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호

썬앤문, 국민은행 역삼지점서도 194억 특혜대출 의혹

‘소유권 소송’ 골프장 담보로 거액 대출… K지점장, 이광재 불법자금 수수 때 동석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01-28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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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래 녹취록, “국민은행측이 더 해줄 수 없어서 농협으로 갔다”
    • 시내산개발 “소유권 소송중인 부동산 담보 대출은 이례적”
    • 검찰, 썬앤문측 사기·배임죄로 기소… 담보권 ‘흔들’
    • 산업은행 280억원 대출도 ‘교감설’…N호텔 잔금 치른 날 대출
    • 모 공공기관 자료, “썬앤문 금융권 총 대출액은 1316억원”
    썬앤문, 국민은행 역삼지점서도 194억  특혜대출 의혹

    조세포탈 횡령 혐의로 구속된 썬앤문 그룹 문병욱 회장(2003.12.4)

    노무현 대통령측에 거액을 제공한 썬앤문그룹과 문병욱 회장에 관련된 특혜의혹은 크게 4가지가 제기됐다. △썬앤문에 대한 100억원대 감세 과정에 노무현 대통령측이 개입했을 가능성 △(문회장측과 김성래 썬앤문 부회장측에 제공된) 농협중앙회의 100억원대 대출에 특혜가 작용했을 가능성 △검찰에 의해 밝혀진 액수보다 훨씬 많은 금액(야당은 김성래 녹취록을 근거로 95억원대 주장)이 썬앤문측에서 노무현 대통령측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 △2002년 당시 국민은행 K 역삼동지점장 등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 금융인들이 이 과정에 동원됐을 가능성(예를 들어 K 지점장은 문병욱 회장이 2002년 11월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게 1억원 수표를 제공하는 자리에 동석했다) 등이다.

    이런 가운데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측이 2002년 1~5월 사이에 국민은행 역삼동지점에서 194억여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신동아’ 취재 결과 밝혀졌다.

    한 공공기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 역삼동지점은 2002년 1월30일 무렵 썬앤문그룹 계열사인 대지개발(주)에 49억원을 대출했다. 이어 2002년 5월28일 무렵에도 대지개발(주)에 145억원을 대출해 이 회사에 총 194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잡은 담보는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 대평리 산112번지’(지목·임야) 34만3216평이었다. 지금 이곳엔 양평TPC골프장이 건설중이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국민은행 역삼동지점은 2002년 1월29일, 2002년 5월28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이 땅에 대해 근저당(채권최고액 272억원)을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최고액은 대출금 미납시 이자발생분, 경매비용 등을 계산해 일반적으로 실제 대출금보다 조금 높게 책정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관련 법규상 정확한 대출규모를 알려줄 수는 없지만 2002년 1~5월 사이 썬앤문측에 그 정도 액수(194억여원)가 대출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썬앤문측도 기자에게 “국민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시내산개발측은 ‘특혜대출’ 의혹을 제기했다. 시내산개발은 국민은행이 담보로 잡은 양평군 대평리 양평TPC골프장의 ‘사업권’을 놓고 대지개발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회사. 현재 양평TPC골프장의 땅 소유권은 대지개발에게 있고, 경기도는 사업권도 대지개발이 갖고 있다고 결정한 상태다. 그러나 시내산개발은 2001년 5월 “골프장 사업권은 대지개발이 아닌 시내산개발에 있다”면서 서울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시내산개발은 2001년 11월 “대지개발이 불법으로 골프장 사업권을 가져갔다”면서 서울지검에 대지개발 관계자들을 사기 및 배임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시내산개발 정모 감사는 “골프장의 토지와 사업권을 모두 확보하면 해당 골프장의 부동산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골프장 사업권에 대한 소유권 분쟁으로 민·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대지개발측이 제시한 담보의 가치는 불투명한 상태였다. 이렇게 위험성이 큰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이 194억원을 대출해준 것은 특혜로 볼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와 관련, 검찰은 2003년 10월28일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이날 서울지검은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이 대지개발 명의로 양평TPC 골프장의 사업권을 행사한 행위에 대해 문 회장을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시내산개발측 주장을 상당부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검찰은 또한 문 회장이 93명에게 이 골프장 회원권을 분양한 행위에 대해서도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2002년 2월 盧에 자금 제공 ■5월 국민은행 194억 대출■7월 100억대 감세■9월 산업은행 280억 대출■12월 농협 120억 대출

    2003년 12월19일 서울지법은 양평골프장 사업권 소유권 분쟁에 대해 결심공판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를 이틀 앞둔 12월17일 대지개발은 이례적으로 재판부기피신청을 했다. 12월30일 서울지법은 “재판부 기피사유가 없다”면서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대지개발측은 재판부기피신청 건에 대해 고법에 항고했다. 시내산개발측은 “검찰 등 사법부의 문 회장 기소 결정은 소송이 진행중인 골프장을 담보로 은행이 대출해준 것이 상식에 맞지 않는 일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국민은행 역삼동지점장이었던 K씨는 2002년 문병욱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 측근 이광재 전 실장에게 수표 1억원을 전달할 때 동석했고, 이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주기도 했다. 김성래 썬앤문 전 부회장의 녹취록에는 “K씨에게 부탁해 노 대통령의 도움을 받으려 했다”는 내용도 있다. 녹취록에서 김 전 부회장측은 “국민은행이 더 이상 해줄 수 없어서 농협 쪽으로 갔다”고 말했다.

    2002년 2월 문병욱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경선자금 5000만원을 제공했다. 문 회장은 더 많은 돈을 줬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02년 초순 이후 썬앤문에 대해 금융기관과 국가기관의 도움이 쏟아졌다. 5월 국민은행 대출이 이뤄졌고, 7월엔 국세청의 100억원대 감세 결정이 내려졌다. 9월엔 산업은행의 280억원 대출이 개시됐고, 12월부턴 농협에서 120억원 대출을 해준 것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문병욱 회장이 잔금을 치러 서울 강남 N호텔을 경매로 인수한 날(2002년 9월18일) 산업은행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매 잔금액수는 352억원, 산업은행 대출금은 280억원이었다. 산업은행은 N호텔에 근저당을 설정했다.

    다음은 N호텔 전 전무 김모씨의 말이다. “산업은행 대출은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진다. 그 흐름을 보면 문 회장은 일단 주위에서 돈을 끌어와 잔금을 치르고 N호텔을 인수한 직후 산업은행으로부터 N호텔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잔금을 메웠다. 문 회장은 N호텔 인수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봤다.”

    농협 대출은 골프회원권을 담보로 이용한 김성래 썬앤문 부회장측의 단독 사기행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문병욱 회장측이 발행한 골프회원권도 농협 대출에 활용된 사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동아’가 입수한 농협중앙회 내부문건엔 대지개발의 양평TPC골프장 회원권분양자가 농협으로부터 2건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적시돼 있다. 검찰은 골프회원권 분양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 바 있다.

    “대출받았지만 적정했다”

    모 공공기관 자료에 따르면 썬앤문그룹의 금융기관 대출액은 총 1316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출시기는 2002년도에 집중돼 있다.

    국민은행측은 “대지개발에 대한 대출은 객관적 감정 결과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다만 대출 담당자들이 대지개발에 대출해줄 당시 골프장 사업권 소송 문제를 고려했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은행 전 역삼동지점장 K씨는 여러 차례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썬앤문측은 “국민은행의 대출은 적정한 담보가치 평가에 의해 정당하게 이뤄진 것이다. 산업은행 등 그 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의 총 규모는 밝힐 수 없으며, 이들 대출 역시 적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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