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호

인기 만점! 기업 멘터 프로그램

‘신입사원 과외하기’ 선배들이 나섰다

  • 글: 최희정 자유기고가 66chj@hanmail.net

    입력2003-05-26 16:0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멘터(mentor)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조언자’ ‘후견인’을 뜻하는 멘터는 갓 입사한 사원들의 업무 숙달과 직장생활 적응을 이끌어주는 ‘도우미 선배’. 각양각색의 멘터 프로그램이 차가운 기업문화에 훈기가 돌게 하고 효율을 높여주는 新조직관리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기 만점! 기업 멘터 프로그램

    멘터제가 여러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멘터 파트너들(왼쪽 두 사람이 김갑중 팀장과 김예진씨)

    산업은행 본점 재무관리팀 김갑중(48) 팀장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습관적으로 e메일을 열어본다. 자신의 멘터 파트너인 김예진씨가 보낸 편지를 읽기 위해서다.

    “지금 여의도 윤중로엔 벚꽃이 만발하겠군요” “봄비가 소나기처럼 참 시원하게도 내립니다. 일교차가 크니 감기 조심하세요”….

    김예진씨의 편지는 바쁜 업무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청량제다. 김팀장은 그 자리에서 답장을 보낸다.

    “여의도에 벚꽃이 한창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여의도에 근무하면서도 지금껏 벚꽃을 보고 느낄 여유가 없었어요. 그런데 김예진씨 편지를 받고는 꼭 시간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덕분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감상하며 잠시나마 넉넉한 휴식을 즐겼어요….”

    김갑중 팀장은 산업은행 서울 종로지점에 근무하는 신입사원 김예진씨의 멘터다. 김팀장은 지난해 2월 입사한 김씨가 은행 업무를 빨리 파악하고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김씨가 아직 미혼임을 감안해 좋은 배우자감을 고르는 ‘비법’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슬쩍슬쩍 귀띔해준다.



    대선배를 ‘개인교수’로

    김예진씨에겐 김팀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메모해놓고 암기해야 할 만큼 소중하다. 김팀장이 입행한 것이 1979년이니 무려 23년 선배다. 새내기 김씨에겐 하늘처럼 까마득한 존재다.

    “멘터 활동이 아니었으면 저 같은 햇병아리가 어떻게 김팀장 같은 대선배와 무시로 상담을 하고 일을 배울 수 있겠어요. 처음엔 남자분인 데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서 퍽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아주 편하고 좋아요. 팀장님은 회사 업무나 조직문화에 관해서도 제게 필요한 말씀을 많이 해주시지만, 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은행원으로서 큰 꿈을 펼쳐나가라’며 미래를 개척하는 데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으세요. 제가 국제업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시고는 만날 때마다 그 분야에 관한 책을 선물해주시죠.”

    김씨가 김팀장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멘터제는 상호보완적인 활동인 만큼 선배인 김팀장 역시 김씨에게 도움을 받을 때가 자주 있다고 한다.

    “예진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젊은 사람들의 신선한 감각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접하게 됩니다. 20여 년 동안 한 직장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 같은 삶을 살다 보니 조직생활에 함몰되어 세상 보는 눈이 자꾸 좁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그럴 때 예진씨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야도 넓어지는 것 같고,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게 됩니다. 멘터 활동 덕분에 많이 젊어진 것 같아요.”

    ‘빅 브라더’ ‘튜터’ ‘벗바리’…

    최근 멘터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멘터(mentor)’란 조언자, 후견인 등을 의미한다. 멘터제는 기업에서 선배 사원이 후배 사원의 업무 습득은 물론, 업무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면서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조직관리 기법이다.

    멘터라는 말은 호머의 ‘오디세이’에서 유래했다. 기원전 1200년경 고대 그리스 이타카 왕국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그의 사랑하는 아들을 가장 믿을 만한 친구에게 맡겼는데, 그의 이름이 멘터였다. 멘터는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올 때까지 무려 10년 동안 친구이자 상담자로, 때로는 아버지 노릇을 하며 왕자를 돌봤다. 이때부터 멘터는 지혜와 신뢰로 누군가의 삶을 이끌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멘터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몇몇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하나은행 등에서만 시행해왔는데, 한두 해 전부터는 산업은행 비씨카드 포스데이타 LG애드 등 여러 기업들이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동부제강이 멘터제를 시행하는 등 점차 보편적인 기업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동부제강이 지난 3월 도입한 ‘빅 브라더(Big Brother)’ 제도는 부서내 업무 지도와는 별도로 과·부장급인 팀장들이 신입사원들의 후견인이 되어 회사생활을 도와주는 개념이다. 회사측은 선후배들이 모임과 술자리 등을 갖도록 매달 활동비도 지원한다.

    비씨카드도 입사 후 몇 달 동안 신입사원의 실무교육을 담당하는 ‘빅 브라더’ 선배를 둔다. 보통 후배 6명에 빅 브라더 한 명이 배정된다. 매달 최소 두 차례 이상 정기모임을 갖는데, 빅브라더는 애로사항이나 회사에 대한 궁금증, 개선 요망 사항을 듣고 그 내용을 인사팀에 보고해 바로바로 조치되도록 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튜터(Tutor)’라는 이름으로 부서내 선후배들을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벗바리’라는 멘터제를 오래 전에 도입했다.

    아무래도 남성 위주가 되기 쉬운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많이 겪는 여성들을 위해 특별한 멘터제를 실시하는 기업도 있다. 한국P&G는 사내 복지후생 제도의 하나로 여성 사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우먼 서포트 우먼(여성이 여성을 지원한다)’ 네트워크를 운영하면서 여성들만의 멘터제를 운영한다. 꼭 신입사원이 아니더라도 모든 여성 직원들이 멘터로 연결돼 능률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받으며, 2∼3일의 워크숍을 통해 직장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하기 위한 강좌도 실시한다.

    선배에겐 리더십 기르는 기회

    이처럼 멘터제는 회사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신입사원이나 후배 사원들이 회사 생활에 좀더 빨리 적응하도록 유도하고, 선후배 사이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해서 이직을 막겠다는 것. 실제로 멘터제를 실시한 후 이직률이 낮아진 기업들이 적지 않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멘터제를 실시한 이후로는 예전처럼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만두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는 사원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멘터 활동과정에서 눈여겨본 신입사원들 가운데서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려는 목적도 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라는 취업경쟁에서 선택된 인재들이지만, 입사 직후에는 새로운 일을 익혀야 하는 데다 성격 문제 등으로 선배들과 갈등을 빚을 경우 혼자 가슴앓이를 하며 속을 태우는 경우가 많다. 멘터제는 이런 신입사원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또한 선배들도 후배들을 다독이면서 리더십을 기르는 기회를 갖는다.

    산업은행은 2001년 12월에 멘터제를 도입했다. 신입사원들은 연수가 끝나면 의무적으로 1년 정도 멘터 활동을 하는데, 근무경력이 15∼20년 이상인 고참 선배 사원들과 파트너를 맺어준다. 멘터로 만난 선배 사원과 후배 사원들은 대개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면서 친분을 쌓아간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자칫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을 수도 있기에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멘터 도우미’도 두고 있다.

    멘터들의 활동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처음 만날 때는 직장과 관련된 주제로 대화를 나누지만, 차츰 친해지면서 취미활동을 함께하거나 영화를 같이 보기도 한다. 서로의 가정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산업은행 조대현 인력개발팀장은 “원활하고 인간적인 만남을 위해 신입사원의 취미나 전공분야, 출신학교 등을 고려해서 적합한 멘터를 묶어준다”며 “멘터제가 활성화하면서 신입사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디딘 후 막막해할 때 멘터를 자신의 역할모델로 설정해 본보기로 삼을 수 있고, 생소한 조직문화에도 큰 어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광고회사처럼 이직과 수시 채용이 잦은 회사는 경력사원에게까지 후견인을 붙여주기도 한다.

    인기 만점! 기업 멘터 프로그램

    하나은행의 벗바리·신입행원 결연식

    LG애드는 2001년 9월부터 이런 형태의 후견인 제도를 실시해왔는데, 회사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회사측은 후견인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매월 일정액의 활동비를 지급한다. 이 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은 물론,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경우에도 의무적으로 후견인을 둬야 한다. 업무가 높은 수준의 창의력과 탄탄한 팀워크를 요하는 데다, 관련 업계의 최근 흐름도 훤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LG애드 프로젝트팀 정종구 대리도 경력사원으로 입사했지만 여느 신입사원처럼 후견인을 두고 조직문화를 익혔다고 한다.

    “입사 후 1년 정도 멘터 활동을 했는데, 후견인(차장)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전에 근무하던 회사와 문화 차이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대인관계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때마다 후견인에게 속사정을 털어놓고 조언을 들었습니다.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회사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을 떠나 후견인과 회사 밖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입사 초기의 긴장과 불안을 많이 떨쳐낼 수 있었습니다.”

    LG애드 인재개발팀 진원선 차장은 “우리 회사에서는 서로 다른 팀 소속인 사람들끼리 후견인-피후견인 관계를 맺어준다”고 설명한다. 같은 팀 사람들끼리는 다른 팀에 대해 얘기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팀 소속끼리 한 조를 이루면 서로 상대팀의 업무를 잘 이해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는 것.

    이 회사 미디어본부팀 임재현씨는 이런 제도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미디어플래닝팀 오완근 부장이 그의 후견인이었는데, 오부장은 평소 신입사원들을 잘 챙겨주기로 유명한 사람.

    “오부장과 한 달에 한 번쯤 밖에서 만나 식사를 하면서 평소 궁금했던 점에 대해 질문공세를 퍼붓습니다. 같은 팀끼리는 회식이다 뭐다 해서 자주 어울리지만 다른 팀하고는 거의 교류가 없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후견인 제도를 통해 다른 팀 사람들과도 교류하고, 다른 팀의 업무에 대해서도 대충이나마 알 수 있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회사라는 거대한 조직 전반에 대해서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어요. 이 제도는 신입사원들의 시야를 틔게 하는 데는 더없이 유익하다고 봅니다.”

    독종 벗바리를 만났더니…

    하나은행은 1994년부터 ‘벗바리(‘뒤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란 뜻의 순우리말)’라는 멘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선배 직원을 ‘벗바리’, 신입사원을 ‘벗돌이’ 혹은 ‘벗순이’라 부르는데, 현재 신입사원인 벗돌이, 벗순이는 140여 명이다.

    하나은행은 산업은행의 경우와는 달리 멘터 파트너 간에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보고 같은 직급인 행원이 신입사원의 벗바리가 되게끔 한다. 더러는 남녀 행원이 벗바리-벗순이로 맺어지기도 한다. 벗바리에게는 매월 5만∼6만원의 활동비가 지원된다. 하나은행 인력개발팀에서 벗바리 제도를 담당하는 김상덕씨의 말.

    “벗바리 활동은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파트너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고 낚시나 축구 등의 취미활동을 함께하는 사원들도 있다. 벗바리, 벗순이가 서로의 친구를 소개해주면서 인간적인 만남도 자주 갖는다. 설날 아침에 정동진으로 해돋이를 함께 보러 간 벗바리 파트너가 있는가 하면 신입사원이 빨리 은행 업무에 숙달되도록 맨투맨식으로 철저하게 일을 가르치는 벗바리도 있다. 벗바리 제도를 도입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선배나 후배 사원 대다수가 이 제도에 만족해한다.”

    하나은행은 좀더 나은 벗바리 활동을 꾀하기 위해 해마다 최우수 벗바리를 뽑아 해외 연수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최우수 벗바리로 선정된 바 있는 하나은행 서소문지점 김경태 대리는 벗바리 활동의 최우선 목표를 ‘신입사원의 정확하고 신속한 업무 파악’으로 삼았다. 은행원은 고객과 끊임없이 접촉해야 하므로 고객의 의도를 잘 알아차려야 신속하고 만족스런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벗바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막중한 책임을 느꼈어요. 취미활동을 함께 즐기거나 같이 공부를 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업무 교육에 주력했습니다. 벗돌이인 후배 사원에게 ‘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혹독하게 일을 가르쳤어요. 고객이 요구하는 게 뭔지 제대로 알고 상담을 원활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업무를 확실하게 파악해야 하거든요. 제가 직접 겪어본 터라 누구보다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벗돌이가 ‘속성’으로 업무를 익힐 수 있도록 시간과 정열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문제 하나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야근을 밥먹듯 했고, 주말에는 반드시 후배에게 숙제를 내줬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지만, 벗바리 기간만큼은 욕을 먹더라도 엄한 선배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벗돌이인 서정하씨로부터 원망 아닌 원망도 많이 들었다. 은행에선 꼼짝도 못했지만, 일과 후 어쩌다 술자리를 같이하면 취기를 빌려 “일 배우는 것도 좋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냐”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역경은 강한 자를 만든다’는 말처럼 김대리의 스파르타식 벗바리 활동 덕분에 벗돌이 서씨는 다른 입사 동기들보다 훨씬 빨리 업무를 익힐 수 있었고 두 사람은 최우수 벗바리·벗돌이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조기 퇴사율 급감

    SI 업체인 포스데이타는 멘터제를 시행하고 나서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율이 현저히 줄었다. 16%에 이르던 신입사원 퇴사율이 멘터제 이후 1%대로 급감한 것이다.

    능력과 성실성을 겸비한 잠재적인 ‘스타 직원’을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것도 멘터 제도의 커다란 성과다.

    포스데이타는 2001년 8월 멘터제를 도입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갑자기 늘어난 신입사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숙달시키기 위해서였다. 전문지식을 갖춘 선배 사원이 후배 사원에게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주고, 후배의 건의사항이나 애로점들에 대해 상담을 해주면서 회사에 대한 애정을 키워가게 이끈다.

    이 회사는 신입사원의 인적사항을 검토한 후 업무 특성과 개인 신상에 가장 적합한 선배 사원을 멘터로 선정하는데, 멘터로 결정된 선배는 본격적인 멘터 활동에 앞서 소정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3개월의 멘터 활동 기간 동안 회사에서는 월 10만원 범위 안에서 활동비를 지원한다.

    포스데이타 컨설팅사업부 이용식 차장은 IT컨설팅팀 김진영씨의 멘터였다. 멘터가 되어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데 대해 적지 않이 부담을 느꼈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쳐보니 그 의미가 남달랐다고 한다.

    “누구나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 두려움을 느끼잖아요. 신입사원은 오죽하겠습니까. 처음엔 저도 부족한 게 많은데 과연 다른 사람을 지도할 수 있을까 싶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조직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비단 제가 맡은 업무를 수행하는 것뿐 아니라 후배 사원의 성과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이차장은 후배가 빨리 업무에 숙달되게 하기보다는 조직에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후배인 김진영씨가 불과 몇 개월 남짓밖에 안 되지만 직장 경험도 있고, 대학원에서 컨설팅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도 있기 때문이었다.

    “제 업무가 바빠 많은 시간을 내지는 못했지만, 틈틈이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 만나 회사 사정이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들을 나눴어요. 가끔 제가 전에 물어본 얘기를 또 물어서 후배를 당황하게 만든 것말고는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후배를 하나 얻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김씨도 지금은 업무를 떠나 인생의 선배로 여기는 이차장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내성적이라 처음 입사해서는 주위 사람들과 좀 서먹서먹했는데, 이제는 다른 팀원들과도 농담을 주고받고 팀의 친목 모임을 주선할 정도로 친숙해졌어요. 낯설고 힘들 때 누군가 제게 관심을 가져주고 이끌어주면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아직도 지연이나 학연 중심으로 형성된 인맥이 조직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우리 기업 현실에서 선배와 후배의 순수한 만남을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멘터제는 기업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이고 있다.

    이렇게 멘터제는 장점이 많긴 하지만 한계점도 안고 있다. 대부분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끼리 멘터 파트너를 엮어주기 때문에 선배 사원들 중에는 ‘내가 가진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주면 후배가 나를 제치고 앞서가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 포스데이타는 이 점을 고려해 멘터 기간을 3개월로 제한했다.

    멘터 활동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멘터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멘터로 선정된 사람은 대부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에 쫓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칫 멘터 활동이 ‘알맹이 없는 형식’에 그칠 수도 있다.

    따라서 멘터제를 실시하는 기업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이 제도가 인간적이고 효율적인 기업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방안들을 계속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