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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가 본 노무현의 ‘눈물의 정치학’

“약발 다한 ‘盧의 눈물’… 국민은 ‘남몰래 흐르는 눈물’ 원한다”

  • 글: 이훈구 연세대 교수·사회심리학 hoonkoo@yonsei.ac.kr

사회심리학자가 본 노무현의 ‘눈물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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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며칠 후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사건이 발생했다. 2003년 12월23일 노 대통령은 민생관련 하위직 공무원을 청와대에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우편집배원, 환경미화원 등이 초대되었는데 그는 집배원을 붙들고 눈물을 흘렸다. 이유인즉 그가 대통령선거 공약시 이들에게 인력충원을 약속했는데 과연 그 약속이 그들에게 흡족한 것이었는가 하는 자책감이 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왜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꼭 눈물을 흘렸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사실 그 자리는 대통령이 하위직 공무원의 노고를 치하하는 경사스러운 자리였다. 외국에서는 하위직 공무원이 아무리 힘든 일을 한다고 해도 그들을 대통령관저에 초청하는 예가 흔치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 만찬이 잘못됐다고 꼬집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 대통령의 자상한 인간미를 엿볼 수 있었던 기회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쁜 정무를 제쳐두고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찬을 개최했는데 왜 대통령이 눈물을 보였을까. 만일 그들의 노고에 연민의 정을 느꼈다면 그들에게 앞으로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작업환경과 대우를 개선해줄 것인지를 천명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았을까? 리멤버1219 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낙루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이 청와대 낙루사건 때문에 국민은 대통령이 너무 자주 눈물을 흘린다, 이것이 혹시 일종의 계산된 연기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다.

리멤버1219 행사 때와 하위직 공무원 초청만찬 때 흘린 노 대통령의 눈물은 그 상황과 시기로 볼 때 고의성을 추측하기에 충분하다. 왜 그런가?

리멤버1219 행사는 다음 선거를 위한 워밍업인 동시에 최근 야당으로부터 사방팔방에서 집중공략당하는 노 대통령을 구원하기 위해 다목적으로 기획된 행사였다. 또 최근 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멀게는 지난해 중반기부터 측근비리에 시달려왔고 그로 인해 그의 최측근 참모가 줄줄이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가깝게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하반기 외국방문시 검찰이 자신에 대한 비리사건 조사에 착수해 상당히 진척시켰다는 사실과 그 조사내용을 전해듣자 자신의 말대로 “앞이 캄캄했고” 따라서 귀국하자마자 폭탄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2004년 총선 전 자신에 대한 국민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노 대통령의 비리사건에 관해 자세히 알지 못했던 한나라당과 국민은 노 대통령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해 갈팡질팡했다. 그러나 이후 장수천 문제에 노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검찰의 발표를 듣고서야 국민은 대통령이 왜 갑자기 신임문제를 제기했는지 비로소 납득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검찰의 충격적 발표로 청와대는 한나라당과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한나라당은 심지어 대통령이 재신임 대상이 아닌 탄핵소추 대상이라고까지 압박을 가했다.

이런 복잡한 정치 사건의 와중에서 노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자인 노사모와 하위직 공무원 앞에서 눈물을 흘린 터라 그의 눈물이 순수한 것이 아닌,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것이라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노사모가 다시 한번 자신의 정치적 후원자가 돼주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눈물을 흘린 것인지 아니면 정말 삼겹살 대접을 못한 아쉬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대통령 자신만이 알 것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눈물을 더 이상 그의 따뜻한 인간미가 아닌 ‘정치적 술수’로 추측하게 만드는 결정적 사건이 연거푸 터졌다. 그것은 노 대통령의 불법정치자금 ‘10분의 1’ 논리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자금 불법모금, 불법사용에 관여했다 손치더라도 이것은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규모에 비하면 10분의 1을 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그의 부정은 사소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조사 결과 자신의 불법선거자금 총액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사임할 것이라 공언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가 이 불법선거자금의 규모를 티코와 그랜저에 비유했다는 점이다. “티코가 휘발유를 썼으면 얼마나 썼겠는가? 그랜저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식으로 말했다. 그의 막료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통령의 불법대선자금은 “생계형이다”라고 주장했다. 불법선거자금이 먹고 살기 위한 방편이라는 표현은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황당한 해석이다. 배가 고파서 물건을 훔치는 경우를 우리는 생계형 범죄라 부르고 이런 범죄에 대해서는 그 사정이 너무 가련해 흔히 관용을 베푼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또는 당선된 후 대선자금을 유용한 것이 생계형이라니! 그러면 대통령에 출마한 것도 노 대통령이 먹고 살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남이 들을까봐 목소리를 낮춰 소곤거려야 할 창피한 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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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훈구 연세대 교수·사회심리학 hoonk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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