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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막 오른 ‘安風’

YS 함구 속에 ‘폭탄돌리기’ 시작

  • 글: 김기영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hades@donga.com

2라운드 막 오른 ‘安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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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 막 오른 ‘安風’

장기욱 변호사는 “검찰측 증인의 법정 진술이 바뀌었는 데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측 증인으로 나선 안기부 여직원 주 아무개씨는 검찰에서 ‘1995~96년 사이 일주일에도 2~3차례 강 의원의 전화를 받아 상관인 김기섭 전 실장에게 연결해주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우리 변호인단의 추궁이 이어지자 끝내는 눈물을 흘리며 ‘강 의원의 전화를 김 전 실장에게 연결해준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주씨의 이 같은 증언으로 우리는 강 의원의 무죄를 확신했다. 강 의원과 김 실장이 만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1000억원이 넘는 거금이 오갈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변호인측이 강 의원의 무죄를 주장하는 세 번째 근거는 정치자금법이 요즘처럼 엄격하지 않던 1995~96년 당시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치자금이 궁했어도 안기부 예산 전용과 같은 무리수를 둘 이유가 절대 없었다는 것.

장 변호사는 “1997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법정한도를 초과해 모금한 정치자금은 불법자금으로 보고 처벌한다. 하지만 개정 전에는 한도를 초과해 모금한 정치자금은 ‘비공개 자금’일 뿐 불법자금은 아니었다. 거액의 비공개 자금을 조성할 경우 비난의 대상은 되지만 사법처리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안기부 예산 전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엄연히 범법행위다. 국가 예산을 빼돌려 정당의 선거를 치른다는 건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하기 힘든 범죄행위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엄하게 처벌받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940억원은 명백히 김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 혹은 대선잔금”이며 “김 전 대통령이 임기 초반 개혁 정책으로 밀어붙인 금융실명제를 피하려고 안기부 계좌를 통해 돈 세탁을 하면서 일이 꼬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변호인단의 주장일 뿐,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특가법상 국고 등 손실죄와 국정원법 위반을 인정, 강 의원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원을, 김 전 실장에겐 징역 5년에 추징금 125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검찰수사나 1심 재판부가 앞서 말한 쟁점에 대한 진실규명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주장한다.



정인봉 변호사 등의 전격 문제제기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안풍 사건의 전면에 등장했지만 재판이 시작된 2001년 봄부터 이 사건 변호인단을 중심으로 김 전 대통령이 나서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주장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2001년 봄 김 전 대통령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서도전(書圖展)을 연 적이 있다. 여기서는 서도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것은 물론 ‘대도무문(大道無門)’ 등 김 전 대통령이 즐겨쓰는 휘호를 현장에서 써주고 돈을 받는 이벤트도 이루어졌다.

입장 엇갈린 변호사들

바로 그 자리에 강 의원의 변호인 장기욱 변호사가 찾아갔다. 당시 장 변호사의 손에는 안풍사건 검찰수사기록 복사본 서류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장 변호사는 서류 보따리를 건네며 “이제는 대통령께서 나서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묵묵부답, 장 변호사의 말을 외면했다고 한다.

안풍 사건 변호사들 사이에도 미묘한 입장차이는 있었다. 한나라당 당원인 정인봉 변호사가 주로 한나라당 입장에서 변론을 한 반면 당원이 아닌 변호사들은 재판 초기부터 김 전 대통령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했다.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도 YS를 끌어들이지 않던 정 변호사가 지난 1월13일 기자들을 만나 김 전 대통령 책임론을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서자 정가에서는 한나라당 차원에서 안풍 사건에 강하게 대응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정 변호사가 언론을 상대했다면 장 변호사는 상도동으로 전화를 걸어 김 전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 연말 김 전 대통령이 일본을 다녀온 뒤 면담을 주선해주겠다던 비서실장도 연락이 끊어졌다. 최근에는 변호인들이 전화를 걸면 비서실장이 자리에 없다는 답만 돌아올 뿐이라고 한다.

YS가 침묵하는 진짜 이유

과연 김 전 대통령의 침묵은 무엇을 의미할까. 1월14일 공개석상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할말 없다’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김 전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평소 알던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YS 하면 곧 의리 아니었나. 하지만 최악의 사태에 내몰려 의원직까지 내던지며 몸부림치는 강삼재 의원을 외면하는 모습은 평소 알던 YS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강 의원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는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라고 전제한 뒤 “정인봉 변호사의 YS책임론이 공개된 직후인 1월14일자 신문 기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게 무엇일까. 다시 뒤져본 14일자 조간신문 정치면 한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자리잡고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15일 경남 거제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임을 선언할 예정이다. 현철씨의 한 측근은 1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이 공천신청을 하면 현철씨는 경선을 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다며 김 의원과 정면 대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현철씨는 한나라당 공천 문제를 놓고 김 의원과 신경전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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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영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had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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