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법 개정안 발표로 한국인의 미국 이민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이 매년 영주권을 부여하는 쿼터 수는 67만5000명으로 이중 14만명만이 취업에 근거한 영주권자다. 이처럼 제한된 이민자 수에 비춰볼 때 800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자들을 합법화시킨다면 이는 미국 이민정책의 일대 전환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이민정책의 변화는 부시 행정부의 취임초 공약이었으나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내 안보상황 등을 이유로 그동안 많은 제약이 있었다.
9·11 이후 이민규정 엄격해져
실제 미국은 그동안 이민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많은 외국인들을 체포하거나 추방했다. 지난해 여름 한국의 미 대사관에 학생비자를 신청했던 P씨(24)도 그런 경우였다.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부모를 따라 어려서부터 필리핀에서 학교를 다닌 P씨는 미국 대학에 진학했다. P씨는 플로리다의 한 대학에서 공부하다 건강과 학업상 어려움 때문에 무작정 뉴욕의 대학으로 옮겨 학교를 다니던 중 9·11테러 일주일 만에 이민법 위반자로 아파트에서 이민성 직원에게 체포됐다. 옮긴 학교를 이민성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P씨의 이민법 위반 사유다. 예전 같으면 이는 간단한 실정법 위반으로 미국내에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P씨는 체포된 지 일주일 후 자발적 추방을 조건으로 미국을 떠났다.
그러나 그후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필리핀에서 다시 학생비자를 받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고국인 한국에서 다시 신청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P씨는 9·11테러 이후 강화된 비자발급조치 제한으로 국내에서도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어 결국 영국 유학을 택했다.
최근 미국 비자 발급에 대한 새로운 조치들은 대개 비자 발급과 관련돼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행된 방문비자 신청자는 대부분 인터뷰를 거쳐야 하고, 미국 유학생들의 입국후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SEVIS라는 전산관리제도를 도입했다. 또 올해부터는 미국 입국자의 지문이나 사진촬영을 의무화하는 등 거의 모든 조치가 미국의 이민제도에 대한 관리와 통제용이었다.
이민개혁은 미래성장 전략과 관련
하지만 이번 이민법 개정안은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한편 합법적인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제안으로, 지난 3년간의 이민제약정책을 바꿔놓는 새로운 변화라 볼 수 있다. 혹자는 선거를 겨냥한 일시적 방편이라 평가절하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미국의 향후 성장전략에 따른 적극적인 이민자 흡수정책의 일환이라 보여진다.
미국은 이민자로 이뤄진 국가이며 그동안 유능하고 숙달된 이민자들을 적극 유치하면서 오늘날 세계 제1의 국가를 이뤄냈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도 이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낙후한 주변국에서 밀려오는 불법체류자 문제, 미국 밖의 친척들을 초청한 경우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이민 대기기간,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긴 행정절차 등이 미국을 다른 어느 나라보다 이민 가기 어려운 국가로 만들고 있다.
미국 이민은 이민법에서 정한 자격이 충분하더라도 대기자가 많아 최소 2년에서 심하면 12년까지 대기해야 한다. 따라서 상당수 외국인들은 일단 방문비자를 가지고 미국에 입국한 뒤 무작정 불법체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IMF 외환위기 이후 미국에 입국해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불법체류자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