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22일 충남 천안에서 오리를 살처분하고 있는 방역원들. 12월10일 충북 음성에서 조류독감이 첫 확인된 후 전국 15개 농장에서 조류독감 양성반응이 나왔다.
음성군에서 발생한 이번 조류독감은 먼저 오리에서 발병한 뒤 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조류독감에 감염되면 닭은 하루나 이틀 만에 폐사하지만, 오리의 경우 별다른 증세를 나타내지 않는다. 종오리의 경우 산란율이 저하될 뿐, 폐사율은 높지 않다. 실제로 박씨 농가와 2.5km 떨어진 종오리 농장 오리들이 조류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음성군에서만 3곳의 농장 종오리가 조류독감 양성반응을 보였다. 음성군에서는 11월 중순부터 종오리의 산란율이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음성군 방역 관계자들은 “박씨가 신고했기 때문에 조류독감이 확인됐지 과거에 조류독감이 발생해도 알게 모르게 덮어버린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통칭 조류독감이라 불리는 전염병의 정식 명칭은 ‘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 이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A군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는 고위험성 전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발생이 확인됐다.
20여년간 종계장을 운영해온 박씨는 이번 일로 2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었다. 살아 있는 가축에 대해서만 살처분 보상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살처분 전에 죽은 2만1000마리는 한푼도 보상받지 못한다. 박씨는 “평소 오리농장에서 사전 방역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막막해했다.
박씨의 말처럼 조류독감이 오리에서 닭으로 전파되기 전에 막을 수는 없었을까. 현재로서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국가 방역시스템의 손길이 오리농장에까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성군 방역 관계자는 “닭과 오리는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털어놓았다. 국가 방역업무가 구제역이나 돼지콜레라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닭이나 오리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이 관계자는 “뉴캐슬병 청정화 사업의 일환으로 산란계 농가만을 대상으로 백신을 제대로 놓았는지 확인할 뿐 양계장이나 육계장, 그리고 오리농장에 대해서는 방역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적(敵)과의 싸움. 가축 전염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예방하거나 확산을 방지하는 일은 흔히 이렇게 표현된다. ‘적’은 해외파와 국내파로 나뉘는데, 해외파 적을 차단하는 일을 검역(檢疫), 국내파 적을 차단하는 일을 방역(防疫)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검역·방역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농림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전국 40여개 가축위생시험소, 특수법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그것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하 검역원)은 중앙기관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동물·축산물·입국자에 대한 검역과 국내 축산업에 대한 방역, 수의과학기술 연구 등의 기능을 포괄한다. 지역에 따라 명칭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가축위생시험소(이하 시험소)는 각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으로 가축 방역과 도축장 검사, 연구기능을 맡고 있다. 1999년 전국에 돼지콜레라 발생을 계기로 출범한 특수법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이하 방역본부)는 축산농가에 대한 방역지원 업무를 도맡는다.
매일 5만여명의 내외국민이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은 우리나라를 전세계와 연결해주는 통로인 동시에 해외 전염병 바이러스의 유입로다. 그래서 가축 전염병을 막는 최전선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인천공항으로 유입되는 축산물 검역업무는 검역원 인천지원이 관할한다.
인천지원은 인천공항뿐 아니라 인천항, 평택항까지 맡고 있다. 공항을 통해서는 소량의 냉장용 육류가 주로 들어오고, 미국산 및 호주산 축산물은 인천항을 통해 대량 수입된다. 평택항에는 주로 중국에서 수입된 애완동물이 들어온다. 이밖에도 인천지원은 인천시와 경기도 일대 축산물 작업장의 위생안전관리를 도맡는 등 관할업무가 광범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