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호

‘대통령 후원자’ 문병욱 썬앤문 회장, 퇴폐영업 호텔 인수·영업중

조폭 ‘범서방파’와의 비밀각서 입수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01-28 11:3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은 2002년 ‘한국호텔경영대상’을 수상한 ‘모범 호텔리어’로 알려져 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에게 거액을 제공한 후원자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도 사저와 청와대로 단독 초대하는 등 문 회장을 ‘각별히’ 아낀다.
    • 그러나 ‘대통령의 후원자’ 문병욱 회장이 ‘조폭’과의 비밀거래를 통해 ‘신종 퇴폐업소’를 인수받아 운영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후원자’  문병욱 썬앤문 회장, 퇴폐영업 호텔 인수·영업중

    2001년 5월11일 서울 강남 N호텔 (자막상 서울 강남○○호텔)의 퇴폐영업을 고발하는 SBS-TV ‘뉴스추적’ 프로그램. 2002년 9월 썬앤문 그룹 문병욱 회장이 이 호텔을 인수한 뒤 똑같은 방식의 퇴폐영업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1월 현재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은 서울 강남구 N호텔(최근 R호텔로 상호 변경)을 소유하고 있다. 2001년 이 호텔은 특이한 구조로 운영됐다. 지상 12층 규모인 이 호텔의 2층~5층은 별도의 ‘패키지’로 영업했다. 2층, 3층엔 룸살롱 3개소, 단란주점 1개소, 일식집 등이 모여 있었다. 여성접대부만 600명에 이를 정도의 ‘대기업형’이다. 4층, 5층엔 호텔 객실 49개가 있었다. 그러나 일반 투숙객은 받지 않았다.

    이들 룸살롱, 단란주점은 손님들이 술자리 도중 여성접대부와 함께 계단을 통해 4층, 5층의 객실로 올라가 소위 ‘2차’(윤락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객실에서 2차를 끝낸 뒤 다시 내려와 일행들과 술자리를 계속 갖는 사람도 있었다. 유흥업소들 사이에선 이를 ‘즉석탕’이라고 한다. 다음은 이 호텔 전무를 역임했던 김모씨의 증언이다. “서울에서 룸살롱의 윤락행위 알선은 일상적 현상이지만 이 호텔의 경우는 그 퇴폐의 정도나 규모 면에서 심각한 수준이었다.”

    2001년 5월11일 SBS-TV ‘뉴스추적’ 프로그램은 ‘불법영업의 비밀-상납’이라는 시사물을 방영했다. 서울 강남 일대 고급 유흥업소의 불법 퇴폐영업 실태와 강남구청간의 상납의혹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장면 중 ‘강남 모 호텔’로 자막 처리되어 나온 곳이 바로 N호텔 2층, 3층이다. 2층 일식집에서 여성접대부가 손님에게 “여기서 아가씨 앉히면 위에까지 다 됩니다. 30만원. 호텔비까지 포함해서…”라고 말하는 장면이 몰래카메라로 촬영돼 방영됐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SBS 기자는 “N호텔 2층, 3층의 룸살롱, 단란주점의 룸이 다 차자 2층 일식집으로도 손님을 받은 것이었다. 룸살롱에서 여성접대부도 왔다. 당시 N호텔 2층, 3층의 업소들은 이런 방식으로 윤락행위를 공공연히 알선했다”고 말했다. N호텔은 당국으로부터 한 차례 퇴폐행위 단속을 받아 관계자가 구속되기도 했다고 한다.

    2002년 9월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은 N호텔을 경매로 인수했다. 그러나 문제의 2층~5층 유흥업소들 및 객실에 대한 영업권은 문 회장이 갖지 못했다. 다음은 이 호텔 전무를 지낸 김씨의 설명이다.



    “N호텔 2층, 3층의 업소들은 사업자가 각각 다른 사람 명의로 되어 있으며 N호텔에 세를 내 들어온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편법이었다. 실제 이들 업소와 4층, 5층 객실 전체의 영업권은 김태촌이 두목으로 있는 조폭 ‘범서방파’의 행동대장 이○○씨가 모두 소유하고 있었다. 문 회장은 N호텔을 경락받은 뒤 2층~5층 영업권 인수 노력을 벌여 결국 뜻을 이뤘다.”

    각서에 ‘썬앤문’ 날인

    ‘신동아’는 최근 이○○씨와 썬앤문(주) 사이에 체결된 이행각서를 입수했다. A4지 2장 분량의 각서엔 2002년 9월30일자로 이○○씨와 썬앤문(주) 명의의 날인이 찍혀 있고, 이 각서 내용에 대한 I 법무법인 김모 변호사의 공증이 첨부되어 있었다.

    이 각서엔 이○○씨가 N호텔 2층, 3층 업소 전체 및 4층, 5층 49개 객실 전체 운영권을 실질적으로 갖고 있다는 사실이 적시돼 있다. 이어 각서는 “이○○씨는 이를 모두 2002년 12월31일까지 썬앤문(주)에 지체없이 인계하며, 썬앤문(주)은 이○○씨에게 30억여 원을 지급하기로 한다”고 규정했다. 각서엔 2002년 12월31일 이전까지의 영업권은 이○○씨가, 그후 영업권은 썬앤문(주)이 갖는 것으로 돼 있었다.

    각서는 8항에서 “본 합의는… ‘갑’(썬앤문)과 ‘을’(이○○) 쌍방의 이익을 위하여 상호 절대 비밀을 유지하기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N호텔 2층, 3층 룸살롱,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와 4층, 5층 전 객실의 실제 영업권이 이○○씨에게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공공기관 등 대외에 알려져선 안 되는 일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비밀 영업권’의 매매가 은밀히 진행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씨가 조폭의 일원인지 여부도 확인이 필요한 사안.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은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범서방파 조직폭력배의 행동대장이 맞다”고 밝혔다.

    ‘대통령 후원자’  문병욱 썬앤문 회장, 퇴폐영업 호텔 인수·영업중

    2002년 9월 썬앤문(주)과 조폭 ‘범서방파’ 행동대장 이모씨 사이에 체결된 이행각서.

    N호텔 전 전무 김씨는 “썬앤문은 각서 내용대로 이○○씨에게 30억여원을 지급했고 이후 2층~5층 업소들의 영업권을 모두 인수받아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각서와 김 전 전무의 증언에 따르면 N호텔 2층, 3층의 룸살롱, 단란주점의 실제 주인은 썬앤문(주)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자는 각서 내용 등을 제시하며 썬앤문(주)에 확인을 요청했다. 썬앤문(주) 측은 “N호텔 2층, 3층의 룸살롱, 단란주점의 실제 주인이 썬앤문(주)인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 대선 자금 의혹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시점에서 문병욱 회장 개인의 사적 문제가 지나치게 많이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라고 답했다.

    최근 N호텔 2층, 3층의 유흥업소에 갔다가 이들 업소가 퇴폐행위를 알선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이에 대해 썬앤문(주)측은 “2001년 크게 당한 뒤 N호텔 업소들은 윤락 알선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2004년 1월12일 밤 기자 일행은 N호텔 2층~3층 내 한 유흥업소의 룸에 들어갔다. 여성종업원을 알선하는 속칭 ‘마담’에게 흥정을 붙여봤다. 마담은 “손님 한 사람 당 70만원을 내면 1차 술값, 2차(윤락) 및 4층~5층 객실료까지 모두 해결된다”고 말했다. 마담은 “술을 마시다 개별적으로 여성종업원을 데리고 객실에 올라가서 2차를 마친 뒤 다시 내려와 술자리를 계속 가져도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N호텔 업소들은 강남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대규모로, 노골적인 윤락행위 알선 영업을 지금도 하고 있었다. N호텔 전 전무 김씨는 “N호텔 내 업소들의 수익 규모는 강남 유흥업계 내에서도 최상위권”이라고 말했다.

    거의 대부분의 룸살롱이 윤락 영업을 하는 현실에서 특정 업소만 표적으로 삼는 것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거액을 제공하며 유착해온 당사자가 대놓고 ‘기업형’ 불법퇴폐영업을 일삼으며 돈을 벌고 있다는 의혹은 규명이 필요한 대상이다. N호텔은 퇴폐영업이 사회통념에 반할 정도로 지나쳐 큰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음에도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같은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으며, 관할기관의 단속은 ‘공교롭게도’ 이 호텔을 비켜가고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