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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르포

‘문제아’ 반돌이·‘범생이’장군이의 종횡무진 지리산 방랑기

냉장고 게장 꺼내먹고 쌀통 훔쳐 줄행랑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문제아’ 반돌이·‘범생이’장군이의 종횡무진 지리산 방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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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반돌이·‘범생이’장군이의 종횡무진 지리산 방랑기

곰 관리팀 대원들.

기자는 이들과 2박3일 동안 지리산 일대를 돌며 반돌이와 장군이의 행방을 추적했다. 수신기를 통해 장군이의 위치를 파악하고, 탈출한 반돌이가 나타났던 피아골대피소에서 행여 ‘반돌이가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밤새 수색작업을 하기도 했다.

“반돌이요? ‘웬수’덩이죠.”

요즘 곰 관리팀을 가장 괴롭히는 일은 지난해 11월17일 보호시설을 탈출한 반돌이의 행적이다. 대원들은 예전부터 반돌이는 ‘문제아’였다고 말한다.

“반돌이는 장군이보다 예민하고 영리한 편이에요. 장군이는 의젓하고 뚝심이 있어 말 그대로 장군감이고요. 사실 반돌이는 탈출한 ‘전과’가 있는 놈입니다(웃음). 지난 겨울 반돌이는 3개월 동안 동면을 했거든요. 동면이 끝날 무렵 발신기 교체를 위해 포획하려고 동면굴로 가니까 반돌이가 사라졌더군요. 그때 반돌이는 속이 빈 커다란 나무 기둥 속을 동면굴로 삼아 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나무가 썩어 다소 허술해진 한쪽 귀퉁이를 뚫고 탈출한 겁니다. 다행히 그때는 발신기를 착용하고 있어서 다시 포획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정욱 대원의 이야기다.

탈출 전과 화려한 반돌이



지난해 11월16일 마지막 포획 때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일이 벌어졌다. 반돌이 목에 단 발신기 신호음이 약해져 발신기 교체를 위해 반돌이를 포획했는데, 54kg이었던 반돌이가 120kg의 거구로 자라났던 것. 곰 관리팀은 평소처럼 마취총을 쏘아 잠들게 한 후 관리팀 사무실 근처 보호시설로 반돌이를 운반했다.

“철창으로 된 운반시설이 없어 그냥 트럭 짐칸에 반돌이를 태워 옮겼어요. 그런데 마취약이 모자랐는지 운반 도중에 깨어났죠. 묶지도 않은 상태에서 반돌이가 깨어나니 짐칸에 타고 있던 4명의 대원들이 혼비백산해 트럭 뒤에 매달렸어요. 차를 세우고 대원들이 모두 달려들어 반돌이 사지를 붙잡은 후 겨우 마취주사를 놓아 다시 잠들었어요.”

하정욱 대원은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정말 위급한 상황이었다”며 당시를 이야기했다. 간신히 반돌이를 보호시설로 운반한 후 바로 목에 있던 발신기를 떼어냈다. 체중이 급속히 늘면서 발신기로 인해 생긴 목 부분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한 차례 대원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반돌이는 이 정도에서 멈추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보호시설 바닥을 파고 탈출해버렸다.

“반돌이는 정말 영리해요. 보호시설 앞쪽 바닥은 시멘트지만 뒷부분은 흙바닥이었거든요. 반돌이는 예전에 탈출했을 때처럼 가장 허술한 곳이 어딘지 살펴본 후 흙바닥에 가로·세로 1m 크기의 구멍을 뚫고 빠져나갔습니다.”

반돌이가 탈출한 보호시설은 원래 막내가 머물던 곳이다. 막내는 지난 2년간 단 한 번도 탈출을 시도한 적이 없다. 이는 반돌이의 야성이 막내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반돌이가 다시 나타난 것은 지난해 12월2일 새벽 6시경. 지리산국립공원 피아골대피소였다. 반돌이는 대피소 움막의 비닐을 뜯고 들어와 플라스틱 쌀통을 훔쳐 10m 정도 달아나 인기척이 없는 곳에 가서 뚜껑을 열고 쌀을 꺼내 먹었다. 반돌이는 그날 밤 10시에 다시 나타나 냉장고 안에 있던 게장을 꺼내 먹고는 쌀통을 들고 달아났다. 이번에는 1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자리를 펴고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용변도 봤다. 반돌이는 2일부터 5일까지 피아골대피소에 계속 나타났다.

대피소로부터 반돌이가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은 곰 관리팀은 3일부터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반돌이가 사흘 연속 대피소에 나타난 것을 확인한 관리팀은 5일을 포획 예정일로 잡고 포획틀 2개와 올무 등을 설치했다. 마취총으로 무장한 수의사를 포함한 대원 19명은 2개조로 나뉘어 반돌이를 기다렸다. 잠을 잘 때도 신발을 신고 침상에 누웠을 정도로 긴장을 멈추지 않았다. 반돌이가 인기척을 느낄까봐 랜턴과 난로도 켜지 않은 채 대기했다.

드디어 5일, 반돌이가 이날도 쌀통을 노릴 거라고 예상한 관리팀은 쌀통이 있는 움막 주변에 인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쌀통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움막 비닐을 열어 통로를 만들어주었다. 쌀통 근처에는 한 팀장이 숨을 죽인 채 앉아있었다.

하지만 반돌이는 관리팀의 허를 찔렀다. 열린 통로를 외면한 채 관리팀이 잘 볼 수 없는 사각(死角) 방향으로 접근해 움막의 비닐을 다시 찢고 쌀통에 접근한 것. 생각지 않은 방향에서 반돌이를 발견한 관리팀은 마취총을 발사하기 위해 랜턴을 비췄으나 불빛에 놀란 반돌이는 순식간에 숲 속으로 달아났다. 불빛을 보고도 가만히 있던 예전과 달리 야성을 회복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팀장은 “반돌이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움막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다른 방향으로 접근한 것이다. 우리가 완전히 당했다”고 고백했다.

반돌이의 영민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피아골대피소에 나타난 시간을 보면 오전 6시경, 밤 10시 이후다. 이는 대피소 관리자인 함태식(77)옹이 잠자리에 든 시간을 골라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즉 대피소 근처에서 계속 주시하고 있다가 인기척이 없어진 시간을 타 움막에 접근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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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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