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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브로커 의혹 안마시술소 업자와 통화한 검사들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법조브로커 의혹 안마시술소 업자와 통화한 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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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 10여 명 외 변호사 5명, 판사 1명 확인
  • ●‘허가 없는 변호사’로 불리는 윤락가 해결사
  • ●유흥업소 하며 스폰서 노릇
  • ●통화 검사들, 친분은 인정·사건 청탁은 부인
  • 법조브로커 의혹 P씨 구속영장 기각을 둘러싼 경찰과 검찰의 한판 승부. 대검 감찰부, P씨와 통화한 검사 10여 명 소환조사 방침.
  • 유착인가, 단순 친분인가. 문제의 통화 대상자 명단과 사건 전모를 단독 공개한다.
법조브로커 의혹 안마시술소 업자와 통화한 검사들
“용산역 주변에서 그분을 나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나쁜 사람이다.”(용산역 윤락가 포주 O씨)“오래 전부터 ‘허가 없는 변호사’로 소문나 있었다. 웬만한 변호사보다 실력이 좋다고 했다.”(전직 경찰관 P씨)

“언론 보도를 보고 드디어 일을 냈구나 하고 생각했다.”(K검사)

“사업가로서 인맥 관리한 것을 두고 사건 브로커라고 얘기하는 건 무리다. 경찰이 오버한 거다.”(C변호사)

서울 용산역 윤락가 주변에서 ‘해결사’로 통하는 박아무개(50·안마시술업소 운영)씨에 대한 평이다. 용산경찰서는 최근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과 더불어 계좌압수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검찰(서울지검 서부지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씨가 사건 알선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없고 죄가 무겁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휴대전화 통화 많아



박씨 사건이 검·경 갈등으로 비화된 것은 그의 검찰 인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까닭이다. 경찰은 수사과정에 박씨가 개입한 사건 관련자들로부터 그가 평소 법조인들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이 그를 긴급체포한 것은 지난 3월17일. 체포 직후 그가 쓰던 휴대전화 2개를 압수, 지난해 12월17일부터 올 2월17일까지 3개월간 통화 내역을 조회했다. 놀랍게도, 법조인 20여 명과 100여 차례에 걸쳐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당수가 검사인데 특히 몇몇 검사와 변호사와는 통화횟수가 10여 회나 돼 예사롭지 않은 친분관계임이 드러났다.

검사들과 통화한 횟수는 총 70여 회. 그 중 용산서 사건을 관할하는 서부지청 소속 검사들과 통화한 횟수만 해도 10여 차례였다. 이는 경찰이 박씨에 대한 영장 기각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기도 하다. 박씨와 통화한 검사들의 신분이 쉽게 확인될 수 있었던 것은 휴대전화 통화가 많았기 때문. 통상 검사들이 웬만한 친분이 아니고선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박씨가 검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이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경찰은 보강수사 후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이유에서 다시 이를 기각했다. 그 후 경찰의 수사의지는 크게 꺾였다. 그 와중에 일부 언론의 보도로 이 사건이 검·경의 대립으로 비쳐지자 부담을 느낀 경찰은 후속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씨와 통화한 법조인들의 명단도 비밀에 부치고 있다. 경찰 주변에서는 “박씨 구속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사건은 경찰이 사실상 상급기관에 해당하는 검찰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경찰의 한 간부는 “검사의 비리를 감시하고 수사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있는지 확인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애써 이 사건을 무시하려는 분위기다. 통화한 검사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박씨와 검사들 간에 비리 커넥션이 있었다고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박씨가 어떤 인물이고 그가 어떤 사업을 해왔고 어떤 사건에 개입했는지, 또 어떻게 검찰 인맥을 가꿔왔는지가 명백히 드러나면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시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취재 결과 박씨 사건은 수사가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법조비리의혹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술장사를 해온 박씨는 공중보건위생법위반 혐의 등으로 네 차례 입건된 전력이 있으며 현재 안마시술업소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박씨의 검찰 인맥은 10여 년 전부터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스폰서 노릇을 해왔고, 일부 검사는 그를 정보원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는 박씨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 그와 통화한 법조인 명단을 단독 확인했다. 아울러 통화자 명단에는 없지만 과거 그와 어울렸거나 그를 잘 알고 있는 검사, 또는 검사 출신 변호사들로부터 박씨와 관련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명단에 오른 검사들은 대부분 박씨와 아는 사이임을 인정했다. 다만 사건 청탁 여부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부인했다. 이들에 대한 확인취재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대검 감찰부가 박씨와 통화한 검사들을 모두 조사할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법조인들과 박씨의 통화 내역은 정황증거에 지나지 않는다. 통화한 검사들의 주장대로 사건 청탁과는 관련 없는 ‘안부전화’이거나 가까운 사이가 아닌데도 박씨가 ‘인맥 관리’ 차원에서 전화를 걸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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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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