에 대한 공개검증을 외친다는 사실이다. 극히 이례적인 이 사연의 내막을 알아봤다.
    화제 만발! 인천 광혜원 ‘기적의 암 치료법’

    광혜원한방병원의 최원철 원장

    2002년 11월23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대강당. ‘암환자 가족을 사랑하는 시민연대(대표회원 김윤·이하 암시민연대)’란 단체가 제2회 ‘암 희망 찾기’ 행사를 개최했다. 성공적인 투병·간호활동을 한 말기암 환자와 보호자를 발굴, 시상하고 투병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암환자 가족에게 삶의 희망을 주려는 취지의 행사였다.

    암시민연대는 2001년 6월 창립한 암환자와 보호자들의 모임. 2003년 5월 현재 45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암환자 상담 및 암치료기관 부조리 고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암환자 권익보호를 모색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대상은 K한방병원. 이 병원은 암시민연대로부터 ‘암 치료기관 대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다수의 말기암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유해 생존시킨 암 치료기관에 대해 암환자 단체 차원에서 그 공로를 인정해 수여하는 상이었다. 국내 유수의 병원들을 제치고 K한방병원이 수상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암시민연대는 금년 5∼6월부터 전국의 암 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비(非)소세포성 폐암환자에 대한 공개치료 행사에 나선다. 하지만 상당수 병원들의 불참이 예상되기 때문에 암환자들에게 암시민연대 회원이자 공개치료 대상자임을 표시한 명찰을 패용토록 한 뒤 그들에 대한 암치료 과정을 동영상에 담아 자체 홈페이지(www.ilovecancer.org)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K한방병원 역시 이 공개치료에 적극적인 참가 의사를 보인다. 양측은 한 걸음 더 나아가 K한방병원의 암 치료법을 국가적 차원에서 공개검증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게다가 암시민연대는 2월1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낸 ‘노무현 정부의 암정책에 대한 제안서’에서 양·한방, 대체의학, 암 관련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암 자문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산하 ‘암 치료법 검증 특별위원회’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그렇다면 암시민연대는 왜 국내 암치료의 95% 이상을 전담하는 양방병원도 아닌 K한방병원에 유독 주목하는 것일까.



    다시 주목받는 K한방병원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점은 암시민연대가 K한방병원에 상을 준 이유다. 당초 암시민연대가 ‘암 치료기관 대상’의 요건으로 삼은 기준은 말기암 환자(암시민연대에 따르면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병기 M1 이상)되거나 최초 암치료시 항암·방사선치료를 받은 뒤 암이 재발한 환자) 20명 이상을 암 판정 이후 1년 이상 생존시키고, 이들 환자에 대한 소견자료를 제출해 암시민연대 차원에서 검증이 가능한 치료기관이었다.

    이를 위해 암시민연대는 ‘암 희망 찾기’ 행사를 앞두고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암환자를 치료하는 전국의 양·한방병원과 대체의학 치료기관 등 134개소에 협조공문을 띄워 암시민연대의 기준을 충족하는 치료현황이 있으면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암시민연대에 따르면, 대학병원들을 비롯한 대다수 병원이 답신을 주지 않았고, 말기암 환자의 생존사실을 보내온 20여 개 병원의 경우도 암환자에 대한 병기(病期)별 관리가 제대로 안 됐거나 암시민연대가 기준으로 한 말기암 환자로 판단하기엔 미흡한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K한방병원만은 달랐다. 놀랍게도 K한방병원은 1997년 12월부터 1999년 6월까지 진료한 175명의 말기암 환자 중 무려 76%에 해당하는 133명이 1년 이상 생존했다는 전대미문의 소견자료를 제출한 것.

    그동안 국내에서 발표된 말기암 환자 평균 생존기간의 공인기록은 고작 11.2주(78일). 1년 생존율도 1% 미만에 그치고 있다(1998년 서울대 의대 내과 허대석 교수 발표). 또 국립암센터가 2002년 10월 발표한 ‘1995년 암환자 생존율 통계’에 의하면 간암과 폐암의 경우 병기에 관계없이 평균 생존기간이 간암 5개월, 폐암은 7개월 내외다. 세계 최고의 암치료기관으로 손꼽히는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의 발표에 따르더라도 폐암 3기는 8∼9개월, 4기는 6개월이 평균 생존기간이다. 따라서 ‘말기암 환자 1년 생존율 76%’라는 K한방병원의 자체 기록이 사실로만 입증된다면 이는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암치료 성적일 수도 있는 셈이다.

    “암시민연대 차원에서 생존 말기암 환자의 진위 여부를 추적, 확인했다. 시민단체라는 한계 때문에 K한방병원의 암 진단법과 치료법에 대한 역학적 검증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1년 이상 생존자들은 분명 존재했다.”

    암시민연대 김윤(36) 대표회원은 “‘암 치료기관 대상’의 제정 의도는 국내 암 치료기관들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치료현황만 놓고봤을 때 K한방병원은 수상자로서 손색이 없었다”며 “특정 치료법과 특정 병원을 홍보하려는 게 아니라 말기암 환자들의 생명 연장을 위해 K한방병원의 암 치료법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한다.

    화제 만발! 인천 광혜원 ‘기적의 암 치료법’

    암시민연대에 접수된 광혜원 한방병원의 ‘1년 이상 생존 말기암 환자’자료

    암시민연대가 암환자 폭주를 우려해 그 명칭을 이니셜로 공개한 K한방병원은 인천시 주안동에 자리한 광혜원한방병원(이하 광혜원)이다. 광혜원은 원광대 한의대 출신으로 경희대 한의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젊은 한의사 최원철(42) 원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광혜원의 암치료는 199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1988년 인천에 한의원을 개업한 최원장은 1994년 광혜원한방병원으로 확장했다. 개원 초기엔 중풍·당뇨 환자들을 주로 진료했다. 그러다 암치료에까지 눈 돌리게 된 그는 1996년 임상실험 자원자를 모집해 암환자 진료에 나섰다. 1997년부터는 자신만의 독특한 암 진단법과 치료법으로 암환자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7년부터 1999년까지 광혜원을 찾은 전체 암환자 607명 중 자신에게서 3회 이상 치료받은 암환자 175명에게 스스로 개발한 항암 치료제를 무료로 제공해가며 진료를 계속했다(나머지 환자들은 광혜원에서 1∼2회 진료받은 뒤 다른 병원들을 전전하는 경우여서 무료진료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최원장은 당시의 암환자 175명 가운데 양방 기준으로 말기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70% 가량이었다고 한다. 그들에 대한 치료결과가 바로 암시민연대에 제출한, 1년 이상 장기생존한 말기암 환자 133명의 명단으로 나타난 것이다.

    암시민연대가 처음 광혜원에 주목하게 된 것은 2002년 4월8일 개최한 제1회 ‘암 희망 찾기’ 행사를 앞두고서였다. 광혜원에서 치료한 말기암 환자 상당수가 1년 이상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같은해 3월말 접하게 된 것. 양방으로 치료가 안 되면 한방이나 대체의학 치료로 전환하고, 동시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고가의 대체식품을 앞다퉈 구입하는 모순된 암치료 환경에 절망했던 암시민연대로선 눈이 번쩍 뜨이는 치료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존 의료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치료 성적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었던 암시민연대는 광혜원측에 생존 암환자들을 암 전이가 확인됐거나 최초 암치료 후 재발된 암환자 등으로 상세히 분류해줄 것을 요구, 7개월 만인 2002년 10월 그중 일부인 88명의 1년 이상 생존 말기암 환자에 대한 관련자료를 받아냈다. 그 자료에 나타난 생존기간별 현황을 보면, 1년 생존이 88명, 2년은 64명, 3년은 49명, 4년은 20명, 5년 이상은 6명이었다(중복 집계).

    최원장은, 암 병기를 엄밀히 따지면 암시민연대에 제출한 1년 생존 암환자 133명 중 병기 4기 이상의 말기암으로 1년 이상 생존한 환자는 103명(나머지는 2∼3기)이며, 이중 89명은 2003년 5월10일 현재도 생존해 있다고 밝힌다. 특히 5년 이상 생존한 말기암 환자는 총 16명이라고 덧붙인다. 말기암 판정을 받고도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하면 통상 의료계에선 ‘완치’된 것으로 본다.

    양방병원이나 다른 한방병원(한의원)에서 암치료를 받거나 대체의학요법을 병행한 말기암 환자들 가운데 1년 이상 장기생존하는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례는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식이어서 가물에 콩 나듯 존재할 뿐이다. 이는 어떤 한 말기암 환자에게 적용한 치료법이 다른 말기암 환자에게도 똑같은 치료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사실상 지극히 희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최원장의 말기암 치료법은 한 명의 의료인이 동일한 치료법으로 다수의 암환자를 치료해 생존시킨 것이어서 이른바 ‘의학적 재현성’을 지녔다고 볼 여지가 있다. 물론 객관적 검증을 거쳐 사실로 확인될 경우에만 그렇다. 암시민연대가 찾는 치료법은 바로 이같은 ‘재현성을 띤 말기암 치료법’이다. 최원장은 “내 치료법의 재현성을 입증할 만한 각종 연구와 실험 결과들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런 광혜원의 말기암 치료 결과는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

    광혜원의 암 진단법은 다소 생소하다. 통상 양방에선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나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를 통해 직경 1cm 가량의 암까지 찾아낸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암세포 수가 10억개를 넘어 암이 인체의 다른 기관으로 활발히 전이되는 단계다. 일단 암세포의 전이가 시작되면 최초의 암세포를 없애도 암 재발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수술로 암을 제거한 뒤에도 부작용을 감수하며 항암제 및 방사선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그런데 최원장은 환자의 소변으로 1mm 가량의 미세한 암까지 진단해낸다고 한다. 진단의 정확도는 80% 이상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광혜원 암치료의 효율성이 유난히 높은 것도 암세포의 분열·증식·전이가 있기 전에 작은 크기의 암까지 찾아내는 이런 조기 진단법 덕분이라는 것이다.

    최원장은 그 원리를 파동의학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몸과 각 장기들이 각기 고유한 파동을 지니고 있다는 게 파동의학의 이론적 기초다. 그런데 암은 여러 원인에 의해 이 파동이 교란될 때 발생하고, 암이 발생하면 암세포에 고유한 파동을 인체에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변에는 인체 내 장기들의 상태가 어떠한지에 대한 파동정보가 간직돼 있어 그 파동을 자기공명분석기(MRA)로 정밀분석한 뒤 그것을 미리 분류해 놓은 암세포의 파동 패턴과 비교분석함으로써 작은 크기의 암이라도 얼마든지 판별해낼 수 있다는 것. 최원장은 이 방법을 통해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에게서 예외없이 암 징후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사실 한방에선 뾰족한 암 진단법을 찾기 힘들다. 따라서 양방의 진단법에 의존하는 ‘양진한치(洋診韓治: 진단은 서양의학, 치료는 한의학)’ 방식으로 암을 연구해왔다. 검증만 제대로 거친다면, 파동 원리를 활용한 최원장의 암 진단법은 이런 한방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최원장은 진단을 통해 암환자를 가려낸 뒤 한방과 면역요법을 결합해 천연약재로 만든 항암 치료제와 침구치료로 환자를 진료한다. 그가 사용하는 항암제의 주치료 약물은 RV(토종 참옻나무)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여기에 웅담·우황·사향·쑥 등 생약재를 가미한다. 또 극도로 정제된 소금, 양수와 유사한 화학적 구조를 갖도록 특수처리한 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항암제로 알려진 식물들의 추출물 등을 복합처방한다.

    최원장은 자신에게 치료받은 말기암 환자 대부분에서 극심한 통증이 사라졌고, 그들의 생존기간도 양방병원에서 선고받은 시한보다 보통 2∼3배 연장시킬 수 있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이런 그의 암 진단법과 치료법을 둘러싼 논란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순탄치 않은 과거 역정

    최원장의 암 진단법은 1999년 한바탕 파문을 낳았다. 그해 1월 KBS가 1년여에 걸친 취재를 토대로 제작한 의학다큐멘터리 ‘암은 정복될 것인가’(1부)가 TV에 방영되면서 의료계에 일대 논쟁을 불러온 것이다. 이 다큐의 내용엔 파동 원리를 이용해 환자의 소변으로 암 발병 유무를 확인하는 광혜원의 조기 암 진단법이 포함돼 있었다.

    이 다큐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비과학적’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프로그램 방영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광혜원의 암 진단법과 치료법이 암치료에 대한 한의학적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를 갖는데도 방송사가 특정집단의 부적절한 요구를 수용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방영중단에 항의했다. 방송국에 국내외 암환자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할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 다큐(3부작)의 2, 3부는 결국 방영되지 못했다.

    하지만 두 달 뒤 SBS가 자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광혜원의 암 진단법을 또 한번 소개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이런 양·한방간 갈등의 와중에서 최원장은 ‘명의(名醫)’와 ‘사기꾼’의 양극단을 오가는 세간의 평가를 경험해야 했다. 여진은 아직도 남아 있다. 최원장은 현재 국내에선 내원 암환자를 진료하지 않는다. 최원장의 치료에 불만을 품은 일부 암환자 가족이 ‘암환자들에게 똑같은 약을 처방한다’며 그를 관련기관에 고발해 한참 시달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1999년 6월 병원장직을 휴직하고 이후 4년간 국내외를 드나들며 암치료 연구에만 몰두해왔다.

    “내가 암환자들에게 동일한 항암제를 쓴 건 치료법의 재현성을 확보하기 위한 학구적 욕심에서였다. 그런데 일부 환자 가족은 그 점을 트집잡기도 했다. 내가 바라는 건 돈이 아니라 명예다. 나는 암치료에 뛰어들기 전 이미 중풍·당뇨환자 치료로 적잖은 수입을 올렸다. 그 돈으로 그동안 말기암 환자들에 대해 무료진료를 해온 것이다.”

    최원장의 말이다. 그가 휴직한 뒤에도 광혜원은 암환자들을 조금씩 진료해왔다. 최원장 역시 5월말이나 6월초쯤 병원장으로 복귀해 암환자들을 진료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대한한의학회 한방종양학회장도 맡고 있다.

    의료계의 논쟁에도 아랑곳없이, 광혜원에서 최원장에게 치료를 받은 말기암 환자들과 그 가족 등 200여 명은 2000년 6월 대한암환우협회를 결성, 매달 1회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투병생활을 서로 격려한다. 최원장도 모임에 참석해 여전히 이들을 6년째 무료진료하고 있다. 대한암환우협회는 회원들의 투병생활을 동영상으로 제작, 자체 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www.cleancancer.com).

    5월15일 34차 모임을 가진 이 협회의 회장은 배강수(63)씨. 그는 폐암이 뼈에 전이된 상태에서 하루 2번씩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 주사를 맞으며 통증을 견뎌내다 광혜원에서 치료받은 뒤 6년째 건강하게 생활해왔다고 한다. 그는 1999년 KBS가 광혜원의 암 진단법을 소개할 당시 TV에도 출연한 공개치료 대상환자이기도 했다.

    배씨는 “양방에선 좀처럼 믿으려 들지 않지만 최원장의 치료를 받은 회원들의 상당수가 통증이 사라지고 중환자실 신세를 지지 않아 삶의 질이 몰라보게 나아졌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세간에서 최원장의 암 치료법에 대한 말들이 적지 않은데, 암환자의 입장에선 과학적 검증보다도 건강 회복이 급선무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최원장의 암 진단법에 대한 검증 시도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가려지지 않은 논란의 진실

    KBS가 방영한 다큐 ‘암은 정복될 것인가’에도 공개실험이 포함돼 있었다. 국내 모 의대 교수들이 광혜원의 암 진단법에 대해 최원장과 공동실험을 한 결과 소변만으로 90%의 암을 진단해낸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자 KBS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참관 하에 광혜원의 암 진단법에 대한 공개실험을 갖자고 제의했으나 의사협회의 불참으로 무산돼 결국 논란의 진실이 명백히 가려지진 못했다.

    대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한의사협회만 참여한 가운데 공개실험을 한 결과 88%의 진단 정확도를 얻어 최원장의 주장이 일부 입증되긴 했다.

    암시민연대가 주장하는 이번 공개검증에 대해 다른 암치료 의사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대체의학을 폭넓게 적용하며 암환자를 진료하는 한 가정의학 전문의(47)는 “파동의학이 인체에서 나오는 기감(氣感)을 분석해 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측면에서 놓고 보면 인체의 기 에너지를 중시하는 나와 최원장은 ‘코드’가 맞다”며 “최원장의 치료 장면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환자들에게 ‘마음의 평정’을 많이 강조하는 ‘부드러운’ 치료법을 쓸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암시민연대와 광혜원이 주장하는 공개검증에 대해서는 “암환자들이 광혜원을 찾기 이전 양방병원에서 암 판정을 받은 진료기록과 광혜원에서 치료받고 증상이 호전된 이후 양방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은 진료기록을 면밀히 비교, 대조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즉 말기암 환자들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 외에도 그들에 대한 암지표 수치, CT촬영 결과, 환자의 현재 건강상태 등 3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객관적 데이터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최원장이 아쉽게 생각하는 일은 또 있다. 그는 국립한방암센터가 건립되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에 따르면 2001년 당시 김원길 복지부 장관이 한방암센터 설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그의 퇴임 이후 물거품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極과 極인 국내외 평가

    국내에서 말 많고 탈 많았던 최원장의 치료법은 해외에서 되레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원장의 이력에 중국 랴오닝(遼寧)중의학대학 중의학 명예박사, 미국 신과학회 정회원(전), 모스크바 국립의대 학술원 위원(현), 러시아한림원 정회원(현), 러시아의과학학술원 정회원(현), 러시아 크렘린병원 ACM 암센터 병원장(전) 등 외국에서의 전현직 직함이 유독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는 그의 암 진단법과 치료법이 동양의학의 종주국이랄 수 있는 중국과 대체의학의 메카로 알려진 러시아 등 해외에서 높이 평가받음으로써 가능했다. 1999년 토종 미생물에서 항암성분을 추출한 뒤 환자에게 투여해 얻은 수백 케이스의 임상결과를 중국 최대 암 전문병원인 랴오닝대 중의원에서 발표한 그는 국빈급 인사들만 초청되는 베이징 조어대(釣魚臺)에서 리더성(李德生) 전 국가 부주석 등 고위급 인사들에게 특강을 하기도 했다. 랴오닝 중의원은 그의 연구성과를 인정해 중의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객좌교수로도 초빙했다.

    최원장은 2000년 5월,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17명 배출한 러시아 의학한림원으로부터 한방을 이용한 암 치료법 개발과 한·러 의료계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정회원에 임명됐다. 또 러시아 국립암센터 명예원장에도 임명됐고, 모스크바국립대 명예의학박사 학위도 받았다.

    그리고 최원장은 1998년부터 광혜원 암연구소와 국제컨소시엄 연구팀(동의제약 암연구소, 러시아 국립암센터, 오사카대 생명공학센터, 강원대 토종약물연구소)으로 하여금 자신이 암환자들에게 투여했던 항암 치료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해 ‘ACM909’라는 명칭의 천연 항암제를 개발했다.

    이 약은 말기암 환자의 극심한 통증을 크게 덜어줘 모르핀을 사용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1년간 계속 투여해도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원장은 2001년 5월 러시아에서 ACM909를 이용한 항암효능 동물시험을 실시해 66%의 암세포 증식 억제 결과를 얻었고, 현재 이 약에 대한 약효 평가를 거듭하고 있다.

    “치료법 인정받으면 국가에 헌납한다”

    자신의 치료법에 대한 최원장의 소신은 확고하다. 그는 “만일 국가적 차원의 공개검증이 실현돼 나의 암 진단법과 치료법의 효과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 국가가 이를 인정해주고 내가 체계적인 암퇴치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암 치료법과 항암제 개발 노하우를 모두 국가에 헌납하겠다”며 자신의 치료법이 제대로 평가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또 “암시민연대의 공개치료에 응하는 이유는 의료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찾으려는 암환자들의 주장에 백번 공감하기 때문”이라며 “암 치료법의 재현성 조사에도 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2002년부터 암 조기발견 검진사업을 실시해오고 있다. 복지부 암관리과 관계자는 “무료 조기검진 대상의 범위를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영세민에서 건강보험 가입자 중 저소득층으로까지 확대한 데 이어 검진 대상 암의 종류도 2002년 위암과 유방암, 2003년엔 간암, 2004년엔 대장암 등으로 매년 확대하고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암시민연대의 시선은 조기검진에만 머물지 않는다. 암 예방도 중요하지만, 진행·말기암 환자의 생존을 연장할 수 있는 암치료의 효율성을 담보할 조치 또한 절실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치료 메커니즘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방 또는 대체의학의 암 치료법을 백안시하는 현행 양방 위주의 암치료 환경에선 환자의 장기생존과 삶의 질 향상이 어렵다. 대안은 양·한방과 대체의학의 여러 치료법들이 경쟁·교류하게 하는 통합치료뿐이다. 그 전제조건은 실제로 치료의 효율성은 있으나 아직껏 객관적 검증을 받지 못한 말기암 치료법을 국가 차원에서 공개검증하는 것이다. ‘검증’과 ‘교류’는 제대로 치료받고자 하는 말기암 환자들의 정당한 권리다.”

    자궁경부암으로 지난 2월 모친을 잃은 암시민연대 김윤 대표회원의 말이다.

    암은 현재 국내 사망원인 1위.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암은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 것이다. 암환자 수도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암환자 수는 2001년 한해 동안만 10만여 명. 이는 2000년 한해 동안의 8만4000여 명, 1990년의 5만여 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그나마 공식 통계가 이렇다. 훨씬 더 많은 암환자들이 허위·과대광고를 일삼는 사이비 암 치료법을 찾아 ‘치료쇼핑’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암환자와 그 가족에게 복음(福音)이 들려올 수 있을까. 대한암협회는 4월16일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제2대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국민의 제언을 소중히 여긴다는 참여정부가 절박한 ‘공개검증’ 외침에 얼마나 귀 기울일지에 암환자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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